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권정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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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작가님의 글들 모음.

#123쪽
드넓은 밤하늘을 보면 우리 인생이 얼마나 작고 초라한지 알 것이다. 하늘을 쳐다보는 데 아직 돈 내라 소리 없지 않은가. 가난한 사람에게도 우주는 그만큼 너그럽다. 작은 것으로, 느리게 꼴찌로 뒤쳐져 살아도 자유로운 삶이 있다. 자유로운 꼴찌는 그만큼 떳떳하다.
[작은 이야기] 2001


이 책은 읽을수록 맛깔스럽다. 작은 시골 마을 사람들이 권정생 작가님 책 이곳저곳에 등장한다. 거창하지 않다. 글도 거창하지 않고, 배경도 거창하지 않다. 그래도 조목 조목 힘있는 내용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글을 읽으면 멋지다로 시작해 나도 그런 분처럼 소박하지만 힘있는 글을 쓰고싶다로 끝난다.


권정생 생가를 가보면 뒤에 있는 빌뱅이언덕도 언덕이지만 집 담벼락 중간에 까치집이 있다. 나는 이 까치집이 더 자주 떠오른다.

#199ㅡ200쪽
과학은 인간을 더 차갑게 만들지만 문학은 인간을 따뜻하게 만든다.
어린이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굳이 책을 읽으라고 권할 마음이 없어진다. 그 이상 즐거운 행복이 어디 또 있다고 그런 행복의 순간을 뺏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어린이는 영원히 어린이가 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세상을 바로 알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책을 읽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책을 읽는 것우 잃어버리기 쉬운 동심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정의롭고 씩씩하면서도 따뜻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인간이면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무지한 임금님은 자신의 배가 부르면 백성들의 배도 부른 것으로 안다. 독서는 남을 이해하는 데 최적의 방법이다.

ㆍ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잘 설명해 놓았다. 내가 생각하는 책 읽어야 하는 이유와도 매우 흡사하다. 나의 아이에게 이 구절을 꼭 읽어줘야지.

ㆍ가난에 대한 많은 언급은 살짝 지나치다 싶은데, 이 부분은 책을 엮는 과정에서 비슷한 주제끼리 엮으려 해서 더 두드러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요즘 미니멀라이프가 뜬단다. 권정생선생님처럼 생각하고 살려고 노력하면 미니멀라이프나 비움의 미학을 자연스레 실천하겠지. 넘쳐나는 시대에 선생님처럼 생각하긴 쉽진 않지만, 조금은 신경쓸 필요는 있을 것이다.
사라져가는 들꽃들이 그립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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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이 올 거예요 -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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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

올 해 초 정혜신박사님 책 두 권을 읽고 4월 창비 책읽는당 선정도서가 이 책이 되어, 조금 망설였다. 읽으면서 내내 울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이 책을 읽고는 읽기를 잘 했다 생각되었다. 무작정의 그리움과 죄책감으로만 쓰여있지 않아서 좋았다.

이 책은 주위분들께 모두 추천 드리고 싶다. 재생지로 엮은 책은 여느 재생지보다 책장 넘길때 매우 부드럽고 많이 거칠지 않아서 책장 넘기는 기분도 좋다.
이 책의 분위기랑도 잘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ᆞ99쪽
여러 말들 중에서 언니나 오빠들이 천사가 됐다는 말이나 별이 됐다는 표현을 좋아해요. 단순히 죽었다, 이런 식으로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상처를 받는 느낌이랄까?
ᆞ156쪽
세월호세대에 배려가 필요한 것 같아요. 세월호세대랑 저희는 계속 같이 살아가야 하잖아요. 제가 ‘유가족입니다‘해도 유가족이 되기 싫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평생 유가족이잖아요. 배려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어른들이 하는 거랑 세월호세대는 다르면 좋겠어요. ‘유가족이네‘하는 눈초리는 안 받고 싶어요. ‘아직도 우냐‘ ‘어떻게 웃냐‘ 이런 감정의 억압도 당하고 싶지 않고. 끝까지 같이 싸워주지는 못하더라도. 저한테까지 가만히 있으라고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육성으로 기록을 남긴 이들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을 했다. 유가족ᆞ생존학생이라고 불쌍하다는 시선도 싫고, 비난하는 것도 싫고. 그저 다른 사람 대할때와 같은 모습으로 대해달라고.

