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나의 나쁜 하루 - 나쁜 하루에도 좋은 순간은 있어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27
첼시 린 월리스 지음, 염혜원 그림, 공경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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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책장을 쭉 훑어보니 제목에 부정적인 단어가 들어가는 책이 거의 없네요. 그래서 '나쁜 하루'라는 말이 더욱 눈길을 끈 것 같습니다. 눈뜬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궁금합니다. 어린이의 마음과 감정이 담긴 책이라고 해서 아이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펼쳐 보았습니다.

<맙소사, 나의 나쁜 하루> 표지 좀 보세요. 무대 위에서 연극하는 듯한 아이의 몸짓이 너무 재미있어서 얼른 넘겨보고 싶지 않나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내일아, 빨리 와 주지 않을래?' 하는 걸까요? '나쁜 하루에도 좋은 순간은 있어'라니 그 순간은 언제일까요?




배꼽을 보이고 이불은 다 걷어차며 일어나는 주인공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사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놀고 싶다고 하는 딸아이는 힘든 아침으로 시작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공감을 못 했을 겁니다. 그래도 그 외에는 웃으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유 안의 시리얼이 눅눅해지고, 옷 입기를 귀찮아 하고, 유치원에 늦어 달리기. 흙탕물에 넘어져 무릎이 까지고, 간식 줄에서 새치기 하는 친구, 자꾸 나오는 딸꾹질까지.


어제는 신나는 하루였는데, 오늘은 나쁜 하루라는 주인공. 집에서 푸딩을 깜빡하고 안 챙기고, 미술 시간에는 색칠을 망칩니다. 유치원 다니는 여섯 살 딸아이와 유치원에서의 일과도 이야기하며 읽었습니다.




마트에서는 지루하고, 스파게티를 먹으며 난장판을 만들고, 양치질을 하면서도 불만이 가득하며 지겹습니다. 딸아이는 양치질 하는 부분에서 웃으며 보네요. 자신의 모습과 겹쳐지며 더 재미있어 한 것 같아요.

주인공의 표정이나 말투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힘들어 하고, 실망하고, 귀찮아 하고, 아파서 울고, 화가 나는 등 주인공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얼굴 그림이 재밌네요. '아, 또 늦었네', '설마! 말도 안 돼!', '아, 맙소사. 어쩌면 좋아!', '완전히 망쳤어. 쫄딱 망했어', '아, 고약해', '웩, 맛도 괴상해' 등 처음 읽어줄 때 감정을 실어 읽어주니 아이도 재미있어 합니다. 두 번째부터는 아이 혼자 맛깔스럽게 읽는 모습이 웃깁니다.


온종일 엉망진창 짜증나는 나쁜 하루지만, 완전히 망친 것은 아니라는 주인공. 하루가 끝나갈 때, 두 눈을 감고 즐거운 날을 상상합니다. 그날이 내일이면 좋겠네요.

뻑뻑해, 삐걱대, 텁텁해, 우중충해, 질퍽질퍽, 흐물흐물, 물컹물컹, 따끔해, 갑갑해, 꼬질꼬질, 투덜투덜, 끈적끈적, 얼룩덜룩, 찐득찐득 등 소리나 모양을 나타내는 표현도 함께 얘기해보면 좋겠습니다. 아! 귀뚜라미를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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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찍 일어났을 때 I LOVE 그림책
세스 피쉬맨.제시카 배글리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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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5시면 눈이 떠지는 여섯 살 딸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고른 책, 보물창고의 <내가 일찍 일어났을 때>입니다. 표지의 제목과 아이 옷을 빨강, 노랑, 보라, 초록 네 가지 색으로 표현한 부분이 눈에 띄네요. 하품하고 눈 비비며 기지개를 켜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모습은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궁금하게 합니다.


주인공의 기상 시간은 6시 15분인가 봅니다. 책에서는 아빠가 7시까지 누워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딸아이에게 제발 6시에 일어나라고 매일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눈 뜨자마자 놀고 싶다며 방에서 나가버리죠. 주인공은 엄마 아빠를 깨우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드네요. 딸아이는 혼자서 30분 정도 책을 읽고는 "엄마 뭐 먹어요?" 하며 잠을 못 자게 하거든요. 퍼즐 조각과 장난감이 어질러진 바닥, 인형이 놓여 있는 침대는 정감있습니다.




