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를 매주 꼬박 꼬박 쓰는 것도 쉽지 않네요. 우선 기억을 되살려야겠습니다.
4월 17일에 처음 주말농장에 갔으니 벌써 8주차네요. 기억나는 대로 간단하게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1주차(4월 17일)에 처음 가서 밭을 갈고 씨를 뿌렸습니다.
  • 2주차(4월 23일,24일)에 빈 자리에 모종을 사서 심었습니다.
  • 3주차(4월 30일) 기억이 안 납니다^^
  • 4주차(5월 5일)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 5주차(5월 15일) 상추와 엔디브를 처음으로 수확했습니다.
  • 6주차(5월 22일) 몸이 아파 못 갔습니다.
  • 7주차(5월 29일) 상추,엔디브,열무,시금치, 깻잎을 수확하고 잡초를 뽑아 주었습니다.
  • 8주차(6월 4일) 엔디브를 뽑아내고, 상추, 열무, 시금치, 깻잎을 수확하고 고추와 가지, 방울 토마토에 지지대를 받쳐 주었습니다.
글보다는 사진이 더 실감날 것 같아 순서대로 사진을 나열합니다.



첫 주에 아무 것도 없는 밭에 퇴비를 뿌리기 시작해서, 불과 한 달 만에 한 포대 가득 수확을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갈 때 마다 조금씩 뜯어 오는데, 제가 아무리 채소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감당이 되질 않습니다. 지금도 매일매일 부지런히 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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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존의 속도
최용식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서프라이즈(www.seoprise.com)에서 <최용식의 21세기 경제학>이라는 코너를 맡아 맹활약하고 있는 최용식 소장의 《대한민국 생존의 속도》를 읽었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대한민국 긍정의 힘'
기분 좋은 말인데도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맨날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이야기만 들어오다보니 긍정적인 말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들리는 이상한 심리 작용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저는 경제학을 잘 모릅니다. 하긴, 뭣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습니다. 특히 경제학이 특히 그러하다는 말입니다. 이 책에 대해 評평한다는 것은 그래서 불가능합니다. 내키는 대로 저자의 주장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그것조차도 제대로 옮겼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몇 부분 옮겨 보겠습니다.

저자의 주장을 짧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경제 위기라는 말 함부로 쓰지 말라. 경제 위기를 조장하는 언론은 입 다물라. 이런 언론에 휘둘리는 참여정부는 정신 차려라.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이 또 다른 위기를 부르고 있다. 조심하라. 대한민국은 영양 결핍이 아니라 과잉 상태다. 섣부른 재정 팽창 정책을 쓰지 말고, 비록 입에 쓰더라도 환율 하락과 같은 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하도록 하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겠습니다. (모두 다 옮기지는 못하죠^^ 관심이 있으시면 꼭 사서 보세요^^)

저자는 1부에서 '대한민국 경제가 정말 위기인가'라고 묻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경제 위기가 아니며, 오히려 위기를 조장하는 언론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경제 위기란 국가경제가 악순환에 빠져 파국으로 치달을 때나 쓸 수 있는 용어입니다. 97년 말 외환위기 때나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언론이 앞장서서 위기감과 비관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현실에 저자는 분노합니다. 그런 행태를 '역적질'이라고 말합니다.
'대기업만 수출이 잘된다.' '주력 품목 몇 가지만 수출이 잘된다.' '고용 없는 성장이 문제다.'와 같은 주장에 대해 꼼꼼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아무런 근거 없음을 밝힙니다.
우리 경제가 진짜로 어려울 때에 언론은 잠잠합니다. 경기가 빠르게 상승할 때에는 예외 없이 비관적인 의제가 설정됩니다. 그러니 의도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요. 이것이 역적질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물가가 오르면 서민들이 못살겠다거나 국가경쟁력이 떨어져 큰일이라고 떠들듭니다. 물가가 내려가면 디플레이션이 나타나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들 것이라고 떠듭니다. 환율이 오르면 물가가 비상이라고 떠들고, 환율이 내리면 수출에 큰일이나 난 것처럼 떠듭니다. 국제수지가 한두 달만 적자를 기록해도 외환 고갈을 걱정하고, 단기 외채가 증가하면 외환 위기가 눈앞에 닥친 것처럼 설칩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건설공황이라고 떠들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부동산 투기가 일어난다고 떠듭니다. 누구겠습니까, 늘 접하는 우리의 언론입니다. 무조건 위기라고 떠들지만, 아무런 진단도 없고 대안도 없습니다.

