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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당한 유언들 밀란 쿤데라 전집 12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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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란 쿤데라 전집 12번 <배신당한 유언들> 은 참으로 긴 시간을 손에서 쥐었다 폈다 했던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수필이나 문학평론계열을 싫어하는 이유도 한몫을 했겠지만 무엇보다 이번 저작은 밀란 쿤데라가 표방하는 사유에 대한 몰이해와 더불어 저작의 난이도가 완독을 하는데 많은 시간으로 소요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동안 밀란 쿤데라의 작품들 하나 하나가 솔직히 말해서 그리 만만한 사유를 내포하고 있는 작품들이 아니였기에 나름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소설문학이라는 위안으로 대충의 정리를 해봤지만 이번 <배신당한 유언들> 은 저작의 제목처럼 일종의 배신아닌 배신당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저작이었습니다.

 

 

   <배신당한 유언들>한마디로 규정 한다면 원작자(작가나 작곡가등)가 자신의 예술작품에 대한 창작의도나 사유, 그리고 탄생 배경에 이르는 일련의 작품에 대하여 번역가나 비평가들의 첨삭이 얼마나 많은 곡해와 오해를 낳고 그런 왜곡들이 확대 재생산되어 이후 원작자의 진실한 의도가 무엇인지 조차 알 수 없는 국적을 알 수 없는 사생아로 취급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밀란 쿤데라의 쓴 소리를 담고 있는 있는 저작입니다. 밀란 쿤데라는 그 대표적인 케이스로 프란츠 카프카, 레오시 야나체크, 어니스트 헤밍웨이등의 사례를 들어서 조목 조목 그 패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카프카와 야나체크(둘다 밀란 쿤데라와 같은 체코 출신이면서 조국의 품안에서 떠날수 밖에없는 인물들이죠)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활용하여 후대에 비쳐진 像의 왜곡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선 원작자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편집자나 유언집행자들의 또 다른 의도, 그리고 이들 작품을 번역하거나 비평가는 번역가와 비평가들의 곡해와 자의성등을 작품속의 예를 들어 얼마나 원작가의 의도와 동떨어지고 전혀 어감이 다른 형태로 변질될 수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고 이에 대한 번역가들의 오류을 하나 하나 집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대한 반론은 충분히 있을수 있습니다. 번역을 '제2의 창작' 이라는 잣대로 평가할 경우 밀란 쿤데라의 지적과 사유는 설왕설래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요. 뭐 사실 이에 대해선 문외한으로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수 없지만요. 밀란 쿤데라는 바로 이러면을 들어서 원작자의 독자의 한사람으로써 국내에 출간된 프란츠 카프카의 <성> 과 <소송> 을 읽어보면서 밀란 쿤데라가 제기한 번역상의 문제점들을 한번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는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드네요. 참 그리고 진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번에 상당히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 약간은 웃음짓게 만드는것은 그동안 밀란 쿤데라의 작품속에 빠짐없이 등장했던 성애의 묘사(상당히 리얼리티하면서도 애로시티즘적인 서사들) 부분이 카프카 번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도 다시한번 등장하고 있어 밀란 쿤데라 작품들 속에 등장했던 성애의 서사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면서 되돌아보는 기회도 마련해 주네요. 아마 이러한 사유들이 밀란 쿤데라만의 스타일을 만들었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가져보게 됩니다.

 

 

   팁으로 이번 저작을 통해서 밀란 쿤데라는 자신이 소설가의 길로 접어든 결정적인 계기를 술회하고 있으며 이번 저작에 등장하는 소설가와 작품들을 한번씩 읽어야 할 목록에 올려놓은 재미도 있을듯 하네요.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로 유명한 야나체크의 심포이에타를 비롯한 그의 음악세계을 엿볼수 있는 기회도 되었고요. 그리고 이번 저작에 거론된 작가들과 작품들중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이 너무나 많구나 하는 반성아닌 반성과 향후 작품들을 대면할때 꼭 밀란 쿤데라 지적한 부분을 심도깊게 떠올려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하더라구요. 또한 그 동안 밀란 쿤데라의 작품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사유도 살짝 엿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밀란 쿤데라를 다는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에서 이해하게 된 점이 기억에 남을것 같네요.

 

 

   참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 동안 궁금해왔던 점 하나가 풀렸던 것 같습니다. 밀란 쿤데라의 작품은(일찍이 그의 작품을 대면하고 사랑했던 독자들이라면 한번쯤은 가졌을 궁금증이기도 하죠) 왜 작품에 대한 해설이나 주석같은 게 하나도 없이 아주 깔끔하게 작품 액면 그대로 일까라는 의문 말입니다. 물론 저 개인적으론 작품 해설이 있다고 해도 잘 보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번역가의 느낌이지 전체적인 독자들 대변한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학작품의 경우 해당 작품을 통해서 독자들이 느끼는 감정이나 이해도는 천차만별이고 그게 정상적인 독자들의 편차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헌데 사실 밀란 쿤데라의 작품들이 그리 녹녹치 않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간략한 용어나 지명등 기본적인 매뉴얼에 대한 사용설명서는 탑재 되었으면 좀더 저 같은 일자무식들의 이해의 폭을 넓혀주었을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에세이를 접하면서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뭐 약간은 얄미울 정도였지만요, 제2의 카프카나 야나체크, 헤밍웨이처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도마위에 벌러덩 눕고 싶지 않다는 맘 이해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에세이라 하기엔 전체적으로 상당히 지적 난이도가 높은(거의 김연아선수의 트리플 악셀를 능가할 정도죠) 저작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독자들 개인적인 편차가 존재하겠지만 저 개인에게는 버거운 저작이었습니다. 동시에 문학작품에 대한 근시안적인 무지를 새삼 깨딷게 하고요. 여러모로 문학작품뿐 아니라 스트라빈스키나 야나체크, 쇼팽등 음악가들의 음악세계와 대충 들었던 그네들의 음악속에 숨겨져 있는 또다른 사유들을 접하게 된 좋은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원작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후대에 전해지고 확대재생산된 작품들을 다시 한번 뒤 돌아보고 그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저작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밀란 쿤데라의 소설이 아닌 장르를 접하면서 내심 많은 걱정을 했고(그 동안 그의 작품속에 담겨져 있는 사유가 그리 만만치 않았기에 에세이는 더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 그 걱정이 현실로 다가오긴 했지만 그래도 걱정했던 것 보다는 많은 점들을 알게 되었고 공감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시간은 다소 걸렸지만 유익한 저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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