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왔다 2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시가 내게로 왔다 2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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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좀 심각한 것을 좋아했다. 심각한 내용의 만화나 드라마, 영화 등등. 뭔가 복잡한 복선이 깔려 있고, 마무리까지 다 보아야 큰 얼개가 보이는 이야기들. 그래서 대하사극을 좋아했고, 만화도 바사라나 침묵의 함대, 레드문, 불의 검... 이런 책들을 좋아했다.  그런 취향은 최근에 좀 바꼈는데 너무 심각한 내용들은 가뜩이나 아픈 머리를, 고단한 삶을 더 버겁게 하는 것 같아 말랑말랑한 것들이 급 좋아지고 있다. 그래서 요새 격하게 아끼는 드라마로 '미남이시네요'가 있다.^^

그렇다면, 시는 어떨까? 시집을 많이 읽지 않는 나인데, 시는... 사실 잘 모르겠다. 시인들의 언어는 내게 너무 난해하다. 시인도 그걸 알아달라고 쓰는 것 같지는 않지만...;;;;

얼마 전에 읽은 시집은 너무 어려워서 도무지 리뷰를 한 자도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쉬운 시집을 읽고 싶었는데, 그리하여 고르게 된 '시가 내게로 왔다' 2편이다. 1편의 시들이 제법 대중적이었다고 기억하는 것 같다. 그래서 2집을 펼쳐들었는데, 근래에 나를 힘들게 한 시집에 비하면 무척 대중적인 시 모음집이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모르겠는건 모르겠더라. 김용택 시인의 코멘트가 달려 있지만 코멘트도 같이 난해하기도....;;;; 

그래도 게 중에는 내게도 공감이 가거나, 이해가 되어 끄덕여지는 시들이 곧잘 있었다. 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도 포함되어 있었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우리 담임샘의 제안으로 학생들이 날마다 시 한 편씩 골라와서 낭송해 주는 시간이 있었다. 두 명의 학생 중 하나는 시를 고르고 하나는 음악을 준비한다. 당시 나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못한 길'을 골랐는데,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건만 죄다 입시용 시만 들고 오던 아이들에 비해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자화자찬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니 웃기지만. ^^ 

 암튼, 그 시가 이 시집에 있었는데, 김용택 시인의 코멘트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대가 지금 가는 길이 그대의 길이다.
그러나 때로 나는 내가 가지 않은 다른 길을 생각한다.
그 길로 갔어도 나는 행복했을 것이다. – 58쪽
 
   

세상의 끝 여자 친구-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왔지만, 가보지 못한 길, 선택하지 못했기에 아쉬워하고 미련이 남을 때가 많다고 여긴다. 정말 그 길로 갔어도 어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건만, 그때 그렇게 했어야 했다는 무수한 자책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괴롭힐 때가 많다. 그런데 시인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 길로 갔어도 행복했을 거라고. 바꿔 말하면, 지금 가고 있는 이 길도 행복한 거라고, 오히려 더 행복한 거라고... 그 말이... 위로가 되었다. 인생을 돌이켜 어느 선택의 지점에 설 수 있다면, 돌이키고 싶은 나의 과거가, 나의 현재가, 나의 미래가 분명히 있는데, 그런 생각들을 모두 흩어 놓으며 진한 위로를 준다. 지금 가는 길이 그대의 길이라고... 나의 길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감사해진다. 만족스러워진다. 행복이 뭐 별거던가... 

   
 

 호수 1(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감을밖에 – 70쪽

 
   

시인의 위대함은 그 간결함에 비해 무한한 의미와 감동을 실어주는 시적 언어에서 두드러지는 듯하다.  

보고 싶은 마음은 호수만 하니, 눈감을밖에...라고.... 

내가 또 격하게 좋아하는 뮤지컬 '바람의 나라'에서 해명 태자는 죽기 하루 전에 혜압을 찾아가 사랑을 나눈다. 그때 불렀던 노래 가사에 이런 게 있다. '나는 눈 감고 있으려오 그대 눈앞에 세상은 눈물 뿐이니...' 내일이면 아버지 명으로 죽어야 할 자신이건만, 오늘 찾아와 사랑한다 말하는 그 남자를 품어주는 여인, 그 여인 앞에 이제 세상은 온통 눈물 뿐인데, 그걸 아는 사내는 미안하다 말도 못하고 눈을 감겠다 말한다.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을 가는 사내의 비장미가 물씬 뚝뚝뚝...  