기록의 마지막이 대부분 이렇게 끝을 맺고 있어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땠나? 돌이켜보게 된다. 가깝게는 얼마 전 친구의 부친상 마지막 날 친구의 문자에 나는 뭐라 답했는가? 위로가 되지 못할 뻔한 말은 아니었는지, 과한 위로는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위로를 하는 방법을 나는 알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위로를 잘 하지못하는 사람 쪽에 가까운 것 같아서 ‘위로라는거 참~~ 어렵다, 타인의 감정을 들어다보고 어루만지는거 어렵다‘는 생각만 계속 든다..

416참사를 잊지만 말아달라고 얘기하는데, 왜 난 이 책을 읽고 또 나를 비춰보는지.

이 책 참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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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김철수 - 사람을 찾습니다
정철 지음, 이소정 그림 / 허밍버드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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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쪽
40대는 40대 얼굴을.
50대는 50대 표정을.
60대는 60대 향기를.

시간을 되돌리려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편안해 보인다. 멋은 편안함에서 나온다. 어렵지 않다. 인정할 것을 인정하면 된다.



한글자보다 이 책이 더 좋다.

한글자를 읽으며 억지로 공감하려고 하는 것 같아 덮고 에세이 좋아하시는 분께 선물했다.

그러나 이 책은 나도 점점 꼰대로 가고 있지 않나 하고 펼쳤다.
아주~~ 교훈적이라는 생각에 ‘한글자‘와 비슷했지만, 30대 사람으로 소소한 끌림이 있어서 덮고도 몇 몇 구절은 기억에 남는다.

에세이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강력추천까지는 아니지만 권해드리고 싶다,

단, 책 2/3부분쯤 나오는 꼰대어 사전은 살짝 지루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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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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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매장에서 책을 주문했다. 그런데 청소년문고판이 왔다. 고민했다. 가격을 보니 이게 더 쌌다. 그리고 표지가 보면 볼 수록 같은 계열의 한국소설 분야의 아몬드보다 이 아몬드가 더 아몬드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감정을 못 느끼는 차분함이 이 표지가 더 잘 살린거 같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된다.

우리는 머리 속에 모두가 가지고 있는 아몬드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 아이의 아몬드는 다른 사람들보다 작게 가지고 태어났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인지능력이 떨어지지 않아 지능이 낮진 않지만 공감을 하고 감정을 풍부하게도 아니고 작은 감정도 아닌 감정을 못 느낀 체 태어났다.
아이는 다행히 마음이 건강한 할멈과 엄마 사이에서 생활한다.

주인공은 엄마에게 감정을 글로 배우지만 따뜻한 글로 배운다. 여기까지는 교육의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튀지 않게 살기 위한 교육. 할멈이 세상을 떠나고 엄마는 병원에 있는 동안 친구 둘을 얻는다. 동성인 남자아이에게는 센척하는 청소년의 감정을 보면서도 착하고 친구로 통하는 감정을, 이성 여자친구에게는 따뜻함이라는 감정을.

드라마 <뷰티풀마인드>에서 주인공 장혁도 이 책의 주인공처럼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에게도 2명의 사람이 있다. 자신을 혹독하게 가르치려 하는 아버지. 감정을 글로만 배우게 하는 아버지. 그리고 의사가 되고 한국에 돌아와 자꾸 부딪히며 정든 여경.

이 책처럼 주인공에 영향을 준 인물은 두 명이다. 뷰티풀마인드에서 장혁은 사랑의 감정이 모르지만 안보이면 자꾸 거슬리고, 보면 심박수도 빨라지고 약간의 혈압 상승을 보이는 것이 사랑이라면 자신도 한 번 사랑을 해 보고 싶다고 말한다.

