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조명이란 무엇인가

<영화조명기술> 제럴드 밀러슨 저/ 집문당 펴냄

임재영/조명감독

영화조명은 다른 기술 파트에 비해 작업에 대한 일반화된 방법이나 절차를 쉽게 포착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개별 영화마다 백지상태로 시작하여 새로운 방식의 조명을 구상하는 경우가 많다. 똑같은 장면을 구성해도 누가 어떻게 조명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수많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제럴드 밀러슨의 <영화조명기술>은 20년 전부터 곁에 두고 보는 책이다. 반복해서 읽을수록 새롭고 통독해서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니라서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참고한다. 한두장씩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대부분 조명 관련 서적들이 장비의 기계적 특성이나 제원을 나열하거나 각종 데이터를 표로 소개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영화조명기술>은 비교적 깊이있는 조명방법론을 다룬다. 오래된 책이기에 구식장비들이 소개된 부분은 다소 미흡한감이 있지만 책 중·후반부에 언급되는 ‘창조적 조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깊이있고 함축된 문장들로 다양한 예와 함께 소개하는 대목은 근래 출간된 어떤 책과 비교해도 탁월하다.

이를테면, “영상예술 창조에 있어서 조명감독이 맡고 있는 역할은 카메라 앞에 놓인 피사체와 이것이 변형되어서 스크린 위에 나타나는 영상간의 간격을 메우는 일이다. 따라서 조명기사는 경험을 통해서 성취할 수 있는, 풍부한 상상력의 기대치만큼 영상이 실현되게 만드는 정확히 계산된 변형능력을 지녀야 한다. 그렇게만 하면, 짓궂은 사람이 영상의 본래 대상이었던 별 볼일 없는 기재들이 어떤 것들이었나를 밝혀내려고 노력하더라도, 창조적 조명작업을 통한 마치 연금술과도 같이 신비스러운 최면술적인 감응은 남게 되는 것이다.” 조명의 초심자에게는 다소 모호하고 잘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세월이 지난 지금 재독하며 새롭게 공감하는 내용이 많아서 후배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꾸준히 읽으면 현장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정리하거나 새로운 구상을 떠올릴 수 있다. 좋은 영화를 보면서 감각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지만 초보자의 개론서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영화조명기술>을 비판적으로 읽으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갈무리하여 앞으로의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편집이란

<영상편집에 대한 조망> 윌터 머치 저/ 윤영묵 옮김/ 예니출판사 펴냄

강동균/ 현장편집기사

현장편집 기사는 매일 촬영을 마치면 그날의 촬영분량을 편집하게 마련이다. 언젠가 숙소에서 함께 편집 중이던 모 감독님께서 나에게 어떤 영화의 편집이 좋은 것 같냐고 물었다. 그때 그 감독님께서 말한 작품이 <지옥의 묵시록>이고, <영상편집에 대한 조망>의 저자는 바로 <지옥의 묵시록>과 <대부>를 편집한 월터 머치다. 저자가 현장에서 일하면서 중요하게 느꼈던 편집의 여러 조건과 노하우를 명료하고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편집의 조건은 모두 여섯 가지이다. 감정의 연결, 스토리의 자연스러운 연결, 리듬, 시선의 일치, 평면성, 그리고 공간적 연속성이다.

한때 나는 이 책에서 말한 여섯 가지 규칙을, 내가 편집할 영화 시나리오의 첫 페이지에 적어둘 정도였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그 여섯 가지의 조건이 아니라, 그것을 나열한 순서에 있다. 즉 연속성보다는 리듬이, 스토리의 연결보다는 감정의 연결이 중요하며 더욱 중요한 것을 위해서라면 다른 것을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관객은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기 때문에 감정의 연결에 설득력이 있다면 나머지는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MTV식 영상을 보면서 자란 탓인지 이전까지 나는, 정말 잘한 편집은 현란한 리듬감을 지닌 뮤직비디오식 편집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어차피 영화는 관객이 판단하는 것이고, 관객은 영화가 지닌 어떤 울림이 자신의 감정을 자극할 때 만족감을 느낀다. 때로 현장편집 기사가 하는 일이 감독의 요구대로 자르고 붙이는 수동적인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현장편집 역시 능동적인 창의력을 발휘해서 매 순간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하는 일이 단지 찍은 대로 자르고 붙이고, 동작이나 시선, 소품의 연결 등을 보는 걸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편집은 그 소스의 조악한 화질 때문인지 때때로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여섯 가지를 적절히 충족시키는 정말 좋은 편집은 소스의 기술적인 문제마저 깨닫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

영화를 복기하는 재미

<현대영화의 몽타주> 박지훈 지음/ 책과길 미디어 펴냄

문인대/ 편집감독

바둑에서 승부가 끝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바둑을 둔 순서를 기억해내면서 그대로 다시 두어보는데, 그것을 복기라 한다. 복기의 목적은 반성과 분석에 있다고 본다. <현대영화의 몽타주>는, 영화도 바둑처럼 복기하는 재미를 가질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이 책은 <Z> <잉글리쉬 페이션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트래픽> 등 60년대 후반부터 30년 동안 오스카 편집상을 수상한 작품들의 편집 포인트와 리듬 그리고 비약에 대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해설을 담고 있다. 편집에 관한 많은 책이 국내외에서 출판되었지만, 영화 한편의 편집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 이처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일단은 편집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물론이다. 간혹 편집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감성 또는 조그마한 의도에 빠져서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은 한편의 영화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게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편집을 직업으로 하거나 공부하는 사람에게만 한정된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어떤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때때로 일을 하다보면 누구나, 작업의 특정한 부분에 매몰되어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 영화를 좀더 재밌게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준다. 책에 있는 30편의 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된 내용을 읽고나서 다시 영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마 자신도 모르게 영화에 대한 또 다른 시각 하나를 가지게 되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번역서가 아닌 편집전문 서적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국내 저자가 이런 책을 집필했다는 것은 매우 반갑다.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면, 오스카상을 수상한 미국 작품이 아닌 우리나라 작품으로만 이루어진 또 한권의 <현대영화의 몽타주>가 이른 시일 내에 출판되었으면 한다는 것 정도이겠다.