저 예쁜 시에 견주어 비교하자니 너무 슬픈 구성이지만, 더불어 생각나 버렸다.^^ 

'직녀에게'는 노래로만 알고 있었다. 원래 가사가 시라는 걸 얼핏 듣긴 했지만 전문은 처음 보았다. 역시, 절절하다. 

어제,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행사를 하는 걸 보면서, 참 부러웠다.  

우리의 이별은 왜 이리 길까....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길이 없어도, 우리는 만나야 한다. 이제는, 이제는 만나야 한다. 슬픔은 끝나야 한다.  

산적한 문제들이 너무 많아서 통일은 얘기가 나오면 '뭥미' 표정이 되기 일쑤인 세태가 황망하다. 세대가 어려질수록 그런 생각들은 더 견고해진다.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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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1-10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은 가을이네요 님 다라 시가 땅기는 걸 보니 말이에요

마노아 2009-11-10 12:08   좋아요 0 | URL
아핫, 가을이어서인가요. 역시 가을엔 시가 좀 어울려요.^^
 
시냇물에 책이 있다 - 사물, 여행, 예술의 경계를 거니는 산문
안치운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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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여러 글쓰기의 종류 중에서 독자가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들의 나열이기도 한 까닭에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느끼기도 쉽다. 저자의 생각에 독자가 꼭 공감을 하거나 동의할 필요는 없다. 저자 역시 그런 바람으로 글을 썼을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에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꺼리'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낯설 뿐이다. 

저자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가수 안치환과 비슷한 이름 덕분에 혹 친인척 관계가 아니냐는 오해를 자주 사며, 연극쟁이이지만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니라 비평가이고,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젊은 날에 유학을 다녀온 인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으레 연극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지만, 그보다는 일상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이야기, 그리고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 속에서는 정확한 시간이 구술되어 있지 않은데 정황상 짐작해 보면 여기에 실린 글들은 꽤 오랜 시간을 거쳐서 써온 글들의 모임 같다. 그래서 때로 어떤 글은 읽으면서 약간의 거리감,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시간을 뛰어넘어서도 여전히 공감하게 하는 어떤 부조리함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만약 글을 썼던 시점이 지금보다 20년 전이라고 한다면, 20년이 지났다고 해서 여전히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조차 선진국인 프랑스보다 우리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 같은 것 말이다. 그러니, 시간의 경계 따위는 어쩌면 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현재 시점으로 읽고 소화를 해도 별로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가보지 못한 카이로나 푸에블라, 파리에서의 이야기보다는 그 속에서의 일상 '삶'을 이야기한 '살며' 장이 가장 공감하기가 쉬웠고, 희곡과 춤과 음악, 건축과 사진에 대해서 얘기한 '공부하고' 장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삶의 안과 바깥에서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야만이며, 파괴를 성장이라고 말하는 야만의 기교일 터이다. 폭력을 정의구현이라고 우겨 말했던 과거와, 파괴를 녹색성장이라고 양심 없이 내세우는 현재는 하등 다르지 않다. – 11쪽

 
   

파괴를 '성장'이라고 말하는 야만의 기교에서 붉은 색으로 밑줄 쫙! 긋고 싶었다. 뉴스를 틀면 빠지지 않는 한 꼭지 4대강 정비에 꼭 들어맞는 예시일 것이다. 당장 '성장'을 가시적으로 볼 수만 있다면 그것이 파괴라 할지라도 서슴지 않고 진행시키는 그 오만과 만용과 독선은 대체 누구로부터 허락받은 것인지 묻고 싶다.  

