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 Will Never Die. 

록을 말할 때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문구다. 천재하드록기타리스트 마이클 쉥커(Michael Schenker) 주축으로 결성된 마이클쉥커그룹(MSG)의 대표곡 중 하나인 'Rock Will Never Die'는 1986년 그룹 부활의 1집 음반 제목이기도 했다. 록을 한다는 사람치고, 록을 들어본 사람치고, 이 문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라고. 로커들의 전매특허 발언이기도 하니까. 로커들을 툭~하고 건드려 보라. 이 말이 대번에 튀어나올 것이다. 


<청춘밴드>의 주인공 록밴드 '블루 스프링(BLUE SPRING)' 연습실에도 이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그들이 무엇을 추구하는 그룹인지 단박에 보여주는 기표다. <청춘밴드>는 그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뮤지컬(을 표방하는 연극)인데, 결국 청춘의 이야기다. 포스터에 적힌 카피 'Rock은 청춘을 포기하지 않는다'가 이것을 대변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 <청춘밴드>, 이야기는 심심하고 지나치게 전형적인데다, 전반적인 연기와 연주, 연출은 여물지 않았다. 잠깐씩 반짝이는 순간이 있긴 하나, 그것이 모든 결점을 덮을 만큼 강력하지도 않다. 그들의 작업실이라고 보여지는 무대는, 록밴드에 대한 어떤 선입견이 작용해서인지 모르겠으나, 밴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보다 뭔가 반듯하게 만들어져 그들이 말하는 '록 스피릿'과 동떨어진 인상이다. 무대라는 공간을 통해 블루 스프링의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실패했다는 얘기다.



드라마투르기(극적 구성)는 정말 심각했다. 록밴드가 거대 기획사와 싸우는 과정에서 멤버들끼리 갈등을 빚다가 결국 이를 이겨내고 다시 록을 부른다는 줄거리인데, 이렇게 대거 줄여서 말해도 모든 이야기가 그려질 정도다. 뭐 그만큼 이해가 쉬운 이야기 구조를 택하기 위함이었다면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모든 것이 너무 쉽게 쉽게만 봉합되고 넘어가니, 성의가 부족하다는 인상만 받았다. 


기획사 대표가 이간질한 멤버들의 갈등은 우스울 정도로 쉽게 풀리고, 이야기 전개는 그저 일사천리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이라는 트라우마를 품은 록밴 리더이자 보컬 최강인은 그 아픔과 슬픔을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연기력이 부족했다고 해야할지, 어설펐다고 해야할지, 연기보다는 음악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내세운 것 같았다. 다른 멤버라고 다르진 않은데, 약방의 감초격인 설사준 외에는 전반적으로 캐릭터 모두가 연기력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 관객을 캐릭터 자체에 몰입시키지도 못했고, 그들 각자도 캐릭터와 동화되지 못하는 인상이었다. 특히, 3000만원짜리 바이올린을 부수고 밴드에 합류했다는 드러머 박태림의 특유의 하이톤 발성은 귀에 거슬렸고, 연기는 과했다. 



<청춘밴드>는 음악(연주)할 때만 그나마 즐겁고 흥겨운 기운이 퍼질 뿐, 그것도 잠시다, 전반적으로 함량 미달의 뮤지컬이다. 당연히 록밴드라고 전형성만을 띨 필요는 없겠다. 흔히 록밴드라고 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그런 모습이거나 진흙속의 진주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밋밋한 캐릭터로 구성된 밋밋한 이야기로 청춘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무성의해 뵌다. 좀 더 농축된 캐릭터와 이야기 구조를 만들면 좋겠다. 듣기에는 리뉴얼하여 시즌4라는데, 어떻게 이렇게 밋밋하게 리뉴얼했을까, 의문스럽다.


록과 청춘을 결부하려는 움직임은 상투적이면서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록에 대한, 청춘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와 사유로 이야기트루기를 해야하지 않겠나. 단순히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록페나 콘서트를 가면 된다. 뮤지컬에서 관객이 원하는 바는 그것들과 다르다. 알면서도 이렇게 만들었다면, 너무 무성의한 것이고. Rock은 윌 네버 다이하겠지만, <청춘밴드>가 시즌을 계속 이어나가려면 지금과 같은 모습이면 곤란하겠다. <청춘밴드> Will Die, Soon이 될 테니. 아쉬운 관람이었다. 