만화가 알려주는 리듬의 비밀

<백귀야행> 이마 이치코/ 시공사 펴냄

신민경/ 편집감독

내가 태어나서 처음 접했고 기억에 남아 있는 책은 디즈니 만화를 동화책으로 각색한 것이었다. 알록달록한 그림이 어찌나 예뻤던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당시에도 글자는 보이지 않고 방긋방긋 웃고 있는 데이지덕(도널드덕의 여자친구)만 눈에 들어왔다. 아마 그때부터 책과의 악연이 시작됐을 것이다. 어찌나 책을 싫어했던지 학창 시절 교과목을 공부하면서도 머릿속에선 ‘이거 누가 녹음해서 읽어줬으면’ 하고 매번 간절히 바랐다. 그런 내게 시나리오를 읽고 써야 했던 영화와의 만남은 글과 친숙해진 전환점이며 나의 두뇌를 숙성시켜준 김치냉장고였다.

편집 작업에 가장 많은 도움이 된 책을 꼽으라면 만화책 <백귀야행>을 택하겠다. <백귀야행>은 보통 사람들은 볼 수 없는 요괴의 존재를 볼 수 있는 소년과 요괴가 만나 벌이는 오싹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백귀야행>의 장점은 세 가지다. 첫째, <LA 컨피덴셜>식으로 말하자면 장르의 룰로 토마시를 이끌어냈다. 다시 말해 요괴 이야기라면 호러 장르라고 짐작하기 쉽지만, 이 만화는 코믹·스릴러·멜로·휴먼드라마·판타지 장르가 버무려져 있다. 장르의 경계가 없고 각 장르의 특성을 잘 살려 각각의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백귀야행>을 보노라면 여러 장르영화의 장점이 집약된 듯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둘째, 매력적인 캐릭터다. 주인공 소년과 요괴의 배경 설정이 명확하고 간결하다. 주인공의 주변부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도 짧은 에피소드에도 불구하고 조연의 개성과 목적을 명쾌하게 드러내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감정선을 선사한다. 셋째는 다른 좋은 만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만화라는 매체가 부여하는 컷의 개념에 대한 확립이다. 정지된 그림들의 나열에서 인물들의 감정 포인트와 움직임의 포인트를 무의식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이것은 영화의 스토리보드와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나는 복잡한 이미지를 과도하게 매칭하기보다는 명료하며 초점이 분명한 목적의 기초를 충분히 다져주는 편집을 선호한다. 컷의 배치, 구성, 구축의 기본 이론은 모두 ‘장면’이 가지는 중추에 기원해서 차례차례 쌓아올리며 ‘장면에 리듬’을 부여하는 것이 내 편집의 기준이자 목표이다. 컷의 개수나 한컷의 지속 시간을 결정할 때 정보량보다는 리듬에 무게를 두는 것이 나의 편집 이론이라고나 할까? 만화책만이 가진 리듬의 재미를 가끔 느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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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의 조우

<유년기의 끝> 아서 C. 클라크 저/ 정영목 역/ 시공사 펴냄

심보경/ 프로듀서

아서 C. 클라크가 쓴 몇편의 SF소설들은 수많은 할리우드 SF영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작가가 상상하는 공간과 미래의 모습은 때로는 피폐하고, 때로는 너무도 따뜻하고 자연적이기까지 하다. 그중에서도 <유년기의 끝>은 SF소설의 고전으로 통한다.

이 책은 2050년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을 위해 서로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미 2000년을 훌쩍 넘겨버렸지만, 소설을 처음 읽었던 10여년 전만 해도 2050년은 나에게 아득한 미래로만 느껴졌다. 그러나 소설 시작 부분에 작가가 묘사한 2050년의 모습에는 미-소간의 갈등과 전쟁 등 현실 세계를 염두에 둔 암시들이 진하게 배어 있다. 역사는 인간들의 실수와 오만에 의해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때, 지구를 덮는 수많은 우주선이 도착한다(이 대목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 나는 완전히 압도되고 말았다). 하늘 위에 떠 있는 우주선, 그 안에 타고 있던 ‘오버로드’라는 초지성적 존재들에게 인간이 지배당하기 시작한다. 1년, 2년… 10년, 20년… 100년. 그 사이 인간들은 편견, 전쟁, 범죄에서 구원된다. 범죄를 일으키고 싶어하는 마음까지 초지성적 존재에게 감지되기 때문이다. 대신 오버로드들은 인간들 밑바닥에 자리한 허무와 자유에 대한 갈망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책은 끊임없이 묻는다. 자유롭지만 끊임없는 고통과 불행 속에서 살 것인가? 혹은 획일화될 것인가?