현재의 경제난의 원인은 경제 위기감이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지면서 소비자는 지갑을 열지 않고,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게 된 것이 결정적입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케인스의 "경기 흐름은 국민 심리의 총화"라고 했습니다. "경기 대책은 국민 심리를 조절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위기감을 걷어내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안타깝게도 참여정부는 이런 언론의 호들갑에 아무런 줏대도 없이 바보처럼 휘둘리고 있습니다. 늘 반복되는 비관론과 끊임없이 빗나간 유수 기관의 경제 전망 예측에 왜 그리 메달리는지, 단세포 같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지금 저는 저자의 말을 옮기고 있는 중입니다^^.)

2003년 우리나라 수출은 19.9%나 증가했습니다. 2004년에는 증가율이 무려 30%나 됐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사를 통틀어 이례적인 일입니다. 운 좋게 국제 정세가 좋아서 그랬냐구요? 아닙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환율이 계속적으로 떨어지던 때였습니다. 수출이 급증할 이유가 전혀 없었죠. 한 마디로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높은 증가율은 국민경제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경제는 지속가능성을 생명으로 하는데, 현재의 증가율은 너무 높습니다.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경제 체질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영양 결핍이 아니라 영양 과잉이 문제인 시대입니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에 아픈 아이에게 설탕물을 주는 것은 약이 됐으나, 지금 설탕을 먹이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입니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통계를 볼 때 재정지출을 억제할수록 국제경쟁력이 높아졌습니다.

참, 신자유주의라는 말만 나오면 진보 진영에선 알레르기 반응이 나오는데, 신자유주의가 왜 잘못입니까?
신자유주의란, '시장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공공부문을 대대적으로 민영화하여, 시장을 개방하고 외자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사회복지제도를 축소하는 등의 정책을 총칭합니다.
신자유주의 발상지인 영국과 미국에서조차 초기에 가혹한 비난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그것의 경제적 성과가 눈에 띄게 드러나자 최소한 선진국에서는 급진적인 학자들조차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영국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독일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미국도 국민소득이 일본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추월해 그들의 입을 막아버린 것입니다.

몸에 좋은 정책은 입에 쓴 법입니다.
체질을 바꾸려면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듯 나라경제를 진짜로 튼튼하게 해 줄 운동이 필요합니다. 김대중 정권이 그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김대중 정권은 인기 없는 경제 정책만 추진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싫어할 일만 찾아서 한 꼴입니다. 당연히 실패한 정권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아픔이 있었기에 우리 경제가 말기 암환자보다 더 심각했던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왔던 것입니다.
기업과 국민들에게 땀과 인내와 고통을 당당하게 요구할 줄 아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문제라구요? 교육개혁?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정책적으로 환율을 점진적으로 하락시켜 기업 기술개발과 품질혁신에 사활을 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도록 하면, 그래야 비로소 이공계 출신들이 대접받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얘기들입니다. 저자가 대표 필진으로 있는 서프라이즈(www.seoprise.com)에서 저자의 글을 직접 보세요. 어렵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발적이라고 할만큼 직설적인 표현이 글 읽는 속도감을 높여줍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저의 평가는 유보하겠습니다. 경제학에 대대 저는 내공을 더 갈고 닦을 필요가 있습니다.

