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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 소리
황석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울물 소리> 는 왜 우리들이 황석영 작가를 민중 작가라 칭하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작품입니다. 작가 등단 50주년을 맞이하여 발표된 작품이라 더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그동안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서 표방했던 낮은 민중들의 삶을 완성한 작품이라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 동안 작가처럼 낮은 민중의 삶을 대변해왔던 작가들이 많았던 것 역시 알고 있으나 한결같이 처음과 끝이 일맥상통한 하나의 물길로 연결되어 보여준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것 역시 사실입니다. 황석영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小設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기 때문입니다. 작고 소소하면서 큰 담론이나 모양새 있는 패러다임과는 사뭇 다르지만 그래서 왠지 촌스러워 보이는 수공예품과 같은 느낌을 강하게 전달하지만 이러한 소소한 우리 민중들의 이야기가 모여 모여 거대한 시대적 담론과 패러다임을 형성하듯이 우리들 주변의 작은 이야기가 전달해주는 잔잔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의 힘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힘을 느끼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괜시리 스트럭쳐나 내러티브의 짜임새등에서 세계적인 명품을 고스란히 캡쳐하여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 같은 짝퉁같은 작품이 아닌 진정한 우리내 심정을 그대로 반영한 그런 스토리가 오래토록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지 않을까라는 생각 가져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여울물 소리> 는 동학 혁명을 비롯한 조선사회가 근대화 초입의 문턱에 들어서는 19세기 후반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이야기꾼의 삶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울수 없는 트라우마중 하나인 근대화에 대한 비정상적인 기억으로 인해 마치 거대한 역사적 담론을 다루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미리 예견해 보지만 막상 작품 전반은 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풍깁니다. 늘 그랬듯이 작가는 가장 낮은 자리에 임할 수 밖에 없었던 인물들(서자,서얼,전기서,강담사,풍물노리패,소작농등)의 삶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당시 시대상을 위에서 피라미드 형식으로 고찰하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위를 바라보는 스팩트럼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당시 시대상을 철저히 고증한 방식으로 재현되는 당시 서민들과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역사관(국가관등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삶의 근원적인 문제에서 평상의 삶과 같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법한 이상에 대해서 짧은 지면이지만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장터의 생동감있는 살아있는 서사들, 지금의 고시(과거제도) 현장의 숨막히면서도 아이러니한 연출들, 일반 민중들의 먹고 살기위한 처절한 몸부림, 양반네들(지도계층)의 염치없고 뻔뻔한 속내들을 마치 현장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들 정도로 섬세하고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필체가 독자들의 마음을 흡입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구전으로만 전해내려오는 시와 노랫가사 그리고 소리, 연희패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띄입니다. 여기에 동학(작가는 '천지도' 로 살짝 바꾸어 놓았죠)에 대한 근본적인 사상과 이념 그리고 행동강령과 교주를 비롯한 접주와 일반 신도들이 가지고 있었던 희망을 제데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동학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모 작가의 '동비' 라는 표현과는 180도 라는 민중지향적인 시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작가는 지배계층의 비뚤어진 시각으로 발생한 중인계급의 실상과 일반 서민 민중의 삶을 절묘하게 컴프러치하면서 살아 숨쉬는 역동성을 창출하고 있는 점이 비록 내러티브의 긴강감이나 극적인 반전(대게의 경우 이신통의 죽음과 관련하여 뭔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만한 장치적인 트랩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냥 죽었다라는 다소 무미건조한 결말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엔딩모습이 일반 대중들의 삶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사실적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하여튼 상당히 유니크한 결말을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 독자들로 하여금 애잔한 마음을 들게 한다는 점입니다)이 없는 드라마이지만 잔잔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스팩타클하면서 뷰가 현란한 엔터테이먼트류의 소설이 각광 받고 있는 지금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작품이지만 작은 여우물들이 모여 모여 결국 큰 강을 이루듯이 <여울물 소리> 가 바로 이는 작품을 지칭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고 주목받지 못하는 낮은 곳의 대중들의 내는 소리 하나 하나가 결국 역사라는 거대한 파도를 형성하게 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듯이 이번 작품속에 담겨져 있는 주목받지 못했던 소소한 작은 이야기 하나 하나가 우리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었다는 점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음 마치 리얼타임으로 취해지지 않으면 한물간 구식이라는 생각이 팽배한 지금의 풍토에서 보면 분명 고리타분한 한탄조의 작품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이러한 아나로그방식의 느낌이 어쩌면 독자들이 마음에 오랫토록 잔상을 남기는 힘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합니다. 바로 이러한 작은 이야기들에서 우리의 삶이 더 윤택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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