   
 

 길은 사람과 더불어 태어난다. 사람이 사라지면 길도 사라진다. 길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었고, 사람이 있는 곳에 길도 있다. 그러므로 길은 사람이고, 사람은 길이다. 사람이 가는 것이 길이고, 길은 뒤따라오는 이들을 길들이기도 한다. 옛길을 걷다 보면 사람은 길을 걸으면서 길들여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옛길 위에 삶과 집이 포개져 있었다. – 79쪽

 
   

이런 문장이 좋다. 사람이 가는 것이 곧 길이 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도, 누군가 가기 시작하면 길이 될 수 있고, 그 사람의 나아가는 방향이 바른 길과 바르지 못한 길을 나눈다. 물리적인 길도 그렇지만 정신적인 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삶 위에 펼쳐진 길은 결국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선택도 본인의 몫, 그리고 책임도 본인의 몫이다. 가혹한 기쁨, 무거운 자유랄까.  

   
 

 편하기만 했던 여행은 금세 잊히기 마련인 것 같다. 여행은 불편함으로 자신이 와해되어야, 위험한 지경에 이르러야 자신 속으로 깊게 회귀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여행은 오늘의 시련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후에 꾸는 꿈은 매혹이 된다. 나는 다시 가고 싶다는 시련을 겪고 있다. 여행의 시작은 길고 긴 기다림이다. – 100쪽

 
   

국내건 해외건, 이렇다 할 여행을 그다지 못해봤기에 적당한 예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무릎팍 도사에서 한비야씨가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배낭 여행 과정에서 위험한 건 남자건 여자건 똑같다고. 당연히 여자가 더 위험하다고 여겼는데, 그것조차도 편견이란 생각이 들었다. 몸이 허락해주지 않을 때 후회하지 말고, 몸이 허락할 때 시련이 매혹으로 바뀌는 여행을 해야 할 것이다. 몇 해 전에 12월 둘째 주 주말에 경주로 여행을 갔었다. 갑자기 눈보라가 치는데, 그 눈 속에서 혼자 바라본 안압지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기억이 나고, 오지 않는 버스를 발 동동 굴리며 기다려서 겨우 도착한 찜질방에서 땀 빼고 잤던 일도 지금은 달콤하게 기억난다.  

   
 

 프랑스에서 6월쯤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은 바캉스란 단어다. 1940년대 이후 노동자들까지 3주 이상의 유급휴가를 받기 위해 사회당과 공산당이 얼마나 치열하게 투쟁했는가를 이 여름에 생각하게 된다. 이들에게 바캉스는 1년 열두 달 중 전반이 끝난 7월과 8월에 끼어 있다. 문화는 사실 일하는 것과 논다는 것의 복합이다. 문화는 더러 이 두 가지 사이에 존재하며 일과 휴식을 연결하는 다리와 같다. – 141쪽

 
   

문화는 사실 일하는 것과 논다는 것의 복합이란 설명이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연결지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일이 곧 문화가 될 수 있고, 놀이가 곧 문화가 될 수 있는데, 그것들은 내 안에서 따로 놀았다. 1940년대에 우리는 식민지 치하에서 죽도록 얻어터지며 투쟁하고 있었고, 50년대에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서자고 죽도록 고생하고 있을 때였는데, 역사의 진행 과정이 다르긴 참 다르다 싶기도 하다. 당연한 거긴 하지만 그래도 좀 배가 아프달까. 그래도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을 배려하느라 파리 시장이 센 강변에 바닷모래를 가져와 모래밭을 만들어서 센 강이 순식간에 바다가 되었다는 에피소드는 무척 놀라웠다. 모두에게 돈 쥐어주고 바캉스를 보내주는 '시혜'적 제스쳐가 아니라, 현장에서 바다를 느끼게 해주는 신선한 발상이라니!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일하는 배우와 연출가들은 그들대로, 무대장치나 기술분야에 일하는 이들은 그들대로 노조를 만들어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모든 경제적 지원은 정부에서 하지만 그 운영은 전적으로 전문 연극인들에게 맡겨져 있다. – 154쪽

 
   

국가에서 주는 녹을 받더라도,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서의 독립성은 절대로 보장하는 저런 정신, 저런 마인드라니...... 해체된 국립 오페라단 생각이 난다. 저러니 당시 프랑스에서 그들이 연대 서명을 해줄 수 있었구나... 1920년대에 있었던 파업 투쟁을 보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식민 모국이었던 일본의 노동자들이 연대 투쟁을 해주고 후원금을 보내주며 성원을 보내기도 했었다. 당시 그들은 나라 대 나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같은 노동자로서 서로를 바라봤던 것이다. 사회주의, 좌파... 이런 단어만 보면 바로 눈에 불켜지는 이 한국 사회에서 제일 아쉽고 안타까운 대목이다.  

