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 영문판) 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장영재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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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입니다. 그들은 오직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거예요.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사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은 그 사람 안에 계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곧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한글판 65쪽)
I have now understood that though it seems to men that they live by care for themselves,
in truth it is love alone by which they live. He who has love, is in God,
and God is in him, for God is love.  (English 50p)
톨스토이의 단편을 오랜만에 읽었다.
몇 번을 읽어도 최고의 단편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그래서 가장 뛰어난 역작이라고들 말하겠지. ​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감동적이라는 표현으로 다 나타내지 못하는 뭉클함.
세 가지 물음과 답은 이미 알고 있으니 그것이 사랑임을.
이번 책읽기에서는 ​두 번째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오래도록 눈길과 마음이 가닿는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
두 번째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역시도 
붙잡고 있는 것들에 대한 미련과 갈등을 내려두지 못함을 생각해 본다.
깊은 성찰의 시간을 주는 책이다. 이것은 종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물론 톨스토이의 기독교적 신앙적 깊이와 이해는 종교적으로도 깊이가 있지만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해답에 있어서 톨스토이처럼 생각하고 찾아낼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대문호답게 이야기로 풀어낸 그의 방식은 소박하면서
진실하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단편집이 아닐까 싶다.
더클래식 시리즈를 몇 개 샀는데 생각해보니 톨스토이의 책이 원래 영문판도
아닌데 흠. 다음부터는 원래 영문으로 나온 책만 더클래식으로 살까 싶다.
더 생각해봐야지. 서평을 간단하게라도 쓸 때 원제를 찾아서 적어두는데
아무리 보아도 이 책의 원제는 적응이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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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 임윤택 에세이
임윤택 지음 / 해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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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친정에 가있는 동안 책을 챙길까 망설이다가 가져가지 않았다. 친정 책장에 있는 책을 읽거나 서점에 들를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친정에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야외로 나간다거나 대화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다. 이번에도 그랬다. 읽었던 책을 다시 들춰볼까 하다가 동생 책장을 기웃거렸다. 동생의 책장에서 만난 책 중 내가 읽어보지 않은 책이 딱 1권이었다. 바로 이 책. 동생말로는 내가 읽기에 재미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던 책이다.
 솔직하게 나는 이 사람을 모른다. 슈퍼스타​ K도 보지 않고 이쪽으로 관심도 없고 말이다. 그럼에도 이름은 들어본 기억이 있다. 울랄라 세션. 임윤택. 암에 걸려서 죽은 사람. 재능 있는 개성적인 사람 등이 그를 대신하는 수식어였다. 그가 활동할 때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책을 읽은 후 그의 무대를 검색해서 보았다.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나와는 전혀 공감 가는 부분이 없을지라도 그의 적극적인 성격이 좋았다. 동생이 왜 이 책을 샀는지 이해가 갔다.
 나는 임윤택을 통해서 동생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공감할 수 있어서 더 의미 있었다. 임윤택과 동생은 닮아있었다. 열정도 그랬고 거침없는 성격도 그랬으며 여러 가지가 닮았다. 나와 무관한 사람인듯해도 그를 통해 내 주변의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내가 읽기에 재미없을 거라고 했던 동생에게 잘 읽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책장은 이렇듯 그 사람의 일부임을 다시금 느낀다.
 동생과의 공통분모를 빼고 책에서 내가 기억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책에 대한 이야기였다. ​임윤택이 만들어 낸 무대의 모든 퍼포먼스의 기본이 책이었다는 사실. 어떤 무대를 보여주었기에 그랬는지 궁금하다. 방송을 본 이들은 알겠지만 내​가 검색해서 본 일부만 보더라도 그는 다양하고 멋진 무대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기본이 책이라고 해서 어떤 책을 좋아했는지 들여다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아이디어 뱅크인 그는 아버지와 형의 영향으로 책을 즐겨읽게 되었다고 한다. 이 말은 동생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책이 좋아서 읽었던 거뿐인데 동생은 그 모습을 통해서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말. 나 또한 아버지의 책장에 가득한 세로줄 책을 읽으며 느꼈던 예전의 느낌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책만 읽는 사람을 소극적이거나 책에만 갇혀 산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나만의 철학을 되짚으며 적극적으로 산다. 독서토의나 토론에도 참가하고 다른 이의 글도 읽는 등의 방식을 통해 생각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역시 넓힐 수 있다. 갑자기 이야기가 딴 길로 갔는데 각설하고 임윤택이 좋아하는 책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야겠다.

