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끝나고 나서야 이 드라마를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오늘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는데 참 여운이 오래 남는다.

원래 노희경 드라마에는 사람 냄새가 많이 났던 거라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고 여기지만, 그래도 남다른 것들이 있었다. 뭐랄까. 조금 더 담담해진 기분? 캐릭터의 처한 현실은 더 기막히고 가혹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캐릭터 자신들이 변했달까.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상처를 안고 산다.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들의 상처는 보통 이상의 고통을 수반하고 있었고, 대부분 현재의 삶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영숙(배종옥)은 병든 어머니를 죽도록 방치한 과거가 있었고, 학벌을 속였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버림 받고 아이들에게 무시를 당했다. 남편은 외도를 하였고, 그 사실을 알아차린 영숙이 먼저 이혼을 통고한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그녀는 세상과 이웃에게 소통을 시도하고, 그녀의 진정성은 받아들여져 그녀는 마음 속 짐으로부터 어느 정도 구원을 받는다.  비록 여전히 외국에 나가 있는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지만 적어도 전화 속 아들 딸의 목소리는 전처럼 엄마를 비웃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캐릭터다. 거침 없는 말솜씨며 쿨한 느낌, 때로 푼수끼도 보이지만 그래도 가장 속깊은 모습을 보여주던 어머니이면서 딸이고 이웃이고 언니인 배종옥. 노희경 작가가 왜 그녀를 아끼는지 알 것 같다. 어떤 역할을 주어도 그 역을 충실히 입어낼 수 있는 그녀만의 스타일은 충분히 매력적이니까.



가장 안쓰러웠던 캐릭터는 지안(이한)이다. 차갑고 독하고 이지적으로 보였던 그지만, 너무 곪은 그의 상처는 그에게 손 내미는 사람의 호의마저도 배신하게 만든다. 그가 지적한 대로 그의 집의 문제는 단순히 수술비만 가지고는 해결되지 않는다.  장애를 가진 가족들, 지독한 가난, 헤어날 수 없는 그의 굴레는 사회적인 문제이며 현대인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끝까지 이기적일 수밖에 없었고, 여전히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투정만 부리고 말았다.  리비아에서 새롭게 시작될 그의 삶은 이보다는 훨씬 밝아질 거라고 기대하게 만들면서 그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호철(이재룡)은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어머니가 농약을 먹여 죽이고 본인도 자살한 과거를 갖고 있다. 보육원에서 자라고 현재는 조폭이 되어 있는 그는, 누구에게도 부탁 따위는 하지 않고 붙잡지도 애걸하지도 않는다. 어려서 그토록 애원할 때 들어주지 않던 모진 아버지 생각에, 이후 누구에게도 부탁 따윈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래서 사랑이 떠나갈 때도 그는 붙잡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쓴다. 결국, 사랑 앞에 무릎 꿇었지만, 그의 건달 캐릭터는 연민과 안타까움을 동반하면서도 시종 유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배우 이재룡에게 다시 집중하게 만드는 힘도 가졌었다. 마지막에 미리(김민희)와 행복하게 되어서 무지 기뻤다.

민호(천정명)는 속이 깊은 사람이다. 어머니의 불륜으로 태어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사이가 좋았던 형으로부터 노상 얻어맞고 자랐고, 아버지는 늘 무시하고 폭언을 일삼았고, 친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어머니는 너무 이기적으로 보였다. 친구(지안)의 여자친구(수희-윤소이)를 사랑하게 되어 가슴앓이도 오래 한다.  그러나 그는 인내했고, 사랑을 쟁취했고, 또 아파하며 헤어졌지만 끝내 다시 만나게 된다.  마지막 그들의 에피소드는, 솔직히 평범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먼 섬나라에서 그들의 해후를 보는 것은 매우 절절한 느낌마저 들어 드라마의 엔딩으로는 멋진 풍경을 연출해 주었다.  개인적인 느낌에 천정명은 목소리 톤과 표정 톤이 너무 굵어 아주 섬세한 느낌은 나오지 않았지만(오히려 이한은 몹시 섬세한 연기톤을 보여주었다) 그 캐릭터의 느낌을 매우 잘 살렸다고 할 수 있겠다.  백마디 말보다 한마디의 평범한 어조의 말이 더 느낌을 잘 전달했달까.  두 사람의 키스신은 제법 나온 편인데, 매번 참 아리고 절실한 느낌을 주었다.

