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증발 - 사라진 일본인들을 찾아서
레나 모제 지음, 스테판 르멜 사진, 이주영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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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질 때, 아무리 발버둥쳐도 내가 처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을 때 사람은 단지 이 환경에서 벗어나면 행복해질 수도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현재의 실패와 수치스러움을 견디지 못해 본인의 미래와 가족을 몽땅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일본에는 실제로 스스로 증발해버리는 사람들이 매년 1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어떻게 살아가는걸까? 사라진 이후 그들의 인생과 남아서 기다리는 가족들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걸까? 인간증발은 어느 날 갑자기 소리없이 사라진 이들을 추적해 그들의 삶을 인터뷰하고,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일본사회의 숨은 민낯을 밝혀내는 이야기다. 


책을 읽기 시작하다가 이 책을 쓴 작가가 일본인이 아닌 프랑스인 임을 알고 좀 놀랐다. 당연히 일본인이 자국의 인간증발 문제를 조사하면서 쓴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작가는 프랑스 인 부부이다. 레나 모제가 글을 쓰고, 남편인 스테판 르멜은 사진을 찍으며 자그마치 5년간이나 함께 일본을 왔다갔다 하면서 증발한 사람들을 추적했다고 한다. 한때 사회에서 증발해서 살아보고 픈 생각이 있었던 이들 부부는 일본에서 인간증발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접하고 취재에 나섰다고 한다. 일본문화가 낯선 서양인의 시선에 의해서 관찰되었기에 오히려 일본 사회의 문제점이 더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책에는 어느 날 갑자기 종적을 감추고 사라져 이름과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주로 사업에 실패하거나, 시험에 낙방하거나, 회사에서 해고당하거나 하는 불행을 겪는 사람이 대다수이지만 단지 지금 있는 곳과는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고 싶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사라져버리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왜 스스로를 사회에서 증발시켰을까?


사카에가 보기에 일본 열도는 '압력솥' 같다고 했다. 일본인들은 마치 약한 불위에 올라간 압력솥 같은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러다 압력을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수증기처럼 증발해 버린다. 증발 문제는 터부시 되고 있지만 연간 자살자 수 3만 3000명, 즉 매일 집계 되는 자살자수가 90명에 이른다는 말이다. 일본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p.128>




루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에서 일본인들은 과거의 관습 속에서 살아간다고 쓰고 있다. 일본인들은 넓은 의미에서 윗사람들(조상, 부모, 교수, 심지어 일왕)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감정을 가지고 있고 이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진다. 이 빚을 갚는 것은 체면과 관련된 문제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가능한 한 다른 사람들에게 빚을 지지 않으려 애쓴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를 당해도 다른 사람에게 빚을 질까 두려워서 소극적으로 행동한다. 빚을 지고 있다는 이 독특한 감정은 의무를 요구한다. 그 중 첫번째 의무는 자신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다. 이 의무는 너무나도 강력해서 조그만 실수에도 일본인들은 크게 자책한다. 결국 예의를 지키고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증발이나 자살을 선택한다. '일본인들은 실패, 수치심, 매정한 거절을 견디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타인보다는 자기자신을 괴롭힌다.' 루스베네딕트가 쓴 글이다.

<p.130>



체면을 중시하고 빚지기 싫어하는 그들의 심리 외에도 일본은 획일성을 특별히 강요하는 사회인듯 하다. 일본 사회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처럼 일반적인 케이스와 달리 튀는 것을 싫어한다. 대중 속에서 눈에 띄지 않고 평균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 평균선에서 조금만 벗어나는 실패를 저질러도 사람들은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고 쉽게 사라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사라진다고 해서 가지고 있던 문제가 해결될까? 오히려 남은 가족에게 문제를 떠넘기고 더 큰 마음의 빚을 지는 행동 아닐까? 내 생각엔 체면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나 아무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들어 차라리 사회의 유령으로 살아가기를 택하는 것이다. 그렇게 무책임하게 떠나버린 그들이 혹여나 다시 돌아왔을 때 과연 환영받을 수 있을까? 슬픈 이야기지만 다시 재회했을 때 서로 울고불고 기뻐하는 일은 별로 없다고 한다. 



