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네버랜드 클래식 1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엘 그림, 손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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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분명 어린 시절 읽어보지 못했는데, 마치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왜 그러지???

그래서 확인이라도 하듯 책을 읽기로 했다.  사실 학교 도서관에 어린이용 앨리스가 이미 있었는데, 새롭게 출간된 책으로 신청해 보았다.  고맙게도 퇴짜를 놓지 않고 책을 구비해 주었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짐작대로 못 읽어본 게 맞았다^^;;;

아마도, 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만화 영화로 해주었었던 잔영이 남아서 마치 읽었었던 것처럼 착각을 했었나 보다.

아마도 일요일에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다 보지 못했던 게 아닐까.

어릴 때 만화영화 보는 것을 몹시 좋아라 했었기에 내용도, 노래도 웬만큼은 기억에 남는 편이었는데, 이 만화는 몇몇 컷만 기억이 난다.

트럼프 병사들과 뚱뚱한 여왕, 안경쓴 토끼 등등...

이 책에서는 적당히 삽화가 들어있는데, 그림도 조금 놀라게 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덜' 동화적이어서 말이다.  좀 더 극화에 가까운 사실감이 느껴졌는데, 역시 만화 영화 속의 그 예쁘장한 그림들을 기대했던 나는 조금 실망이었다.  어쩐지 속은 기분으로^^;;;

작가는 현실 속의 진짜 앨리스를 위해서 이 책을 지었고, 주인공 이름도 앨리스라고 지었다.  어린 앨리스는 물론 행복했을 테지. 허나, 그 책이 백년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두루두루 인기를 끄는 스테디 셀러가 될 거라고 감히 짐작했을까.  그 재주가 놀랍고, 쏟은 그 애정이 부러웠다.

모험을 즐긴 앨리스는 순수해 보였고, 실수도 있지만 때로 지혜롭게도 보였다. 이미 어른이 된 나도 그녀의 모험에 동경을 느꼈는데,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보면 앨리스가 얼마나 멋지고 대단해 보일까.

아이의 눈높이에서 글을 읽기... 쉽지 않은 작업인데 늘 보람스럽다.  난 나중에 내 아이와 함께 동화 책 엄청 많이 읽어줄 것 같다.  아이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내가 너무 재미있어서..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 이상한 나라 나도 너무 가보고 싶다.  이상하지 않으면 재미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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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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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비씨 느낌표 선정 추천도서인데, 난 사실 읽으면서, 이 책을 청소년들이 읽을 때에 재미는 둘째 치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책이 어려워서라기 보다, 인생의 깊이, 아픔, 독재정권 시절의 탄압 등등... 여러 배경지식 없이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런 생각들이 부끄러웠다.  거추장스러운 형용사나 부사 모두 필요 없고, 거창한 명제나 구호도 다 필요 없었다.  그저 생긴 그대로, 자연에 기대어, 자연을 배우며, 더불어 사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인데...

나는 세상의 지식과 잣대에 기대어 '잘난 척', '아는 척'만 했던 것이다. 독재정권, 자유수호, 이런 단어들을 나열해 보지만, 그 시절을 몸소 체험해보지도 못했고,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이해해보지도 못했으면서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단어들을 주워삼키는 모습이 영 마뜩찮았다.  사진 속 전우익 선생님이 당장이라도 달려나와 호통이라도 칠 것 같은 기분.

그럼에도, 책이 빨리 진행되지는 못했다.  걸걸한 말솜씨, 투박하고 소박한 듯 보이는 생각들을 적어가고 있지만, 그 속에는 세상사는 모습들의 진면목들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그것을 다 들춰내는 것이 내게는 무리였지만, 그럼에도 글 속에서 간간히 풍겨져 나오는 조금은 어두운 그림자들이, 당신께서 겪었던 고초와 좌절과 설움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여간 무거운 게 아니었다.  아마도, 작가 자신은 '그런 소리 마!, 그냥 편히 읽고 느끼고 버려버려!'라고 걸걸한 목소리로 외칠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고인이 되셨는데, 그래도 세상에 족적을 남기셨으니 조금은 위안이 되실까. 아마도 그런 '명예'따윈 아랑곳 않으실 테지.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나도 나이 먹고 좀 더 성숙해지면 그리 말할 수 있을까.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고,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몸소 실천하며 살 수 있을까.

자신 없지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혼자 잘 살아서 무엇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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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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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추천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성석제식 글쓰기와 말하기에 흠뻑 취해버렸다.

세상에 이렇게 별난 사람도 있구나.... 싶은 마음으로^^

자잘한 에피소드로 엮어진, 단편소설보다도 짧은 분량의, 한편의 꽁트같은 글들을 읽는데, 웃음이 연달아 터져나와 한참을 진정하는 데에 보냈다.

처음에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착각했다.  다분히 그런 뉘앙스를 풍기지만 교묘하게 이 내용은 소설임을 강조하며 비켜나가는 솜씨가 가히 일품이었다.

게다가 지칠 줄도 모르는 그 말솜씨는, 드라마로 치면 김수현식의 '말발'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렇지만, 배우의 입을 통해서가 아닌 활자를 통해서 내 머리 속에서, 그리고 나의 경험과 추억에 비추어 재생되는 작품속의 에피소드와 캐릭터들은, 어느 배우여서 짜증나... 라는 식의 비켜감을 허용치 않는다.

 나는 너무 즐겁게, 그리고 의미있게 이 책을 보았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보다는 훨씬 가벼운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말장난만 하고 넘어가는 책은 절대 아니라는 소리다.

이렇게 능수능란한 말재주를 가진 사람으로 나는 박민규를 꼽겠는데, 작가 박민규의 글은 성석제의 글보다 솔직히 더 진지하나 덜 감각적이다.  그러나 무게를 따진다면 어느 쪽을 편들 수 없을 만큼 각자의 매력을 독특하게 발산하고 있다.