(사진출처 : 청춘밴드 공식홈페이지 http://www.oorachach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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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날 것을 기대하지 않지만, 

또 다시 태어나길 바라지도 않지만,

(이건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의 영향이다!)


어쩌다 실수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멋지게 춤 추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다음 생엔 꼭 댄서다.

(이건 <댄싱 9>의 몸이 빚어 내는 아름다움에 매혹됐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것이 단 한 번만이라도, 끝내기 안타를 칠 수 있는 야구선수이고 싶다.

진짜 수컷이었던, 더할 나위 없이 진짜 사내였던, 

한 부산 싸나이 때문이다. 최.동.원. http://swingboy.net/528

(9월 14일, (최)동원이 형님의 2주기여서 그렇다!) 



그리고, 봉준호의 포기와 단념을 나는 지지하고 동의한다. 

꼬리칸에서 엔진으로 간들, 지배세력만 바뀔 뿐 시스템은 바뀌지 않는다.

다른 게이트, 세상으로 가는 다른 문을 여는 것이 되레 현실적이다.  

선악 코스프레로 쳇바퀴 굴리는 세상에 대한 단념과 포기가 필요한 이유다. 

세상을 바꾼다는 말 따위, 그 뜨거운 열정을 폄하하고 싶진 않지만, 그 말을 믿지 않는 이유다. 도대체, 이 풍진 세상에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진짜 제대로 단념할 줄 아는 것에서 우리는 현실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설국열차>에서 내가 꼽은 열쇠 말은 음식, 담배, 노동, 혁명, 그리고 단념이었다. 오늘의 커피는, 그래서 최동원이다. 진짜 수컷의 향으로 가득 채운 묵직하고 찐한 테스토스테론의 향기. 그 어느 해 9월 14일, 내게 '최동원'이라는 커피를 주문해주시라. 당신만을 위해 건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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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흘러간 여름이는 지나간 연인일 뿐.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으로. 새로운 연인 앞에서 책을 펴야 하는 것, 새 계절에 대한 예의다. 만나고 싶다.  


1.《영년

박흥용이다. 그것도 '국가'라는 화두를 들고 왔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지금-여기에는 국가가 없다. 아무리 국가가 지질할손, 국가기관을 움직여 댓글 따위로 공작을 하진 않는다. 국가의 탈을 쓴 기업이, 그것도 사회는 염두에 두지 않는 이익집단이 권력을 쥐고 흔들 뿐이다. '국가'라는 사회적 계약이 지켜지지 않는 시대, 우리는 지금 다시 국가를 사유해야 한다. 우리는 이 사회적 계약을 재고해야 한다.내 파란 세이버》로 처음 만났던 박흥용, 믿고 보는 이름이다. 






2.《먹거리와 농업의 사회학

먹거리를 맛과 먹는 문제로만 여기는 건, 가축이나 하는 짓이다. 먹거리에 대한 사유야말로 인간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유다. 먹어야 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거대농식품체제는 우리를 그것으로부터 떨어뜨려놨다. 그래야, 지배하기 쉬우니까. 아니나다를까, 우리는 풍부해진 먹거리 앞에 그만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입과 혀를 속여서라도) 맛있으면 그만이고, (사진찍기에) 예쁘고 그럴듯하면 그만이었다. 그 결과, 식사 대신 사료를 먹게 됐다. 제대로 먹기 위해, 사료가 아닌 식사를 하기 위해, 먹거리의 사회학을 길어 올릴 때다. 




3.《안나와디의 아이들

어찌 이 책을 외면할 수 있을까. 절대적 가난(빈곤)은 지금 지구가 처한 가장 시급하고 명백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누구나 그렇게 알고 있지만, 아무도 행하지 않는다는 것이 또한 가장 큰 문제다. 도시빈곤 르포트타주의 걸작이라는 이 책은 그것을 가슴 아프게 상기시킬 것이다. '팩트'라는 씨줄과 '문학적 감성'이라는 날줄로 엮은 이 책에서 가난과 불평등이 그들이 게으르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닌 세계화와 기업의 욕심으로 빚어낸 구조적 결과물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 뭄바이라는 경제적으로 떠오르는 신흥도시는 그것을 함축적이고 압축하여 드러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바뀔 수 있을까. 