우리 부모님은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그 뒤를 이었으며 두 분 모두 화장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부모님의 장례식에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고 한다. 충격을 받아 온몸이 뻣뻣해진다. 실망감. 이번에는 내가 숨을 쉬기 힘들다. 마음이 아프다. 이어서 아내의 소식을 전한다. 아내는 이미 오래 전에 재혼을 했다고 한다. 아이는 둘이고 새 남편은 오사카 대학의 교수라고 한다. 아내는 날 많이도 찾아다녔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한다. 내가 사라지고 10년이 되어도 아무 소식이 없자 아내는 사망신고를 했다고 한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 그후로 나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잃어버린 행복은 절대로 되찾을 수 없다. <p.55>



어느날 증발했다가 10년뒤 용기를 내어 집으로 찾아온 그는 변한 가족의 환경에 망연자실한다. 자신이 사라진 긴 시간동안 자신이 변한만큼 남은 가족들의 삶도 변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10년전 그대로 가만히 멈춰있다가 내가 돌아갔을 때 아무일 없었다는 듯 반겨주길 바라는 것도 무리한 요구다. 



어느 40대 남자가 시청 주차장에 세워둔 자가용 안에 신분증을 남긴 채 그대로 증발했다. 불법 사채를 이용한 후 협박에 시달리던 그는 도주했고 마침내 협회의 탐정들에게 발견되었다. 탐정들은 모친에게 연락해 사라진 아들이 숨어지내는 곳을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제안을 거절했다. 아들이 살아있다는 소식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다쿠미는 재회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가족과 지인들은 사회에서 도망치는 것을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일본 사회는 실패에 관대하지 않습니다. 실패는 개인이 사회에서 해야 할 의무와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의미죠."

<p.154>



작가 부부는 불행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증발해 찾아드는 일본의 숨겨진 마을들을 찾아다니면서 취재를 하는데, 하루하루 공사 일용직으로 근근이 먹고 살며, 더럽고 냄새나는 곳에서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사회에서 수치심을 딛고 다시 일어나는 것보다 덜 힘든 것인지 모르겠으나 일본의 경제가 출렁이고, 나쁜 경기가 계속되는 동안 증발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서웠던 점은 과연 이게 일본만의 문제일까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각종 사회문제로 방황하는 청년, 중년들이 수두룩하고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고 체면차리는 문화가 강하다. 나도 한때 주변의 걱정을 가장한 호기심의 시선들이 너무 싫어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사회에서 증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막상 현실에서 괴로울 때 이 현실에서 벗어나면 고통이 사라질 것 같지만 책에서 보아하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더 큰 고통이 평생 따라다니며 남은 가족들의 고통까지 배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간증발 같은 현상이 흔히 일어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현실에서 도망가는 선택만은 하지 않길, 좀 더 좋은 선택도 있다는 걸 기억하기를 나에게, 또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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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9 0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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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9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홈 카페의 모든 것 - 우리 집이 카페가 되는 그 눈부신 순간
황호림 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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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박한 꿈을 말해보자면, 하루종일 향긋한 커피향이 솔솔 나는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나만의 작은 카페를 갖는 것이다. 카페를 차려서 돈을 벌고 싶다기 보다는 마음대로 맛있는 커피를 내려 마시고 예쁜 공간을 가지고 싶달까? 그렇다면 집에서 전문 카페 못지 않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먹어보는 건 어떨까? 


커피 문화가 발달하면서 믹스 커피보다는 직접 커피 원두를 갈아서 내려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듯하다. 나도 예전보다 커피에 대한 선호도도 나름 뚜렷해지고 맛없는 커피는 가리는 일명 고급 입맛을 가지게 됐다. 보통 집에서는 시중에서 콜드브루로 내려서 파는 더치커피를 구입해서 물이나 우유에 타서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모카포트 라는 것도 알게 되서 조만간 지르려고 벼르는 중이다. 그런 나의 눈에 확 뜨인 '홈카페의 모든것' 이 책은 맛있는 커피를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커피에 대한 A to Z 를 모두 망라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홈카페를 시작해보세요!