이 두 이야기에서 결국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는 자신의 몫이듯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백지의 주인공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결정했다는 생각이든다.


심박사가 주인공에게 말했다. ‘이왕이면 즐겁고 예쁜 걸로 연습하려무나. 넌 백지나 다름없어. 그러니까 나쁜 것 말고 좋은 걸 많이 채워 넣는 편이 좋아‘ 라고.(144쪽)

즐겁고 예쁜 걸 채워놓도록 도움은 못 주더라도 적어도 낙인은 찍지 말자하고 몇 번씩 나를 채근하게 된다.

스스로 내가 아이들을 성향과 기질에 따라 분류하면서 바라보는 건 아닌지 요즘 자문하고 있었다. 그런 찰나에 이 책을 읽어 적어도 낙인찍는 어른은 되지말자고 다시 한 번 채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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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larosa 2017-04-10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낙인 찍지말자라고 저도 다짐해봅니다. 요즘 자꾸 회자되어서 내용이 궁금했는데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jjinyyeop_n 2017-04-10 16:32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내용을 적으며 감상문을 쓰자니 한없이 길어질거 같고. 내가 아는 내용만 적자니 너무 두루뭉실해 질거 같아 언제나 고민입니다. 특히나 아몬드처럼 술술 잘 읽혀간 책은 더한거 같아요. 저는 요사이 기사를 보면서도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를 쉽게 쓰고 있는 저를 발견하거든요.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Book] 재와 빨강
편혜영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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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이만큼 답답한 소설이 있었는지 새삼 생각해본다. 이 답답함이 전개가 마음에 들지않은 것인지 글 분위기에 흠뻑 빠져서 인지도 헷갈린다.

우선 이 작가에 대해 잘 몰랐다. 읽을 기회가 없어서라는 핑계로 전작들을 읽지 못했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기사 뒤로 이 작가 이름도 보여서 굳이 내가 읽을 작가는 아닌가보다 했다. 그러다가 창비에서 이 책을 3월 활동책으로 선정했고 읽어야 하는데 하며 망설이다가 일게 되었다.

작품해설을 보면 전작들의 흔적이 이 책에 녹아있다고 했다. 그러면 더 더 이 작가의 책을 나는 못 읽을거 같다.

의학드라마며 범죄드라마를 좋아하지만.. 이 책은 하필 소재가 쥐? 전염병?이다. 읽을수록 자꾸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못 쉬겠고, 눈을 감으면 주인공 ‘그‘가 자꾸 꿈에 나타난다. 그러면 더 답답해진다.

이 책이 이만큼 죄어올줄 몰랐다. 근래에 읽은 것 중에 제일 숨쉬기 곤란한 책이다. ‘종의 기원‘같이 무서워서 혼쭐이 나는거와 차원이 다르다.
마치 내 가슴을 쥐가 후벼파는 것 같고, 전염병이 잠복해 있는 것 같아서 답답했고, 전처를 죽인 사람이 ‘그‘가 확실한지 글로 읽고 싶어 답답했다.
이 작가는 사건의 해답을 알려주지 않는 방법으로 글을 계속 쓰시는건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살인 사건의 해결과정은 언급하지 않고 ‘그‘의 지워진 기억을 단지 살인할 때 익숙한 감각만 얘기해주고 있으니 더 답답하다.

얼음을 어그적 씹어먹고 싶게 만든다.

책 표지의 남자가 이제 보니 쥐와 닮았다. 쥐인지 사람인지 모호하게 그린 표지로부터 결국 번식력 뛰어나 죽여도 죽여도 소탕되지 않아 쥐약의 내성만 증가하는 쥐와 사람이 결국 닮았다고 말 해 주고 싶은가보다.

그리고 전처와 이혼하고 파견나간 C국의 여자를 죽인(이야기 후반부) ‘그‘는 항상 저지르고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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