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친구
앙꼬 지음 / 창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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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의 시기를 그린 이야기이다.
진주가 나쁜친구를 따라 나쁜친구가 되는 이야기에서 성인이 된 이야기.

어쩌다가 나쁜친구들과 친구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 제목처럼 나쁟친구들을 혹은 진주를 <나쁜친구>라고 부르지를 못하겠다.
왜인지 미안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내가 뭐 그리 잘난 사람도 아니고 성인군자도 아닌데 어린 아이들을 나쁜친구로 편가를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ᆞ139쪽
너 지금 왕진주 따라하는 거야?
야! 걔는 그 난리를 쳐도 혼내줄 엄마아빠가 있어! 넌 뭐야?
부모가 이혼을 했으면 네가 알아서 잘해야 할 거 아냐?!
:선생님이 한 학생을 훈계하며 하는 말.

ᆞ150쪽
봐! 네눈으로 똑똑히 봐!
얘네들이 네 미래의 모습이다!
:진주 아빠가 진주를 창녀촌(이책의 표현입니다;;;)에서 끌고 다니며 하는 말.

이 때 진주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중학교때 가장 친하고 같이 놀다 어느 날 사라진 정애를 보게 될까봐.

ᆞ157-158쪽
난 내 과거를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것들을 얘기하는 게 즐거웠다.
난 더이상 그곳에 속해 있지 않으니

ᆞ160ㅡ165쪽
그래서 그날 내가 너를 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는 네가 끔찍했다.


책을 덮고난 후 나는 아기를 업고 버스에 탄 정애의 모습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지금은 그곳에 살고 있지 않은 진주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가는 정애에 나는 더 저릿한가보다.

143쪽에 ‘난 그 댓가들을 겪으며 조금씩 세상을 배웠다. 세상은 어떤 곳인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잘못된 것부터 알아갔지만 남들보다 일찐 알게 된 것 뿐이라고
그래서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라는 부분이 있는데, 정애는 그 댓가들을 겪으며 세상을 배운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아직도 치열하게 겪고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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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3-1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오늘 쯤 도착하지 싶어요 .전 , 늦게 시작하지만 부지런히 따라가 볼게요!^^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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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자본주의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며, 통일의 모습들을 이야기 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 대해 눈길을 돌리게 된다.

ᆞ202-203쪽
˝세상에 좋은 게 다 한정돼 있잖아. 어차피 그 좋은 걸 모든 사람이 다 누리진 못해. 그런데 한번 가져보라고, 시도는 해보라고 기회를 주는 게 자본주의야. 세상이 사람들한테 다 덤벼봐, 그러는 거야. 얼마나 좋아. 이기면 되잖아. 그 기회를 두 번, 세 번도 줘. 진다고 바로 뒈지는 것도 아니잖아. 세상에 이런 체제가 어디 있나? 사회가 끝없이 싸울 기회를 주겠다는데 난 싸우기 싫소, 그러니까 우리 다 같이 싸우지 맙시다, 이게 말이 돼? 끝없이 싸울 기회라는 건 끝없이 이길 기회라는 말인데 말이야, 왜 안 싸워?˝

ᆞ227쪽
˝지금 북한의 위협은 미사일이나 원자폭탄이 아니잖아요? 북한산 마약이 물밀듯이 내려와서 남한을 휩쓸고 부산을 통해서 세계로 수출되고 있어요. 이건 충분히 경각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고 보는데요.˝


ᆞ305쪽
˝그게 남조선 사람들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에요. 늘 자기들의 진짜 의도를 숨기고 상대편에게도 기회가 있는 척 말하지요. 그러면서 시험이나 면접 같은 걸 치게 해요. 그걸 평가하는 위원들은 전부 다 자기편 사람들로 채워놓고요. 그리고 돈을 공짜로 줄 때에는 결국 그 돈이 자기들에게 돌아오게 만듭니다. 알아두세요.˝ ᆞ