미영할머니(나문희)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보상과 속죄의 의미다. 폭력 남편을 피해 있다가 남편은 홧김에 불을 내어 죽어버렸고, 낳은 딸은 아니었지만 친모녀같았던 딸은 자신에 대한 복수의 심리로 삼십 년을 살면서 전과 5범이 되어 있었다.  딸의 유괴 범죄를 대신 뒤집어 쓰고 감옥에 들어가 있지만 그녀의 하루하루는 오히려 더 평안하고 안정적으로 되었다. 그녀는 여전히 잘 웃고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행복을 빌어주며 그 모습에 자신도 행복해 한다.  마지막 회에서 그녀가 "예쁘네"라고 한마디 하는 장면은 몹시 의미 심장했다.  그녀의 과거에 대한 속죄도 이제 끝이 보이는, 그녀가 해방되어지는 순간이었으니까.

나는, 이 작품의 가장 참맛은, 기존의 드라마들이 되풀이하며 강요했던 명제, 즉... 모든 문제의 해결은 '가족'이며 가족 안에 안길 때 인간은 참 행복과 자유를 얻는다.(스필버그의 작품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듯) 식의 타이틀을 강요하지 않았던 점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은 물론 우리의 마지막 보루일 수도 있지만, 가족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족이 자신들에게 더 굴레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다.

작가는 그 해결책을 '소통'으로 보여주었다.  서로의 감춰진 과거와 마음을 끄집어낼 때, 진심을 털어놓을 때, 가장 약하고 서러운 모습을 보여줄 때 그들은 위로를 받고 안정을 찾았다.  작품은 내내 카메라를 움직여 유리창에 비친 모습, 거울에 비친 모습, 창너머 보이는 모습 등,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두 캐릭터들을 한샷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거리감'을 느끼게 해주는 표현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서로의 구원을 찾을 때에(미약한 방법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한 화면 안에 같이 담기어 웃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두대의 카메라가 아닌 하나의 카메라로도 같은 공간에 쉴 수 있는 모습이 된 것이다.

그리고 제목처럼 굿바이 솔로가 된다. 작품에서 '솔로'란 단순히 애인이 없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모두가 알 테지? 그들의 굿바이 솔로가 아듀, 솔로가 되기를 나는 시청자로서, 팬으로서 바래본다.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소통의 단절이란 없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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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6-05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드라마 꼭 보려고 애쓰며 봤어요..ㅠㅠ
정말 맘이 아프고 쓰렸어요..마음을 열면 이웃도 서로 가족인것을!!

마노아 2006-06-05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래오래 가슴에 남죠? 우리나라 갈수록 드라마 너무 잘 만드는 것 같아요(>_<) 노희경 작가 짱~!!!
 
이승환 8집 - Karma
이승환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가장 좋아하는 음악인, 참 많은 감동과 추억을 준 사람.

최근엔 좋지 않은 일로 일간지를 장식했기 때문에 한동안은 이름 올리는 것을 피했었다.

내게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고 여전히 소중한 사람이건만.

음악 이야기를 해보자.

현재로서는 그의 다음 앨범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므로 정규앨범으로는 가장 최근의 앨범이다.

(최근 앨범은 라이브 앨범 "반란"이다)

카르마는 "윤회"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는데, 불교신자이기도 한 그는 '업'과 '전생' 기타 샤머니즘적 전설들을 많이 믿는 편이다.

굳이 그런 믿음이 없다고 하더라도, 가수가 노래할 때에 이런 정서들은 다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앨범에서 그가 보다 풍부한 감성을 들려주었던 것처럼.

첫곡은 대곡 지향의 발라드 "심장병"이다.

작사가 조은희를 내게 깊이 각인시켜 준 곡.

사실 난 곡보다 늘 가사에 더 심취하곤 했다. 부러 가사를 다른 사라에게 맡겼다는 그는, 여전히 그만의 느낌으로 이별의 절절함을 파고들듯이 불러주었다.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가 특별한데 정성미와 김시후가 주연을 맡았고, 두 사람 모두 요새 신인 연기자로서 활발히 뛰고 있다. 드라마 형식이 아닌 이미지 지향으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어떤 내용이냐고 머리 싸매고 고민하지 않고 본다면 이토록 감각적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차은택 감독은 역시 알아준다니까. ^^

두번째 곡은 정지찬 곡의 "물어본다"