   
 

 처음 프랑스라는 나라를 좋아하게 된 것은 1970년대 군부 독재 정권 아래에서 이곳을 자유로운 나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풍부한 말의 자유를 부러워했기 때문이다. 말의 자유는 상상력의 자유에서 나온다. 말은 모든 행동과 표현의 근원이 되고, 사람들은 그런 가능성을 상상력이란 것에 의존한다. 상상력은 어떤 정해진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상상력은 지식보다 더 훌륭한 덕목으로 친다.
한국에서 나의 몸과 마음이 늘 피로한 것은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현재와, 꿈꾸지 못했던 과거, 그 억압된 과거가 주는 힘겨운 무게감 때문일 것이다. 자유와 상상력은 이 나라에 도착했다고 자동적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닐 터이다. – 192쪽

 
   

저자가 처음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을 때 받았을 거대한 충격을 상상해 본다. 말의 자유, 상상력의 자유. 표현의 자유. 기막히게도, 2009년을 사는 오늘 우리는 비슷한 억압을 느끼고 있다. 말을 빼앗기고, 판단을 패앗기고, 생각과 상상력을 차단당한다. 우리가 느끼는 심리적 피로감은 이미 한계점을 누르는 듯한데,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그걸 다시 떨쳐내는 데에 우리는 또 얼마만큼의 시간을 써야만 하는 것일까......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 그가 느낀 것들, 그가 생각한 것들의 기록이다. 그러나 그것을 만나는 독자는 다시금 자신의 목소리로 화하는 과정을 밟는다. 처음 리뷰를 쓸 때는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는데 오히려 마무리 짓는 지금은 도리어 정리가 되어 편안한 느낌이다. 이 또한 낯설고 신기한 경험이다.  

표지에 세로 쓰기로 글자를 찍었는데 뒷배경의 숲의 음영과 맞물려 이 가을을 닮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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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레인보우
심승현 지음 / 예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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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1-02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달력을 준비할 때네요. 달력 귀여워요.

마노아 2009-11-02 08:33   좋아요 0 | URL
어느새 새 달력과 새 다이어리를 찾게 될 시즌이에요.^^;;;

순오기 2009-11-0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글이 하나도 없고 사진만 보이죠?

순오기 2009-11-02 11:28   좋아요 0 | URL
아~ 아래에 올린건 글이 있군요.^^

마노아 2009-11-02 12:38   좋아요 0 | URL
리뷰 쓰다가 마지막에 달력 사진 안 찍은 게 생각난 거예요. 그래서 일단 올리고, 사진을 추가하긴 좀 길어지니까 포토 리뷰로 다시 올렸죠. 아래에 리뷰 썼으니 그냥 글밥 없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파페포포 레인보우
심승현 지음 / 예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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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같은 그림의 파페포포 이야기. 이번엔 레인보우다.
그림으로 더 유명해진 것 같지만, 이번 책에서는 그림보다 글이 더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도 그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으니 사진 몇 컷 찍었다.
고래가 바다로 간 이야기 편. 



비가 내리는 산도 넘고
바람이 부는 산도 넘고
눈이 내리는 산도 넘어
마침내 도착한 바다 앞에서의 고래 표정이다.

산도 예쁘고, 비와 바람과 눈도 예쁘고, 구름마저도 너무 예쁜 그림.
뒷장에는 저 고래가 바다로 뛰어들면서 바다에 적합한 몸으로 변신하는 장면도 나온다.
고래의 험난한 여정과 거기에 쏟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 보이는 것 같아서 괜히 뭉클~!

36쪽에서는 친구에게 자신이 어떤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이 나온다.
거기에 대해서 친구가 하는 대답이 놀라웠다.  