일찍 일어나 엄마 아빠를 깨우지도 않고, 알아서 옷을 챙겨 입고 자기만의 하루를 시작하는 주인공. 표지에서 네 가지 색깔이 등장해 궁금했었는데요. 주인공이 하고 싶은 네 가지가 나옵니다. 요즘 딸아이는 우유에 시리얼을 부어 먹고, 킥보드를 타고, 지퍼 올리기를 좋아합니다. 주인공이 시리얼을 먹기 위해 우유를 따르고, 킥보드를 타려고 점퍼의 지퍼를 올리는 등 익숙한 이야기가 나와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을 순서대로 한꺼번에 읽었는데요. 빨강, 노랑, 보라, 초록 중에 한 가지 색을 따라가며 읽을 수도 있습니다. 빨간색 이야기부터 쭉 읽어주고, 다음 색깔 이야기들도 따로 읽어주니 딸아이도 더 재미있다며 웃네요. 주인공은 우유를 바닥에 쏟고, 지저분한 건 나중에 정리하고, 양치질은 안 하고, 먹고 싶은 만큼 많이 먹다가 배탈이 나요. 딸아이와 비슷한 상황의 이야기가 나오니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습니다.


삽으로 정원을 일구다가 거미줄에서 무당벌레를 구해주지만, 거미는 무서워요. 무서우면 언제든 엄마를 찾으면 되지만, 혼자 탐험할 수 있는 기회라서 씩씩하게 하던 일을 합니다. 딸아이도 거미를 무서워 하고, 잠자리에서는 시끄러운 소리와 이상한 그림자들을 무서워 하기에 감정을 이입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일찍 일어난 주인공이 하루를 시작하며 할 수 있는 네 가지 일을 소개한 <내가 일찍 일어났을 때>. 주인공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는 딸아이가 혼자서 우유와 시리얼을 부어 먹고, 알아서 그림 그리거나 글씨 쓰기를 했으면, 긁혀서 상처가 나도 울지 않고 후 불어버릴 수 있기를, 일찍 깼어도 엄마를 깨우지 않기를. 어쩌면 아이보다도 저(엄마)를 위해서 이 책을 골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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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그림찾기 축제 365 - 숨은그림찾기 + 다른그림찾기 + 색칠하기 무한도전 놀이터
김현정 그림 / 도서출판 큰그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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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갈 때도 기차 안에서 숨은그림찾기 하며 시간 보내는 딸아이를 위해 고른 책. 도서출판 큰그림의 무한도전 놀이터 <숨은그림찾기 축제 365>를 소개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축제가 있는지, 세계 여러 나라에는 어떤 다양하고 특별한 축제가 있는지 여행 기분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올해 6세가 된 56개월 아이에게 조금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축제 내용을 읽어 보며 재미있게 숨은그림찾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차례를 보면, 정월 대보름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축제 12가지에서는 숨은그림찾기를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축제 10가지에서는 양쪽 그림을 비교하며 다른그림찾기를 합니다. 숨은그림찾기, 다른그림찾기의 정답도 나와 있고, 색칠하기와 페이퍼 크래프트 만들기 도면도 있습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한 숨은그림찾기는 우리나라 축제 12가지를 소개합니다. 경주 벚꽃 축제, 제주 수국 축제, 보령 머드 축제, 무주 반딧불 축제 등 어느 지역의 무슨 축제인지 읽어 보고 숨은그림찾기를 시작합니다. 각 축제마다 찾는 그림도 주제가 정해져 있습니다. 편의점 먹거리와 물건, 캠핑 장비, 여러 종류의 쿠키와 빵, 채소, 바다 생물 등 아이가 흥미로워 할 다양한 주제가 나옵니다. 한국사 관련 유물은 호롱불, 맷돌 등 처음 보는 물건들이 나와서 어떤 물건인지 아이에게 한번 설명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왼쪽에 제시된 그림보다 오른쪽에서 찾는 그림이 더 큼직하게 나와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다른그림찾기는 세계 축제 10가지를 소개합니다. 스페인 토마토 축제, 삿포로 눈 축제, 핼러윈 축제, 핀란드 크리스마스 축제 등 어느 나라 어느 도시의 어떤 축제인지 알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은 책 '뚜엉의 생일'에서 태국의 송끄란 축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숨은그림찾기 축제 365>에도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숨은그림찾기와 마찬가지로 다른그림찾기의 전체 그림도 큼직해서 좋습니다. 집중력과 관찰력을 기르며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놀이책입니다.



축제 그림을 참고해서 색칠하기는 7세나 초등 저학년 정도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딸아이는 색칠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나중에 하고 싶어할 때 꺼내 주어야겠습니다.



경주벚꽃 축제와 화천 산천어 축제 페이퍼 크래프트 따라 만드는 순서 설명과 함께 도면도 들어 있습니다. 도면을 먼저 색칠하고 가위로 오려 순서대로 차근차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색칠하기와 가위질이 능숙한 아이들이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책 한 권으로 숨은그림찾기, 다른그림찾기, 색칠하기, 만들기까지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는 <숨은그림찾기 축제 365>. 6~7세 아이들은 숨은그림찾기와 다른그림찾기를,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책 안의 모든 놀이를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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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조금만 더 모든요일그림책 7
소연정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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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틈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다섯 아이들의 표정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궁금하게 합니다. 제목의 "조금만, 조금만 더"는 어떤 상황에서 하는 말일까요? 알에이치코리아의 우리 작가 그림책 브랜드인 모든요일그림책의 <조금만, 조금만 더>는 인천문화재단 예술표현활동 지원사업 선정작입니다. 55개월 딸아이와 읽어 보았습니다.