사실 팬들 반응은 이 곡이 더 좋았었다. 무지 신나니까 ^^

의미심장한 가사에 여러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 자신에게도 묻고 싶으니까.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를 공연실황에 박신혜의 춤을 덧입혔는데, 그 얌전한 얼굴의 신혜양이 어찌나 춤을 잘 추는지, 볼 때마다 놀라곤 한다.(처음 공연장에서 그녀를 보았을 때 난 보아가 나온 줄 알았다...;;;;)

세번째 곡은 "나무꾼의 노래"

세가지 소원을 만들었던 이규호씨 곡인데, 그 자신만큼 섬세한 느낌의 곡이다. 선녀의 옷을 빼앗아 그녀의 날개를 잃게 한 나무꾼이 심정으로 노래하는데, 후렴구의 여음이 오래오래 인상에 남는다.

네번째 곡은 "happy wedding song"

결혼 일주년 선물로 와이프에게 주었던 곡. 이제는 부르기 좀처럼 쉽지 않을 곡.

이 곡을 공연장에서 부를 때는 팬들로부터 미리 결혼사진을 신청 받아 화면으로 멋지게 보여주었었다.

그때 미혼이었던 내가 참 많이 슬펐더랬다..;;;;;

다섯번째 곡은 "마지막 인사"

이승환 작사에 이재명 작곡이다. 이재명이라는 신예를 발굴하게 한 곡인데, 난 이번에도 가사에 더 올인했다.

"밥 꼭 잘 챙겨서 먹고 내 생각 가끔 해" 라는 가사

마음과는 달리 이렇게밖에 말하지 못하는 자신을 스스로도 안타까워하는 기분이 잘 나타나 있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박신혜와 김시후가 출연하는데, 공개한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소장하고팠건만...ㅠ.ㅠ


여섯번째 곡은 "I Envy You"

아카펠라 형식으로 슬쩍 지나가는데, 공연장에선 큰 화면으로 몇 개의 문장 뒤에 이 문구를 적어주었었다.

센스에 감탄하고, 그 문구에 감동받았었다.

일곱번째 곡은 "연애박사"

가사가 무지 웃기다. 그의 라디오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 입담의 수준을 알 텐데, 보기와 달리 무지 재밌는 사람이다. 그래서 부러 유치한 가사의 곡도 일부러 집어넣기도 한다. 이 노래의 가사가 유치하지는 않지만 무지 웃기다. 그러나 공연장에서 들어보지는 못했다. 앞으로는 어떨 지 모르지만^^

여덟번째 곡, "Karma"

이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해외에서 작업할 때 가장 극찬받은 곡이라고 했다.

이승환 작사/작곡이고, 내가 좋아하는 '대구'의 미를 잘 살렸으며, 웅장한 오케스트라 느낌의 반주가 압권이었으며, '업'을 노래한 것으로 이 앨범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곡이다.

이 노래도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는데 정성미양이 "승무"를 추었다. 노래를 들으며 같이 영상을 본다면 그 절묘한 어울림에 감탄을 했을 것이다.  그는 소박한 노래는 소박한 대로, 화려한 노래는 화려한 대로 잘 소화하는 기질이 있다.(하여간 뭐가 모자르겠는가. 내 눈에 내 귀에^^;;;)

아홉번째, "Quiz Show"

으하핫, 익명 속에 숨어 비겁한 짓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올린 노래.

심각한 가사와 달리 리듬은 엄청 신난다. 공연장에서 이거 들을 때 땀나도록 뛰지 않고는 못 버틴다. 아, 다시 또 뛰고 싶다..ㅠ.ㅠ

열번째, "하찮은 사랑"

이재명씨 곡인데, 역설적인 제목과 가사가 인상적이다.

비트가 아주 강한데, 그러다가 발라드 느낌이 다시 락이 된다. 누군가는 뽕끼가 흐른다고 표현했는데, 단어가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어떤 느낌을 얘기하는지는 잘 알 것 같다. 역시 공연장에서 최고 분위기 메이커 곡!

열한번째 "변종"

디스코 음악이라고 해야 하나. 좀 특이했다. 솔직히, 따라부르기 너무 어려웠다..ㅠ.ㅠ

열두번째, "Notorious"

역시, 익명성의 폐해와, 무분별한, 그리고 지각 없는 사람들의 행태를 꼬집는 곡. 역시 짱! 신난다.

마지막으로 "시련은 끝난다."

차분하게 발라드로 끝을 맺는다. 몹시 슬프고 우울한 곡이다.