평소처럼 너의 집 문을 두드렸는데 네가 그 집에 없는 거야. 그냥 아무 말도 없이, 떠난다는 말도 없이 그곳에 없는 거야.
아무 말 없이 떠나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 말이 필요 없을 만큼 믿음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그런 친구. 영화 <굿 윌 헌팅>의 윌과 처키처럼......
 

이해할 수 없는 반응.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친구가 사라졌는데, 거기에 아무 의문도 품지 않고, 섭섭해하지도 않고 그냥 응원한다고? 그건 말도 없이 떠난 게 아니라, 평소에 어떤 사인이 있었던 거다. 어떤 꿈을 갖고 어떤 목표를 갖고 갑자기 떠날 수 있는 제스쳐를 취해 왔기 때문에 말없이 응원할 수 있는 걸 게다. 책 속의 표현만큼만이라면 큰일 날 소리! 

55쪽에서는 무려 석달(!)이나 계시던 교생 선생님이 떠나는 날 마지막 인사에 반 아이들도 울고 선생님도 우는 장면이 나온다. 수년 전 내가 교생 실습 갔던 학교의 마지막 인사 시간이 떠올랐다. 절대로 울지 말아야지....다짐하고 문을 열었건만, 들고 가기도 버거울 크기의 커다란 장미 꽃 바구니와 정돈된 자세로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니 와락 눈물이 나왔다. 울먹이며 마지막 인사로 사랑한다고 외치던 내 모습. 미안하다. 그때 그 아해들, 몇명만 기억난다...ㅜ.ㅜ 너희들도 그러리라는 걸 안다. 지금 수 년 만에 그렇게 바뀌었다고 해서 그 시절 그때 내 마음이 가짜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책 속에서 작가님도 그리 말씀하신다. 우리의 눈물과 감정은 다소 즉흥적이고 또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 순간 그 순간 진심이고 최선일 때가 많다. 그 시절 생각을 해보니, 조금 씁쓸해지기는 한다.이유까지 말하기는 더 씁쓸하다. 

   
 

결국, 
무엇인가 돌려받고자 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난 더 외로워졌던 것 같다.
  (74쪽)

 
   
 
   
 

 넘어져 일어나는 그 과정을 거쳐야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81쪽)

 
   
   
 

 엄마 뱃속에서 자라는 태아가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면, 태어난 뒤에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자궁에 있을 때 뱃속 환경의 영향을 받은 태아가 부족하게 먹을 것을 대비해 지방을 미리 저장하기 때문이다.  

지금 그토록 무엇에 집착하는 것은 마음 깊이 숨어 있는 결핍 때문이다. (105쪽)

 
   

 관계 속의 이야기, 인생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어찌 보면 흔한 메시지이고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일 텐데도 마음에 와 닿았다. 그나저나 엄마 뱃속에서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 아이에 대한 정보에서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미숙아로 태어나서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느라 엄마 젖을 전혀 먹지 못한 내가 필연적으로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게 아닐까 막 이유를 갖다 붙이는 중이랄까...;;; 얼마 전에 읽은 과학향기 정보에 의하면 가을엔 여자가 더 우울해지기 쉽고, 그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푼다던데... 조심, 조심해야겠다. 쿨럭! 



고슴도치 가족의 집이 너무 예쁘게 표현되었다. 개구쟁이 스머프의 버섯 집을 보는 기분이랄까. 

엄마가 장보러 나가자 꼼지락 거리던 아해들이 앗~싸 하고 신나게 노닌 집의 표정 보시라.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면서 집도 장난끼가 돈다. 반면 한 밤중이 되자 피곤에 지쳤는지 곯아 떨어진 느낌의 집. 이야기는 슬픈 내용인데 그림이 예뻐서 사진을 찍어봤다. 

129쪽에서, 필리핀의 엄마들은 일터에 가기 전에 자신이 입던 옷을 아기에게 덮어주고 나간다고 전한다. 잠에서 깬 아이가 엄마가 없더라도 엄마 냄새로 편안해지라는 의미로 말이다. 또 호주의 한 아동병원에서는 아기를 재울 때 엄마 냄새 나는 인형을 안겨준다고 한다. 무엇보다 평화로운 엄마 냄새에 대한 지혜로운 생각들. 엄마가 아이가 눈 뜰 때 같이 있어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엄마들도 많이 있을 테니까, 아이에게도 일종의 대리만족이 필요할 거다. 만약 엄마가 쌍둥이어서 똑같은 얼굴이라 해도, 아이는 엄마와 이모를 구별하겠지? 아무리 아가라 할지라도...... 



