막내이모가 세밀화로 그린 보리아기그림책 2세트가 생겼다고 보내줄까 물었다. 

처음엔 우리집에도 있으니 괜찮다고 거절했는데  

둘이 같이 관심을 보이는 바람에 얼른 보내달라고 다시 연락했다. 

 

둘째는 자기가 즐겨 먹는 무가 그려져있는 <호호 매워>를 제일 좋아한다. 

무는 늘 따라 읽고 칭찬을 받는데, 파는 가끔씩 빠 또는 파, 자신없는 소리로 바라고 한다. 

여름 과일과 가을 과일이 실린 <냠냠 쩝쩝>이랑 <주세요 주세요>도 자주 읽는다. 

사실 아직 읽기보다는 손가락으로 짚으면 이름을 말해주는 수준이라고 해야 정확하겠지만..  

책을 읽어달라고 찾아서 가지고 와서 손가락으로 짚고 책장을 넘기고 이렇게 둘이 같이 한다. 

막내가 책을 들고 있으면 영락없이 빼앗기기 때문에 똑같은 책이 2권인 것이 참 유용하다. 

막내에게는 누나가 책을 읽어주고 엄마는 형이랑 읽는다. 

누나가 있어서 또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 그림책을 보다가 막내는 아직 딸기를 못 먹어봤네! 했더니 누나가 귤은 잘 먹잖아요!한다. 

말이 끝나자마자 막내가 귤을 담아놓은 항아리로 열심히 걸어가서  

혼자 들기 버거운 뚜껑을 열다가 떨어뜨리고 울었지만, 결국 하나 꺼내들었다.  

거기 귤이 담겨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줄 미처 몰랐는데..

이층에 가자고 하면 열심히 계단을 기어올라가고 

누나 머리띠는 열심히 머리에 올리고, 팔찌는 손목에 끼고, 모자는 쓰고, 

할머니 오시면 버선부터 벗어달라고 해서는 낑낑 신고 

욕실 앞에서는 일단 슬리퍼에 발 꿰는 시늉을 하다가 역시 안 되는지라 파바박 재빨리 기어들어간다.

밥상에서도 일단 숟가락이나 포크를 먼저 써보고 안 되면 손을 들이민다. 

젖 먹고 싶으면 힝힝거리면서 엄마 무릎에 기어올라와 드러눕거나 옷자락을 들쳐올린다.

 

형은 혼자서 옷을 거의 갈아입을 수 있고 양말도 가끔 똑바로 신는다. 

좋아하는 내복을 말리느라 걸어놓으면 어느 새 갈아입고 있다. 

동생 장난감을 빼앗았다가도 막내가 울고 소리를 지르면 슬그머니 돌려준다. 

엊그제는 다니러오신 큰엄마랑 하룻밤 잘 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돌 무렵이면 한 번씩 앓고 나서 큰다고들 하더니 감기에 걸렸다. 

미니도 돌 막 지나서 첫 감기를 앓았는데  

둘째는 그 때쯤 워낙 아토피가 심해서 감기 따위는 기억에도 없다. 

등에 기대 잠든, 열에 들뜬 작은 몸을 거의 하루종일 업어주며 밤에는 어쩌나 했는데 

열이 나도 밤새도록 콜콜 잘 자서 참 다행이었다. 

둘째도 온 얼굴에 진물이 심하게 나서 아침에 일어나면 더께가 앉을 정도였는데 

천만다행 그래도 역시 밤새도록 콜콜 잠은 잘 잤다. 

 

지난 주말 미니가 감기에 걸려서 자고자고 또 자고  

새벽에는 코피를 펑펑 흘려서  자다 말고 침 맞고 발바닥에 마늘 찧어 붙이고 소동을 피운 뒤에  

" 이틀을 굶었더니 배가 고프네."  

라는 소감을 밝히며 일상으로 돌아온 다음 날 밤, 

둘째가 열이 올라 끙끙거리며 밤을 새우고  

아침에 잠깐 열이 내리는가 했더니 다시 또 열이 나면서 하루종일 잠을 자고 저녁에야 괜찮아졌다. 

막내는 그 옆에서 장난치며 멀쩡하게 잘 놀아서 참 다행이다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다음 날 밤 열이 올라 끙끙대면서 겨우 잠을 이어갔다. 

첫날엔 조그만 녀석이 물도 밥도 마다하고  

코가 막혀 입으로 가쁜 숨을 쉬면서 안겨 있거나 누워 있기도 힘들어해서 업혀서 계속 잤다. 

하루 밤 하루 낮이 지났으니 저녁엔 형처럼 떨치고 일어나길 바랬는데 

어젯 밤에는 잠자기가 더 힘들어서 자꾸 깨고 칭얼거려 둘이서 고생을 했다. 