 

 


주인공인 다섯 남매는 엄마 없이 집을 보게 됩니다.(아이들만 두고 집을 나설 수 있는 엄마가 부럽네요.) 들뜬 표정으로 엄마를 배웅한 아이들은 처음 보는 상자를 발견해요. 상자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기대감에 찬 아이들의 표정을 그림으로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각자 갖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는 다섯 남매. 같이 책을 보던 아이에게도 상자 안에 뭐가 들어 있으면 좋겠는지 물어봅니다. 다섯 남매는 상자를 꺼내 보기로 하지만, 의자 위에 올라서도 손가마를 타고서도 높은 선반 위에까지 손이 닿지를 않습니다.

심심하니 말타기를 하자는 막내의 말에 첫째부터 엎드려 막내까지 차례차례 올라탑니다. 막내의 손이 상자에 닿을락 말락하자 모두 등을 세우는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드디어 확인한 상자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다섯 남매가 신나서 집중하고 있을 때, 문 열리는 소리에 두근두근합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깜짝 놀라는 엄마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되네요. 아이에게 다음 상황을 질문해봅니다.

글밥이 많지 않아 아이 혼자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책 속 다섯 남매의 표정이나 행동에 생동감이 느껴져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딸깍, 콩콩, 성큼성큼, 차례차례, 조심조심, 콩닥콩닥, 쿵쿵 등 소리나 모양을 나타내는 말도 적절하게 섞여 있네요. 아이와 함께 '엄마가 집에 없었던 날'의 이야기를 나누며 독후 활동도 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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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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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말에 할머니가 운명하셨다. 할머니 유품정리를 친정부모님이 하셨다는 말을 들었는데, <시어머니 유품정리>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궁금했다. 언젠가 나도 유품정리를 할 때가 올 것이고, 마음이 먹먹하지만 책의 내용이 가볍지 않을 것 같아서 읽어 보고 싶었다. 책 뒤표지에 써 있는 '누구나 직면하는 인생의 뒷정리를 유머러스하게 그린 유품정리 응원소설'이라는 말이 무거운 마음을 덜어 주었다. 

 

오십 대 중반의 모토코는 (피곤에 절어 누더기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외아들인 남편 대신 시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러 한 시간 반 거리를 오간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집을 업체에 맡기지 않고 모토코 혼자서 정리하기 시작한다. 시어머니 혼자 사는 집이었는데 옷장 가득 빼곡하게 걸려 있는 시아버지 양복, 한 아름이나 되는 도자기 항아리, (고서점에서도 받지 않을 것 같은) 책장 가득 꽂혀 있는 책 등 집안 곳곳 잔뜩 쌓아둔 물건들에 골치가 아프다.

책을 읽기 전에도 난 버릴 물건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었다. 몇 년 동안 입지 않은 옷, 이사 때마다 챙기지만 손도 안 대는 오래된 물건들을 버리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넓지 않은 집에 쓰지 않는 물건이 여기저기 숨어 있는데, 버리려고 하면 아까운 마음이 든다.

 

 

 

 

<시어머니 유품정리>를 하는 모토코는 필요 없는 물건은 평소에 좀 버리세요, 대체 가족이 몇 명이에요, 치우는 제 입장도 생각해 보세요, 조금씩 버렸으면 좋았잖아요 등 아무도 없는 방에서 소리 내어 말한다. 그와 함께 책상 위에 반지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 놓고 돌아가신 친어머니와 비교하는 대목이 여럿 나온다.

생각보다 무겁지 않은 내용의 <시어머니 유품정리>를 읽으면서 생각이 많았다. 유품정리를 하며 고인을 그리는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정말 남은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겠구나. 필요 없는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쓸데없는 물건들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주인공 모토코가 결국에는 업체를 이용하지 않을까 했는데, 옆집 사나에와 자치회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는다. 단순히 유품정리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토코가 직장 동료나 친구 후유미와 대화하고, 주말에 남편과 유품정리를 하고, 동생 부부와 만나는 등 여러 에피소드가 나온다. (앞표지 한가운데 보이는 토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다 버리고 싶은 모토코와 어머니와의 추억이라며 다 간직하고 싶어하는 남편, 모토코의 어머니가 남긴 유품을 돈으로 바꾼 올케 등 한 명이 아닌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또 이해가 간다. 하지만 (모토코의 남편이) 돌아가신지 십 년도 더 된 아버지의 월급명세서 40년 치를 한 장도 못 버린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

<시어머니 유품정리>는 술술 잘 읽힌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인데,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중간중간 넣어 궁금증이 일도록 한다. 물건 정리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해주니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소설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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