프랑스 한국 문화원에서 작가의 전시회가 있을 때, 한 프랑스 부인이 작가의 어느 그림을 유독 마음에 들어하더니 직접 지은 시를 보내주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탄하고, 그때 떠오른 생각을 시어로 옮기고, 그리고 그것을 다시 작가에게 전달하기까지의 그 풍부한 감성과 솔직함 등등이 모두 멋져 보였다. 작가님은 또 얼마나 감동을 받았을까. 역시 예술은 국경을 넘어 감동을 주고, 감동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146쪽에선 앙상블과 하모니의 차이를 알려준다. 앙상블은 비슷한 목소리의 두 사람이 노래하며 어우러지는 거고, 하모니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만들어 내는 조화로움이라는 거다. 뮤지컬에서 특정한 배역은 아니더라도 단체로 나와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이들을 앙상블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앙상블도 멋지지만, 하모니는 더 멋져 보인다. 그 조화로움이라니......

   
 

햇살이 강하다고 나무가 자라기를 멈추지 않듯이 어둠이 짙다고 별이 빛나기를 게을리하지 않듯이
고단하고 막막한 나날 속에서도 열정은 맑고, 높고, 푸르게 살아 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오늘과는 다를 거라는 믿음으로, 
매일 주문을 걸며 새로운 하루에 발을 내딛는다. (178쪽)

 
   
   
 

 고난과 역경이 아무리 오래 간다 해도 인생이란 시간보다 길 순 없다. (183쪽)

 
   


그 어떤 역경과 고난도, 인생보다 길 수 없다는 말이 진한 위로로 다가온다. 괜찮아, 모두 다 잘 될 거야. 지금도 늦지 않았어... 이런 울림이 내 속에도 전달된다.  



소풍 날 마지막 순서로 보물 찾기를 하던 중 돌을 들추자 지렁이의 항변이 재밌다.  

"무례하군요! 남의 집에 노크도 없이!" 

이런 소소한 표현들이 참 마음에 든다. 유머러스하면서 따뜻하고 낭만적인 느낌. 

보물 찾기에 너무 심취해서 길을 잃어버린 한 아이. 겨우 친구들과 선생님 곁으로 돌아왔을 때 울먹이는 아이에게 선생님이 해주는 말이 또 눈에 들어온다. 

"너무 멀리 가면 보물을 찾을 수 없어. 보물은 너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숨겨 두었거든......" 

행복의 파랑새가 바로 지척에 있었듯이 우리를 기쁘게 해줄 보물 역시 우리 주변에 있을 것이다. 찾지 못하고 있든, 찾으려 하지 않든 간에... 



뒷 표지의 그림이다. 풍선 위에 앉아 있는 포포 양을 보니, 어릴 적 좋아하던 김동화 작가의 '요정 핑크'가 떠올랐다. 체중이 3.5kg밖에 나가지 않던 그 예쁜 아이가...^^ 

심승현 작가의 책들은 너무 예뻐서 오히려 가볍게 느껴지는 인상을 풍기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가벼워 보이는 듯한 그림 그림 사이에 고민하고 사색하는 작가의 마음 속 울림들이 분명히 들어 있다. 선물 같은 책이다. 