온몸이 따끈따끈하게 느껴질만큼 열이 나는데 특히 머리와 목, 손이 심해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오늘 저녁에는 열이 내리면서 물도 먹고 밥도 먹고 

방 안을 걸어서 돌아다니며 장난감도 갖고 놀고 하다가 잠이 들었다. 

평소에 늘 보던 모습인데 오늘따라 어찌나 기특하고 고맙게 느껴지던지... 

 

이제 나을 듯 나을 듯 하면서 거의 한 달을 끌고 있는 외할머니 감기만 나으면 될 것 같다. 

약도 드시고 찬바람도 조심하고 되도록 할 일도 미루고 계시는데도 쉬이 낫지 않아서 걱정이다. 

한 번 앓고 나면 부쩍 자라는 아이들처럼 늙느라고 이런다며 쓸쓸한 말씀을 하신다.  

나도 기침이 자꾸 나는지라 릴레이 바통을 이어받지 않도록 얼른 쉬어야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9-12-16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 것도 잡지 않고 혼자 일어서는 것을 열심히 연습하더니 

두 세 걸음 걸음마 연습이 한창이다.  

 

그리고 드디어 형이 막내 손에 들려있는 장난감을 모두 뺏어가고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가슴팍을 밀어 넘어뜨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들고 있는 것을 뺏으러 달려가는 도중에 막내가 그 물건을 내려놓으면  

다시 손에 쥐어주었다가 도로 뺏어온다. 

 

그렇지만 막내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형이 소리지르고 밀어도 눈도 깜짝하지 않거나 

불쌍한 표정으로 마른 울음을 울어서 일러바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9-11-23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생존경쟁이 시작됐군요.
저러면서 잘도 어울려 크더라고요.^^
 

어제는 막내 돌이었다. 

나물 4가지랑 할머니가 주신 조기 6마리를 굽고 미역국을 끓여서 축하해줬다. 

누나는 재민이 돌잡이에 쓸 물건을 갖추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었는데 

그림책(구두구두 걸어라)이랑 샤프연필, 타래실 대신 주황색 끈, 만원 한 장, 홍삼 한 뿌리가 

상에 놓였다. 마우스는 아빠가 놓지 말자고 반대해서 그만 두었다. 

미니는 연필을 집었고, 둘째는 고모부가 막판에 갖다놓은 마우스를 집었고 

막내는 할머니 예상대로 낮선 물건, 즉 홍삼을 집었다. 

셋 중에 가장 순하고 아프지도 않고 별 말썽없이 한 해를 잘 커주어서 고맙다.  

하지만 요즘엔 누나가 막내 1살 때가 그립다고 할 정도로 온갖 일을 저지른다.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오늘 아침에만 벌써 옷을 2번 갈아입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9-11-12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벌써 돌이 됐군요.
돌잡이 사진은 없나요?^^

2009-12-11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의 밥이라곤 먹지 않고 주로 두부나 나물,생선,고기 따위 반찬만 먹는 둘째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미니가 먹는 밥도 다른 아이들보다 적은 편이다. 

어른 숟가락으로 수북하게 뜨면 두,세 술 정도나 될까? 

 

엊그제 저녁에는 배추밭을 돌보느라 무척 바빠서 

추석 연휴 마친 기념으로 오랫만에 유치원에 다녀온 미니가 배고프다는 걸 귓등으로 흘리고 

어두운 바깥에서 빨리 일을 마치려고 동동거리고 있었다. 

외할머니가 막내 돌봐주신지도 오래 되었고, 저녁도 어서 차려야해서 서둘렀는데도  

마음처럼 빨리 끝나지가 않아서 마치고 보니 8시가 넘었다. 

 

미니는 기다리다 지쳐서 스스로 밥을 차려 먹었다고 자랑을 했다. 

태어난지 72개월만에 처음이다. 

밥을 푸는 것은 가끔 연습을 해본터라 문제 없었고 

냉장고에서 김치랑 멸치볶음만 꺼내면 되는거라서 무척 간단하고 쉬웠단다.  

너무 배가 고파서 둘이서 네 그릇 반이나 먹었다고 우쭐해하길래 

밥솥을 들여다보니 소복하게 한 공기는 먹은 듯 싶었다. 

 

다 먹고나서 반찬은 제자리에 넣고 빈 그릇은 개수대에 갖다놓은 걸 보니 

미니도 다 키웠나 싶은 것이 엄마는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상을 닦지는 않아서 멸치볶음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지만 

기특하고 대견해서 칭찬을 듬뿍 해주었다.

 

둘째는 또 그 다음 날  

엊저녁 늦게까지 솎아서 데쳐 낸 시래기로 끓인 국에  

밥을 잔뜩 말아서 (역시나 시래기는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국물이랑 밥만)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밥을 그렇게 많이 먹기는 실로 여러 날 만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소나무집 2009-10-09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미니 정말 보고 싶어요.
솎아낸 시래국이 얼마나 맛있는지 미니가 아직 모르는군요.

2009-10-24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