ᆞ333쪽
˝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꼭 통일을 해야 한다고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말레이시아는 화교가 많은 싱가포르를 억지로 분리시켰죠. 1965년에 싱가포르 주를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쫓아냈어요. 싱가포르는 원치 않은 독립이었고, 분리 당시에도 심지의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보다 더 잘사는 나라였지만, 그렇게 갈라선 결과는 말레이사에도 싱가포르에도 좋았어요. 한 나라로 있었다면 인구의 대부분인 말레이계가 싱가포르 화교 자본에 종속된 채로 중산층이 되지 못한 채 살았어야 했을 거예요. 말레이계와 화교 사이 갈등도 지금보다 훨씬 심했을 거고요. 두 나라로 떨어뜨려놓고 나니 싱가포르는 싱가포르대로 똘똘 뭉쳐서 선진국이 되었고, 말레이사도 싱가포르 없이 자기 힘으로 선진국 문턱까지 왔어요.˝


인물들이 하는 말 속에 자꾸 나를 빗대어본다. 나는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돌이켜본다. 시대는 흘렀고, 두 나라 사이의 간극은 더 벌어졌다. 그래서 굳이 통일을 해야하나?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래도 통일은 해야 한다는 주의의 나다. 경제 문제? 한민족? 이런 것보다, 전쟁을 끝없이 생각하고 긴장하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는 편에 더 가깝다. 내전이 있는 나라들의 모습들을 보면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안됐었으니깐. 그런 불안한 모습을 물려주긴 싫으니깐. 통일의 모습은 다양하다. 이 책처럼 북한의 체제붕괴로 통일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나가 되면 통일은 반대하는 사람들의 말처럼 우리가 북한을 무조건적인 경제부양을 책임져야 할지모른다. 우리나라도 힘든데, 북한까지.
그래서 나는 통일의 모습이 예전과 다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 형제, 쌍둥이도 몇 십년을 떨어져 살면 생활방식이 다른데, 나라는 더 하겠지. 그걸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사는 게 맞지 않나 생각했었다. 이 책의 말처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처럼 우리도 한민족이지만 분리된 국가로 사는 것도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은 재미있다. 하지만 글로 액션장면을 묘사하는데는 조금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때면 영화의 장면들 중 이런 그림이겠구나 싶은것들이 차곡차곡 떠오른다. 그래서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묘사들이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영화 속 장면이 떠오를 정도면 잘 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남자 주인공들은 누가 어울릴까? 라며 계속 머릿속에 그린다. 뭐 잘 되진 않지만. 현빈도 괜찮겠지만 얼마 전 <공조>를 찍어서 안될거 같고. 그리고 작가가 ‘장리철‘이라는 인물(북한 특수부대 출신으로 엑션 담당 남자주인공)은 싸움은 잘 하지만 현명함이나 여자들이 좋아할 매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윽쑤로 잘 생긴 인물은 아니라는건데. 갑자기 떠오르는 인물로 류준열? 그런데 얼마 전에 <더킹>을 찍었네..거기서 역할 잘 맡았다고 생각했는데... 비슷한듯 하지만 비슷하지 않으니 괜찮겠지?...ㅋㅋ 혼자 감독 하고 있는듯.


이 책을 덮었는데도 계속 ‘장리철‘이라는 인물이 떠나질 않는다. 북한의 체제붕괴로 어디에 소속되지 않은 채 살아가는 모습이 스산해서 그런건지, 그의 미래가 더 궁금해서 그런건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작가의 매력은 참고문헌들의 설명들이 좋다. 어찌보면 소설같은 창작이 머릿속에서 쨘 하고 마법처럼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공부해서 나오는 창작물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 창의력 부족한 사람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주는 듯 하여서.
하지만 동시에 영화도 추리소설, 스릴러소설도 읽지 않는 ‘정유정‘작가님과 비교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영화는 답을 알려주기에 글에서 답안지 장면을 묘사할까 보는 것을 하지 않는다 하셨고. 자신만의 스타일의 글을 쓰기 위해 지금은 비슷한 장르의 글은 읽지 않는다 하셨다.

상반되지만 두분 글 모두 재미있어서 읽는 독자로써는 다 좋다.