마지막 사진에서 피흘리는 모습까지 나오는데, 그래서 듣고 있으면 엄청 가라앉는다.

그래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듣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더 우울해지면, 그땐 퀴즈쇼를 듣는 거지^^;;;

지금은 9집 작업을 하고 있을까?

어서어서 다음 노래를 듣고 싶다. 다음 앨범은 몹시 슬픈 분위기의 곡이 나올 것 같아 안쓰럽지만,

그래도 그의 음악은 언제나 나를 기대케 한다. 그의 공연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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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의 미 특강 이후 오주석 선생님의 팬이 되고 말았다.

타계하셨다는 말에 너무 슬퍼 한동안 먹먹한 기분도 들었었다.

돌아가시고 난 뒤 이 작품의 뒷편이 나왔는데, 구입하고서도 오래오래 읽지 못할 만큼 조금 멀리 떨어져 있을 시간도 필요했다. 아마 직접 사사 받았거나 좀 더 깊은 연이 있는 사람들은 더 그랬을 것이다.

나처럼 책으로만 만난 독자와는 달리...

앞서 이야기 한 한국의 미 특강은 주로 김홍도와 그의 스승 강세황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 책은 보다 다양한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굳이 재미로 따지자면 한국의 미 특강이 더 좋았었다고 이야기하겠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적인 평가일 뿐, 이 작품의 맛 역시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작품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림을 맨 뒤쪽에 좀 더 큰 그림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접혀 있는 게 아쉬울 정도.

총 열한장의 그림 중, 개인적으로 특히 맘에 들었던 것은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윤두서의 '자화상',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 김홍도의 '씨름'과 '무동', 정선의 '인왕제색도' 였다.

고사관수도는 그 편안한 미소가 모든 시름을 잊고 세상을 달관한 듯한 느낌이 들어, 어쩐지 부러운 기분이 한껏 들어버렸다. 대체  노인은 무슨 생각을 하며 웃었을까.

윤두서의 자화상은 얼핏 보면 꽤 무서운 기분도 들지만....;;;;; 그 시절의 '정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어쩐지 숙연한 기분까지 들게 했다. 왜 그런 지는 책의 설명을 보아야 이해하리라.

김홍도의 주상관매도는, 익숙한 풍속도와 달리 신선의 세계를 보는 듯한 여유와 고상함이 느껴졌다. 앞서가 민중의 그림이라면 이 그림은 좀 더 양반틱한 느낌. 그렇지만 거드름 피우는 양반이 아니라, 세상 이해에 연연해하지 않는, 그래서 큰 깨우침을 얻은 이의 여유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그밖의 씨름과 무동은 그림 자체가 과학적이란 생가이 들어 크게 감탄했고, 마지막으로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오주석 선생님 자신이 이 그림이 얼마나 사실적인 가를 실록을 들춰가며 확인했던 그 정성과 그림의 리얼리티에서 감동을 받았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 그리고 장인이 된다는 것은 몹시 존경받을 일이란 생각이 든다. 아직 더 많은 일을 하셔야 할 분이 돌아가셨다는 게 그래서 더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지금은 책으로 감탄을 했지만, 작품을 미술관에 가서 직접 보며 더 큰 감동을 얻고 싶다. 필시, 책의 도움으로 더 많은 것을 얻고 돌아오리라. 두루두루 추천받아 마땅한 책. 많이들 보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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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같은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어느 리뷰에서 몹시 좋았더라는 글을 보고는, 별 망설임 없이 책을 구입했다.

내가 구입했을 때의 제목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이었다.

뭔가 판타지 분위기도 나고 설레임도 동반해서 사고나서 몹시 좋아했더랬다.

그랬는데도, 책을 바로 보지 못하고 줄곧 미뤄둔 채로 시간이 흘렀다.

어느날 갑자기 문득 읽고 싶어서 책을 펼쳐 들었더니, 마침 비슷한 내용의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알고 보니, 이 책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그 영화가 Just like Heaven이었고,

그래서 새로 만든 책은 제목이 "천국같은"으로 바뀐 것이다.

솔직히, 앞서의 제목이 길기는 했어도 더 호감이 갔는데, 영화의 덕을 보려는 기획이 너무 눈에 띈다.

솔직히 영화도 크게 성공한 것 같지는 않지만..^^;;;;

내용은, 아주 새롭지는 않았다. 어느날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여자. 어느날부터 영혼이 몸을 빠져나와 자신이 살던 아파트 안으로 가서 그곳에 새로 이사 온 남자와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이 여자의 존재를 믿게 하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니었지만, 남자는 여자를 인정하게 되고 둘은 연인이 된다.