 임윤택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책은 바로 「삼국지」라고 한다. 이미 스무 번 이상 읽었으며 읽을 때마다 그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발견한듯하다. 또한 「이솝우화」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개미」, 「신」 마지막으로 이외수의 이야기를 했다.

삼국지

작가
나관중
출판
민음사
발매
200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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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작가
이솝
출판
발매
201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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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세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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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세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1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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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강자

작가
이외수
출판
해냄출판사
발매
201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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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와 이솝우화는 어떤 책인지 몰라서 임의로 올렸지만 낯익은 책들이라 반가웠다.

 누군가에게 한 권의 책은 그 무엇보다 많은 의미가 될 수 있다. 짧은 생이지만 열정적으로 살다간 고 임윤택의 이야기와 만나며 새삼 느꼈다. 제목부터 긍정적인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를 통해서 말이다. 어떤 일이건 자신이 좋아하는 미칠 수 있는 것을 해야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인 듯하다. 자신을 믿고 나아갈 때 그 여정의 끝에서 후회보다는 아쉬움을(만족하는 사람은 없을듯하니), 결과보다는 과정을 되짚을 수 있을 것이다. 

■간단 서평: 타인의 책장에서 만나는 색다른 책. 그곳에도 또 다른 소통의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내 느낌이고 이 책의 간단 서평은 한 마디로 제목 그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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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하서명작선 43
이순신 지음, 박광순 옮김 / (주)하서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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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어제도 새벽까지 깨어있었고 일어나는 시간은 변함없다. 그로 인해 오전 약속 하나를 지키지 못했다. 그 틈에 잠시 한숨 돌리고 유치원에 가서 사진을 찍고 새로운 선생님을 만났고 소아과에 가서 천식 예방제도 받고 약국서 아이들을 놀리고 오후에는 또 어린이집 예비소집일에 참가했다. 눈은 저녁시간부터 감기기 시작했지만 내일은 먼 길을 떠나야 해서 오늘까지 할 일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서평쓰기.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면 이보다 훨씬 피곤하겠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런 와중에 끊임없이 7년 동안 난중일기를 쓴 이순신의 글과 만났으니 엄살 부리지 말아야겠다. 개인의 전쟁사를 매일 쓰는 우리들이지만 이순신 장군의 글을 엿보니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빼놓을 수 없었다. 한 줄 기록조차 못하는데 그는 7년을 난중에도 적었다는 사실. 작년에 하다 말았던 3줄 일기가 떠올랐다. 그래서 최근에 간단하게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우선 짚고 넘어갈 것이 김훈의 「칼의 노래」가 「난중일기」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인데 「칼의 노래」를 먼저 읽기를 잘했다는 것이다. 소설이라 잘 읽혀서이기도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상황과 내면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감정이입이 훨씬 잘 되어서 김훈의 책을 우선 읽기를 권한다. 만약 반대로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이 정도의 몰입이 어려웠을듯하다. 물론 영화 〈명량〉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지만 명량 대첩을 중심으로 만든 영화라 난중일기의 후반부만 해당이 된다. 그래도 권하는 이유는 난중일기에서 가장 길게 쓴 일기의 날짜가 바로 명량 대첩이 있던 날이기 때문이다. 몇 줄이 아니라 페이지를 넘어갈 정도이다. 감독이 이순신 3부작으로 만든다고 했으니 아직 두 편의 영화가 남아있어 이 또한 기대된다.

