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ㅡ 피 천 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한 사실이다
* 시인이 문득 그리워졌다. 요즘 범우사에서 나온 이 작고 오래된 시집을 가방
에 들고 다녔다. 읽을수록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그의 詩는 이미 시를 떠나 내
게는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누구나 시를 써도 다 시로 남지 못하는데 그의 시
는 시를 떠나 새로운 그 무엇이 되는구나. 아마도 내가 시를 쓴다면 그것은 무
엇이 될까. 그저 그때의 상황을 적은 개인의 기록으로 남겠지.
-4340.07.28.흙의 날. 밤을 넘기고 아침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