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 성매매라는 착취와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용감한 기록
봄날 지음 / 반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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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4 봄날.

제목이 자꾸 마음에 남아 관심이 가던 책을 읽었다. 저자는 20여 년 동안 성매매 경험 당사자로 룸살롱, 성매매 집결지, 보도방, 티켓 다방을 전전하며 불어나기만 하는 선불금 빚과, 자신을 인간이 아닌 돈벌이 수단 내지 성욕 해소 도구로 이용하고 모욕하던 업주와 성구매자들의 폭력 때문에 오래도록 고통받았다. 같이 일하던 수많은 여성이 죽음으로 몰리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 또한 삶의 의지를 여러 차례 접었다. 저자가 어려울 때 도움을 준 친구들과 상담 센터의 지원이 있어서 다행히도 저자는 성매매 업소를 벗어나고 다른 탈성매매 여성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이 책에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추악한 성구매자들과, 돈에 미친 포주들이 저지른 인권 유린을 남겨 내가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성접대를 준비하는 연예인들이 주고 받은 메시지에 잘 주는 애들 이라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대체 무엇을 주고 받고 싶었는지. 자기들이 돈을 주면 그 모든 게 다 가능하다고 해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끔찍했다. 성매매를 일컬을 때 여자를 사는, 사 먹는, 이런 표현을 쓰는 이들도 있다. 여자라는 인간을, 혹은 여성성을 과연 누군가 돈을 지불하면 사서 소비하고 소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 건지.

고통과 착취를 겪었고 겪고 있을 여성들을 생각하면 이 책을 그저 서사로 소모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했다. 빚으로 엮어 빠져 나올 수 없게 만드는 구조, 자본과 권력이 들러붙어 착취하고 기생하는 구조, 그런 공고하게 유지되어 온 업소들을 부끄럽지도 이상하지도 않게 여기고 오히려 공범을 장려하는 야만의 문화는 빨리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유흥 후기라는 이상한 형태의 홍보글이 자신이 경험한 성매매를 미화하고 여성을 품평하고 있었다. 제 정신 박힌 인간 하나라도 나와서 자기 성구매 기록을 속죄하며 참회록 쓰고 할복자살이라도 좀 했으면 좋겠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하면 오대수처럼 15년 가둬놓고 군만두 먹이면서 노트 던져 놓고 쓰라고 하고 싶다. 감금방 텔레비전에는 너희 때문에 죽어간, 병든, 고통 받는 사람들의 증언만 줄창 틀어줘야지. 자발 타령 하는 놈들은 그 옆방에 가둬두고 군만두도 안 주고 단무지만 줘야 한다…

가정 폭력을 피해 가출한 아이들이 당장의 생존을 위해 조건 만남을 하고 성착취 당하는 지금은 봄날님이 공장의 박봉과 공장 직원의 강간과 임신한 애인을 버리고 떠난 모진 놈을 뒤로 하고 성매매로 유입되던 이십 여 년 전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 모르겠다. 여자를 때리고 이용하고 뜯어 먹고 사는 놈들은 다 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엉망진창인 구조와 문화가 빨리 개선되어야겠지만 그 전에 수렁에 빠진 여성들이 탈성매매 할 수 있는 지원책이 잘 마련되고 그런 지원책을 특혜라고 지껄이는 새끼들도 닥치지 않을 거면 다 죽었으면 좋겠다.