덧글) 2010년 달력과 미니 사이즈의 그림이 사은품으로 들어 있다. 한정수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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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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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비야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에, 그녀는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였고, 남다른 삶을 사는 특별한 인물로 보였다. 필요에 의해서 바람의 딸 시리즈 중 몇몇 부분만 발췌해서 읽고는 통 손이 가지 않던 그녀의 책들을 다시 펼치게 만든 건 '무릎팍 도사'의 힘이 컸다. 2회에 걸쳐서 나눠 방송을 했는데, 방송 보다가 울었다. 힘들었던 시기를 이야기할 때 벼랑 끝으로 온 세상이 작당을 한듯 밀어버릴 때, 끝내 그 벼랑에서 떨어져도 좋다고... 날개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거라고 했던 그 말이 주는 위로와 감동에 전율이 일었다.  그밖에 방송을 보면 구호 팀장으로서 부딪혔던 위험천만했던 일들, 난민국 빈민국의 실태에 대해서 경악을 하게 만드는 사실들이 머리 속에 콕콕 박혀버렸더랬다. 이 책은, 방송 때처럼 효과음도 없고 자막도 없고 깔려 있는 멋진 음악도 없지만, 그것들을 뛰어넘는 더 깊은 진심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이 책, 처음부터 무거운 이야기, 눈물 보태는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한비야는 이미 노련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던가. 그건 상술이 아니라 지혜로운 거라고 생각하지만. ^^ 

처음엔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스스로를 날마다 더 사랑하는 이야기, 산을 좋아해서 산에 미쳐버린 이야기, 건강 검진 결과를 기다리며 중병이라도 걸렸을 것 같아 죽기 전에 해야 할 리스트를 만들었던 이야기, 첫사랑 이야기 등등등.  

그렇게 긴장을 풀어놓고는 차근차근히 자신이 날개를 발견한 순간들을 펼쳐 놓는다. 구호팀장으로서 월드비전에서 일한 이야기, 그 속에서 맞닥뜨린 기적같은 순간들은 그녀가 가진 '신앙'의 연결 고리를 자주 드러내긴 했지만, 그것이 독자들을 불편하게 할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모슬렘 지역에서 월드비전의 로고가 십자가를 연상시킬 것 같아 과감히 치우고 일한 이야기라든가, 무슬림과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종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이야기 등은, 우리가 개신교에 대해서 흔히들 갖고 있는 불편한 감정들을 비켜가게 한다. 아울러 성숙한 신앙인의 자세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 

우리 나이로 쉰을 넘겼지만, 작가 한비야는 대놓고(은근히도 아니고!) 귀엽다. 특히나 1년에 책 백 권 읽기 프로젝트를 말할 때는 그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과 특유의 높다른 음조가 고스란히 귓가에서 울리는 착각마저 일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는 이따금 대한민국 전 국민이 '1년에 백 권 읽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곤 한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역시 책을 읽고 있는 옆 사람을 보고는 "이게 몇 권 째예요?"라고 묻고, 길에서 누군가 책을 들고 가면 사람들마다 "어, 저거 작년에 내가 열두 번째로 읽은 책인데", "올해 읽으려고 한 책인데", "내년 목록에 넣어야지" 하는 말들이 터져나옹는 상상.
......
9시 뉴스에는 "올해 첫 백 권 읽기 완독자가 나왔습니다. 충청북도 음성의 한 농부였다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 전해 듣겠습니다." 이런 소식이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다. 백 권을 다 읽은 사람들이 지역마다 모여 갖가지 축제를 벌이고...... 정부 차원에서는 전국의 백 권 읽기를 달성한 사람을 강변 공원에 초대하여 국빈 대접을 하며 폭죽을 터트리고 축하해주는 행사를 벌일 것이다. 3년 이상 백 권 읽기를 달성한 사람은 세금도 깎아주고 직원 채용 때 보너스 포인트를 주면 어떨까. – 164쪽

 
   


이 얼마나 발칙하고도 귀여운, 그리고 로맨틱한 발상이던가. 독서가 지상 최고의 아름다운 취미는 아닐지라도, 저런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그런 뿌듯함과 만족스런 미소가 떠오른다. 세금 감면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책 읽을 용의가 더 있는데 말이다.^^ 

'세계시민'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 대해서는 더더욱 귀가 쫑긋해졌다. 말로만 글로벌 리더라고 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하게 돈 잘 벌 궁리만 할 게 아니라, 세계 시민으로서, 세계 속의 한 인격체로서 지향해야 할 소중하고 따뜻한 가치를 제시하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성숙한 시민 의식. 그녀가 많은 강연 요청을 받고, 또 닮고 싶은 사람으로 손 꼽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의 책을 어려서부터 접하고 자라온 아이라면, 같은 꿈을 향해 더 멋지게 날개짓을 할 것 같다는 기대감도 차오른다.   