<유년기의 끝>은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방식으로 인간들의 제2의 진화과정을 그려낸다. 이 책의 제목은 인간들의 역사가 시작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은유다. 인간들의 삶이 지속돼온 차원과는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사라짐. 그것이 유년기의 끝이다. <유년기의 끝>은 실존과 상상에 관한 책이다. 그리고 우주에 관한, 그 우주 속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존재에 관한 책이다. 이 한권의 책 속에 담겨 있던 우주와의 조우를 결코 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인생은, 영화 만들기는, 선택이다

<선택>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청림출판 펴냄

이유진/ 프로듀서

가끔 어떤 프로듀서가 좋은 프로듀서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말문이 막혔던 적이 있다. 스펜서 존슨의 <선택>을 읽고서 이제야 감히 좋은 프로듀서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감독이 한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에 100가지 이상의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프로듀서는 투자·배급 환경 등 외적인 요소까지 포함해서 어쩌면 더 많은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한편의 영화를 이끄는 선장의 역할이랄 수도 있는 프로듀서의 크고 작은 결정들은 촬영현장의 효율성은 물론 영화의 성공 여부에까지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 중요한 선택이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어떤 투자자와 파트너십을 함께할 것인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톱스타를 캐스팅할 것인지 아니면 모험적으로 신인을 기용할 것인지, 프로덕션 과정에서 작게는 오락가락하는 일기예보에 맞추어 촬영을 취소할 것인지 아니면 감행할 것인지까지. 크게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예산을 초과할 것인지, 초과한다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아니면 예산에 맞추어 원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 것인지까지.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과연 올바른 결정을 해왔던 것일까. <선택>은 결정의 원칙에 관한 책이며 바른 결정은 우리의 삶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내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정보를 모아 선택의 폭을 넓히고 미리 충분히 생각하고 있는가? 결정을 내릴 때 내가 느끼는 것은 압박감인가, 편안함인가? 두려움인가 열정인가? 두려워하며 결정을 내렸을 때 실수를 범할 수 있으며 이미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버리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용기는 더 나은 결과를 약속해준다. 매 순간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선택>의 ‘예스/노 시스템’을 메모하고 실천해보려고 한다.

궁중사극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필독서

<조선조 궁중 풍속 연구> 김용숙 지음/ 일지사 펴냄

한필남/ 특수분장

<조선조 궁중 복식사 연구>는 10년 전 근무했던 방송국에서 대하드라마를 준비하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다가 발견했다. 처음에는 수발이나 화장법을 찾기 위해 참고로 봤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재미있고 다양한 내용과 표현에 감탄하며 점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기존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자주 접하기 때문에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왕의 생활, 즉 조정대신들과 국정을 논하고 신하에게 명령하는 알려진 모습을 넘어서서 왕의 개인적인 생활과 특별한 기본 업무나 항상 동행하는 사람들과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도 <조선조 궁중 복식사 연구>는 풍성하게 담아내고 있다. 의생활, 식생활, 성생활, 생리적 모습마저도 포괄하는 이 책의 장점은 추론에 의한 논리 전개가 아닌 우리나라 마지막 상궁들의 실제 증언을 빌려 사실적으로 서술했다는 것이다. 주로 복식을 중심으로 논하는 <조선조 궁중 복식사 연구>는 고증에 입각한 궁궐에서의 다양한 머리 모양이나 화장법에 관한 다양한 양식들을 제대로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흔히 보고 알던 고정된 복식이나 수발 및 화장법 스타일에서 고증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추구하는 것이 사극을 표현할 때 매우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가능케 하는 도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어떤 특정한 의식이나 상황을 기계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뛰어넘어 리얼한 당대의 생활상을 표현해야 하는 영화작업이다. 따라서 책이나 자료에 정리돼 있지 않은 상황까지 상상하고 예측해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사극에는 더 많은 공부와 검토가 필요하고 종국에는 현실적으로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사극이나 시대물의 분장은 상상력과 고증이 공존해야 하는 분야다. 그런 면에서 분장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조선조 궁중 복식사 연구>의 심층적인 표현과 묘사는 많은 공부와 동시에 자극이 됐다. 사극은 무엇보다 특정한 일부만 파악해서는 전체를 표현하는 데 위험하고 어려운 요소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궁중사극을 준비하는 영화인이라면 <조선조 궁중 복식사 연구>를 미리 읽어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1989년, 청회색 청춘의 동반자

<짧은 여행의 기록> 기형도/ 살림출판사

은희수/ 현장녹음기사

1989년 나에게는 태양서점이란 낙원이 있었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일정한 시각에만 들르던 드문 손님들과 비좁은 공간에 한없이 쌓여 있는 책들을 보며 포만감을 느꼈다. 아침에 출근하고 청소를 할 때마다 콧노래가 절로 났다. 재수생이던 나는 아르바이트와 함께 사민청(사회민주주의청년연맹) 산하 정치학교를 다니고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하며 우울한 20대의 시작을 맞이하고 있었다. 방송 말미에는 항상 시를 읊어주던 <FM 25시>는 그렇게 편중됐던 독서에 균열을 일으켰다. 어느 날 라디오로 처음 기형도의 시 <전문가>를 들었다. <전문가>는 지금도 내가 유일하게 외우는 시다. 다음날 서점에서 <입 속의 검은 잎>이란 유고 시집을 찾아내고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 수많은 이를 존경했던 그 시절, 내가 늦은밤 술에 취해 길을 걸을 때 나를 지배했던 사람은 기형도였다. 가장 진지했고 혼자였던 그 시간은 언제나 그와 함께였다. 1990년 그의 유고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이 발간됐다. 책장이 헤지도록 읽었던 <짧은 여행의 기록>은 이등병 첫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던 날에도 내 품에 있었다.