*
참, 이 책의 추천사는 현재 보건복지부 김근태 장관이 썼습니다.
본문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미국처럼 위탁운용 성과급을 충분히 지불하더라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곳에 국민연금을 위탁하여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위탁업체를 최소한 5~6곳을 선정하여 수익률 실적이 부진한 업체는 매년 1~2개씩 탈락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보건복지부 관료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이런 간단명로한 방안이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기능과 장래를 먼저 생각하고 법령과 제도 일체를 정비해야 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p.251)

장관님이 이 글을 정말 보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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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란 무엇인가
조안 마그레타 지음, 권영설 외 옮김 / 김영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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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금요일입니다. 독서노트도 많이 못 썼네요. 밤에 약속이 있고 그로 인해 술을 마시고 늦게 자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몸이 힘드니 책 읽기가 힘들고, 읽은 책을 정리하기는 더욱 힘들었습니다. 그제 후배를 만났는데 요즘 제 글에서 피곤이 묻어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럴 수가! 조심을 해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제 스스로 몸 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몸 하나 관리하기도 정말 힘이 듭니다. 그런데 조직을 관리하고 이끌어 기필코 성과를 내도록 이끌어야 하는 일은 오죽할까요. 그래서 수 많은 경영서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나 봅니다.
경험을 통해서 안 것이지만, 멀리 떨어져서 본다면 경영은 경제학이나 공학에 관한 것이라고 비칠 수도 있겠지만, 가까이서 보면 오히려 사람에 관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최근에 읽은 <경영이란 무엇인가>를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처음으로 경영자가 됐을 때 가끔 황당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마침내 통제권을 갖게 됐다고 느끼는 순간 자신이 오히려 인질이 돼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전에 없이 의존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경영이란 다른 사람들을 통해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경영은 별 다른 성과를 거둘 수 없다"(p.276)

이 말이 지금 이 순간 가슴에 와 닿는 분이 계시다면 그 분은 분명 과거에 경영을 했거나 현직 경영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책은 유난히 '사람'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처음부터 경영의 역할은 "일을 해내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시작합니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보편 규율로서의 경영을 설명하는 글이지만, 글로 표현된 경영 규율이라는 것이 결국은 "어떻게 하면 일이 되고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를 관찰한 결과일 뿐"입니다. 성과를 내는 것이 경영자의 목적이라면, 경영은 조직을 통해 성과를 내는 방법에 다름 아닙니다.

이 책은 경영자들이 매일 붙들고 싸우는 주제에 관해 차분히, 그러나 핵심을 집어내며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조안 마그레타 박사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전략부문 편집책임자로 있으면서 접한 수 많은 경영 자료와 경험을 통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경영 원칙들을 정리하여 비즈니스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지도를 그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합니다. 제 생각에 그 목표가 충실히 달성된 것 같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성과'에 대해 책임지고 알아서 할 수 밖에 없는 지식 경제 시대를 살면서 이미 경영(지식)은 경영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경영서가 누군가에 의해 계속 소비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책의 독자의 상당 수는 현직 경영자가 아닙니다. 이는, 흔히 말하는 '경영자적 마인드'가 없이는 현재의 지식 기반 조직에서 결코 제 역할을 해낼 수 없는 현실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경영자적 마인드란, 한 마디로, '일을 되게 하도록 전체를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의미합니다.

경영자적 마인드가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은 한 번 보고 그냥 덮어둘 책이 아닙니다. 가끔 꺼내보면서 경영의 기본을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사무실 책상 책꽂이에 꽂아둬야겠습니다.

*
이 책을 통해 경영이 무엇인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느껴집니다.
오늘은 시간에 쫓겨 많은 얘기를 쓰지 못했습니다. 조만간 못다한 얘기를 다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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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5-06-03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이 책 읽고 있는데요. 처음 얼마를 봐도 괜챦은 책인것 같더군요.
님의 리뷰도 도움이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날마다좋은날 2005-06-03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재미있지는 않지만 충분히 의미있는 책임은 분명합니다...
 
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 세계를 뒤흔든 선언 4
알렉스 맥길리브레이 지음, 이충호 옮김 / 그린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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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제 주말농장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난 주에 가질 못했는데, 그 사이에 상추와 엔디브(endive), 열무, 시금치가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열무는 그 뿌리가 총각무만큼이나 커졌고, 엔디브1)는 쌈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크고 질길 정도로 자랐습니다. 쑥갓은 드문드문 조금 자라있었고, 방울 토마토는 버팀목을 세우지 않아 힘겹게 처져 있었습니다. 가지와 고추는 아직 열매를 맺기까지 한참을 더 기다려야할 것 같았습니다. 깻잎은 잎 넓은 것으로 서른 장 정도 따왔습니다. 겨우 세 평 될까말까한 곳에 참 여러 종류를 심어놓았음을 새삼 알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배불리 쌈을 싸먹었습니다. 우리 식구 한 주 내내 쌈 싸먹을 만큼은 충분한 양입니다. 열무는 버무리 김치나 물김치로 담궈 먹어야겠지요.
가족과 주말을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주말농장에서 채소를 직접 길러 먹는 또 다른 맛은, 다들 아시다시피 농약을 치지 않은 깨끗한 채소를 먹는 데 있습니다. 씨 뿌리거나 모종을 심어놓고, 오로지 물만 줘서 기른 채소라, 비록 벌레 먹어 이파리에 구멍 쑹쑹 나있긴 하지만, 그래서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습니다.