 임진왜란이 있었던 임진년(1592년)부터 장군이 노량 대첩에서 죽은 무술년(1598년)까지 7년의 기록. 이토록 오랜 시간을 바다에서 적과 마주했던 장군의 상황이 가감 없이 솔직하고 짧게 적혀있다. 장군의 3대 대첩인 한산도 대첩, 명량 대첩, 노량 대첩이 모두 존재하나 우리가 원하는 드라마틱한 문장으로 전해지지는 않았다. 개인의 일기지만 장군의 일기 방식은 날씨와 군대 규율 잡기, 직무수행, 활쏘기, 찾아온 이들, 개인적 이야기 약간이 다이다. 역사적 기록으로의 가치가 훌륭하나 그에 못지않게 치열한 장군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 값진 시간이었다.

 책에는 아마도 활쏘기가 가장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이순신 장군하면 동상들도 그렇고 대개 갑옷 입고 칼을 쥔 모습만 떠오르는데 이젠 활쏘기도 기억하게 되었다. 수많은 활을 쏘며 장군은 번뇌도 함께 날려버렸을 것이다. 직무수행도 칼 같아서 곤장을 치고 효시(목을 베어 높은 곳에 걸어 본보기를 보임.) 하는 강단 있는 모습과 나라 걱정에 눈물짓는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노모와 아들 생각(막내아들 면의 죽음은 칼의 노래를 통해 절로 그려졌다.) 에 눈물을 줄줄 흘리는 장군의 모습을 생각하자니 개인의 슬픔을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하고 나랏일을 보는 삶의 무거움​ 또한 얼마나 힘겨웠을까 싶다. 묵묵하게 감내해내는 모습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장군의 상황은 안과 밖의 적에 둘러싸여 있었으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연한 삶의 자세 역시 장군을 빛내는 것 중 하나이다. 게다가 난세에는 영웅이 난다지만 지금 시대는 리더의 부재가 크니 리더들이 제발 제대로 읽고 본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뇌물과 여종 등을 받쳐 위기를 모면하거나 요구했으니 사실 지금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나라 역사를 읽으며 개탄할 일이 많았다는 장군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후대에 국사를 읽으며 개탄할 일이 더 많아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원균 같은 사람들 같으니라고!

종일 혼자 앉아 있었다.

(52쪽. 계사년(1593년, 49세.)의 기록 중에서.) ​

​ 종일 혼자 앉아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한의 바다를 보며 그가 싸워야만 했던 것들에 대해서, 슬픔을 토하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울어야 했을 텐데. 그가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한 무게는 그만의 진중함으로 다가온다.

 색다른 모습으로 점을 치는 글을 보며 장군도 희망을 엿보려 했던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박종평이란 이순신 연구가가 한 말이 인상 깊다. 이순신의 점이 100% 일치했던 이유가 '예측 불가능한 미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자 했던, 진정한 유비무환의 삶을 살았던 사람', '그의 점은 언제나 긍정적 결과에 이르렀다', '이순신의 점은 사리사욕을 위한 저급한 점이 아니라, 아버지와 남편의 점, 하늘을 공경하며 마음을 닦던 선비의 점, 국가와 백성의 생존을 책임진 장수의 점이었다. 이순신처럼 그런 마음과 자세로 점을 친다면 그 어떤 점이라도 확실하게 긍정적인 응답을 받을 것이다.'