입대 직전 나는 <짧은 여행의 기록>처럼 홀로 여행을 떠났다. 망월동에 도착한 늦은 오후였다. 그곳에서 나는 그가 가졌던 양심의 우울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 내가 느낀 그의 얼굴은 시대의 우울함이었다. 그의 글에는 언제나 특별한 용기는 보이지 않았지만 슬픈 내면의 초상이 드리워져 있었다. <짧은 여행의 기록>은 지난날 그렇게 무력했던 나를 위로해준 친구였다. 기형도의 문학적 성취를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그저 그의 책과 삶과 죽음을 동일선상에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1989년 그는 극적으로 생을 마감했고 그 시기에는 모든 것이 마지막으로 타오르던 시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며 죽어갔고 치열한 열정은 갈 곳 없이 꿈틀거렸다.

지금도 레코더 앞에 앉아 혼자서 촬영현장의 소리를 듣노라면 그가 떠오른다. 붐마이크가 하나하나 소리를 잡아내듯이 정처없이 발걸음을 내딛으며 그는 원고지의 빈칸들을 머릿속으로 채웠을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면서 책만 읽던 그 시절에도, 행복하게 현장에서 녹음 일을 하는 지금도 기형도와 <짧은 여행의 기록>은 홀로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나와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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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제기

<하이테크네-포스트휴먼 시대의 예술/디자인/테크놀로지> R. L. 러츠키 지음/ 김상민·윤원화 외 옮김/ 시공사 펴냄

<하이테크네-포스트휴먼 시대의 예술/디자인/테크놀로지>는 모더니티의 시작부터 현대의 테크노-문화에 이르는 테크놀로지, 예술, 문화의 관계 변환을 고찰함으로써 ‘테크놀로지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책이다. <이론을 위한 전략-마르크스에서 마돈나까지>를 공동 편집했던 R. L. 러츠키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프리츠 랑의 영화와 옥타비아 버틀러의 과학소설, 토머스 에디슨의 발명품과 일본 아니메, 구성주의와 사이버스페이스를 전방위적으로 아우르며 새로운 하이테크네의 지형도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강기영(달파란)/ 영화음악

테크놀로지라는 단어 자체가 넘쳐나는 지금. 우리는 어쩌면 테크놀로지라는 단어 자체를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어린 시절에 상상했던 서기 2000년대는 지금의 2000년대와 같은 모습이었을까?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미래를 굳이 테크놀로지와 연관시키며 우리에게 그 많은 정보들을 던져주었던 것일까? 그건 어쩌면 단순히 흥미를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었을까? 이토록 많은 궁금증이 있었던 나에게 R. L. 러츠키의 <하이테크네-포스트휴먼 시대의 예술/디자인/테크놀로지>는 조금이나마 어떤 단서를 전해주었다.

영상 미학 세계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

<영상제작의 미학적 원리와 방법> 허버트 제틀 지음/ 박덕춘, 정우근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강종익/ 특수효과

1973년에 초판이 발행된 <영상제작의 미학적 원리와 방법>은 1999년에 두 번째 번역본이 출판되었으며, 다시 2002년에 2판에 비해 새로운 장을 만들고 디지털 시대에 맞춰 새로운 개념들이 추가되어 재출판되었다. 물론 그 지나온 세월 동안 ‘영상’이라는 분야가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고 영상을 만드는 기술 또한 다양해졌지만, 이 책은 우리가 영상제작에 앞서 이해해야만 하는 기본적인 다섯 가지 미학적 요소(빛, 공간, 시간, 동작 그리고 음향)가 어떻게 상호조화를 이루며 텔레비전과 영화에 적용되는지에 관해서 여전히 잘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각 미학적 요소들의 세부적인 구성 요소들을 사진이나 일러스트, 그림 등을 예로 들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처음 영상을 접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돋보인다.

<영상제작의 미학적 원리와 방법>은 보는 이가 가시적인 메시지의 이면에 존재하는 영상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미학의 원칙을 제시하고 다양한 텔레비전과 영화 장르를 경험하고 판단하게 해준다. 또한 이 책은 텔레비전, 컴퓨터, 그리고 영화 영상의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하나의 사건(event)을 명료화하고 강조하며 해석하는 방법을 보는 이에게 제시해준다. 다시 말해 ‘사람의 지각작용을 조절하기 위해 어떤 미학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적용시키는가’ 하는 것을 이 책을 접한 이들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럴 때에는 이렇게 촬영해라’ 식의 단편적인 정보 전달이 아닌 좀더 체계적인 영상제작 기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다양한 영상 이론을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응용적인 바탕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영상제작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하고 상상할 수 있는 여러 예시들을 다양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빠르고 즐겁게 이론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음향과 영상과의 결합에 관한 여러 정보들은 영상과 소리가 결코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새삼 확인해준다.