ᆞ202-203쪽
"세상에 좋은 게 다 한정돼 있잖아. 어차피 그 좋은 걸 모든 사람이 다 누리진 못해. 그런데 한번 가져보라고, 시도는 해보라고 기회를 주는 게 자본주의야. 세상이 사람들한테 다 덤벼봐, 그러는 거야. 얼마나 좋아. 이기면 되잖아. 그 기회를 두 번, 세 번도 줘. 진다고 바로 뒈지는 것도 아니잖아. 세상에 이런 체제가 어디 있나? 사회가 끝없이 싸울 기회를 주겠다는데 난 싸우기 싫소, 그러니까 우리 다 같이 싸우지 맙시다, 이게 말이 돼? 끝없이 싸울 기회라는 건 끝없이 이길 기회라는 말인데 말이야, 왜 안 싸워?"

ᆞ227쪽
"지금 북한의 위협은 미사일이나 원자폭탄이 아니잖아요? 북한산 마약이 물밀듯이 내려와서 남한을 휩쓸고 부산을 통해서 세계로 수출되고 있어요. 이건 충분히 경각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고 보는데요."

ᆞ305쪽
"그게 남조선 사람들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에요. 늘 자기들의 진짜 의도를 숨기고 상대편에게도 기회가 있는 척 말하지요. 그러면서 시험이나 면접 같은 걸 치게 해요. 그걸 평가하는 위원들은 전부 다 자기편 사람들로 채워놓고요. 그리고 돈을 공짜로 줄 때에는 결국 그 돈이 자기들에게 돌아오게 만듭니다. 알아두세요."


ᆞ333쪽
"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꼭 통일을 해야 한다고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말레이시아는 화교가 많은 싱가포르를 억지로 분리시켰죠. 1965년에 싱가포르 주를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쫓아냈어요. 싱가포르는 원치 않은 독립이었고, 분리 당시에도 심지의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보다 더 잘사는 나라였지만, 그렇게 갈라선 결과는 말레이사에도 싱가포르에도 좋았어요. 한 나라로 있었다면 인구의 대부분인 말레이계가 싱가포르 화교 자본에 종속된 채로 중산층이 되지 못한 채 살았어야 했을 거예요. 말레이계와 화교 사이 갈등도 지금보다 훨씬 심했을 거고요. 두 나라로 떨어뜨려놓고 나니 싱가포르는 싱가포르대로 똘똘 뭉쳐서 선진국이 되었고, 말레이사도 싱가포르 없이 자기 힘으로 선진국 문턱까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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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혼자 감독 하는 !! 전 늘 그러는걸요!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
재미있네요 . 저도 각국의 이익보단 평화적인 흐름때문에 통일을 선호해왔는데 ..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대한 견해( 소설 내용) 는 음 .. 경제가 그 나라의 전체는 아니란 걸 말하나..도 싶어요 .
그 나라들이 경제력 없다는게 아니라.. 부탄이나 라오스 ㅡ 같이 행복지수가 .. 더 높은 곳을 예로 ..말이죠 .
역시 맘에 드는 작가..^^

jjinyyeop_n 2017-02-23 11:51   좋아요 1 | URL
네~~ 저도요. 부탄이나 라오스같이 말이죠.
 
해방자들 창비청소년문학 76
김남중 지음 / 창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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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으면 더불어 생각나는 책이 있다. 얼마 전 읽은 <gmo사피엔스의 시대>와 <헝거게임>이다.

책의 배경은 미래의 어느 날이다. 헝거게임을 읽은 적은 없지만 내용을 들은 적이 있는데, 각 구역마다 그 구역에서 사는 사람들의 역할이 다르다고 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손재주가 좋아서 직업인으로 길러지는 구역, 치안을 위해 민병위 역할을 하는 구역, 시민역할을 하는 구역. 시민이 되려고 다른 구역 사람들은 부단히 애를 쓴다. 시민들은 중성화 주사를 맞으며 성욕을 제거하고 때가 되면 출산권을 얻을 수 있는 시험을 치르고, 유전자 검사를 받으며 합격해야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유전자조작은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얻지는 않는다. 인간존중이라는 차원에서 그럴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인간 자체가 관리 대상이 되는시대이다. 이것은 <gmo사피엔스의 시대>의 단면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청소년문학이다. 무거울 수 있는 소재도 적당한 선을 지키며 빠른 전개로 이어진다. 마지막 쯤은 절정이다. 밀항시켜주고 연이율30퍼센트를 받은 브로커를 죽이는 장면에서 아~~ 이래서 청소년문학이구나 싶다.
내 아이가 한 중학생쯤 되어 읽는다면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겠다 싶다.

