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 전30권 [구판] 초등과학학습만화 Why?
이광웅 외 지음, 박종관 외 그림 / 예림당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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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린 시절 집에 있던 과학학습만화를 그야말로 마르고 닳도록 들춰보던 기억이 난다.

제트기류 페이지에 떨어지던 비행기라든가

십리 절반 오리나무라며 닭싸움하듯 깡충거리던 등장인물의 모습이라든가

그런 특이한 모습의 물고기는 그림으로 처음 보았던 개복치의 모습이라든가

이런 몇 장면은 마치 머릿 속 필름에 사진이 찍힌 것처럼 남아있다.

 

어찌하여 선물받은 이 시리즈도 과학학습만화로 30가지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지구, 화석, 동굴>이나<공룡, 동물, 독 있는 동식물 >과 같은 주제는 겹치는 부분이 생겨서

되풀이하거나 심화되거나 요약하여 다시 돌아보는 기회도 갖게 된다.

참여한 필진과 그림작가도 다양하여 꼼지와 엄지라는 기본적인 캐릭터가 작가의 개성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또 주제에 따라 알맞은 독자 연령도 차이가 난다.

동물이나 식물과 같은 주제는 간단하게 사진이나 그림을 보여주고 특징 한 두 가지를 언급하는 나열식이라 유아들도 부담없이 볼 수 있지만

핵과 에너지, 화학, 물리,인체 등은 나름대로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어서 적어도 열 살은 넘어야 제대로 이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곧 6살이 되는 미니가 가장 좋아하여 자주 들여다보는 주제는

똥, 독 있는 동식물, 외계인과 UFO, 공룡, 동물, 동굴, 인체(소화 부분), 바다 등이다.

다른 주제는 명랑만화 스타일인데 사춘기는 순정만화 스타일로 등장인물이 공주처럼 그려져 있어서 그것도 자꾸 읽어달라고 한다.

갯벌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하던 차에 선물받은 것이어서 갯벌도 읽었다.

요즘 한글을 거의 터득하여 내가 읽어 줄 시간이 없으면 궁여지책으로 이해가 되거나 말거나

혼자서 열심히 들여다보며 책장을 넘기기도 하는데

주제와 관련된 부분은 이해하기가 어렵고 만화의 재미를 살리는 부분은 알아듣고 낄낄거리곤 한다.^^

엄마아빠가 토지,식객,십팔사략,조선왕조실록을 만화로 읽는 동안

자기는 루이 트롱탱의 종이괴물시리즈를 읽으면서 만화라는 장르를 의식하고 만화책을 사 달라고 하던 참이어서 그런지

다른 그림책은 하루에 한 권 정도 읽고 나머지 시간은 이 시리즈에 할애하고 있어서

심지어 새로 주문하여 도착한 그림책들도 미니에게 외면 당하고 있다.

 

이 시리즈의 또 하나의 미덕은 하드보드 장정이어서 태민이의 놀잇감이 된다는 것이다.

26개월 태민이는 이 책의 책장을 넘기는 놀이를 즐기며

같은 장정(- 집에 있던 유일한 문고판 책은 판형이 제각각이었다.)의 책이 처음으로 서른 권이나 생기니 

책장에 모두 끼우기(무거워서 몇 권 끼우다가 짜증을 내지만)나 끼워져 있는 책 안쪽으로 밀어넣기 또는 모두 빼내기에 열중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Why시리즈가 펼쳐진 채로 방 안을 뒤덮어 접히고 밟히는 일이 많다.)

앉은뱅이 책상과 책상 사이의 틈에 밀어넣는 놀이도 좋아한다.

단 한 번 읽어달라고 들고 왔는데(교통수단) 한 페이지 읽어주었더니

슝~하고 달려간다는 얘기에 까르륵거리며 좋아했다.

 

아마도 앞으로 한 10년 정도(?) 이 시리즈가 과학학습만화로는 우리 아이들이 마르고 닳도록 읽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내 어릴 적 읽던 책보다 컬러도 화려하고 더 사실적인 그림과 사진도 곁들여 실린 이 책을 읽어주면서 

내 능력으로 꼭 집어내어 말할 수는 없으나 뭔가 몇 % 부족함을 느낀다.

무엇 때문에 메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남는지 자꾸 더 읽어주다보면 알 수 있게 될까?

아뭏든 그래서 별은 세 개다. 태민이 장난감 역할에 별 하나 더 얹어서 4개!

하지만 우리 집에 오신 손님께 처음 받은 책 선물을 아이들이 열심히 들여다보니 같은 돈을 들여서 옷이나 과자를 사다주시는 것 보다 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선물로 책을 골라오신 그 선택에는 별 다섯 개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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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7-12-25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올립니다.