어느 광기어린 영화인의 초상

<올리버 스톤1, 2> 제임스 리어단 지음/ 이순호 옮김/ 컬처라인21 펴냄

한동성/ 예고편 제작

<올리버 스톤>은 정확히 말하자면 <내추럴 본 킬러>의 올리버 스톤이 있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 제임스 리어단은 <올리버 스톤>을 쓰기 위해 3년여에 걸쳐 올리버 스톤과 그의 가족, 주변 사람들과 수많은 인터뷰를 했다. 증권브로커 미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난 그가 겪는 문화적 혼란, 방황, 베트남 참전을 거쳐 현재에 이르는 이야기가 한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올리버 스톤>은 기존 감독들의 평전과는 달리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인간 올리버 스톤과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을 파헤친다. 스티븐 스필버그나 구로사와 아키라를 비롯한 한 세대를 풍미한 감독들의 평전에는 대부분 상찬으로 가득하지만 <올리버 스톤>은 한 영화감독을 현미경처럼 해부하는 치밀함을 견지한다. 올리버 스톤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느낄 수 없는 영화를 그는 근본적으로 만들지 못한다. 느낌을 생생히 살리려는 그의 열망은 때때로 극단적이고 과도한 방법을 수반한다.

<스카페이스>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그는 실제로 코카인과 헤로인에 중독되어 많은 범죄자들과 어울리며 생생한 대사와 리얼한 상황을 얻어냈고 이를 여과없이 반영했다. 소재의 위험성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의 <JFK> 제작 당시 에피소드를 읽는다면 그의 영화적 의지에 대해 존경심을 품게 될 것이다. 그의 논쟁적 작품들이 어떻게 발생했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예술적 광기와 동력의 원천이 무엇인가를 <올리버 스톤>은 보여준다. 마이클 더글러스는 <올리버 스톤>의 추천사를 이렇게 적었다. “올리버는 할리우드를 감동시키려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며 돈을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세상에 영향을 주려고 예술을 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그는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즉 그 자신의 악마를 정복하지 많으면, 광기를 이겨내지 않으면 그리고 격발적인 성향과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영화를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한국 영화인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특히 술자리에서 “흔히 할리우드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이다. 나도 거기서는 그렇게 할 수 있다”라고 쉽게 말하는 이들에게 <올리버 스톤>을 권하고 싶다. 한국에서도 못하는 일이라면 그곳에서는 더욱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올리버 스톤>을 읽어보면 실감할 것이다. 참고로 서점에서 <올리버 스톤>은 영화가 아닌 인문서적 인물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영화적인 사진이란?

<Philip-Lorca Di Corcia> 필립 로르카 디 코르시아·피터 갈라시/ Museum of Modern Art 펴냄

<A Story Book Life> 필립 로르카 디 코르시아/ Twin Palms Publishers 펴냄

임훈/ 현장스틸기사

영화의 스틸을 찍는 것이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 창의력(혹은 더 거창하게 예술성)을 발휘하는 데 제한적 작업이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만, 같은 영화를 다른 사진가가 스틸을 찍는다면, 분명 서로 다른 결과물을 낼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의 스틸이더라도, 사진은 역시 피사체와의 교감이 중요하고, 상대(즉 극중 캐릭터)와 그의 인생을 대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찍어내는 인물과 그의 인생은 물론 가상의 것이지만, 진짜인 것만 같은 순간을 마주할 때는 배우가 아닌 극중 그 인물을 만난 것만 같아서 가슴이 설렌다.

필립 로르카 디 코르시아는 일반인을 모델로 ‘영화적’인 사진을 찍어온 작가로, 미리 선정된 일반인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임의로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이 적절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런 식으로 그는 <할리우드> 연작 시리즈를 내놓았고, 나아가 세계 도시들의 거리 위에서 ‘거리 장면’(street scenes)들을 보여주었다. 영화의 스틸이 가상의 인물의 삶을 담는다면, 디 코르시아의 작품들은 거꾸로 현재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실제 삶을 영화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들은 마치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인생이란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누구나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그런 흔한 말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사진은 순간의 이미지이다. 좋은 사진은 대상의 그럴듯한 외형적 멋이 아니라 그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에 담긴 이야기까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 코르시아의 사진 안에서 배경과 자연스럽게 융화된 인물은 사전에 합의된 어느 정도의 연출에도 불구하고- 혹은 반대로 그러한 연출에 의해서 각자의 스토리를 가진다.

<Philip-Lorca Di Corcia>와 <A Story Book Life>는 필립 로르카 디 코르시아의 대표적인 작품을 보여주는 사진집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많이 찍어보는 연습도 필요하지만, 좋은 작품을 많이 보는 훈련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사체에 대한 이해와 설득력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디 코르시아 작품은 하나의 모범과도 같은 사진이다. 수년 전에 본 그의 작품은 아직도 나에게는 큰 자극이고 영감이다.

사진: 씨네21 사진팀
정리: 씨네21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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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놀자 > 책정리 달인들의 노하우 10가지

 많이 읽기로 유명한 일본의 언론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책을 이고 이사를 다니다 결국엔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 의 빌딩을 사들여 서가 전용으로 꾸몄다. 이것이 그 유명한 ‘고양이 빌딩’이다.

“책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요?”

(1) 분류 공식의 노예가 되지 말라〓개인 서가를 정리하면서 도서관의 분류법을 따를 필요는 없다. 도서관의 분류법은 전문적이어서 일반인은 책을 찾는데 오히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연역적이 아니라 귀납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2) 모든 책은 3가지로 분류하라〓책을 중요도에 따라 3가지로 분류한다. 1종은 바로 곁에 두지 않으면 작업 효율이 떨어지는 책이다. 2종은 가끔 찾아보는 중요한 책, 3종은 더이상 찾지는 않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책이다. 1종은 책상 위나 옆의 책장에 둔다. 2종은 서재의 책장에 꽂아두고 3종은 상자에 담아 다락방이나 베란다 등 빈 공간에 둔다.