성석제의 글을 보면서, 이런 사람을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입술의 언어도 이처럼 재밌고 기발할까? 싶은 궁금증이 인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거라고, 성석제의 이름을 각인시킨 뒤 유독 그가 쓴 칼럼과 짜투리 글들이 눈에 띈다.  애정의 빈도에 맞추어 시야 확보가 되는가 보다. ^^

대체 번쩍하고 황홀한 순간이 언제일지, 그 몫은 독자들이 찾아야 할 것 같다.  각자의 경험과 추억에 비추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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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 유통기한은 어떻게 정할까?
식품 유통기한의 의미는 그 기한까지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제조일로부터 그날까지 판매를 허용한다는 것을 뜻한다. 해당 유통조건에서 식품이 변질되는 시간을 실험해서 측정한 뒤 결정하며, 유사식품과 다른 나라의 기준을 참조해 결정되기도 한다.

 

**kisit 과학향기에서 퍼왔어요. 오홋, 그래서 유통기한 지난 우유를 먹어도 멀쩡하기도 하는군.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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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새 시대를 열어간 사람들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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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이 남긴 시론이다.  시대를 아파하지 않는 자... 온 몸으로 시대에 항거하며 또 순응하며, 다치고 패배하고 절망도 했던 정약용의 닫힌 시대에 대한 서글픈 긍정은, 책을 보는 내내 마음 한구석을 너무 무겁게 했다.

원래 이덕일씨의 팬이었고, 그래서 나오는 작품들은 빠지지 않고 보는 편이었는데, 이 책은 사두고서 몇달이 지난 뒤에 읽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못 보고 있었는데, 지하철에서 어떤 남학생이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는 왠지 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 가서 바로 읽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서문에서부터, 사실은 목이 메었다.  정약용 형제의 서러운 죽음을 먼저 접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한 명제들로 인사를 받고 보니, 100부작짜리 대하 사극을 다 끝내고 난 뒤의 아쉬움과 먹먹함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작가 자신에게 던진 의문형 명제는, 사실 우리 독자들에게 던진 질문과도 다름 없다.  옮겨보면 이렇다.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은 내게 한결같이 '너희들의 시대는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그 시대의 천재 이가환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는 단지 반대당파에 속한다는 이유로 천재를 죽이지는 않는가?"

이승훈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는 주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이고,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것을 국가에 대한 반역으로 몰지는 않는가?"

정조는 이렇게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에도 나처럼 부친을 죽인 적당(賊黨)과 타협하며 미래를 지향했던 정치가가 있는가?"

정약전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에도 불의한 세상에 대한 절망을 민중과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사람이 있는가?"

그리고 정약용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는 죽이지 않는가?"

이러한 질문을 끌어안고 책을 읽으니, 결말을 이미 알고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언제고 터져 나올 비극을 기다리는 순간이 힘이 들어 자꾸 심호흡을 하는 것이 내 차지가 되었다.

책은 친절하게도 등장인물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페이지도 할애하고 본문으로 들어간다. 신유박해(1801)로 국문장에 끌려온 정약용과 형 정약전, 그들의 형제 정약종의 자수로 목숨은 구해 받았지만 기약 없는 유배길에 오르는 눈물의 장면에서 이들의 오랜 과거로 돌아간다.

아버지가 임오년(1862)에 벼슬을 버리고 떠나는 장면, 그 해가 사도세자가 죽었던 그 해라는 데에서 정조와 정약용의 운명적 만남이 미리 정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떻게 태어나서 어떤 성장과정을 겪고, 다시 정조를 어떻게 만나며 그가 정약용을 어떻게 인재로 만들어 가는 지가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마치 성공시대나 인간극장을 보는 기분?

사실 주인공은 정약용이지만, 난 정조에 더 집중해서 책을 보았다.  아무래도 영원한 제국 등등의 책으로 인해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18세기 조선의 문예 부흥기를 이끌었던 시대의 주역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가.  유독 그 시절에 뛰어난 인물이 많이 눈에 띈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도 그랬고, 정조는 물론이요 이가환, 김홍도, 신윤복,북학파 실하자 등등... 그 시절 활동했던 사람들의 놀라운 활약상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심각한 이야기도 많았고, 유쾌한 이야기도 많았건만. 2권에 이르러 정조가 죽고나서 상황은 급반전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암울한 이야기들.

시대가, 그러했다. 정조가 죽고나서 바로 고꾸라지는 시대의 영웅들. 사실 정조의 죽음 이후 그토록 몰락의 길을 걷는 조선의 현실은, 정조의 개혁이 근본적인 개혁은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다.  물론, 그가 더 오래 살아서 개혁을 완수했더라면 많이 달라졌을 테지만.

작품은 굉장히 긍정적인 면에 몰두해서 쓴 기분이다. 사실, 다른 방향으로 조명한 책들도 종종 눈에 띄었었다.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가진 이승훈은, 진짜 베드로처럼 천주교를 세번이나 배교했었고, 정약용도 천주교를 버렸다기 보다 사실 배교한 셈이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그 실체는 많이 다르게 보인다.

그래도, 나는 참 감동적으로, 그리고 인상깊게 이 책을 보았다.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 주변에 소개해주었을 때 평판도 참 좋았다.

다만 책 제본 상태가 별로 안 좋아서 벌써 책장이 뜯겨나가 스테이플러 신세를 져야했다는 게 씁쓸할 뿐..ㅠ.ㅠ

제목도 얼마나 문학적인가. 초상화 속의 정약용이 좀 무섭게 보이지만^^;;;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많이들 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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