출처: 신동아 = http://shindonga.donga.com/docs/magazine/shin/2014/12/23/201412230500014/201412230500014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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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매거진::신동아
shindo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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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원을 담은 점괘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타로카드 해석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렇게 활쏘기를 하고 점을 치며 그만의 방식으로 어지러운 내면을 잠재울 수 있었을 것이다. 몸이 안 좋아서 식은땀을 흘리는 날이 많았는데 그 이유가 임진년 사천해전에서 어깨에 맞은 총 때문이리라 짐작했다. 책만을 봐서는 모르겠지만 「칼의 노래」를 읽었기에 충분히 그려진다. 이처럼 이 책만 읽어서는 모르는 것들이 제법 있다. 역사적 지식도 약간은 아는 것이 좋겠고 김훈의 글과 만나는 것도 방법이다. 또 다른 「난중일기」도 계속 읽어야겠다.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무인 이순신 장군의 모습 속에 숨겨진 또 다른 모습 하나를 이야기하며 서평을 줄여야겠다. 바로 시문에 능한 장군의 모습이었다. 그의 문장을 직접적으로 많이 접할 수는 없었다. 다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시를 읊으며 밤을 새웠다는 문장만으로도 충분했다. '북쪽에 갔을 때도 고락을 같이 하고, 남쪽에 왔을 때는 생사를 함께 하더니, 오늘 밤 달빛 아래 한 잔 술 나누면 내일은 이별을 아쉬워하겠네' (174쪽, 선수사와 작별하며 준 시.)
 이순신 장군 시 = http://blog.naver.com/3byuno/39870093
이순신 장군 시(詩) 모음(1)
시(詩)로 보는 이순신의 생각 읽기 이번에는 이순신 장군이 직접 지어 남기신 한시들을 모아 봤습니다. 한 편, 한 편 어느 것 하나 마음에 ...
blog.naver.com
본문으로 이동
 어쩌면 병영 일지와도 같은 이 책이 주는 의미를 깊게 느끼려면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읽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삶을 버리지 않고 버텨내는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영웅으로의 이순신 장군이 아니라 한 명의 개인으로써 직면한 상황과 맞서는 의지를 기억하고자 한다. 영웅으로 무조건 그리고 추앙해되는 건 정말 꼴사납지만 인간적인 그 사람을 구성하는 여러 모습을 느낀다는 건 바람직하다. 악으로 버티는 게 아니라 초월해내는듯한 아니 이런 거창한 의미가 아니다. 삶이 이어졌기에 따라간 그의 모습이 좋은 것이다. 그가 바라본 바다의 풍경이 궁금하다. 오래전 목포 유달산에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던 한 할머니의 모습이 생각난다. 유달산에는 그때처럼 동백꽃이 흔들리고 있겠지. 내게는 「난중일기」가 좋은 소설만큼이나 뒷심이 강한 책이었다.
■간단 서평: 이순신 장군을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꼭 읽을 책.
             미사여구 없는 글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삶의 생생함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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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판토 해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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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 3부작 그 마지막까지 왔다. 마지막은 늘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하지만 레판토 해전이 의미하는 마지막은 지중해 세계인 중세의 끝을 의미한다. 1571년 10월 7일이 그 운명의 날이었고 대투르크 제국과 기독교 연합 함대 사이에 벌어진 해전을 그녀가 들려준다. 전쟁사지만 잔인함이나 영웅담이 아닌 역사의 바탕에 기인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역사라는 큰 이름의 물줄기에서 파묻혀 보이지 않고 사라진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읽어보게 되었다. 그래서 독자에게 쉽게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기독교 연합 함대란 베네치아 공화국과 로마 교황 그리고 스페인 동맹함으로 이루어졌다. 투르크는 해군 전통이 빈약해서 실전에서 해적이 해군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강한 투르크도 약점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정치적인 입장에서 차이를 극명하게 보인 투르크 내 온건파와 강경파는 갈등하고 있었다.
 