   제   목 : 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
   지은이 : 알렉스 맥길리브레이
   펴낸곳 : 그린비 (초판 출간일 2005.2.28 / 초판 1쇄를 읽음) ₩9,900

상추와 쑥갓, 깻잎으로 배불리 쌈 싸먹고 나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해설한 《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을 읽었습니다. 그린비에서 출간한 세계를 뒤흔든 선언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지난 번에 《공산당 선언》과 《시민 불복종》을 소개드렸는데 그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이 시리즈는 말 그대로 ‘세계를 뒤흔든 선언’의 등장 배경과 인물, 그 내용과 여파에 대해 해설한 책입니다.

레이첼 카슨은 우리에게 비교적 생소한 인물인 것 같습니다만, 오늘날 미국 어린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과학자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또한 해리엇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UNCLE TOM'S CABIN)》이 노예제도의 실상과 죄악을 알리고 남북전쟁의 불씨를 당겼다면,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신비화된 과학기술 이데올로기를 맹신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환경운동을 일으킨 불씨라고 평가합니다. 1970년에는 그녀를 기려 ‘지구의 날’이 만들어졌습니다.

과학자와 작가가 되고 싶어했던 카슨은 《침묵의 봄》 이전에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그 꿈을 이룬 상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말년에 암과 투병하면서까지 이 책을 집필하다가 출간 2년 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가 그토록 사명감을 가지고 이 책을 써야만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이 책의 출간으로 수많은 화학 업체로부터 고소 고발을 당할 것을 염려해 기업명이나 제품명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써야 했고, 출간 후에는 남은 체력을 다해 적극적으로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알려 나간 그녀의 의지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왜냐고 물을 것도 없지요, 그녀가 죽고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환경을 둘러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으니까요. 시장에서 어디 마음 놓고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어디 하나라도 있나요? 비록 그녀로 인해 DDT 사용이 금지되고 수많은 독성 살충제 사용 규제 조처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정은 오히려 더 악화되었습니다.

이런 사정을 안다면, 2002년 9월, 부산의 과학영재학교 개교를 앞두고 10여 개 국의 영재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한 국제학술대회에서 미국 영재교육의 대부라는 조지프 렌줄리(Joseph Renzulli) 박사가 그녀를 일컬어 21세기 영재형 인간으로 소개한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닙니다. 빈틈 없는 과학지식과 시적언어로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켜 독성 살충제 DDT 사용을 중지시키고, 카슨의 그림자임을 자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환경부를 탄생시킨 그녀야말로 자신의 영재성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한 진정한 영재일 것입니다.

