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없음 오늘의 젊은 작가 14
장은진 지음 / 민음사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온통 세상에 회색 눈이 내려. 해가 뜨지도 지지도 않은 것 같이 하늘엔 온통 회색구름이 덮혀있고 회색눈이 내리기만 내려서 하루가 끝나지 않게 지루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밖에 조금만 나가도 회색인이 되는데, 이 사람들이 점 점 어디론가 떠난다.
그런데 어느 날 여자네 가족들도 떠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여자는 떠나지 않기로 해서 엄마, 아빠, 여동생만 떠나게 된다.
마지막을 둘러 앉아 사진을 보면서 추억을 한다.

이야기의 한 부분을 적은 것이다.
이 책은 계속 이런 분위기다.
회색빛 책이다. 밝은 희망은 없고, 그렇다고 무한정 어둠속으로 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읽을수록 점 점 더 슬프다.
남은 여자와 남자. 그리고 그들 사이의 반이라는 개.
남자에게 어느 날 개가 찾아왔는데, 나이를 몰라 지금 나이의 반만 더 살아라고 지어준 이름인데, 이 책의 끝에 이 개는 죽음을 맞이한다. 남자와 함께 한 9년을 마무리 하고.

그게 온다고 하는데, 그것을 이 반에게 경험하게 해 주고 싶지 않아서, 고통없이 보내고 싶어서 잠들게 하여 떠나보내는데 결국 끝까지 회색빛의 분위기에서 투명한 눈물 한 방울 떨어지게 만드는 묘미가 있었다.


하얀 겨울을 보내고 싶은데, 자꾸 회색 겨울을 읽고 있으니 나도 덩달아 회색시에 살고 있는듯 하여 가라앉으려 한다.

연말에 가벼운 책 읽어야지 하며 들었던 책인데 실수했네.
감이 틀렸다.

이제 2016년이 이틀 남은 시점에서 이 책을 다 읽은 건 올 해 마무리를 조용히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보내라는 의미이지 않나 싶다.

p.143
"넌 언제 가장 행복하니?"
대답을 듣지 못했던 게 아쉬웠던 모양이다.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지금요."
차마 털어놓을 수 없었던 건 미안해서였다. 행복했던 시간이 이미 지나 버린 엄마 아빠와 행복한 순간이 아직 찾아오지 않은 동생에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윤고은 작가의 글을 처음 읽어본다. 그런데 첫 책으로 잘 못 선택했나 싶은 생각을 참으며 끝까지 읽었다. 소설집인지 몰랐다. 처음 <된장이 된>이 너무 웃겨서 꽤 매력적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기에 그제서야 소설집이구나 했다.
그런데 <된장이 된> 이후에 오는 소설들이 너무 모호하기도 했지만 환타지인가? 싶을만큼 현실과 떨어진 이야기라서 읽기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이 책에서 괜찮았 던 이야기는 <된장이 된>, <오두막>,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이다.
빚을 돈이 아닌 된장으로 받는 우유부단함을 가진 아빠 이야기, 살인 현장을 목격한 연인 이야기, 늙은 차를 신차 출시 전 테스트 차로 잘 못 보고 탄 히치하이커와 차 주인 이야기가 내겐 현실성 있어서 좋았기도 했지만, 인간의 내면을 읽고 한번쯤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주기에 좋았다.

더불어 읽으면서 ‘아~ 어렵다.‘ 라고 말하면서 읽은 몇 안되는 책인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73쪽
˝재밌어. 엄청 재밌어. 지금 내 뜻대로 되는 게 이거 하나밖에 없거든.˝

181쪽
김지영의 삶이 독자들의 삶과 이토록 닮은 이유는 무엇일까? 동시대 여성이기 때문일까? 시대의 문제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의 딸들은, 김지영의 딸 정지원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헛된 희망이 아닐까. 딸 김지영의 삶은 어머니 오미숙의 삶에서 한 치도 나아지지 않았다.


초등학생 아들을 위해 일을 그만 둔 엄마가 초등학생 수학 문제집들을 풀며 스트레스 날리는 모습에서, 그리고 그녀가 한 말
˝재밌어. 엄청 재밌어. 지금 내 뜻대로 되는 게 이거 하나밖에 없거든.˝ 이 책을 덮고도 계속 맴돈다. 지금 내 뜻대로 되는 거...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지 되돌아본다. 그리고 취미생활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사실 나는 1년에 5권 미만의 책을 읽는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나도 뭔가 내뜻대로 되는게 없음에 답답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것이 몇 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분들에게도 말한다.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가지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얼마 전 ‘아이 낳고 복직하려고 하는데, 아이 맡길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결국 사표를 냈는데 주위에서 그만한 직장 어디서 다시 얻겠냐? 그리고 다시 일은 할 수 있겠냐? 이런 말을 듣기도 했지만, 막상 사표가 수리되고 보니 너무 헛헛하고 잘 하는거 맞나싶다‘ 라는 글을 봤는데, 다시금 이 책이 생각 났습니다. 변하는 시대에 맞춰 아직도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사회분위기에 답답함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 때는 변해졌으면 합니다.


밑줄긋고 생각잇기로 이 책을 읽게된 건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이런 소설이 좋다. 가볍게 술술 읽히면서 머릿속에서 내용이 자꾸 떠오르게 되는 이야기 말이다. 아무래도 한동안 더 오랫동안 남을 거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책에 줄 하나 긋기가 싫었고, 구겨지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독서 모임에 나가게 되면서 바뀌었다. 때론 너무 많은 밑줄과 귀접이까지 있어서 책이 부풀어 오르기도 해서 조절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하지만 줄 그으면서 보는 변화엔 괜찮다 싶다.