+밑줄 긋기
-구매자들은 나에게 돈을 지급했다는 것으로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했다. 돈을 받은 나는 당연히 자신들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구매자와 단둘이 있는 장소에는 보호 장치가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맞지 않고, 죽지 않으려면 구매자의 말에 고분고분하게 따를 수밖에 없다. 구매자에게 폭력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다. 경찰은 내가 업소에서 성매매를 했기 때문에 범죄자라고, 성매매를 한 주제에 무슨 신고를 하냐고 말했다. 업주는 자신이 다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막상 폭력이 벌어지면 내 탓으로 돌리며 업소가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다는 핑계로 나의 입을 막았다. 경찰에 신고를 해봤자 나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고,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었다. 그 이후로는 어떤 폭력이 일어나도 신고하지 않았다.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걸려 벌금을 내는 여성들은 그 벌금 때문에 선불금이 늘어나기도 했기에 성매매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기란 더더욱 어려웠다.
성매매 여성이라는 이유로 구매자에게 맞아서 피를 흘려도 나는 인권이라고는 없는 사람이었다. 업종별로 내가 겪은 구매자들의 행태를 되짚어보았지만, 구매자들이 성매매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기본적으로 똑같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겪은 구매자들의 더러운 행위들이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라고만 생각하고, 그 폭력을 혼자서만 감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성매매 경험 당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것은 성매매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폭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여 년 간의 경험을 통해 나는 여성의 성을 돈으로 사는 구매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여성을 알선하는 포주가 없으면 성매매는 줄어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한국에는 성매매 업소에 다니는 남성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성구매를 하지 않는 남성이 특별한 존재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도 있따. 그러나 성구매를 하지 않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행동이다. 이제는 내가 경험한 구매자들의 추악한 모습을 낱낱이 고발하고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나의 목표이기도 하다. (332-333)
-돈이 있다고, 권력이 있다고 남의 성을 사는 행위를 쉬쉬하고 덮어주는 것, 더 어린 여자의 성을 구매하기 위해 어플을 만들고, 성행위 영상을 불법으로 촬영해서 돌려보며 웃는 구매자들을 심판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이 사회 모두가 방관자다. 성매매의 경험을 성찰하는 것은 경험 당사자만의 몫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성을 구매하는 행위에 대해 ‘필요악’이라는 궤변으로 포장하는 문화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뿌리 깊은 성매매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이 사회가 비로소 안전해지지 않을까?(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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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05 0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쎈 제목에 이유가 있었네요. 단무지도 아까워요!! 😭

반유행열반인 2021-07-05 07:03   좋아요 2 | URL
그럼 춘장만 주는 걸로요ㅎㅎ ㅠㅠ

Yeagene 2021-07-05 18: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경험 글로 남기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7-05 18:23   좋아요 2 | URL
네 대단하신 분이고 앞으로도 여태 힘들었던 만큼 보다 훨씬 더 잘 사실 거 같아요
 
럭키 아가씨의 새로운 일
타카노 후미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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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4 타카노 후미코.
촌철이 인상 깊은 젊은이(?) 분과 이웃을 맺었는데 그 분 읽고 싶은 책 목록이 취향저격이어가지고 기웃대다가 타카노 후미코 만화책을 두 권 중고로 질렀다. 마침 꼬맹이 줄 전천당9권이랑 노승영 번역가가 옮긴 시간과 물에 대하여 도 같은 우주점에 있어가지고. 위대한 광주점 ㅋㅋㅋ저번에도 그랬는데 위시리스트 한 방에 모아 놓는 재주 있는 지점(은 역시나 우연…)
아니 근데 우주점도 쿠폰 좀 뿌리시죠 알라딘…등급 쿠폰도 직배송 중고 쿠폰도 안 먹혀서 조금 김이 빠졌다. 그냥 월초 적립금 탈탈 털었다.
약간 발랄하고 허영기도 있는 주인공 럭키 아가씨(어 근데 진짜 이름 나왔나 안 나온 듯)가 백화점 좋아 랄라라 하다가 첩보에 휘말려 스파이 미션 수행하다 위기를 겪다 해피엔딩- 하는 이야기였다. 이게 스파이물의 전형인지, 나는 그런 장르라곤 존 르 카레 할배의 리틀드러머걸만 딱 봤는데 둘이 비슷한 느낌이었다. 첩보 의뢰를 받고, 모든 진실은 제대로 전해 받지 못하고, 같이 활동 중에 비밀에 쌓인 남자 요원과 약간의 러브 라인이 그려지고, 알고 보니 두 나라의 분쟁과 연루되어 한 작은 나라의 운명이 걸린 미션이고, 뒤질 뻔 하다가 구제 받고… 리틀드러머걸 쪽이 1983년작이고 이 만화가 3년 뒤에 나왔으니 뭐 영향 받았을 수도 있겠다.
귀엽고 흥미진진한 면도 있는데, 리틀드러머걸이 너무 슬프고 암울한 반면 이 만화는 막 신나신나 리치리치 백화점 백화점 하고 노래 부르고 갓스타킹으로 밧줄 타고 모자모자 쇼핑하고 자본주의 오예 하는 게 밝고 명랑했다. 그런데 마지막엔 꼭 신데렐라 같은 걸 끼얹어야 하는가… 하는 시대의 한계…
제일 마음에 든 건 왠일인지 럭키 아가씨가 메이드로 보필하다 해고 날린 진짜 아가씨가 중간에 입은 괴랄한 패션 ㅋㅋㅋ가슴에 뭔 우동에 든 어묵 얹고 목걸이는 생선 까시다 ㅋㅋㅋ이런 거 좋아하는 나… 아가씨는 돈도 많고 이거저거 다 사다 지루해 재미없어 하고 대충 슬립 입고 슬리퍼 신고 쓰던 모자도 럭키 아가씨한테 막 줘 버린다. 그거 보면 부자라고 다 행복하진 않아… 하고 만화 보는 가난한 독자한테 위로 내지 교훈 주는 거 같은데 개뿔ㅋㅋㅋㅋ돈은 많을 수록 좋습니다. 대신 전 모자 대신 책 살게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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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7-04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가씨 패션이 대단해요!1986년에 이런 소녀스파이물이 있었군요..