4.《건축만담

건축은 종합예술이다. 사람의 일상과 생활을 지배하는 중요한 오브제다. 사람은 건축을 만드나, 건축이 사람을 지배한다. 하지만 한국 대부분의 대도시에 건축이 없다. 돈이 되겠다싶어 쌓아올린 건물만 덩그러니 서 있다. 미학이나 미적 감각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흉포함 그 자체다. 그것은 곧 우리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러니 건축을 통해 삶을 성찰하거나 사유할 수가 없다. 다른 생각과 방식이 끼어들 틈이 없다. 《건축만담이 필요한 이유이리라.  





5.《불륜예찬

제목이 먹고 들어간다. 옳고 그르고를 차치하자. 왜 우리는 불륜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을까. 그렇게 배워왔고 길들여졌다면,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불륜이 왜 나빠? 섹스는 감추고 숨기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알려주고선, 슬쩍 뒷북 치는 게 더 나쁜 거 아냐? 차라리 뻔뻔하게 불륜예찬이라고 선언하는 책은 어떤 내용을 품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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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업 ep coop의 수운잡방(서교동)에서 열리는,
9월의 맛콘서트, '착한치킨은 없다!'

 

토종 종자 닭으로 만든 치킨도 먹고, 삼계탕도 먹고,
통닭이 치킨으로 불려진 사연부터 닭 산업의 수직계열화, 닭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문화/시대/지역적 특징을 사회학으로 풀어보는 시간.

 
자, 치맥을 즐기는 당신, 제대로 알고 먹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요?
9월 2일과 9월 9일 중 택일하여 오시라!

 

신청은,

https://docs.google.com/forms/d/1rPeLU2rpOI4WZ0xnVhtDnURNADHsD-CCIXJEU2euk5M/view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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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빛. 

표지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근래 몇 년동안 정서적으로 나를 가장 풍성하고 충만하게 만든 만화(바닷마을 다이어리) 다섯 번째 이야기. 3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만화. 아마 죽을 때까지 품고 갈 만화를 고르라면, 지금까지 내겐 《H2》와 《바닷마을 다이어리》시리즈다. 


네 번째 이야기까지 본 뒤, 나는 이렇게 소개했었다.

 

요시다 아키미가 그린 가마쿠라 바닷가 마을엔 크고 대단한 이야기가 없다. 소소하고 작고, 사소할 뿐이다. 그건 곧 일상이다. 코다가의 네 자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바다의 물결은 책을 덮을 때쯤 쓰나미로 다가온다.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잔잔하고 속 깊은 시선 덕분이다. 이토록 사려 깊은 만화라니,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詩적으로 다가오는 각 권의 제목은 책을 덮을 때면 또 다른 울림과 사색을 유도한다.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한낮에 뜬 달》《햇살이 비치는 언덕길》《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 그리고 마침내 책을 덮을 때마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아, 이런 마을, 당장 살고 싶다.’ 꼭 옆에 두고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나누고픈 작품이다. 맞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만화작품 중 하나다. 참고로, 도쿄 근교에 위치한 가마쿠라는 《슬램덩크》의 무대이기도 했다. 



'그 여름의 순정'이라고 했다.

뭔가, 가슴이 찡했다. 내게도 있었던 그 여름의 순정(들) 때문일까. 

아 그래, 여름이 끝나지 않았구나. 끝물이라고 해도 내겐 아직 여름이 남았구나. 순정의 기억은 여전히 그해 여름(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한낮에 뜬 달'을 그리며, '햇살이 비치는 언덕길'을 올랐다. 그 뒤안길로 '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이 보였다. '남빛'의 바다가 보고 싶어 졌다. 모든 게 사라져버리는 게 아니다. 사라지지 않는 것도 분명히 있다. 끝났다고 다 끝난 게 아니다. 마초에게도 그 여름의 순정이 있다. 


남빛 커피, 마시고 싶다. 남빛 같았던 너의 기억으로 버무려진 커피. 깊고 푸른 남빛 같았던 너와 함께 마셨던 그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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