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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도서관 ㅣ 비룡소 걸작선 36
랄프 이자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미하엘 엔데는 환상 세계의 대가이다. 나는 그를 추억하고자 이 소설을 썼다. - 랄프 이자우
미하엘 엔데라는 이름은 이제는 너무나 친숙한 이름이 되었지만, 그는 이제 판타지 세계만을 남긴채 우리곁을 떠난지 오래이다. 하지만, 여기 그를 기억하고 그의 세계를 너무나 존경하는 한명의 작가가 그의 뒤를 잇기 위해 미하엘 엔데의 대표적인 판타지 동화라 할수있는 '끝없는 이야기' 를 토대로 한편의 멋진 판타지 동화를 또다른 줄기로 재탄생 시켰다.
그렇다, 재탄생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 비록 작가는 다르지만, 그 작가의 정신을 본받고 지금은 '환상 세계의 수호자'로서 환상 문학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랄프 이자우는 분명 그말을(재탄생) 그리 기분나빠 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너무나 친숙한 고서점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비밀의 도서관> 은 <끝없는 이야기>에서 주인공 바스티안에게 슬쩍 책을 건네주는 고서점주인 칼 콘란트 코레안더가 어떻게 해서 그 서점의 주인이 되었는지의 과정을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여 써내려 간 585p의 아주 두꺼운 책이다.
칼이 처음 이책에 등장할때는 결정을 미루는 문제라면 도사라고 할만큼 털끝만큼의 용기도 결단력도 없어보이는 쑥맥처럼 등장을 하지만, 고서점의 주인 트루츠씨는 책 마다 다른 특유의 냄새를 기억하고 책에 둘러싸여 살고 싶다는 그 젊은이가 바로 그의 뒤를 이어 비밀의 서점을 이어갈 후임자라고 생각한다.
구인광고를 보고 간절히 원했던 일이기도 했지만, 서점 문밖에서 망설이다가 어떨결에(?) 서점 직원으로 채용된 칼은 그가 서점으로 들어선지 얼마되지도 않아 고서점 뒤쪽의 미로같은 공간으로 사라져버린 트루츠씨를 찾아 환상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사람들의 끊임없는 상상과 정신에서 나온 이야기로 만들어진 환상세계는 도서관에서 사라지는 책과 無의공간을 둘러싸고 비밀을 밝혀내려고 환상세계로 뛰어든 트루츠씨와 그의 행방을 쫓으면서 사건에 휘말리게된... 아니, 그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이 되어버린 칼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랄프 이자우의 <비밀의 도서관>은 <끝없는 이야기>의 환상의 세계를 토대로 만들어졌지만, 스토리의 전개는 오히려 <비밀의 도서관>이 한발 앞선다고 할수있다. - <끝없는 이야기>를 토대로하여 그 책의 전(前)편쯤 되는 책을 만든것이다.
책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칼의 모험이 발터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어린여왕을 축으로 하는 환상의 세계 자체가 가지는 풍경과 인물들의 묘한매력으로 인해 이책은 훨씬 가볍고 활기가 넘친다고 할수있다.
또한, 이 책의 또다른 미덕으로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양면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선을 추구하는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빛나는 역활로 인해 악이 있지만, 그것을 누르고 선을 지향하려는 사람들의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주고 있어 판타지이면서도 보다 현실적인 교훈을 주고있다.
현실세계와 인연을 끊고 환상의 세계에서 남은 생을 보내려는 트루츠와는 달리 환상세계와 교류하면서 현실세계에 남아서 고서점을 운영하는 칼을 보면서 생각했다. 현실의 세계를을 택한 칼에게도 환상의 세계는 완전히 떨쳐버릴수 없는 공간이구나.... 너무나 소심했던 한 사나이가 환상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결단력 있는 눈빛의 소유자가 되었다면 분명 그는 이책처럼 재탄생된거나 마찬가지일터... 그의 삶은 환상의 세계로부터 더욱 윤택한 삶을 선물받은것이리라. - 환상세계에서 모험을 겪으면서 자신을 쓸모 없는 사람으로만 여기던 아버지에 대한 불쾌했던 기억이 점차 사라진것은 칼이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는 작은 증거가 될것이다.
미하엘 엔데의 판타지를 너무나 좋아하는 독자로써... 그의 판타지를 너무나 좋아하고 그래서 추억하고자 하는 랄프 이자우라는 작가가 책의 두께 만큼이나 좋아질려고 한다. - 판타지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또한권의 풍성한(?) 쉼터를 마련해 주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