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다가 갑자기  

" 엄마, 안에 생활이 많이 힘드시죠?" 

사오정 엄마는 이게 무슨 소린가 어안이 벙벙하여 되물었다. 

- "뭐라고, 안에 생활?" 

"네, 안에 생활이요." 

모두들 감기가 깨끗하게 낫지 않은데다 날이 춥다는 핑계로 방학내내 집 안에서 오글거렸더니 

그걸 안에 생활이라고 하는 건가? 너무 집안에만 가둬놓았나 싶어서 속으로 좀 뜨끔했다. 

- " 안에 생활이란 게 뭔데? 

" 아내로 살아가는 것 말이에요. 아내생활!" 

음하하하!  

어제 부부 사이에 좀 큰 소리가 오간데다  

오늘은 몸살기운이 있어서 좀 비실비실 했더니 그런 생각을 했나보다. 

- " 너도 딸생활이 힘들 때가 있지?" 

" 네." 

- " 엄마도 그래. 힘들 때도 있고 즐겁고 행복할 때도 있고 네 말처럼 인생이란 그런거지. 

     갑자기 왜 아내생활이 힘들거라고 생각했는데?"  

" 아빠 잔소리도 들어야 되는데 아이들도 세 명이나 돌보고 키워야 되니까 그렇죠." 

나중에 하루종일 혼자 먼지 뒤집어 쓰고 나무를 다듬다 들어온 아빠가  

늦은 저녁을 먹다가  미니가 한 말을 듣고  

" 남편생활은 안 힘들 것 같냐?  

  아이들 먹을 것, 입을 것 다 사가지고 와야 되고 밖에서 일도 열심히 해야되는데.  

  아내생활이 힘들 것 같아, 남편생활이 힘들 것 같아?  솔직하게 한 번 얘기해 봐." 

이러면서 아이를 붙들고 늘어진다.  

역시나 미니가 한 대답은 "둘 다!" 

둘 다라고 하지 말고 속마음을 얘기해보라고 조르는 남편을 보니 덩치만 큰 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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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10-02-0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친구들 젖니가 먼저 빠질 무렵 이빨요정 이야기를 함께 읽었다.  

 며칠 전 무지무지 흔들리던 앞니가 무척이나 성가신 듯 드디어 뺄 궁리를 했다.  

 얼마나 흔들리는지 톡 건드리면 빠질 것 같아 보이길래 엄마가 빼주마 했더니  

 질겁을 하면서 손사레를 쳤다. 

 차라리 앞니에 실을 매어서 문고리에 묶은 다음 문을 세게 탕 닫아달라나?! 

 그건 안 아플 것 같으냐고 핀잔을 주면서 그럼 직접 해보라고 구슬렸다. 

아니나다를까 정말 손가락만 갖다댔는데 저절로 빠져나왔다. 

 

그렇거나 말거나 용감하게 직접 이를 뽑았다는 사실에 무척 흥분해서  

빠진 이를 종이에 싸들고 방 안을 서성이며 이걸 어찌하면 좋을지 생각이 많았다. 

엄마는 까치가 물어가게 지붕 위에 던지면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역시나 이빨요정이 갖다놓는다는 동전에 눈이 멀어서 일단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자 보고 

요정이 다녀가지 않으면 지붕 위에 던지겠단다. 

기껏해야 500원 동전일텐데 그걸로 뭘 하겠느냐고 했더니 저금은 할 수 있을거란다. 

앞서 빠진 이빨 2개는 치과에 두고 온 탓에 빠진 이 뒷처리는 처음 겪는 일인지라 

책에서 읽은 것처럼 이빨요정이 주는 동전으로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것을 얘기하는 걸 보니 

맘 약해진 엄마가 "용감하게 혼자 뽑았으니 어쩌면 지폐를 두고 가지 않을까?" 요러고 말았다. 

 

사고 싶은 물건 값에 맞추어 거금 1만원을 흰 봉투에 넣어 이빨과 바꿔주었는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 역시나 신이 나서 펄쩍 뛰었다. 

사촌언니들에게도 자랑이 늘어졌는데 4학년이 되는 아이가 자기는 50원짜리였다고 시무룩했다. 

엄마가 급하게 수습하느라고 미니는 용감하게 스스로 뽑아서 이빨요정이 어쩌구 저쩌구 했더니

" 나도 내가 뽑았는데..."  

라고 해서 할 말을 잃고 그만 많이 미안해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빨요정이 다녀갔다고 너무 좋아하던 녀석이 다음 날 엄마에게 

아무래도 이빨요정이 아니라 아빠가 돈을 주신 것으로 의심된다고 슬쩍 말꼬리를 흐렸다. 

어찌 하루만에 세상사를 꿰뚫게 되었는지 의아했더니 

50원 동전을 받은 사촌언니가 이빨요정은 자기 아빠였다는 얘기를 해주었던 모양이다. 

오늘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는 일부러 아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 아빠는 그런 적 없는데" (엄마가 요정대역했으니 이건 사실이다.^^) 하셨다. 

밥상머리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더니만 

둘이서 양치질을 하는데 미니가 하는 말이 우습다. 