 1571년이라는 숫자를 보면 감도 안 오지만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순신 장군이 무과에 급제한 해로 20대였다. 또한 카라바조가 10월에 태어났다. 재미있는 사실 또 한 가지는「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도 레판토 해전에 참가했다는 사실이다. 젊은 날의 세르반테스는 이 해전을 겪으며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레판토 해전은 기독교 연합 함대와 투르크의 해전이었지만 베네치아 공화국에 대해 많은 관심이 간다. 막대한 부를 가진 풍족한 베네치아 공화국은 여러 면에서 매력이 있었다. 에스파냐 왕국이 베네치아 공화국을 좋지 않게 생각한 이유만 보아도 그렇다. 이탈리아 반도를 차지하려던 에스파냐를 가로막은 유일한 국가(강력히 저항)가 베네치아 공화국이었으며 비타협적인 반종교개혁 운동의 진원지였던 에스파냐와 대조적으로 베네치아는 가톨릭 국가이면서도 타종교를 믿는 민족에게 배타적이지 않고 관용적이었다는 점, 정교분리의 입장에 서서 늘 교황청과 일정한 선을 그어온 당시 서유럽 국가에서 유일하게 종교의 자유를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같은 라틴계 민족이면서도 에스파냐와 베네치아의 민족성이 극단적으로 달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두 나라는 서로의 필요성에 의해 동맹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로 변화하는 관계란 전쟁사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늘 있는 일이다.
 
 다시 레판토 해전으로 돌아가자면 당시 상황이 투르크와 기독교 연합 양군을 합쳐 500척의 갤리선과 17만 명의 인간이 충돌한 싸움이었다니 상상만으로도 그 일대의 바다가 덮어온 역사 앞에 진지해진다. 각국의 필요에 의해서였지만 결국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자면 전쟁은 늘 슬픔이 따른다. 승리했더라도 누군가는 희생하거나 죽어서 이룩된 게 전쟁이기에 말이다. 기독교 연합이란 이유로 그들이 배에 내건 동맹기에는 가운데는 십자가형을 받는 그리스도를 수놓고 그 발치에 동맹 참가국인 교황청과 에스파냐 왕국, 베네치아공화국의 문장을 새겼다. 투르크는 그러면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과 별이었겠지. 터키 역사 교과서에는 레판토 해전이 실리지도 않을 만큼 그들에게는 치욕의 역사라고 하던데 말이다.
 
 치욕의 역사라도 역사는 역사지 아니한가. 아무리 역사가 승자의 기록에 우세하게 전하더라도 그러니 더더욱 반대쪽도 기록으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수많은 역사학자들은 승자, 강자에 의한 역사를 바로잡거나 제대로 보고자 유적을 발굴하고 다른 기록을 찾는 것일 테니까.
 
 아무튼 무적의 투르크군에게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이후 기독교 세력이 동맹하여 118년 만에 얻어낸 값진 승리가 바로 레판토 해전이었다. 책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말한다. '전쟁은 피 흘리는 정치이고 정치는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라고. 지금도 변함없이 유효한 말이다. 역사란 거대한 물줄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사는 소시민으로 머나먼 나라의 옛이야기가 다시금 삶 속에서 꽃 피는 이유이다. 
 