더 이상 비싼 커피숍에서 사먹는 커피 말고 집에서 고급 원두로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서 크레마 가득 올라온 신선한 커피를 마셔보는 것은 어떨까?





집에서 커피를 마실 때 예전엔 커피를 타서 마신다고 했다면, 요즘엔 내려서 마신다고들 표현한다. 그만큼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은데, 핸드드립을 위한 도구나 필터 종이부터도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 그 외에도 커피를 내리고, 끓이고, 뽑아내는데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을 종류별로 나열해서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베트남 핀 과 콜드브루 방식으로 커피 내리는 법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생산대국이라고 하는데 베트남에만 존재하는 '핀'이라는 커피문화가 있다고 한다. 진하고 구수한 맛이 특징이라는 베트남 핀 방식으로 우려낸 커피를 맛보고 싶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콜드브루 방식의 더치 커피내리는 방식도 사진으로 친절하게 하나하나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내가 사먹는 콜드브루 커피는 이런식으로 만들어지는 거구나. 콜드 브루에는 카페인이 전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콜드브루는 찬물을 이용해 천천히 녹아들게 해서 내리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카페인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서 더치커피 한잔을 하면 잠이 번쩍 깼던 거구나.. 






커피의 생두에 대한 상식도 나와있는데, 난 커피콩이라고 해서 커피가 콩의 한 종류인 줄 알았는데, 체리처럼 생긴 커피 열매를 따서 벗겨낸 것이 커피 생두가 된단다. 어떤 곳에서 생산된 커피가 좋은 커피 인지, 커피 열매가 어떻게 생겼고, 어떤 방식을 통해 가공이 되는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커피라는 식물에 대한 의문점이 많이 풀렸다.  




 


심지어 집에서 생두를 사서 후라이팬으로 볶는 방법도 알려준다. 집에서 커피 볶는 향이 나면 얼마나 향긋할까. 홈페카의 모든 것은 좋은 커피를 골라 사는 방법부터 커피를 볶고, 갈고, 내리고,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총 망라된 책인 듯 하다. 






커피를 추출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신선도가 맛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정말 동의한다. 커피맛에 예민해져서 그런지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샀는데 오래된 커피맛이 날때가 있다. 쓰기만 하고 향이 하나도 없거나, 신맛이 너무 심하거나 그런 커피는 분명 오래된 원두를 쓴 것이다. 반면 볶은지 얼마 안된 신선한 커피는 마실때부터 신선하고 향긋한 향이 느껴진다. 보통 커피회사에서 커피 원두를 팔 때 유통 기한을 1~2년 정도 잡고 시중에 내놓게 되는데 이런 커피는 사실 안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집에서 다양한 커피를 만들어 먹는 법, 다양하고 신기한 커피들의 조리법이 나와있다. 간단한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부터 시작해서 위스키와 섞어 마시는 아이리시 커피 같은 독특한 종류의 커피도 만드는 방법이 나와있어 특별하게 먹어보고 싶을 때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다.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중에 하나인 바로 커피 원두의 종류! 나는 다양한 더치커피를 사먹어보면서 원두끼리의 향을 조금은 구별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다 그게 그거 같았던 커피가 마셔보면 다 조금씩 미묘하게 맛과 향과 바디감이 다르다. 난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의 만델링과 케냐 AA, 예가체프 를 좋아한다. 고소하면서도 쓴맛과 바디감이 강하거나, 혹은 향긋한 향이 나거나 요런 종류의 커피를 선호하는 편이다. 아직 많은 커피 종류를 먹어본 것은 아니라서 더 많이 접해보고 싶다.