반유행열반인 2021-07-04 19:48   좋아요 2 | URL
저 부분이 제일 재밌고 나머지는 그냥저냥이었어요 ㅋㅋ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서…같이 산 다른 한 권은 육아 만화? 같은데 천천히 읽으려규요 ㅎㅎ
 
[eBook] 나는 적금보다 5배 이상 버는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손봉석 지음 / 다산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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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3 손봉석.

사십 년 좀 못 되게 살았지만 투자란 나랑 먼 이야기였다. 이십 살 되면서 노동 소득 확보에 분투했고 지금도 여전하다. 취업하자마자 집 관련 문제가 생겨서 이십사 살에 처음 신용대출을 사천만원 넘게 받았다. 일찍부터 학자금대출 받은 친구들에 비하면 양호하지만 그때부터 나의 재무관리란 빚 관리였다. 2008년 첫 대출 당시 금리는 7퍼센트였다. 그러다가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이자가 4퍼센트대로 내려가고 조금 숨통이 트였다. 어찌저찌 월급 받으면 빚을 갚고, 혼인을 해서 다시 또 전세자금 대출 사천만원 넘게 받아 육천만원 전세를 얻고, 갚고 일억천만원 전세를 얻고, 또 갚고 이젠 집을 사버리자 해서 꼴랑 전세금 일억천만원 가진 주제에 (온갖 알바가 수입인 대학원생과 박봉인 내가 빚내서 시작해 오 년 만에 그렇게 돈을 모은 것도 여전히 미스테리이긴 하다) 삼억 가까이 빚을 내서 첫 집을 산 게 오 년 전이었다. 아직 곁의 사람이 취업도 안 했는데 그냥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고 일단 집주인이 자꾸 세금 체납해서 가압류 들어오다 교회에 증여된 전셋집부터 탈출하자, 하면서 서른 둘에 저층에 옹벽뷰에 산꼭대기에나마 내 집을 마련했다. 그러니 나의 재무관리는 15년 만기 주택자금대출을 갚는 것 말고는 여력이 없었다.
작년 말까지도 그 집의 대출은 억대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십평대가 먼저 오르고, 삼십평대, 사십평대가 조금 차이를 두고 오르는 식이었다. 왠지 더 크고 높은 집에 살고 싶어졌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살던 바로 옆 단지에 왠일인지 주변보다 덜 오른 큰 집을 사버렸다. 첫 집보다 2.5배나 비싼 집이었다. 현금은 가진 족족 빚을 갚느라 계약금을 댈 현금도 부족했는데 어찌저찌 일단 계약을 했다. 일단 질러 놓고 살던 집을 팔려니 집이 안 나갔다… 거의 세 달 동안 보러 오는 사람은 많은데 안 나가서 달마다 천만원씩 내려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놨더니 어쨌거나 팔렸다. 그 돈으로 남은 대출을 갚고, 또다시 부족한 자금을 억대로 빌려서 이사를 했다.

그러니 아직 억대 부채를 가진 채이지만, 뭔가 그 사이 달라진 대출 정책으로 상환 기간은 30년 이상이고, 다달이 갚는 돈은 작은 집 살 때보다 오히려 줄어들고, 금리도 낮아서 굳이 중도상환수수료 내면서 막 얼른 갚아야 겠다 싶은 생각은 안 들고.