(3) 책이 많을 땐 간단한 분류 코드를 만들라〓1종과 2종의 경우 문학,경제와 경영, 철학, 실용서적 등 취향대로 5, 6개 범주로 나눠 선반을 달리해 정리한다. 같은 범주에 들어가는 책이 100권을 넘으면 다시 소장르나 저자의 국적 등 1, 2개의 하위 분류 코드를 활용해 분류한다.

(4) 꺼낸 책을 다시 꽂을 때는 왼쪽부터 꽂아 나간다〓꺼냈던 자리에 꽂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왼쪽부터 꽂아나가면 오른쪽 끝부분 책들은 이용 빈도가 낮은 책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책장이 가득 차면 오른쪽 끝부터 빼내 1종은 2종 책장으로, 2종은 3종 상자로 옮기면 된다.

(5) 서재 결혼시킬 땐〓결혼해 부부의 서가를 합쳐야 할 때는 우선 책의 분류 방식에 합의해야 한다. 합의가 어려울 경우 분류법이 까다로운 쪽을 따르는 것이 좋다. 깐깐한 분류법을 따르던 사람은 허술한 분류 체계에서는 책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같은 책이 2권 있으면 책의 여백에메모를 해놓은 것 등 ‘사연’이 있는 책을 살린다.

(6)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의 구분〓읽은 책은 읽은 순서에 따라 배열하고 읽지 않은 책들은 읽고 싶은 순서에 따라 배열하는 방법이 있다. 독서 취향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알 수 있다. 아니면 읽지 않은 책은 책의 제목이 거꾸로 읽히도록 뒤집어 꽂아두면 “저 책을 빨리 읽어 바로 꽂아두어야지” 하는 압력도 받을 수 있다.

(7) 독서를 장려하려면 책을 한군데 모으지 말라〓책이 가까이 있어야 읽게 된다. 서재를 중심으로 정리하되 TV나 거실 소파 옆, 화장실, 식탁 등에 책을 놔둔다. 화장실에는 가벼운 시집, 침대 옆에는 단편소설, 식탁옆에는 가벼운 상식책, 거실에는 중장편 소설책이 좋다.

(8) 책장은 비싼 걸로 충분히 준비한다〓책장을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책을 사다 꽂아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 또 책장을 비워놓아야 책을 사고 싶어진다. 그래야 읽게 된다.

(9) 책 잘 버리기〓내게 필요없는 책들도 요긴하게 읽어줄 사람들이 많다. 초중고교 도서관이나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공부방, 고아원, 장애인 시설, 낙도의 학교 등에 기증한다. 초중고교 단위로 매월 혹은 분기별로 여는 벼룩시장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증정본은 보내준 사람의 서명이 들어간 부분을 떼낸 후 버리는 것이 예의다. 버리지 않고 특정 기관에 기증할 때는 서명 밑에 간단한 사유를 적는다.

(10) 정기 간행물은 목차만 떼낸 후 버린다〓논문집, 월간지, 주간지 등은 필요한 부분만 분철하고 목차를 떼내 파일에 정리한 후 나머지는 버린다. 언제 어디에 실렸는지만 알면 인터넷에서 찾아 보면 된다.

참고〓이어령 교수, 헨리 페트로스키의 ‘서가에 꽂힌 책’, 하야시 하루히코의 ‘정리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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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1-27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나니아 연대기> 등 영화 원작소설 여러 편

<타임> 선정 _ 1923년 이후 영문소설

<동물농장>
<스노우 크래쉬>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창간해인 1923년부터 현재까지 출간된 영문소설 베스트 100선을 선정했다. 두명의 <타임> 도서평론가 레브 그로스먼과 리처드 라카요가 뽑은 리스트는 일견 <랜덤하우스>가 선정한 ‘20세기 영문소설 100권’과 절반 이상이 겹치는 정석 리스트로 보인다. 독서광의 서재에서 발견될 만한 대부분의 20세기 문학의 주연들, 조지 오웰, 토머스 핀천, 그레이엄 그린, 존 스타인벡, 버지니아 울프, J. D. 샐린저가 골고루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순수문학 추종자들이 코끝을 찡그릴 만한 작품들이 종종 눈에 띄는 것도 흥미롭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나니아 연대기)>과 <반지의 제왕>은 판타지 팬들을,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첩보물 팬들을 안심시켜줄 선택이고, 필립 K. 딕의 <유빅>, 토머스 핀천의 <중력의 무지개>,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은 소외받은 SF팬들을 조금은 위안해줄 듯하다. 게다가 두 평론가 중 한명은 ‘사이버펑크 SF’의 팬임에 틀림없다.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와 닐 스티븐슨의 <스노우 크래쉬>가 당당하게 리스트에 이름을 새기고 있을 만한 20세기 문학 리스트는 처음이 아닐까. <타임>이 알란 무어와 데이브 깁슨스의 그래픽 노블 <와치멘>을 선택한 것은 (좋은 의미에서) 놀랄 노자다. <딜리버런스> <캐치-22> <파리대왕> <제5도살장> 등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 많은 것도 특징. 두명의 문학평론가들은 리스트가 나간 뒤 독자들에게서 수많은 항의메일을 받아야만 했는데, 대부분이 “멍청하고 애처로운 벌레 같은 놈들! 어떻게 ****(독자가 책명은 알아서 채우시라)를 빼놓을 수가 있어!”라는 식이었다고. 하지만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가 빠진 것에 대해서는 더이상 항의메일을 보내지 말라는 부탁이다. <율리시즈>는 <타임>이 창간하기 1년 전인 1922년에 나왔으니까. 규칙은 규칙이다.