왠만하면 종이책을 읽으려고 한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또 꺼내볼때 책장에서 꺼내는 그 맛이 좋을거 같고, 아이에게도 나의 책장을 물려주고 싶기도 해서이다.
다시 읽을 때 나의 밑줄들을 보면서 생각의 교차를 경험하겠지, 그리고 아이가 혹여 내가 읽은 책을 읽을 때 교감되겠지 싶어서 밑줄을 그어가며 읽기를 계속 해 본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6-12-05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해서 육아를 시작하면 죄인같아지더라고요. 마땅힌 일인데도 .. 우울해져요. 하루치 내가 써도 될 금액을 계산하게 만들어요. 이정도는 이정도는.해도 ...이만큼은 했잖아.. 따위..자괴감에 파먹히곤 하죠. 자존감이 자존심이 얼마나 휘청휘청대는지... ㅎㅎㅎ

jjinyyeop_n 2016-12-05 14:20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 사실 지금도 그래요. 같이 살림 꾸리는데도 이것 저것 살게 있는 날엔 왠지 계산하게 되요. 어제 돈을 썼나부터 계산하고 말이죠. 이게 계획적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하루치 영수증이 많으면 괜시리 미안함에 오는 눈치 인거 같아서 좀 그래요...

[그장소] 2016-12-05 14:26   좋아요 0 | URL
의미는 좀 달라도 뭐, 비슷하겠죠? 다들 엄마가되면 살림 계산기는 두둘기니까요...
에휴... 엄마여도 하루가 꽁이 아니라는 날이 있음 좋겠는데 , 집구석에서 대체 당신은 뭘하는거야.. 따윌 옛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이 되면 좋겠네요. 당당한 엄마되기..

jjinyyeop_n 2016-12-05 14:28   좋아요 1 | URL
네~~ 꼭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밖이 포근하던데 기분좋은 오후 되시길 바랍니다.

[그장소] 2016-12-06 16:47   좋아요 0 | URL
네네~ 이웃님도요!^^
 
[eBook]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실존적 공허
실존적 공허는 대개 권태를 느끼는 상태에서 나타난다. 인간은 고민과 권태의 양 극단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도록 운영지어진 존재라는 쇼펜하우서의 말이 이해가 갈 것이다. 실제로 요즘은 고민보다는 권태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더 많이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정신과 의사를 찾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이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자동화 과정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여가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지를 담당하는 뇌기능은 인공지능 로봇이 역할을 할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더 많은 경험으로 다른 뇌기능으로 채워지는 삶을 살고,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여가시간은 정말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중독자가 되지 않기 위해



책의 사례들이 이야기식이 아니고 이론들에 사례를 대입시키는 강연식의 전개방식이다.
(가령 군함도처럼 이야기가 사건전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우슈비츠에 들아가면서 나타나는 경향들을 이론에 빗대어 설명하며 예를 든 경험담들이 진술되어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지만, 큰 그림은 아우슈비츠의 처음부터 아우슈비츠에서 벗어나는 끝까지의 큰 맥락은 있다.
그리고 2부로 로고테라피의 이론들을 기술했다. 2부에서 이론들이 나와서 머리속에 쏙쏙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겉도는 느낌이었지만, 이론의 용어들을 빼고 정신과 전문의로써 치료 사례들을 읽을 때면 나와 지금의 젊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어려운듯 쉬운책이다.
이 책은 글로 읽는 것보다 강연으로 직접 들으면 훨씬 재밌을듯 싶다.
이 책을 읽고 배울만 한 점은, 인생을 잘 살았는지 못 살았는지는 죽음이 임박했을때야 알지 않겠냐며 잘 살았다고 생각이 들도록 생활하자는 내용에서다.

그 순간을 생각하며 하루 하루 나의 의지로 열심히 살아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피 한 잔 할까요? 6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전 있는 마지막 에피소드였다.
에피소드들이 사실은 조금씩은 교훈적일 수 밖에 없는 따뜻한 이야기들.
그러나 마지막 에피소드가 커피 한 잔의 슬픔이다.
화병처럼 자다가 깨서도 커피를 찾는다. 잠을 잘 못 자는 사람이 커피는..
이라고 시작되는 첫 장면인데, 곧 이민을 준비하는 듯 보였다.
코스타리카커피를 마시기 위해 2대커피(이야기의 주인공)집을 찾는데, 딸이 사무치게 보고 싶어서이다. 딸이 죽었구나, 싶었는데 그 죽음이 세월호라니..
하~~ 하는 숨으로 책을 덮었다.

후기에 작가님이 세월호 이후 반년 정도 펜을 잡지 못하셨다고 하셨고, 그 슬픔을 에피소드로 담았다고 하셨다.
그 계기가 된 것은 노란 리본이 걸려있는 커피집을 보고.

우리 나라 많은 작가들이 세월호 이후 글을 쓰지 못한다는 글을 <눈먼자들의 국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이 에피소드와 후기로 작가뿐만 아니라 그 에피소드가 슬픔으로 다가오는 모든 분들에게 큰 상실이었겠다고 다시 느낀다.

ᆞ지금 동네커피집에 왔는데, 노란 리본을 달고 앞치마를 두른 커피집사장님을 보는 순간 다시 떠오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