그러면 예적금을 들어서 근로소득을 모아볼까 했더니 예금금리는 더 미쳐서 0.75퍼센트라고 했다. 한 달쯤 지나니 0.7퍼센트… 흠 이건 돈을 은행에 넣어두면 작년 물가상승률이 0.7퍼센트니까 그냥 제로금리라고 보면 되었다.

2퍼센트 예금 금리만 해도 그냥 넣어둘 생각이 들었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어 곁의 사람에게 이야기해보았다. 완전 벼락부자 벼락거지 그런 거 안 바라고 진짜 예금보다 조금만 더 받아도 낫겠어. 2프로래도 망한 건 아니고 4프로면 대박인 거 아니냐…그러면 펀드를 해 보자 했다. 곁의 사람은 아주 아주 오래 전 결혼 전에 중국 펀드를 딱 한 번 사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거의 이십퍼센트를 까먹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주식이고 펀드고 우리는 그런 거 하지 말고 뼈 빠지게 벌어서 아끼면서 살자 했는데 내가 투자에 대해 긍정적인 기미를 보이니 조금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각자 관심 있는 종목을 골라보자 했다. 나는 펀드도 대부분 주식형이니까 주식에 관한 책을 읽어보마 했다.

내가 고른 건 석유 파생 펀드(유가가 오르니까), 은 선물ETF(금은 올랐는데 은은 좀 덜올랐으니 따라 오르겠지. 했더니 내가 사자마자 은이 폭락해서 개망했다), 뭔 위험 회피자인 척 하더니 제일 위험한 거만 두 개 골랐냐 ㅋㅋㅋ… 건설ETF(정부가 이제 부동산 공급 위주 정책 할거라니까), 반도체ETF(반도체는 옳다 난 양자책도 읽을 거야 언젠가는), 삼성그룹주식 대충 모은 펀드(삼성전자 주식 몰빵 사 두면 안 돼? 했더니 곁의 사람이 그렇게 하는 거 아냐…하고 한숨 쉬길래 그럼 이걸로…하고 쭈글)
곁의 사람은 소비재ETF(하여간에 다들 막 사재끼니까), 운송ETF(택배노조 파업하는데 이걸 왜…), 여행레저ETF(비싸게 사고 제일 많이 까먹는 중이다…아직 코로나 안 끝났다고…너무 이르다고오….), 부동산리츠ETF, 다우존스ETF(이 두 개는 내가 1도 몰라서 뭐라 할 말이 없다…)
하여간에 그렇게 막 얼마 되지도 않는 걸 마구 쪼개가지고 주식계좌도 머리털나고 처음 만들고 주문도 하고 그렇게 보름이 지났다.
돈이 녹는 걸 목도했다. ㅋㅋㅋㅋㅋ 아 돈은 녹는 물질이구나. (이건 인플레이션 이라는 책 서두에 나온 걸 따라한 표현. 읽다 말았음 ㅋㅋㅋ)

주식 직접 투자는 가능하면 지양하기로 했는데 결국은 세 가지를 사 버렸다. 인테리어 두 번 하면서 6년 간 오, 나름 좋아졌어, 재무 보니까 오, 제법 성장했어, 하고 한샘 주식이 뚝 떨어진 걸 보고 몇 개 사봤다. 그런데 떨어지면 지층인가 했더니 지하실도 있었다. 그리고 바닥을 탄탄탄 다졌다. ㅋㅋㅋ 아직 마이너스이긴 한데 그래도 회복이 되는 걸 보고 절망하지 않기로 했다.
초딩 꼬마애가 희망급식바우처라는 걸 나라에서 십만원 받았는데 이놈으 것이 편의점 단독 사용이다. 이게 뭔 특혜인가…하고 빡쳐하다 오 그럼 편의점 이번 분기 매출 오르겠네? 씨유랑 지에스리테일을 눈여겨 보다가 지에스리테일이 지에스홈쇼핑이랑 합병을 한다길래 그래?그럼 하고 사 버렸다. 다들 불매운동한다고 난리인데 오 내가 사니까 올랐어! 신나서 조금 더 샀더니 곧바로 추락…수익률은 0으로 수렴… 어제 지에스 가보니까 할인행사도 안 하고 종류도 얼마 없고 망할 놈의 회사…이마트 편의점이 더 깨끗하고 행사 많이 하더라…
그러다가 배당주라는 걸 알고 나도 배당주가 가지고 싶어! 하고 뒤지다가 작년에 5퍼센트대 배당을 했다는 삼성화재우를 샀다. 사자마자 다음 날 막 떨어져가지고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사고 싶어도 참다가 좀 떨어진 날 살 걸 왜…그래도 이것도 조금 있으니 다시 올라서 마이너스는 겨우 벗어났다.