참, 왜 ‘침묵의 봄’이냐구요?
하늘에서는 대량으로 살충제가 뿌려지고, 이로 인해, 곤충이 죽고 새가 죽고, 그나마 살아남은 놈들도 먹이사슬을 통해 서서히 독성 물질이 농축되어 죽어가고...
이로 인해, 봄이 오면 응당 함께 있어야 할 새가 사라졌으니 봄이 침묵할 수밖에요...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오고, 가을 밤에 우렁차게 울어대는 귀뚜라미도 돌아오고, 시장에서 산 채소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그런 날이 다시 돌아오기는 하는 것일까요?
고요한 새벽, 귀뚜라미가 살지 못하는 곳이라면 사람조차도 살지 못하는 곳이 아니겠냐는 이선관 시인의 탄식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
1) 엔디브, 엔다이브, 앙디브라고도 합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아직 표준어로 정해질만큼 두루두루 쓰이는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글을 보니 영어로 치커리라고 한다는 사람이 있고, 누구는 치커리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다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영어 사전을 찾아보니 우리말로 ‘꽃상추’라고 번역되어 있으며 미국에서는 치커리(chicory)의 어린 잎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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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한시 산책 2
김용택 엮음 / 화니북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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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숨이 막힙니다. 사람들에 휩쓸려 지하철에서 내리면, 그때부터는 자동차가 뿜어내는 매연과 전쟁합니다. 서울에 살면서 매연으로부터 단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지만, 아침 선선한 바람에 묻어오는 자동차 배기가스는 그 도度가 지나쳐 폐장肺臟이 깜짝깜짝 놀라는 것을 느낍니다.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숨을 쉬다 멎기를 몇 번이고 반복합니다. 그럴 때는 정말 서울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회사가 공기 좋고 한적한 외곽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청복淸福은 지금보다 나을 것이 없어
    열 칸짜리 집을 개울가에 지었네
    담장 동쪽에는 대나무를 심어 가꾸고
    울타리 밑에는 국화를 심었네
    높은 선비 사는 곳은 어디나 즐거워라
    벗들의 시가 저마다 일가를 이루었네
    산 속에 사느라 티끌 같은 저 세상 오래 끊겼으니
    아침저녁 이 경치를 누구에게 자랑하랴
장혼의 시입니다. 열 칸짜리 집을 지을 수 있으니, 아마 좀 사는 집안 선비인가 봅니다. 청복은 정신적인 복, 그러니까 고뇌가 없는 것을 뜻하고, 탁복은 물질적인 재물복을 말합니다. 복에도 급을 나눈 옛 사람의 지혜가 묻어나는 말입니다. 저 선비, 탁복 없다는 말 안 하는 걸 보면 재물은 좀 있나 봅니다. 거기다가 한적한 개울가에 집을 지었네요. 담장과 울타리에 국죽菊竹을 심어놓고 바라보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강가에 집이 있고 마당에 꽃과 나무가 있어 봄,여름,가을,겨울 자연과 벗삼아 지낼 수 있는데 더 이상 무엇이 부럽겠습니까. 할 수만 있다면 저렇게 살고 싶습니다.

    새벽에야 뜨는 저 조각달
    선명한 빛이 얼마나 갈까
    작은 둑은 간신히 기어오르나
    긴 강은 건널 힘이 없겠지
    집집마다 단잠에 빠졌는데
    외로이 나 혼자 깨어 노래 부르네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쓴 시입니다. 원하지 않는 고립의 상태에서 새벽에 깨어나 달을 바라보는 정약용의 아린 마음이 전해집니다. 자연 속에 사는 모습만 보자면, 개울가에 열 칸짜리 집을 짓고 사는 저기 위 저 선비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그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크네요.

    뜰 밑에는 천 그루의 대나무
    선반 위에는 백 권의 책
    아득한 봄날의 꿈을 꾸며
    나름의 일생을 살고 있구나
초엄 스님이 탁발을 나가다가 이 처사處士의 집 앞을 지나갔나 봅니다. 스님이 보기에도 참 부러웠나 봅니다. 어찌 아니 그렇겠습니까. 저렇게만 살 수 있다면야 굳이 도道를 깨쳐서 무엇 하겠습니까. 저 처사 사는 곳이 이미 도원桃園인 것을.

내가 태어난 산 깊고 물 맑은 그 곳,
20년 가까이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그 곳,
이 아침 문득 그곳에 가고 싶습니다.
어쩌다 보니
고향은 없고 향수만 남았습니다.

《김용택의 한시산책 2》의 주제는 청빈淸貧과 인생人生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읽을 만합니다.
김상유 화백의 그림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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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06-21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도에서 부는 한줄기 바람
유월 더위 씻어내니
나무 그늘 아래 이 책 한 권 들고
오래 오래 읽다가 졸리면 베고 누워
꿈에 시 속 풍경으로 놀러나 가볼까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사서 읽어보아야겠군요..

날마다좋은날 2005-06-21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댓글을 시로 쓰시다니!
'오래 오래 읽다가 졸리면 베고 누워' ← 상상만 해도 기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