그 외 커피 메뉴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책의 끝 부분에는 좋은 원두와 식기재료를 살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맛있는 커피를 파는 전국의 전문 커피숍도 소개해주는 코너가 있어 기회가 되면 찾아가 보고 싶었다.


나는 티타임 이나 커피 한잔 이란 단어 자체를 무척 좋아한다.  이 단어들이 주는 휴식과 편안한 느낌이 기분 좋게 하기 때문이다. 좋은 장소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 왠지 내가 무척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단 느낌도 든다. 그만큼 맛있는 커피가 주는 인생의 즐거움은 꽤 크다고 생각한다. 이 참에 집에서 좋은 원두로 향긋한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며 내 인생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홈카페의 모든 것 으로 우리집이 진짜 카페가 되는 눈부신 순간을 즐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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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2017-08-23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 저는 로스팅부터 그라인딩과 에스프레소 머신에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홈까페 완비. 창고 같지만요^^

다림냥 2017-08-23 21:50   좋아요 0 | URL
우와~ 대박이네여~ 집에서 마시는 커피가 웬만한 커피전문점보다 훨씬 고퀄이겠어요~~ 부럽습니다 _

잠자냥 2017-08-23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만델링을 좋아하신다니 왠지 반갑습니다!

다림냥 2017-08-23 21:57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도 만델링 좋아하시나요? 우왕~ 반가워요ㅋㅋ 저 세가지 중에 만델링
젤 좋아하거든요ㅋ

잠자냥 2017-08-23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만델링의 깊고 묵직한 맛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다림냥 2017-08-23 22: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그 깊고 묵직한 향 때문에 좋아해요~ 약간 다크 초코렛 같기도 한 진한 맛이 좋아요ㅋ

라온 2017-08-23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일산 카페에서 만델링 핸드드립을 먹었는데 너무 썼어요 ㅠ 다른데서 황홀한 맛을 느꼈었는데...

다림냥 2017-08-24 06:18   좋아요 0 | URL
앗~ 저런ㅠ 커피 맛없으면 엄청 속상한뎅ㅠ 오래된 원두거나, 아님 잘못 내린 걸까요?ㅠ 홈카페에서 직접 내려서 더 맛있는 커피 즐기세요ㅋ
 
독립 수업 - 사자처럼 대담하게, 망설이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멘토링
그레이스 보니 지음, 최세희.박다솜 옮김 / 윌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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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수업은 사자처럼 대담하게 자신의 일에 도전하여 성공한 여성들 100명을 인터뷰하여 엮어낸 책이다. 독립을 꿈꾸는 여성들, 꿈을 이루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사업의 노하우와 심장 두근거리게 하는 그녀들의 멋진 삶 얘기가 가득하다. 꼭 큰 성공이 아닌 작은 가게 대표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나 사업가까지 다양한 분야와 인종의 여성들이 총 망라되어 있어 그녀들 각각의 독특한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그녀들에게 공통 질문을 던져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다양한 모습으로 담았다.    




도서 '나쁜 페미니스트'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이자 대학교수인 록산게이의 인터뷰도 담겨있다. 어렸을 적 그녀의 꿈과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에 대해, 경력을 쌓으면서 치르게 된 희생, 난관에 부딪쳤을 때 극복하는 본인만의 방법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에도 자신의 직업과 특성에 따라 다양한 개성이 나타난다. 귀여운 그림과 일러스트로 인터뷰에 응한 예시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녀들은 쉽게 성공하지 않았지만 공통적으로는 모두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었다. 자신의 작업공간을 원하는대로 꾸미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더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물론 노력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돈, 가정의 희생을 감수하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다들 즐겁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듯 보였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지혜로운지 깨달았다. 쉬운일은 아니다. 자연스러운 본능은 글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 글을 쓴다' 라는 행위가 꼭 실제로 글을 쓰는 것만이 아니라 게으르게 앉아 생각하는 것, 글을 읽는 것, 다른 형태의 예술을 감상하는 것도 아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단어를 끼적이거나 대화를 잠시 멈추고 생각을 기록하곤 한다. 공책을 항상 지니고 다니고, 아이폰의 메모 어플을 활용하기도 한다. 머리를 스친 문구들, 엿들은 말들, 이미지, 시나 에세이에 담을 가치가 있는 건 무엇이든 기록한다. 까치처럼 그것들을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재료로 사용한다. <p.233> 