병원에서는 이 여자를 살리려는 노력을 포기한 채, 보호자인 어머니께 그만 치료를 포기하자고 설득한다.

여자는 자신의 몸이 사라지게 될 위기에 직면했고, 남자주인공은 여자의 몸을 납치해버린다.

어느 고집스런 형사가 주인공을 뒤쫓았고, 여자의 설득에 의해 육신은 병원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늘 곁에 있던 영혼은 굿바이를 하며 스르륵 사라졌다.

그리고 폐인이 되어버린 남자주인공. 며칠이 지난 뒤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여자가 살아났다고.

남자는 뛸듯이 기뻐 여자에게로 달려가고 헌신적으로 간호한다. 수일이 지나 여자가 처음으로 입을 떼게 되었다. 첫마디가 뒷통수를 때린다.

"누구세요?"

남자는 할 말을 잊는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뗀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이게, 이 책의 내용이다. 헉, 말로 전달해 보니 별 얘기가 아니다.ㅡ.ㅡ;;;

음, 느낌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아주 좋았던 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했다. 솔직히 기대에는 못 미쳤다.

그렇지만 주변에 이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면 궁금하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아무래도 직접 보는 것은 느낌이 또 다를 것이다.

영화는 얼마만큼 둘의 연애를 로맨틱하게 묘사했을 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매력이 있을 지도.

작가는 잠을 들지 못하는 아들에게 이야기를 끝없이 해줘야 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했다.

부정이 참 대단하다. 덕분에 작품이 하나 탄생했다. ^^

천국과도 같은... 그만큼 사랑했다는 이야기일까? 함께여서 천국과도 같다고?

글쎄... 난 아직 잘 모르겠다. 책을 통해서 설득이 된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여전히 첫 제목이 더 맘에 든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을 믿을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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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전일제 계발활동이 있는 날이었는데, 내가 맡은 부서는 인터넷 검색과 게임반이다.

아이들은 물론 '게임'에 점을 찍고 들어왔겠지만, 컴퓨터 사양도 그렇거니와 어디 네시간 연속 게임만 시키겠는가. 뭔가 교육적(?)인 것도 시켜줘야지.

그래서 4문제를 풀라고 과제를 준다. 내가 보기에는 정말 쉽다.

네이버에서 검색어를 넣고 엔터를 치면 거의 다 뜬다.

딱 한번 외국 홈페이지 들어가서 영문을 검색해야 하는 게 있었지만, 그때는 첫날이어서 나도 너무 어려운 것을 낸 것 같아 힌트를 거의 다 주어서 풀게 했었다.

그래서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문제는 계속 쉬워진다.

어제의 문제 중 하나는 우리나라 5대 국경일을 쓰라는 것이었다.

사실 난 4대 국경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금년부터 한글날이 추가되었단다.

네이버에서 '국경일'로 치면 바로 친절하게 다섯 개의 국경일이 나온다.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답은 요렇게 다섯인데, 아무래도 너무 쉬운 것 같아 아이들 수준을 무시하는 기분이 들어 날짜까지 같이 적어오라고 했다.

클릭만 하면 날짜도 나오는 거니 대개 잘 찾아오려니 싶었는데, 아이들이 날짜에서 헤맨다.

쿨럭, 이때부터 당황했다. 정말 모르는가????

답안지를 들고 나온 학생에게 물었다. 광복절이 몇월 며칠이니?

학생.... 헤매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6/6이라고 써 넣는다.

헉, 다시 묻는다. 그럼 현충일은 언제니?

학생.... 다시 당황한다.

나는 더 당황한다.

이 학생들만 그러는가 싶어 교무실에 돌아와 지나가는 다른 학생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개천절이 언제인지 아니?

학생이 헤맨다. 11월 아닌가요?

나: ..........................................

아, 미티겠다.

날짜를 잊지 않는 것은 숫자가 이름에 드러나는 삼일절 뿐이다.

광복절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광복절의 의미는 과연 알 것인가.

아이의 탓이라기 보다 교사의, 그리고 교육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간혹 북한 이야기가 나오면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우리의 아이들.(꽤 여럿 보았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교육을 하고, 무엇을 목표로 공부를 하는지...

몹시 심난하고 화가 났다. 젠장..ㅡ.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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