소나무집 2007-12-26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좋아하는데 저는 이 시리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딱 한 권 읽어봤는데
읽다 보니 말장난이 너무 많은 것 같고
알맹이보다 껍데기가 더 많은 느낌이랄까.
님의 극찬에 찬물 끼얹었네요.
책은 다 보지도 않았으면서 말이죠?
기분 나빠 하지 마세요.
사실은 제가 만화를 싫어해서 그 탓이 큽니다.

miony 2007-12-28 11:11   좋아요 0 | URL
리뷰에 썼다시피 컬러에 사진도 있고 어린 시절 제가 보던 책보다 더 좋게 나왔는데 책 자체에는 별 세 개도 겨우 줄 만큼 뭔가 집어내지 못하는 불만스러움이 있었는데 소나무님께서 꼭 알맞은 표현을 해주신 것 같네요.
알맹이보다 껍데기가 더 많은 느낌!
과학학습만화에서 과학학습 쪽 보다는 만화 쪽에 더 치우친 것 때문에 어린 미니는 재미있게 읽고 저는 허전함을 느꼈나 봅니다.
선물받지 않고 제가 직접 구입한다면 30권씩 사지는 않았을거예요.^^

2008-01-02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I LOVE 그림책
캐드린 브라운 그림, 신시아 라일런트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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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에 어느 정도 알러지가 있는 나인데,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마구마구, 한 문장이라도, 어설프게라도 독후감을 쓰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파스텔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수채화가 추위에 웅크린 어깨를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데,

속표지에서 입을 헤벌쭉 벌리고 웃고 있는 베치를 먼저 만나고 나도 웃었다.

할머니의 흰머리를 멋스럽게 하는 헤어스타일과 풀과 나무가 된 붓자국들이 특히 매력적이다.

로잰느, 프레드, 베치, 프랭클린, 빌, 프랜신, 버드,

그리고 러키.

이야기보다는 아마도 그림이 나를 끌어당기는 것 같다.

할머니의 친구들이 다 근사했지만

1.로잰느,  2.프레드,  3.베치와 사귀고 싶다.^^

 

미니는 똥떡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책을 처음부터 한 글자 한 글자 지치지 않고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따옴표 안에 글씨는 물론 아주 실감나게 말하듯이 읽는다.

웬만한 동화구연가는 저리 가라 라는 고슴도치 엄마의 말씀! -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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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12-1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는 그랬어요. 그래서 리뷰도 썼던 기억이 있네요. 언젠간 아이들하고 수업도 해보고 싶은 책이구요.

miony 2007-12-19 14:39   좋아요 0 | URL
눈길이랑 손길이 자꾸 가는 책이네요.^^
님의 리뷰를 찾아 읽으러 휘리릭~!

미설 2007-12-24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늘 제목 보면서 재밌겠다하고 찜한 책인데 언제 찾아서 읽어봐야 겠어요^^
 
<나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서평단 알림
나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어린이작가정신 저학년문고 11
마저리 화이트 펠레그리노 글, 보니 매튜스 그림, 김수희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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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을 때 먹고, 놀고 싶을 때 놀고 - 어린 애들이 무슨 걱정이 있겠냐? 좋을 때다!"

 

가슴에 손을 얹고 가만히 다시 생각해 본다면 이런 말이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그저 천진난만 순진무구 하루종일 웃고 뛰어노는 것이 전부인 듯 한 어린 아이들도

엄마,아빠,선생님,친구들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서

형제, 자매, 친구들과 알게 모르게 날마다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는 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내게 화를 내지 않을까, 나를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순간들과 끊임없이 맞닥뜨리며...

 

그리하여 그들의 요구에만 부응하다 보면 이번엔 내가 슬프고 화나고 후회스럽고 피곤해진다.

" 아유, 착하기도 하지! 참 착한 아이로구나!"

때로는 이런 칭찬에 갇힌 자신을 깨닫고 짜증스러워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너무 착해서 탈이라는 비아냥거림이나 한 숨에는

제 몫도 못 챙기고, 제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바보 멍청이라는 메아리가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런 메아리에 쫒기다 보면

마음 깊은 곳에는 너무 착한 자기를 함부로 대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이 옹이를 만들고

자존감, 자신감, 즐거움과 의욕이 흔적도 없이 가라앉은 자리에

답답하고 무능한 자신에 대한 불만이 끓어올라 순식간에 턱 밑까지 차 오른다.

 

다행스럽게도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을 용기를 낸 에이미는

지혜롭고 인자한 할아버지와 텃밭의 양상추를 포식한 토끼들 덕분에

딱 알맞게 착해지는 법을 배우고 딱 좋은 에이미로 거듭 날 기회를 얻었다.