이렇게 주린이도 아니고 주간난이(주식 간난쟁이)가 된 게 겨우 보름째이다. 그와중에 주식 들어가는 이런 저런 책을 읽었는데 마지막에 빌린 게 바로 이책이었다. 일단 제목부터 끌렸다. 적금보다 5배, 라면 5-10퍼센트의 수익이니까. 욕심 안 부리는 게 마음에 들었다. 내가 바라는 게 그거야. 떼부자 될 생각은 없고 그냥 마이너스만 아니면 된다고.
저자는 전문 투자자나 전업 투자자가 아니다. 이 점이 여태 본 책 저자들과 달랐다. 회계사이고, 수도권 생활 접고 제주 내려가서 자기 사업을 하고 있다. 교사들 데리고 투자교육 모임을 무료로 했다고 한다.
이런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이었다.
-주식에 대해 1도 모른다.
-여유자금이 있고 이제 묻어둘 곳만 찾으면 된다.
-주식으로 인생 역전할 생각은 없고 적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이면 만족한다.
-돈에 있어서는 느긋한 성격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다.
-정신 사납게 차트 분석하고 막 샀다 팔았다 단타라고 하는 매도 매수 반복하기 귀찮다.

저자가 주주총회 갔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형식적으로 해야 되서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걸 모르고 막 진지하게 질문 준비하고 질문할 타이밍 노리는데 막 각본에 짠 듯 자찬하다 우르르 끝나는 거 보고 다음엔 굳이 치고 들어가서 막 질문하고 진행자들 긴장 타게 하고 차 얻어 마시고 옴 ㅋㅋㅋ 그냥 하는 짓이 귀여웠다.

이 책은 2016년에 나온 책이고, 코로나19 이전이고, 금융위기 이후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미친 초대규모 양적완화를 겪기 이전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본적인 투자 태도나 마음 다스리기는 유효한 부분이 많지만 저자가 좋아하는 종목의 시장성은 아무리 봐도 이제는 아니다 싶었다.
저자는 식음료 분야를 너무너무너무 사랑해서, 쉽고 그래서 좋아해서 동서랑 롯데푸드랑 빙그레만 이 책에서 줄창 언급된다. 나는 이 그룹들이 오래되었고 아직도 사람들이 많이 소비하는 분야이긴 하지만 이제 독과점이거나 경쟁종목이 없거나 매출과 성장에 부침을 겪지 않는 회사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카페를 많이 찾게 되었고, 카페를 못가게 되니까 아예 집집마다 커피캡슐 머신을 갖추고 말았다…믹스 커피 안녕… 심지어 회사 사무실들도 커피 머신 갖춘단 말이다… 아니면 숨통이라도 트이려고 믹스 마시는 대신 커피 핑계로 바깥에 나가서 전문점에서 사 마신다고… 빙과나 음료회사도 그래. 코로나19 오면서 마스크 쓰고 바깥 돌아다니면서 편의점에서 음료나 아이스크림 쮹쮹 빨고 돌아다니기란 어려워졌다. 오히려 마트 배송이나 배달앱 이용해서 배스킨라빈스나 카페에 빙수나 아이스크림 메뉴까지 배달해 먹는 세상이라고…그리고 나만 해도 이제 꼴에 입이 고급되서 하겐다즈 나뚜루 미만잡 하고 잘 안 사먹는다고…
궁금해서 저자가 좋아하던 회사들의 최근의 재무지표들을 살펴보니 역시나 매출도 조금씩 감소하고 주식 가격 또한 좋지 않았다. 5년 이면 강산이 변하다 못해 천지가 개벽하고 뒤집어지고 하여간에 그런 것이 아닐까…심지어 가장 보수적인 의식주니 식음료 사업이니 하는 것도…
하여간에 꼴랑 다섯 권 보긴 했지만 진짜 저자들이 하는 말이 너무나도 다 달라서 이놈의 투자란 정답은 없구나, 제대로 아는 놈도 없구나, 예측이 불가능한 것은 다 이렇구나 싶었다.