   
  내 생각에 글로벌 리더십 과정에서 제일 먼저 고려하고 일관되게 강조해야 할 핵심은 '세계 지도자가 되려면 먼저 세계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지도자가 된다는 사람이 세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그 세계를 이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다.
......
세계시민이란 세계를 내 무대라고, 세상 사람들을 공동 운명체이자 친구라고 여기며 세계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세계시민 의식이 있는 사람이다.
– 274쪽
 
   

작가 한비야, 오지 여행가 한비야, 또 구호팀장 한비야에게 쏟아지는 환호가 큰 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비판의 근거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또 인정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녀가 가진 열정이 얼마나 큰지, 그 열정을 자신보다 남을 위해서 쓰고 있다는 것도 사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서서 싸우는 그녀에게 앉아서 구경하는 우리가 손가락질을 하는 오만은 보이고 싶지 않다.  

이제 한비야는 월드비전을 그만두고 더 높이 날아오르기 위한 도약을 위해서 공부를 하러 보스턴으로 떠났다. 무릎팍 도사 방송 당시 출국하는 그녀를 배웅하는 카메라를 보았는데, 지금도 날밤을 새가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모습이 그려진다. 그녀가 그랬다. 장차 자신이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고. 지천명의 나이를 넘기고서도 더 큰 꿈을 꾸는 사람, 자신이 할 수 있는 더 많은 일들을 궁금해하고 그 가능성을 기대하는 사람, 그리하여 세상이 더 아름답고 멋지게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사람, 그리하여 정말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 근사한 삶이다. 닮고 싶은 인생이다.  

그녀가 제시한 멋지다, 대한민국! 리스트를 보면, 이 나라가 정말 자랑스러워진다. 도무지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이 나라가 챙피할 때가 많아서, 뉴스를 보는 게 몹시도 고통스러워서, 이 나라의 미래가 너무도 깜깜했는데, 조증만 반복되는 긍정 마인드의 화신 한비야의 외침을 들어보니, 이 나라가 좀 더 사랑스러워졌다. 이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좀 더 자랑스러워졌다. 이렇게 긍정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열정적인 그녀, 그녀의 마음 속엔 무엇이 있을까? 그건, 사랑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우리 모두의 축복이다.  

   
 

벼랑 끝 100미터 전.
하느님이 날 밀어내신다. 나를 긴장시키려고 그러시나?
10미터 전. 계속 밀어내신다. 이제 곧 그만두시겠지.
1미터 전. 더 나아갈 데가 없는데 설마 더 미시진 않겠지?
벼랑 끝. 아니야, 하느님이 날 벼랑 아래로 떨어뜨릴 리가 없어. 내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너무나 잘 아실 테니까.
그러나, 하느님은
벼랑 끝자락에 간신히 서 있는 나를 아래로 밀어내셨다.
......
그때야 알았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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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0-28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진 리뷰에요.
우리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감격스럽겠지요.

마노아 2009-10-28 08:03   좋아요 0 | URL
헤헤, 감사합니다.^^
우리 같이 날개를 파닥거려용~

다락방 2009-10-2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리뷰네요, 마노아님! 전 이책에 대해서 어떤 호감도 없었는데 마노아님의 리뷰덕에 호감이 생겨요. 이거 정말 박수받을만한 리뷰에요!! >.<

마노아 2009-10-28 11:4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고마워요. 부끄부끄...^^
한 제목에 할당된 내용이 좀 길어서 호흡이 길겠거니...하며 좀 미뤘는데 오히려 한 번 잡으니 순식간에 읽게 되더라구요.^^

레와 2009-10-2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서 싸우는 그녀에게 앉아서 구경하는 우리가 손가락질을 하는 오만은 보이고 싶지 않다. "

마노아님의 리뷰가 참으로 멋진데요!!

마노아 2009-10-28 11:45   좋아요 0 | URL
으하핫, 저 표현은 불의 검에서 나온 문장인데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강 저런 느낌이었어요. 레와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