현재 작가로 활동중인 분의 인터뷰 중 한 내용이다. 나도 스스로 독립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글과 책에 관련된 부분이다. 현재는 IT 분야의 일을 하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전문적으로 글쓰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 매일 매일 글을 쓰고 생각을 하고, 메모를 하고 책을 읽으며 나만의  컨텐츠를 쌓아가는 삶, 하긴 근데 그건 지금도 가능한 일이긴 하다. 좀 더 부지런히 나만의 글을 쌓아가도록 하자ㅋ 





독립수업 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그녀들의 각기 다른 인터뷰도 있지만, 그녀들의 개성이 가득 담긴 작업공간 사진이었다. 나만의 예쁜 작업공간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공간들이 많았다.  




자신의 인생에서 무언가 인생을 걸만한 부분을 발견하고 그 분야에서 성공까지 한다는 것은 엄청난 기쁨이다. 그런 일을 해낸 그녀들의 삶을 훑어보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동기부여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책은 잡지 형식처럼 한명 한명의 인터뷰가 하나의 목차가 되어 쭉 이어진다. 컬러풀한 사진에 빳빳하고 두꺼운 종이, 생각보다 큼직큼직한 글자 크기 까지 더해져 가까이 두고 간간히 펼쳐보며 잡지보듯 편하게 훑어보기 좋은 책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인터뷰의 질문이 모든 사람에게 거의 동일하게 적용되다 보니 인터뷰 답변도 별로 깊이 없는 대답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조사와 연구를 통해 해당 인터뷰이에게 딱 맞는 질문을 던져야 좀 더 좋은 답변이 나오는 법인데 그런 깊은 대화가 오가는 인터뷰집이 아닌 부분이 좀 아쉬웠다. 이 책은 성공한 여성들의 다양한 직업과 모습을 한 책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제일 크다. 


독립수업은 여성들의 성공에 치우친 책이긴 하지만 꼭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란 남성, 여성을 뛰어넘어 비슷한 모습을 띄는 법이니까. 그럼에도 아직까지 우리 세계에는 여성들에 대한 유리천장 같은 알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편견과 어려움을 뛰어넘고 자신만의 세계를 이루고 확고하게 자리잡았기에 당당한 그녀들은 더 아름답다. 


사자처럼 대담하게 자신만의 아름다운 독립을 준비해보자, 여성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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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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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동안 안나가 되어 그녀의 심리를 따라가는 동안 처음에는 답답하고, 수치스러움을 느꼈다가 점점 안나와 같이 불안해하다가 갑자기 심장에 뭔가 훅! 바늘이 박힌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마치 나조차도 몰랐던 내 마음을 후벼파낸 듯한 느낌이었다. 오랜 시간을 들여 굳이 소설이란 것을 읽는 이유는 결국엔 전혀 다른 타인에게서 내 속에 꼭꼭 숨은 진실을 발견할 때의 소름과 쾌감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우스프라우는 한 여자의, 한 인간의 마음 속을 깊숙히 포크레인으로 푹 파내서 보여주는 소설같다.  그래서 다 읽고 나서 마음이 아팠고, 나를 한번 돌아보게 됐고, 다시 한번 안나를 가만히 쓰다듬어 보게 됐다. 