 
■간단 서평: 전쟁 3부작 마지막. 한 시대의 끝에서, 전쟁사에서 역사의 의미와 이름 없는 이들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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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스섬 공방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5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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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 3부작 두 번째 책 「로도스 섬 공방전」을 읽기 전에 로도스 섬을 먼저 찾아보았다. 로도스의 어원은 장미꽃 피는 섬이라는 낭만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이 살기 좋은 기후와 환경을 가진 로도스 섬은 지중해의 낙원 같은 곳으로 지금도 남아있는 로도스인들의 예술작품은 그들의 예술성을 보여주었다. 지중해에 간다면 이스탄불의 소피아 대성당뿐 아니라 로도스 섬도 보고 싶다.
 오스만투르크에서 콘스탄티노플 함락과 다르게 이 작은 로도스 섬을​ 침략한 이유는 그곳의 성 요한 기사단을 치기 위함이었다. 1453년 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킨 메메드 2세는 수도를 아예 콘스탄티노플로 옮기고 지중해 세계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1480년 로도스 섬도 정복하고자 10만 대군을 파견했으나 성 요한 기사단이 버텨냈고 운 좋게도 투르크 병사들은 역병이 도는 등의 이유도 있었다. 이후 1520년 쉴레이만 1세가 로도스를 아예 접수하기로 결심하고 실행한다.
 이슬람 세계에 맞서는 기독교 세계의 최전선 기지 로도스 섬은 에게 해(다도해라는 의미)의 작은 섬일 뿐이었다. 수도복을 걸친 성 요한 기사단은 20대 귀족 출신 수도사로 전투시에나 갑옷을 착용했다. 쉴레이만 1세가 즉위 즉시 로도스 섬을 제압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당시 시리아, 아라비아, 이집트를 비롯한 대정복 사업이 1517년 일단락되었으나 그 와중에도 눈엣가시로 남은 서방 세계의 상징을 부숴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게다가 투르그 인들이 그쪽으로 가면 성 요한 기사단이 해적질을 했다고 한다. 대국 오스만투르크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물론 로도스 섬 말고도 베네치아 공화국 소유의 크레타, 키프로스도 있었지만 해군력이 약한 투르크가 해군력 강한 그들에게 무모하게 덤비지는 않는다.
책 프롤로그의 이탈리어어로 '카데토'(cadetto)는 "프랑스 가스코뉴 지방에서 생겨나 중세 이후 전 유럽에 퍼진 말. 봉건 귀족의 둘째 이하 아들을 뜻하는 말이었다. 중세 봉제 아래서 지위나 재산은 모두 장남에게 상속되는 것이 상례였으므로 둘째 이하 아들은 성직이나 군사 방면에서 자수성가해야 했다. 오늘날에는 귀족의 둘째 이하 자제라는 본래 뜻은 사라지고 군사적인 면만이 남아서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생도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쓰이고 있다. 프랑스어 cardet, 영어 cadet." (프롤로그 17쪽)

  저자는 로도스 섬의 성 요한 기사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교양 역사서에 저자만의 감성도 살짝 들어있다. 성 요한 기사단과 맞설 세력은 터키 술탄의 친위부대​ 예니체리 군단으로 역시 20대로 절대충성을 했다고 한다. 수도사처럼 결혼, 자기 소유의 집 등이 금지되었고 오직 알라신과 술탄을 따른다고 한다.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들은 언제나 이렇듯 젊은이들이었다. ​로도스 섬의 성 요한 기사단으로 대부분이 카데토로 20대 젊은이들. 성 요한 기사단 장 파리소 드 라 발레트 28세. 잠바스타 오르시니 25세. 안토니오 델 카레토 20세. 그들과 대적하는 투르크 용사들은 터키 술탄의 친위부대인 예니체리 군단. 당시 술탄 쉴레이만 1세 28세. 이 꽃다운 20대들의 로도스 섬 공방전.