새학년의 첫 주를 힘들게 보냈던 너무 착한 에이미가

이제 즐거운 마음으로 3학년 생활을 기대하는 딱 좋은 에이미가 된 것이다.

 

" 안 그럴 것 같지만, 사람들은 우리가 스스로를 아끼고 존중할 때 더 우리를 좋아한단다.

  혹시 사람들이 화를 내더라도 그건 잠깐이고 곧 잊어버리지."

- 심리상담사로 일했던 작가가 너무 착해서 웅크리는 아이들에게 건네주는 마법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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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12-1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 시절 착한어린이상을 몇 번이나 탔던 저도 늘 그런 고민을 했더랍니다. 남들이 날 싫어할까 봐, 화를 낼까 봐 너무 착하게만 살았지요. 후회 막급! 그래도 착한 게 좋긴 해요. 에이미가 얼마나 착한지 궁금해지는 책인데요!

miony 2007-12-19 14:37   좋아요 0 | URL
착하다기 보다는 자긍심을 키우고 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할 에이미랍니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조지 오웰 지음, 신창용 옮김 / 삼우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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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아마도) 방학숙제라든가 교내 글짓기대회 용으로 억지로 써야하는 독후감이란 녀석이 있다.

그 녀석의 그림자가 얼마나 검고도 큰지

독후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원고지 몇 장 이상 - 이런 요구 조건이 있을 경우엔 더욱)

읽고 싶던 책도 정나미가 뚝 떨어지곤 하던 시절도 있었고,

아무도 나에게 독후감을 요구하지 않는 지금에도

왠지 책을 읽고나면 뭐라고 한 문장이라도 써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여전히 남아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 덕분에 뒤적거리던 책도 있었으니 검기만 한 그림자는 아니려나?

 

중학생이 될 무렵 시내에 다녀오시는 아버지를 학수고대하였다가

한 두 권씩 사 오신 것을 우리 자매들이 줄을 서서 재미있게 읽었던 <소년생활칼라북스>도 있지만

똑같은 하드 장정을 하고 책꽂이 한 쪽을 차지하고 있던 <청소년 세계명작문고>

뭐 대충 그런 이름의 문고판 책 수십 권이 있었다.

커서 알고보니 짧은 지면에 대작을 싣느라

단편이 아니고서는 개략적인 줄거리를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아뭏든 나에게는 무작정 어렵고 지루한 것들이어서 그 절반도 채 읽지 않았던 책들이다.

그런데 중2 때였던가 방학 숙제로 독후감을 쓰느라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파리와 런던의 영락생활>이라는 단편(!)을 읽게 되었다.

그 때는 영락이라는 단어의 뜻도 제대로 알지 못하던 꼬맹이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열 몇 살 먹은 소녀의 감수성에 호소할 내용과는 거리가 먼 이 소설이

나의 가슴에 혹은 뇌리에? 꽂혔다.

독후감도 썼던가? (- 썼다면 책 뒤의 해설을 반쯤은 베꼈을 것이다.)

어쨌든 그리하여 이십 여년이 흐른 어느 날 어느 알라디너가 언급한 것을 계기로

당장에 무작정 주문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작가가 조지 오웰이라는 많이 들어 본 소설가라는 것은 그 때야 알았다.)

그러고선 역시 두 세 달 책꽂이에 방치한 끝에 어제와 오늘 다 읽었다.

 

누구나 모두들 감탄할 만한 근사하고 멋진 작품을 한 번은 쓸 수 있다고 한다.

- 바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과연 모두가 정말로 그럴 수 있겠는가만은

우리 모두의 삶이 다른 어떤 드라마 못지 않은 소재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은 나도 믿는다.

그리하여 조금은 쑥스럽고 수줍은 듯 그리고 서툰 듯 하면서도 솔직한,

가슴을 울리는 처녀작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를 나는 드라마의 한 컷으로 먼저 보았는데

어떤 아낙이 옛날 부엌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양치질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 한 컷에 울림이 있어 제목을 기억해 두었다가 소설집을 사서 읽었더랬다.

그 때는 결혼 전이었고 훨씬 어린(?) 시절이었지만

양치질을 하는 그 여자의 마음을 왠지 헤아릴 듯 했다.

(그런데 풍금이 있던 자리가 신경숙의 처녀작이 맞던가? 아님 말고^^;;)

 

제목이 파리와 런던의 영락생활이 아닌 밑바닥 생활이어서 어쩐지 서운했지만

글은 어린 내 마음에 남았던 그것이었다.