영문소설 BEST 50

<오기 마치의 모험> The Adventures of Augie March 솔 벨로
<모두가 왕의 부하들> All the King’s Men 로버트 펜 워런
<미국의 비극> An American Tragedy 시어도어 드레이서
<동물농장> Animal Farm 조지 오웰
<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 Are You There God? It’s Me, Margaret 주디 블룸
<와치멘> Watchmen 알란 무어, 데이브 깁슨스
<베를린 이야기> The Berlin Stories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빅 슬립> The Big Sleep 레이먼드 챈들러
<옥스포드의 떠돌이들> Brideshead Revisited 에블린 워
<캐치-22> Catch-22 조셉 헬러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 J. D. 샐린저
<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앤서니 버제스
<마음의 죽음> The Death of the Heart 엘리자베스 보웬
<딜리버런스> Deliverance 제임스 딕키
<프랑스 중위의 여자> The French Lieutenant’s Woman 존 파울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마거릿 미첼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존 스타인백
<중력의 무지개> Gravity's Rainbow 토머스 핀천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F. 스콧 피츠제럴드
<한줌의 흙> A Handful of Dust 이블린 워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The Heart Is A Lonely Hunter 카슨 매컬러스
<사건의 핵심> The Heart of the Matter 그레이엄 그린
<나, 클로디어스> I, Claudius 로버트 그레이브스
<8월의 빛> Light in August 윌리엄 포크너
<사자와 마녀와 옷장(나니아 연대기)>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C. S. 루이스
<롤리타> Lolita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파리 대왕> Lord of the Flies 윌리엄 골딩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J. R. R. 톨킨
<한 밤의 아이들> Midnight’s Children 샐먼 루시디
<벌거벗은 점심> Naked Lunch 윌리엄 버로스
<검둥이 소년> Native Son 리처드 라이트
<뉴로맨서> Neuromancer 윌리엄 깁슨
<1984년> 1984 조지 오웰
<길 위에서> On the Road 잭 케루악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켄 케시
<인도로 가는 길> A Passage to India E. M. 포스터
<느릅나무 밑에서의 수업> The Prime of Miss Jean Brodie 뮤리엘 스파크
<달려라 토끼> Rabbit, Run 존 업다이크
<랙타임> Ragtime E. L. 닥터로우
<쉘터링 스카이(마지막 사랑)> The Sheltering Sky 폴 바울즈
<제5도살장> Slaughterhouse-Five 커트 보네거트
<스노우 크래쉬> Snow Crash 닐 스티븐슨
<음향과 분노> The Sound and the Fury 윌리엄 포크너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존 르 카레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The Sun Also Rises 어니스트 헤밍웨이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하퍼 리
<등대로> To the Lighthouse 버지니아 울프
<북회귀선> Tropic of Cancer 헨리 밀러
<유빅> Ubik 필립 K. 딕
<그물을 헤치고> Under the Net 아이리스 머독

특별히 삭제를 요구할 만한 작품이 있는지는 의문. 솔직해지자면, 리스트에 올라 있는 대부분의 소설을 뒷방 서재에 모조리 구비하고 있는 독서 마니악이 아니라면, 어떤 작품을 삭제해야 할지 감이 안 서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물론 <뉴로맨서>와 <스노우 크래쉬> 둘 중 한 가지만 선택했어도 나쁘지는 않았을 듯.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은 보이는데 왜 대시엘 해밋의 <말타의 매>는 찾아볼 수 없는 걸까. 사이버펑크 SF에 대한 애정은 아름답지만, 뉴웨이브 SF의 거장인 어슐러 르 귄, JG 발라드의 이름이 빠진 것은 좀 게으른 처사다. 스티븐 킹을 리스트에 넣기가 겸연쩍었다면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 같은 H. P. 러브크래프트의 걸작을 하나 정도는 리스트에 추가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1923년 이후라는 제한 때문에 22년작인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가 빠진 것은 여전히 애석한 일. 참, <해리 포터>가 없다고 칭얼거리지는 말자. 이미 <해리 포터>는 리스트에 올라 있는 모든 책의 판매량과 맞먹을 정도의 부수를 팔아치웠지 않은가.