믿을 사람이라곤 오로지 남편 뿐,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낯선 땅 스위스에 살고 있는 수동적이면서도 방탕하고, 고독한 미국 여인 안나가 있다. 남편 브루노와 결혼하면서 고향인 미국땅에서 일말의 미련도 없이 떠나와 정착했지만 그녀는 10년이 다되도록 이 곳 스위스가 낯설다. 아직 서툰 언어의 장벽과 무관심한 남편과 냉랭한 시어머니 사이에서 안나는 아직 어느 곳하나 마음 붙일 곳이 없다. 그 마음을 안나는 여러 남자들을 만나 관계를 맺으며 자신을 쓰다듬어주는 남자들의 손, 그들의 온기를 통해 채우고 있다. 남편이 있는 주부가 다른 남자를 만나 섹스를 벌이는 것은 엄연한 불륜이지만, 그녀는 계속 자기합리화를 하며 잘못을 잊으려 한다. 


그녀와 불륜 관계에 있는 남자들 아치, 카를, 스티븐 이들은 안나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이자 동시에 엄청난 불안감의 근원이다. 자신의 불륜 사실을 남편이 안다면 어떻게 될지 안나는 알면서도 그 만남들을 쉬이 떨쳐낼 수 없다. 남편은 안나를 위해 스위스에서 쓰이는 언어인 독일어 어학 클래스를 수강해보라며 권해주었고, 메설리 박사와의 지속적인 정신상담을 주선해줌으로써 안나를 도우려고 애쓰고는 있지만 안나는 여전히 외롭고, 다른 손길을 원하며 시내를 떠돌아다닌다. 



우연이란 없어요, 안나. 모든 것이 관련되어 있죠. 모든게 연결되어 있어요. 모든 세세한 것에 필연성이 깃들어 있죠. 한 순간은 다음 순간을 낳아요. 그리고 또 다음 순간을. 그리고 다시 다음 순간을.<p.104>


안나는 독일어 클래스에서 만난 '아치'와 별다른 연애 감정 없이도 한치의 거절 없이 관계를 맺고, 심지어 남편 브루노의 친구인 '카를'과도 기회가 되자 망설이지 않고 관계를 맺는다. 분명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처음에 한번은 괜찮겠지.. 에서 두번, 세번,네번 이어지며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어떠한 필연적인 결과의 원인이 되어간다. 우연히 시내에서 만난 스티븐과는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거의 매일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미국에서 잠시 연구차 와있던 스티븐은 얼마 후 연구기간이 끝나자 휑하니 안나만 남겨둔 채 떠나버렸는데, 안나는 스티븐의 아기를 가졌다. 남편 브루노에게는 그 사실을 숨긴채 스티븐의 딸 폴리 진을 낳아서 그들 부부의 아이인 양 어여쁘게 키운다.  안나가 평생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의 시작, 만약 스티븐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동시성은 종종 우연이라는 가면을 쓴다. 적절한 장소, 적절한 시간, 그리고 그때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종류의 사건. 이 경우에는 이 세가지가 모두 엮여서 공처럼 똘똘 뭉쳐졌고, 팔랑거리는 노란 나비 리본을 맨 고양이처럼 지나치게 달콤한 클리셰가 되었다. 그 사건의 진부한 예측 가능성은 안나가 그 후에 바닥짐처럼 붙들고 놓지 않았던 증거 중 하나 였다. <p.115>

 

안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파멸의 씨앗이 하나 둘 심어졌다. 그게 언제 터질지 모를 뿐. 안나의 수동적인 자세와 어떤 힘이 더해진 우연이라는 것이 만나 기차의 종착역으로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마침내 파멸이 왔을 때,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낼 수도 있었다, 혹은 파멸이 오기전 좀 더 적극적으로 막아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지독한 수동성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그대로 수동적으로 행해지도록 받아내기만 한다.       



그녀가 입을 열었을 때 굴러나온 것은 질문이었다. 

"운명 예정설을 믿으세요?" 

그녀가 의도한 말은 아니었지만, 생경한 말도 아니었다. 그녀는 어디에 가든 이런 불확실함을 안고 다녔다. (..중략)

신부는 잠깐 더 생각했다. 

"좋아요, 아가씨 (...) 어린 아이였을 때 도미노 놀이를 해보신 적이 있지요? 한 줄로 쭉 세운 후에 넘어뜨리는 것 말입니다. 쌓아보았겠죠? 밀어서 넘어뜨리기도 하고?"