몰입력이 좋은만큼, 살짝 아쉽기도 한 작품이다.

53쪽
렌만의 합법적인 거주자라면 누구나 출산 자격 검증을 신청할 수 있지만 승인률은 낮았다. 심사를 위해서는 부모 후부자의 유전자 검사와 의료 기록, 전과 조회, 학력 증명, 수입 및 자산 내역 등이 필요했다. 출산 경험이 있는 가정은 가산 점수가 있어서 유리하지만, 신규로 출산 자격을 획득하는 경우는 저체 승인 건수 대비 연간 30퍼센트도 안 되었다.
자격 검증에 통과하면 증명서가 발급되고 의사 처방에 따라 생식촉진제를 맞는다. 삼사 개월 뒤에는 생리와 사정이 정상화되어 수정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인공 수정은 불법이었다. 출산에 대해서라면 렌막은 중동의 율법주의 종교 국가만큼 보수적이었다.

87쪽
"피곤해서 일찍 잘게요. 쉬고 싶으니까 방해하지 마세요."
며칠 전부터 소우의 태도에 기분이 언짢았던 아버지가 한마디 하려고 하자 어머니가 손을 내저었다. 소우가 사라지자 아버지가 투덜거렸다.
"도대체 뭐가 문제요? 이야기를 안 하니 알 수가 있나."
"양육 안내서에 보니까 이럴 때는 그냥 지켜보면 된대요. 우리가 자기 편이라는 걸 알면 적당한 때에 스스로 입을 연대요."


114쪽
‘조립 인간‘은 렌막 정부가 한때 비밀리에 시험한 인력 조달 방법이었다. 렌만 정부는 은퇴한 기능 복무원들의 관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동 인력을 국내에서 조달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 결과 기능별로 최적화된 유전자를 조합해 비밀리에 시험관 아기들을 키워 냈다. 인간의 몸을 이용하지 않고 인큐베이터만을 사용해 키워 낸 ‘조립 인간‘의 기대 수명은 오십 세였다. 적정 노동력에 맞춘 수명이었다.

123쪽
"사실 고맙기도 했어. 이성 생각이 나면 더 힘들었을 테니까. 성욕이라는 건 엄청난 족쇄거든. 수염처럼 깍아도 날마다 자라나지. 아침에 면도를 해도 잠시뿐이고 면도를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개운하지 않지. 그렇지만 말이야, 우리가 놓친 게 있어. 성욕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사랑마저 포기하면 안 되는 거였어.

ᆞ우리는 불필요한 성욕을 제거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꼭 필요한 사랑까지 국가에 내줘 버린 거야. 그걸 늙어서야 깨달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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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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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가망이 없다면, 마스크를 벗고 케이디를 안고 싶어 해요.˝
나는 폴의 침대 곁으로 돌아갔다. 바이팝 마스크의 콧대 위로 그의 검은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폴은 부드럽지만 확고한 목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 ˝난 준비됐어.˝
바이팝을 떼고 모르핀을 맞으며 생을 마무리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곧 우리 가족은 병상 주변으로 모였다. 폴이 결정을 내린 직후의 이 소중한 순간에 우리 모두는 그에게 사랑과 존경을 표했다. 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폴, 당신이 숨을 거둔 뒤에 가족 분들은 힘들겠지만, 당신이 보여준 용기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빨리 이겨내실 겁니다.˝


우리 가족은 사랑스러운 일화들을 나누고 우리끼리만 아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우리는 모두 돌아가며 눈물을 흘리면서 폴과 서로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살폈다. 그렇게 우리는 이 소중한 시간의 고통과 위안을 함께 나누면서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루시 칼라니티 : 작가의 부인이 쓴 글로 이 책의 에필로그 중)

이번 주 독서모임 책으로 이 책이 선정되었다. 음...사실 그렇게 끌리는 책이 아니었다. 우선 1월달 선정책도 무거웠기에 곧이어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버거웠던거지.
그러나 그것뿐만이 아니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과 같이 일화를 글로 적으면서 자기계발서의 성격을 띄는 전형적인 미국스러운 책일까봐 거부감을 느꼈던거지.