26년을 함께해 온 친구 ‘건담’

<아니멕스> <브루투스> <츠타야 온라인> 선정 _ 아니메

<기동전사 건담>

모두 18만7373명의 투표로 선정된 ‘아니메 베스트 100’은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의 걸작들로 가득한 리스트다. 물론 모두가 예상했듯이 1위는 1979년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이 차지했다. 후속편인 <기동전사 Z건담> 역시 27위에 올라 있고, 100위권까지 살펴본다면, <신기동전기 건담W>가 52위, <기동전사 ZZ건담>이 86위에 올라 있다. 기동전사를 향한 일본인들의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리스트가 아닐 수 없다. 38위에 오른 건담의 라이벌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팬들에게는 조금 애석한 일.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은 언제나처럼 오롯하다. 그가 감독했거나 제작에 참여한 작품만 모두 8편이 5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6위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16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8위 <이웃집 토토로>, 21위 <미래소년 코난>, 22위 <플란다스의 개>, 23위 <천공의 성 라퓨타>, 36위 <루팡 3세 카리오스토로의 성>, 50위 <모노노케 히메>). 상위권을 잘 살펴보자면 <루팡 3세> <도라에몽> <드래곤 볼> 등 캐릭터의 힘이 강한 작품들에 표가 몰린 것도 주목할 만한 특징. 다소 낯선 9위의 <거인의 별>은 일본에서 야구 아니메 열풍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이처럼 70∼80년대 아니메 걸작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위 50위권 중에서도 눈에 띄는 최근작이라면, 7위의 <신세기 에반게리온>, 20위의 <이니셜 D>, 26위의 <유☆유☆백서>, 35위의 <원피스>, 39위의 <슬램 덩크>, 43위의 <떠돌이 켄신>, 48위의 <카우보이 비밥> 등이 있다. 지금의 30대들에게는 어린 시절 한국 애니메이션으로 둔갑해 방영되었던 70년대 아니메의 걸작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솔솔한, 한 작품도 빼놓을 수 없는 필견(!)의 리스트가 아닐 수 없다.

<도라에몽>
<도전자 허리케인>

아니메 BEST 50

1. <기동전사 건담> 機動戰士ガンダム
2. <루팡 3세> ルパン三世
3. <도라에몽> ドラえもん
4. <드래곤 볼> ドラゴンボ-ル
5. <우주전함 야마토> 宇宙戰艦ヤマト
6.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アルプスの少女ハイジ
7. <신세기 에반게리온> 新世紀エヴァンゲリオン
8. <내일의 죠/도전자 허리케인> あしたのジョ-
9. <거인의 별> 巨人の星
10. <명탐정 코난> 名探偵コナン
11. <드래곤 볼 Z> ドラゴンボ-ルZ
12. <사자에상> サザエさん
13. <마루코는 아홉살> ちびまる子ちゃん
14. <은하철도 999> 銀河鐵道999
15. <캔디 캔디> キャンディ·キャンディ
16.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風の谷のナウシカ
17. <터치> タッチ
18. <이웃집 토토로> となりのトトロ
19. <북두신권> 北斗の拳
20. <이니셜 D> イニシャル D
21. <미래소년 코난> 未來少年コナン
22. <플란다스의 개> フランダ-スの犬
23. <천공의 성 라퓨타> 天空の城ラピュタ
24. <우주소년 아톰> 鐵腕アトム
25. <우루세이 야쯔라/시끌별 녀석들> うる星やつら
26. <유☆유☆백서> 幽☆遊☆白書
27. <기동전사 Z건담> 機動戰士Zガンダム
28. <포켓 몬스터> ポケットモンスタ-
29. <베르사이유의 장미> ベルサイユのばら
30. <시티 헌터> シティ-ハンタ-
31. <데빌맨> デビルマン
32. <마징가 Z> マジンガ-Z
33. <에이스를 노려라!> エ-スをねらえ!
34. <크레용 신짱/짱구는 못말려> クレヨンしんちゃん
35. <원피스> ONE PIECE
36. <루팡 3세 카리오스토로의 성> ルパン三世カリオストロの城
37. <근육맨> キン肉マン
38.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超時空要塞マクロス
39. <슬램 덩크> SLAM DUNK
40. <타이거 마스크> タイガ-マスク
41. <과학닌자대 갓차맨/독수리 오형제> 科學忍者隊 ガッチャマン
42. <날아라 호빵맨> それいけ!アンパンマン
43. <바람의 검심> るろうに劍心
44. <바벨 2세> バビル2世
45. <아키라> AKIRA
46. <카드캡터 체리> カ-ドキャプタ-さくら
47. <엄마찾아 삼만리> 母をたずねて三千里
48. <카우보이 비밥> カウボ-イビバップ
49. <미국너구리 라즈칼> あらいぐまラスカル
50. <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姬

20만명에 가까운 다양한 나이의 일본인들이 투표로 뽑은, 아니메 역사를 모두 끌어안은 50편이다. 순위에 불만을 가질지언정 들어내라고 호통칠 만한 작품이 있을 리 없다, 는 건 지나친 겸손이고, <이니셜 D>와 <원피스> 같은 최근작은 30년 뒤의 리스트를 위해 아껴두어도 좋을 듯.

비록 <리본의 기사>나 <정글대제> 같은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들이 하위 50위권에 몰려 있기는 하지만, 그의 최고 걸작인 <불새>가 빠진 것은 조금 의아하다. 데자키 오사무는 <내일의 죠>라는 걸작을 상위권에 올려두었지만 실망스럽게도 <보물섬>이 온데간데없고, 린 타로와 마쓰모토 레이지의 <천년여왕>도 자취를 감추었다. ‘건담’의 창시자인 도미노 요시유키의 숨겨진 걸작 <거신전설 이데온>과 <전투메카 자붕글>을 기대했던 아니메 팬이라면 조금 실망할 리스트. 물론 일본에서는 전혀 대중적인 인기가 없는 오시이 마모루의 이름을 애써 찾는 것은 헛된 노력이 될 터이다. 참, 대체 <호호 아줌마>와 <개구리 소년 왕눈이>는 어디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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