"네"

"물론이겠죠. 그것을 제대로 세우려고, 그렇게 배열하려고 온 시간을 쓰지만 살짝 밀기만 해도 모든 것은 무너집니다."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삶을 길게 늘어선 도미노라고 생각해보십시오. 알겠죠? 여러 날 여러 해의 연속이지요. 모든 도미노는 선택입니다. 이건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지요. 이건 당신이 결혼한 남자입니다. 이건 이사한 집이죠. 이건 일요일 저녁 식사로 만든 통구이 요리 입니다. " 

사내는 손으로 도미노를 세우는 시늉을 했다. 

"우리의 삶은 원인과 결과지요. 아무리 작은 선택이라도 중요해요. 한 도미노가 다른 걸 치고, 그 다음 것을, 또 그 다음 것을 치지요."

신부는 맨 앞에 보이지 않는 도미노를 집게 손가락으로 툭 치는 척 했고, 그 결과 상상 속의 대형 전체가 앞으로 쓰러졌다. 안나에게는 대열이 무너지면서 뼈 색깔 플라스틱이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도미노를 조금씩 나누어 주시는 이는 바로 주님입니다. 그걸 한 줄로 세우고 넘어뜨리는 것이 우리지요. 우리는 어떤 특정한 몫을 받을 수 있는지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가진 걸 어떻게 배열할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망가졌을 때 다시 시작하는 선택을 할수도 있지요. 제가 운명 예정설을 믿으냐고요? 아닙니다. 미리 예정된 영원이 있다면 저는 일찌감치 이 직업을 그만두어야 했겠지요." 

<p.381~382>


안나는 신이 준 도미노를 너무나 위태롭게 세워놓고 그것이 쓰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언젠가 쓰러질 조짐이 보여도 그때가 오길 마냥 기다리기만 한 것이다. 안나는 분명 그 전에 충분히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도 있었고, 스스로의 의지로 운명을 거스를수도 있었으며, 파멸이 왔을때 조차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수도 있었다. 하지만 안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런 부분이 슬펐다. 그녀의 그 지독한 수동성이 자신의 삶까지 스스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행해지도록 내팽개쳐 버린 것이. 자신이 상처받기 싫어서 차라리 그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고 철저히 외톨이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던 그녀의 마음이. 소설 말미에는 안나의 친구인 소심했던 메리가 조금씩 자기 힘으로 운전을 하고, 자원봉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부족하지만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메리와 그렇지 않은 안나가 대비 되면서 안나의 삶이 더 씁쓸하게 느껴졌다. 이 소설에는 인간 본연의 이기적인 마음과 우월한 심리, 군중 속의 고독 등 다양한 감정이 잘 드러나 있어서 소설을 읽다 정말 흠칫 놀랐다. 작가가 사람의 내면을 깊이 파고들어 표현하는데 탁월하다는 것을 느꼈다.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은 원래 저명한 시인으로 활동하다가 이 소설을 낸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 중간 부분에 나오는 문장이나 대화들이 짧지만 강하고 의미심장한 부분이 많았다. 시를 통해 쌓아온 언어의 단단함과 깊이가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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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론 20 - 우주론 · 양자역학 · 진화론 · 분자생물학의 최전선
호소카와 히로아키 지음, 김정환 옮김, 다케우치 가오루 감수 / 보누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과학을 잘 알진 못해도 평소 궁금함을 품고 있던 분야에 대한 신뢰성 있는 지식 정도는 알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학분야의 대표적인 과학이론 20 가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이 생각보다 얇은 것을 보고 좀 놀란 마음이 있었다. 실은 과학이론 20가지가 아니라 우주, 물리, 화학, 생물에 관해 중요한 부분을 20가지 정도의 항목으로 나누어 읽기 쉽도록 서술한 책이었다. 책이 얇다고 무시하지 못할 것은 다양한 분야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만큼은 꽤 쓸만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롭게 서술해 놓은 부분이다. 아이들의 교과서처럼 필요한 부분에는 그림과 사진도 곁들여서 구성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글로만 읽어서는 도저히 이해가지 않을 부분들이 그림을 보고 비로소 이해되는 부분들이 꽤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내용이 내용이니 만큼 그렇게 쉽게 호락호락 읽어지진 않는다. 양성자와 중성자 얘기가 오가는 소립자에 관한 얘기 같은건 아무리 읽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어려운 내용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우주의 팽창에 관한 얘기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우주가 처음 생겨난 빅뱅으로 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우주의 끝이 어디이며, 우주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흥미로웠다. 