"교황청의 주인이 누가 되든 간에 2년 전 루터의 파문 뒤로 공공연히 활동하고 있는 루터파에 관한 대책이 지상 과제로 간주될테니까요."(안토니오)
"그래. 로마 교황으로서는 만사를 제쳐놓더라도 이것만은 끝을 봐야 되는 문제야. 프로테스탄트라는 루터 일파의 세력이 아직 침투하지 않은 나라에서도 성직자건 평신도건 할 것 없이 동요하고 있어. 나같이 맨날 빈정대기만 하는 놈도 일단 교황 자리에 앉으면 이 문제만은 피할 수 없어. 이교도 투르크한테 어떻게 대처한다 하는 것은 나중 문제지.
 더구나 우리는 유럽 내 세력들이 치고받는 재편기에 전투를 벌여야 해. 운도 정말 없지. 아라곤과 카스티야 군주가 결혼해서 정식으로 통합된 에스파냐, 유럽에서 중앙집권화가 제일 잘된 프랑스, 대륙 진출에 실패한 덕에 오히려 국내 통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영국, 명목상 왕 위의 왕이라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선거후들이 다들 힘이 강해서 중앙집권화에 뒤처진 독일, 그리고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교황청, 나폴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나라들이 균형이라고 하기엔 좀 이상하지만 어쨌든 균형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기묘한 상태를 유지했지.
 그게 조금씩 변하더니 이제 결정적으로 옛날하고는 달라지기 시작했어. 역시 동쪽의 투르크가 자극한 거라고 봐야겠지.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비잔틴제국도 없어지고, 대신에 투르크가 그 자리에 차고앉아서 옛 비잔틴제국 영토의 '계승'이라는 대의명분을 내걸게 됐지. 투르크는 이 대의명분을 최대한 활용해가면서 북으로는 빈을 압박하고 동으로는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을 넘어서 페르시아 땅까지 갔고, 남쪽으로 홍해를 포위했고, 서쪽으로는 이집트부터 알제리까지 북아프리카 전체를 영유하는 대제국으로 성장했으니까. (…중략…) 나폴리 이남은 에스파냐령이 되어버렸지만 밀라노 중심의 북이탈리아 지방 영유권을 두고 두 나라가 다투고 있으니까. 피렌체공화국도 프랑스 밑에 들어가서 형식적인 독립만 유지하는 상태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까 이탈리아에 남은 독립국이라곤 이제 실질적으로 베네치아공화국밖에 없어. 베네치아도 이탈리아 내의 상황에 대처하는 데 급급한 만큼 괜히 동쪽에서 투르크와 문제를 일으킬 이유가 없겠지. 그 때문에 그들로서도 어쩔 수 없이 로도스가 죽게 내버려두는 거고.
 자, 이런 게 우리가 태어난 고향 유럽이야. 이런 상태에서 성 요한 기사단을 도와 이교도를 정벌하자고 떠들어보았자 누가 이 멀고 먼 남쪽 섬까지 와주겠나? 이탈리아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에스파냐와 프랑스를 합쳐 5만 명의 군사가 동원되지만, 그 10분의 1만큼이라도 이곳에 파견해줄 왕은 없어……. 같은 또래인 그들은 앞으로도 세상을 좌우하겠지만, 우리는 외롭게 싸우다 이 남쪽 섬에서 죽는 수밖에 없겠지." (오르시니) / (119~122쪽 부분 인용)

  서유럽의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싸워야 했던 성 요한 기사단. 그들의 신념만이 남아 역사로 전한다. 그리고 또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야만인 오스만투르크가 아닌 신사적인 오스만투르크의 모습이다. 로도스 섬을 차지하고 나서도 대학살을 감행하지 않고 그저 성 요한 기사단이 떠나도록 두었다. 갈 사람은 가도록 자유롭게. 종교적 이념의 차이로 역사는 수많은 전쟁을 일으켰고 많은 이들이 피 흘리며 죽었다. 물론 지금도 자살폭탄이나 테러가 존재한다. 다만 예전처럼 사람 대 사람으로 많은 인원이 서로를 죽이지 않을 뿐 전쟁은 끝이 없다.

 다시 책의 내용으로 가서 투르크에게 패할 수밖에 없었던 성 요한 기사단은 이후 로도스 섬을 떠나 방랑하다 몰타섬에 정착했으나 후에 나폴레옹에 의해 이 터전에서 떠나게 된다. 그러나 기사단의 후예는​ 지금도 남아서 의료활동을 한다고 한다. 로마에서 가장 멋지다는 거리로 유명 상점이 많은 콘도티 거리에 성 요한 기사단 본부가 있으며 기사로 존재하지만 예전처럼 결혼을 못하거나 하진 않는다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것으로 기사단 창설의 처음 이유였던 당시의 사명으로 돌아간 것이다. 전쟁 기사가 아닌 의료활동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저 머나먼 옛이야기만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이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닿게 느껴진다.

 신념을 지키고자 무모해 보여도 그 무엇과 싸울 수 있는 용기. 그런 대의명분이 나에게는 무엇인가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간단 서평: 전쟁 3부작 그 두 번째. 얇은 책이지만 읽을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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