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생존의 속도
최용식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서프라이즈(www.seoprise.com)에서 <최용식의 21세기 경제학>이라는 코너를 맡아 맹활약하고 있는 최용식 소장의 《대한민국 생존의 속도》를 읽었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대한민국 긍정의 힘'
기분 좋은 말인데도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맨날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이야기만 들어오다보니 긍정적인 말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들리는 이상한 심리 작용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저는 경제학을 잘 모릅니다. 하긴, 뭣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습니다. 특히 경제학이 특히 그러하다는 말입니다. 이 책에 대해 評평한다는 것은 그래서 불가능합니다. 내키는 대로 저자의 주장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그것조차도 제대로 옮겼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몇 부분 옮겨 보겠습니다.

저자의 주장을 짧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경제 위기라는 말 함부로 쓰지 말라. 경제 위기를 조장하는 언론은 입 다물라. 이런 언론에 휘둘리는 참여정부는 정신 차려라.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이 또 다른 위기를 부르고 있다. 조심하라. 대한민국은 영양 결핍이 아니라 과잉 상태다. 섣부른 재정 팽창 정책을 쓰지 말고, 비록 입에 쓰더라도 환율 하락과 같은 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하도록 하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겠습니다. (모두 다 옮기지는 못하죠^^ 관심이 있으시면 꼭 사서 보세요^^)

저자는 1부에서 '대한민국 경제가 정말 위기인가'라고 묻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경제 위기가 아니며, 오히려 위기를 조장하는 언론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경제 위기란 국가경제가 악순환에 빠져 파국으로 치달을 때나 쓸 수 있는 용어입니다. 97년 말 외환위기 때나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언론이 앞장서서 위기감과 비관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현실에 저자는 분노합니다. 그런 행태를 '역적질'이라고 말합니다.
'대기업만 수출이 잘된다.' '주력 품목 몇 가지만 수출이 잘된다.' '고용 없는 성장이 문제다.'와 같은 주장에 대해 꼼꼼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아무런 근거 없음을 밝힙니다.
우리 경제가 진짜로 어려울 때에 언론은 잠잠합니다. 경기가 빠르게 상승할 때에는 예외 없이 비관적인 의제가 설정됩니다. 그러니 의도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요. 이것이 역적질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물가가 오르면 서민들이 못살겠다거나 국가경쟁력이 떨어져 큰일이라고 떠들듭니다. 물가가 내려가면 디플레이션이 나타나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들 것이라고 떠듭니다. 환율이 오르면 물가가 비상이라고 떠들고, 환율이 내리면 수출에 큰일이나 난 것처럼 떠듭니다. 국제수지가 한두 달만 적자를 기록해도 외환 고갈을 걱정하고, 단기 외채가 증가하면 외환 위기가 눈앞에 닥친 것처럼 설칩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건설공황이라고 떠들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부동산 투기가 일어난다고 떠듭니다. 누구겠습니까, 늘 접하는 우리의 언론입니다. 무조건 위기라고 떠들지만, 아무런 진단도 없고 대안도 없습니다.

현재의 경제난의 원인은 경제 위기감이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지면서 소비자는 지갑을 열지 않고,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게 된 것이 결정적입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케인스의 "경기 흐름은 국민 심리의 총화"라고 했습니다. "경기 대책은 국민 심리를 조절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위기감을 걷어내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안타깝게도 참여정부는 이런 언론의 호들갑에 아무런 줏대도 없이 바보처럼 휘둘리고 있습니다. 늘 반복되는 비관론과 끊임없이 빗나간 유수 기관의 경제 전망 예측에 왜 그리 메달리는지, 단세포 같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지금 저는 저자의 말을 옮기고 있는 중입니다^^.)

2003년 우리나라 수출은 19.9%나 증가했습니다. 2004년에는 증가율이 무려 30%나 됐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사를 통틀어 이례적인 일입니다. 운 좋게 국제 정세가 좋아서 그랬냐구요? 아닙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환율이 계속적으로 떨어지던 때였습니다. 수출이 급증할 이유가 전혀 없었죠. 한 마디로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높은 증가율은 국민경제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경제는 지속가능성을 생명으로 하는데, 현재의 증가율은 너무 높습니다.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경제 체질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영양 결핍이 아니라 영양 과잉이 문제인 시대입니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에 아픈 아이에게 설탕물을 주는 것은 약이 됐으나, 지금 설탕을 먹이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입니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통계를 볼 때 재정지출을 억제할수록 국제경쟁력이 높아졌습니다.

참, 신자유주의라는 말만 나오면 진보 진영에선 알레르기 반응이 나오는데, 신자유주의가 왜 잘못입니까?
신자유주의란, '시장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공공부문을 대대적으로 민영화하여, 시장을 개방하고 외자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사회복지제도를 축소하는 등의 정책을 총칭합니다.
신자유주의 발상지인 영국과 미국에서조차 초기에 가혹한 비난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그것의 경제적 성과가 눈에 띄게 드러나자 최소한 선진국에서는 급진적인 학자들조차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영국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독일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미국도 국민소득이 일본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추월해 그들의 입을 막아버린 것입니다.

몸에 좋은 정책은 입에 쓴 법입니다.
체질을 바꾸려면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듯 나라경제를 진짜로 튼튼하게 해 줄 운동이 필요합니다. 김대중 정권이 그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김대중 정권은 인기 없는 경제 정책만 추진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싫어할 일만 찾아서 한 꼴입니다. 당연히 실패한 정권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아픔이 있었기에 우리 경제가 말기 암환자보다 더 심각했던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왔던 것입니다.
기업과 국민들에게 땀과 인내와 고통을 당당하게 요구할 줄 아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문제라구요? 교육개혁?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정책적으로 환율을 점진적으로 하락시켜 기업 기술개발과 품질혁신에 사활을 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도록 하면, 그래야 비로소 이공계 출신들이 대접받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얘기들입니다. 저자가 대표 필진으로 있는 서프라이즈(www.seoprise.com)에서 저자의 글을 직접 보세요. 어렵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발적이라고 할만큼 직설적인 표현이 글 읽는 속도감을 높여줍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저의 평가는 유보하겠습니다. 경제학에 대대 저는 내공을 더 갈고 닦을 필요가 있습니다.

*
참, 이 책의 추천사는 현재 보건복지부 김근태 장관이 썼습니다.
본문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미국처럼 위탁운용 성과급을 충분히 지불하더라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곳에 국민연금을 위탁하여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위탁업체를 최소한 5~6곳을 선정하여 수익률 실적이 부진한 업체는 매년 1~2개씩 탈락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보건복지부 관료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이런 간단명로한 방안이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기능과 장래를 먼저 생각하고 법령과 제도 일체를 정비해야 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p.251)

장관님이 이 글을 정말 보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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