그래도 아직 조금 말아먹는 중이지만 이 책 덕분에 조금 느긋해질 것도 같고, 조바심 내고 언제 팔지 전전긍긍하지도 않을 것 같다. 물론 올 연말에 질질 짜면서 여러분 주식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입니다요 제발 제발 하지 말라고요오 하고 다닐 수도 있지만 일단은 저를 지켜보시면서 천천히…저축으로 종잣돈을 마련해 보도록 하십시다… 제가 먼저 망해(혹은 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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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 2021-07-03 21: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돈에 대한 책 읽다가 이 리뷰 읽는데 또 눈앞에 물음표가 생겼어요. ㅋㅋ 불안전한 투자수익률에 기대지 말고 저축하란 말 읽으며 끄덕끄덕 마음의 평화를 찾았는데요. ㅎㅎ 역시 돈과 투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권할 만한 독자가 저입니당. ^^;

반유행열반인 2021-07-03 21:17   좋아요 5 | URL
이 책 이전에 월급 쟁이 살 길은 초단타야! 이런 정신 없는 책이랑 막 재무제표 우수수숫수수수숫수수 하는 거 읽고 읽으니 막 편안, 해지더라구요. 순서가 잘 못 되었던 것도 같고 그게 오히려 잘 된 것도 같고 ㅋㅋ다른 책은 잘 모르겠고 이 책은 초초초보 일도 모름일 때는 읽어도 좋겠습니다. 단 저자가 좋다 하는 종목 특징은 새기되 사례로 제시된 회사는 투자 대상으로는 좀 고민해보셔야 할 거 같구요. 벌써 오 년 된 책이니까요 ㅋㅋ

붕붕툐툐 2021-07-03 22: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주식 투자하기 전에 주식책 사서 공부부터 하는 사람들~ 후훗~ 책쟁이들 어쩔 수 없다니까요~(제가 딱 이래요. 뭐 하려면 책부터 찾아봄.ㅎㅎ) 공부하는자가 승리(?)하는 모습 보고 싶습니다!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7-03 22:50   좋아요 5 | URL
아니 이젠 쇼님 따라서 파이썬 책 볼건데요 ㅋㅋㅋㅋㅋㅋ문돌이가 코딩 공부한대…

Yeagene 2021-07-04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저는 저를 너무 잘 알아서...주식은 못 할 것 같아요..넘 어렵습니다요...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7-04 19:49   좋아요 1 | URL
저도 저를 알아서 30몇년 간 쳐다도 안봤는데…괜히 쳐다봐가지고 돈이 녹네요…..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7-14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주식 완전 잊고 있다가 반님 서재 기웃거리다 방금 열어봤는데 ㅋㅋㅋ ....... 내 친김에 물타고 옴.. 파란불아.... (정신번뜩)
잊자. 주식은 잊어야한다.

반유행열반인 2021-07-14 20:45   좋아요 1 | URL
금요일에 새파랬구요 월화 반짝 빨갛다가 오늘 대체로 파랑불이에요 ㅋㅋㅋ한샘을 더 샀어야 해…

공쟝쟝 2021-07-14 22:14   좋아요 1 | URL
반반은 단타 중 ㅋㅋㅋ 공쟝쟝은 시드모아 장투 할 예정! 째리는 종목있으면 페이퍼에 공유할거죠? ㅋㅋㅋ (지켜본다)

반유행열반인 2021-07-15 06:22   좋아요 1 | URL
아 단타 안하려했는데 저 회사가 괜히 급격히 올라서 목표 수익 너무 빨리 도달한 거여...뭐 이미 다 써놨는데유 ㅋㅋㅋㅋ저도 장기투자자를 표방합니다(엣헴)
 
-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김홍모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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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린 이는 거대한 재앙 앞에서도 하나라도 더 구하려 애를 쓰고, 여럿을 구하고도 마음을 다쳐 남은 삶을 번민한다. 정작 잘못한 모진 이들은 수많은 사람을 해하고도 태연하게 잘 산다. 메워지지 않는 부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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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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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어미로, 그저 나로 살아남는 일이 쉽지 않다고, 그걸 이해 받는 일이 나를 계속 살게 할지 모른다고 기댔던, 기대했던 가장 친밀한 이들조차 나를 좌절시킨다. 너도 그랬니, 나도 그랬어. 족같은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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