" 아빠가 그러셨더라도 순순히 그렇다고 말씀하실 분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아무래도 아빠가 그러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낮에 뽑은 이도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잠이 들었다. 

좋은 일이 생겼다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오길래 뭔가 했더니 또 스스로 이를 뺐단다.

지난 번에 받은 만원은 아직 쓰지 않고 고이 가지고 있는데   

(어제 서울 다녀오신 할아버지 할머니 귀가 길에 아빠가 모시러가지 못해서 택시타고 오시라고 신신 당부했더니, 엄마가 말려도 그 만원을 택시비로 드리고 싶다고 고집했는데 미니 당숙이 모시고 올라오는 바람에 아직 남아있다.^^) 

이번엔 얼마짜리 요정을 보내면 좋을까?

이제부터는 고민하지 말고 50원이든 100원이든 아빠 주머니 속에서 나오는 녀석으로 바꿔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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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10-01-23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아직 그런걸 믿는구나. 완전완전 귀여워 ㅋㅋ 우리 뽕식이도 얼른 커서 이런 재밌는 일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ㅎㅎ

솔랑주 2010-01-2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 ♬
 

막내랑 둘이 이불을 쓰고 앉아서 하는 말, 

" 아~! 이런 게 행복이지. 인생에서 행복이란 바로 이런거야!!!" 

귀여운 동생이랑 이불을 쓰고 앉아있는 것이 탄성을 연발할 정도로 행복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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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10-01-2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민이 좋겠당 ~~
 

커서 하고 싶은 일이 아이답게 수시로 바뀌는지라 막 여덟 살이 된 요즘 하고 싶은 일을 써둔다. 

 

고고학자가 되어서 땅 속의 물을 연구하고 싶다길래 

그건 자연과학자가 하는 일이라고 했더니  

고고학자는 뼈랑 화석을 연구하는 사람이지! 라면서 그럼 자연과학자가 되겠단다. 

왜 하필 물을 연구하고 싶으냐니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니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겠다고 한다. 

  

날고 싶다고 노래를 해서 비행기를 타고 날으라고 했지만 아니나다를까 절대 그걸론 만족하지 않는다. 

어깨에 얇고 작은 담요를 두르고 높이 30센티미터 정도의 상위에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사람이 장거리를 날 수는 없으니까 단거리 날기 선수가 꿈이란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찌나 열심히 연습을 하는지 하루종일 마루가 꿍꿍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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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10-01-1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저도 이때까지 하고싶은 일이 참 많-이 변했죠 ^^;
아직도 변하고 있는 것 같지만요...
단거리 날기선수.ㅋㅋㅋ수민이다운 발상인데요? 기억은 잘 안나지만 저도 한때 저런적이 있었겠죠?ㅋㅋㅋㅋ
 

내일 모레 초등학교 예비소집이 있다. 

취학통지서와 홍역예방접종 확인서를 가지고 학교에 다녀가라고 전화를 주셨다. 

미니는 아무런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터라 주사를 맞아야 입학을 할 수 있다고 했더니 

아빠는 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픈데 주사맞지 말고 집에서 공부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8살 되자마자 1학년 되는 일로 한숨을 쉬었던 미니는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주사는 너무 아플 것 같으니 차라리 침을 맞고 한약을 먹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둥 

그러지 않아도 학교에 좀 안가고 싶었는데 엄마가 가르쳐주면 어떻겠냐는 둥 

1학년 공부 쯤은 기본 아니냐는 둥   

이 기회에 학교에 안 다닐 궁리를 하는 것이다. 

 

재작년에 함께 유치원에 다니던 언니가 1학년 되고 나서 

1학년은 공부도 너무 어렵고, 놀 시간도 없고, 틀리면 혼난다고 어찌나 겁을 주었던지 

어서 빨리 자라서 1학년 되겠다던 꿈을 단숨에 접었는데 

작년엔 1학년이던 사촌언니가 받아쓰기 때문에 나머지 공부까지 권유받고 보니 

"받아쓰기 100점 받아서 뭐 할건데!" 

라는 절규를 하며 어린 마음에 무척 속상해했던터라  

옆에서 보자니 1학년이 되어 학교를 다닌다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였던 모양이다. 

 

집에서 공부하면 같이 놀 친구도 없고  

좋아하는 현장학습도 못 가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했더니 동생들이랑 놀면 된단다. 

둘째는 유치원 보낼 것이고, 막내는 함께 놀기 너무 어리지 않으냐고 해도 괜찮단다. 

" 그리고 우리가 고성할머니 뵈러 다시는 안 갈 것도 아니잖아요!? " 

이건 웬 뜬금없는 소린가 싶어서 

" 명절에도 가고,생신에도 가고,할아버지 제사 모실 때도 가고 틈틈이 시간내어 뵈러 가야지."  

했더니 그게 바로 현장학습이라나!

 

입학해서 매일매일 지각하지 않고,결석하지 않고 학교에 다닐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은근히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예방접종 하자니까 옳다쿠나 좋은 핑곗거리 생겼다 싶은가보다. 

 

그나저나 엄마야말로 아침마다 늦잠자던 좋은 시절이 끝나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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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6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6 18: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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