이 책은 의사로 한참 생활하고 의사로써 교수로써 의학과학자가 되고싶고, 곧 될 수 있는 과도기에서 말기암진단을 받은 삼십대 젊은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암이라는 통보에서오는 분노 우울 그리고 겸허해지는 순으로 내용이 이어질까봐 조마조마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그는 일찌감치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암이라는 말에 자신이 환자에게 했던 말을 되짚어보며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으로써 무례함도 느껴보고 더욱 겸허해지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도록 노력한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다.

하나하나의 경험들을 열거해놓은 구성이 아니라서 좋았으며, 글들이 감정에 이끌려가는 것이 아니고 마치 중립적인 것처럼 차분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그리고 글이 끝나고 부인의 글에서는 안락사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들어주었다.

글 초반에 이런 말이 있다. 뇌의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면 종양은 깨끗이 제거되나 시력을 잃을 것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부인의 에필로그에서도 삽관을 하게되면 호흡은 할 수 있지만 깨어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기계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면 장기들에 손상이 온다. 그래서 삽관대신 힘들지만 마스크를 선택했다, 라는 내용이 있다.

결국 이 책에서는 ‘환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와 더불어 죽음에 대해 꾸준히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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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위하여
정혜신.진은영 지음 / 창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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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쪽
‘사람 마음‘을 이야기하면 다 통하는 거죠. 그러니까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풍토가 정말 중요하고, 인간의 개별성에 주목하는 데에 모든 치유의 근원적인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127쪽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경험한 바가 없는 거예요. 비판하고 논쟁하고 계몽하는 데만 익숙하기 때문에, 개인의 마음에 집중한다고 하면 그만 머리가 하얘지는 거죠.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막막한 거예요.

249쪽
간절히 바라고 눈물을 흘려주는 것과 같은 아주 사소한 행동도 타인에게는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치유는 아주 소박한 것입니다. 사람 마음을 어떤 순간에 살짝 만지는 것, 별것 아닌데 사람이 휘청하는 것, 그냥 울컥하는 것, 기우뚱하는 어떤 순간. 그것이 바로 치유의 순간입니다.


이 책은 정혜신의 사람공부 책과 매우 유사한 내용이다. 사람공부도 이번 달에 읽고 여운이 남은지라, 이 책을 꼭 읽어야 할거 같다며 #책읽는당1월 책을 뒤늦게 주문한것이 살짝 후회됐다.

읽는 속도는 <정혜신의 사람공부>보다 느렸다. 아무래도 중첩되는 내용을 다시 읽는지라 그랬지싶다.
책은 문답형식이다. 시인이면서 교수님이신 진은영님의 질문에 정혜신님의 대답인데, 문제가 오히려 어렵게 씌여져 있고 대답은 훨씬 알아듣기 쉽고 이해하기 쉬우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소박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때때로 질문이 글의 흐름을 끊어놓지 않나 싶기도 하고, 질문 자체의 문장만 놓고보면 비슷한 질문들이 많다 싶었다.
하지만 질문에 답을 듣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많아지게 되니 그런 것은 이해할만 했다.

위에 쓴 내 느낌은 같은 출판사인 두 책의 비교적인 것일뿐이지, 이 책이 결코 별로거나 하지 않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에게 마구마구 추천해 주고 싶다.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는 나와 주위 사람들은 <세월호사건>에 대해서 덜 민감하고 여론으로만 접하는 경우도 많다.
그 분들께 안산에서 생활하시는 치유활동가이신 분이 쓴 글이면 공신력있지 않을까? 유가족들이 하시는 이야기가 무조건 감정적으로만 들린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도 적극 추천한다.

지난 번 촛불집회에서 단원고 희생학생 어머님의 말씀을 듣는데, 듣기도 전에 단원고 어머님이라는 말씀에 눈물부터 나오려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읽을 수 있는 매우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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