우주의 시작은 있을까? 종말은 있을까? 라는 의문에 못지않게 관심이 높은 의문으로 '우주에 끝은 있을까? 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끝은 있다. 복수의 관측 기기가 허블의 주장을 확인했듯이,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으며 먼 곳에 있는 은하일 수록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멀어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말은 아주 먼 곳에 있는 은하의 경우 멀어지느느 속도가 광속에 한없이 가까워짐을 의미한다. 게다가 멀어질수록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요컨데 어떤 거리를 기점으로 광속을 넘게 되면 그 은하에서 나오는 빛은 관측할 수가 없다. 즉, 보이지 않는다. 멀어지는 속도가 광속을 넘기는 이 영역을 '우주의 끝', '우주의 지평선'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우주의 끝 너머에도 우주는 펼쳐져 있으며 은하도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광속'이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이며 빛보다 빠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옳다. 그러나 '공간'은 별개다. 팽창하는 공간은 실제로 광속을 넘어선다. 

<과학이론 20 p.41~42>


우주가 광속보다도 빠르게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는 것, 아직도 우주의 전체 크기조차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데 심지어 측정조차 못할 정도로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할 수록 머리를 멍하게 만든다. 이 우주는 끝없이 팽창할 것인가, 혹은 어느 순간부터는 다시 줄어들어 처음의 무의 상태로 돌아올 것인가, 혹은 이 과정들을 반복하는 순환이 계속 될 것인가에 대한 과학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특히 별이 태어나고 폭발하는 과정에서 수소가 소비되어 더이상 수소가 없을때는 하나의 거대한 은하도 점점 빛을 잃어가고 완전한 암흑으로 돌아가 완전한 무의 세계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도 신기했다. 이런 우주의 대한 얘기는 인간의 사고과정을 뛰어넘는 아득한 시간에 대해 말하기 때문에 정신조차 아득해지긴 하지만, 우주를 생각하는 그 순간만큼은 모든 인간사가 다 하찮게 느껴진다. 



책에서 소개된 '립 밴 윙클 효과'라는 것도 흥미로웠는데 인간이 광속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그 속에서 시간은 한없이 느려져서 수 광년 떨어진 곳을 광속으로 다녀오고 나면 그 우주비행사에게는 실제로 5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더라도, 지구는 그동안 몇 십년의 시간이 흐른다는 것, 즉 굉장히 빠른 속도인 광속 앞에서는 시간이 흐르는 속도도 다르다는 얘기가 나왔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서도 중력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그런 세계를 보면서 어렵고도 신비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내가 모르는 이 세계는 너무나 신비롭다. 


그 외에도 지구의 항성 치고는 크기가 큰 '달'이 어떻게 생성된 것인지, 초끈 이론이란 무엇인지, 판구조론을 설명하면서 일본에 유독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 흥미를 가지고 볼만한 다양한 얘기들이 나와서 재미있었다. 전반적으로 책의 저자가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여전히 어려운 부분은 있었다. 그것은 그 주제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거나, 혹은 나의 흥미가 별로 땡기지 않는 분야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책이 다루고 있는 광대한 주제에 비해 항목에 따라 짧고 간명하게 설명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 책 만으로 과학에 대한 대단한 지식을 쌓기는 어렵지만, 최소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평소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책으로는 충분하다고 본다. 본격적인 과학에 입문하고 싶은 초보자들을 위한 에피타이저 정도의 서적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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