작가로 성공하기 전에 무명 시절의 어려움을 겪었다기보다는

식민지 버마(미얀마)에서 5년 동안 했던 경찰관 생활을 견딜 수 없어 반 쯤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생활이었고,

또 반 쯤은 잠입취재 성격의 생활이었다니 그만 별 하나를 빼게 된다.

그리고 군데군데 유태인을 멸시하는 시선 역시 좀 거북하다.

 

그렇지만 그 시절 같은 문고에 실려있어 읽고도 아무런 기억도 감흥도 없었던 <동물농장>이나 <1984년>처럼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 몇 편이라도 더 찾아 읽고싶다.

 

마르쿠스 카토(역주: 로마의 정치가)는 노예는 자지 않을 때에는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예가 하는 일이 필요한가 아닌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일 자체가 노예에게 좋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서는 아직도 잔존하고, 그런 정서가 산더미 같은 무익한 고역을 쌓아오고 있다. 나는 무익한 노동을 영속시키려는 이런 본능이 근본적으로는 대중에 대한 공포일 뿐이라고 믿는다. 대중은 너무 하등한 동물이어서 여가가 생기면 위험할 것이다,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중은 너무 바빠서 생각을 못하게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지적이고 교양있는 사람들은 자연히 부자들의 편을 든다. 왜냐하면 이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자유는 자신들의 자유에 위협이 된다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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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12-1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저보다 훨씬 아래 세대 같은데
독후감에 관한 부분은 비슷하네요.
하긴 지금도 우리 애들 방학 숙제에도 독후감은 약방에 감초 같은 존재니까...

miony 2007-12-11 17:43   좋아요 0 | URL
조카들도 독후감 쓰기 싫어하더라구요^^;;

순오기 2007-12-11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을 즐긴게 아니라 항상 숙제라는 이름으로 했기에 생긴 병폐겠죠?
오늘도 여전히 교육현장은 그런 걸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18일 토론도서예요. 사놓고 아직 읽지 않아서...뭐라 말할 수 없네요 ^^
 
그 여름의 끝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3
로이스 로리 지음,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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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을 그은 것은 몰리언니였다.

 

첫 문장부터 마음에 들었다.

대학교수인 아버지는 안식년을 맞아 책을 집필하는데 몰두하려고 시골에 작은 집을 구한다.

도시에서와는 달리 언니와 같은 방을 쓰게 된 메그는  한 달도 되지 않아 이런 말을 듣게 된다.

" 자, 이제 마음껏 어질러도 좋아. 하지만 네 쪽에만 어질러. 이 쪽은 내 공간이니까."

두 여동생과 한 방을 쓰면서 서로 마음에 드는 잠자리를 차지하려고 실갱이를 벌이던 나날이 떠올랐다.

운 좋게 자매가 있다 하더라도 각자 자기 방에 갇히기 쉬운 요즘엔,

서로 싸우고 질투하고 공간을 다투면서도

불 꺼진 방 안에서 잠자리에 누워 조잘대며 쌓아가는 정은 자꾸 옅어져가는 것 같다.

 

올 여름이 끝나갈 무렵 주문해 놓은 책을 꽂아만 놓았다가

겨울이 시작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손에 잡았다.

그 동안 몇 번이나 읽으려고 꺼내어 놓고 얼마나 집 안에 굴렸던지

미니는 한 눈으로 표지를 힐끗 쳐다보고는 책 제목을 욀 정도였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첫 문장을 읽자마자

단숨에(하루 만에- 두 아이와 읽다보면 이것도 단숨에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읽어내렸다.

올 에이지 클래식이라는 문고 이름에 걸맞게

열 세살 메그의 이야기가 그 세 배를 살아온 나에게도 잔잔한 울림을 전해주었다.

심지있는 삶을 지혜롭게 살아나온 것이 틀림없는 윌 할아버지,

남산 만한 배를 안고도

즐겁고 씩씩하게 아기 요람을 만들고 배내옷을 짓고 텃밭을 일구는 마리아아줌마,

미소가 저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여전히 마음은 소녀이고파서 같은 문고의 <바다 바다 바다>와 <병 속의 바다>도 읽고 싶어졌고,

언젠가 우연히 주말의 명화 시간에 보았던 <마르셀의 여름>이라는 소년의 여름도 기억났다.

 

마가렛, 너는 황금빛 숲에 잎이 지는 것을 슬퍼하느냐?

인간은 결국 시들어가고, 네가 슬퍼하는 것은 마가렛 너 자신이구나!

 - 홉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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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11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에이지 시리즈 참 좋지요. 바다바다바다, 병속의 바다는 있는데 이 책은 제가 없어요.
님의 리뷰를 읽으니 이 책도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