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 부키 전문직 리포트 13
정은숙 외 22인 지음 / 부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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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가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출판 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는 무슨 생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를 말하는 책을, 같은 직종 종사자인 편집자가 읽은 일이었다.   

각계 분야(인문, 실용, 문학, 학습지 등등)의 대표성을 띤 편집자가 필자들인 책인데, 읽으면서 어쩐지 성실하지 못했던 과목에 대한 성적표를 받아보는 기분이다. 

떨리고, 겸연쩍고, 몸둘바를 모르겠다.

이 책은, 정은숙 님이 쓰신 <편집자 분투기>의 속편 혹은 다른 버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한 챕터는 그 분이 쓰신 것이기도 하고, 편집 기획이라는 게 세부 분야는 다르더라도 일의 본질은 같으니까, 뭐 주제에 의한 변주 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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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나루케 마코토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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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은 이런 논픽션 계열의 책이 많은 것 같다.  걷는 즐거움에 관한 책만 한 바구니, 독서에 관련된  책 한 바구니.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또 얼마나 많을까.  

얇고 쉽다는 장점 아닌 장점 때문에 부담없이 읽게 된다.  
 

저자는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마이크로소프트사 일본 법인의 사장으로 취임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나름 자신의 연재물에 대한 팬층을 두텁게 확보한 사람이라더라. 그래선지자신의 마니아층을 믿고, 무턱대고 목소리만 높인다는 인상을 주는 부분도 더러 있던데...본인 스스로가 밝히기를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류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머리가 탁월하게 좋은 것도 아니었다고. 그의 비밀 병기는 남들과 똑같이 살지 않겠다는 신념 이랄까?

그것의 일환으로 무섭도록 책을 읽었고 말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꾸준히 기고한 글을 엮어서 책을 만든 티가 역력한 것이....

챕터마다 동어 반복이 많다.  그래서 이 사람이 전달하려고 하는 요지 정도는 확실히 알겠다~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났던 부분...




"독서를 하고 하지 않고는 그 사람의 품격과 관련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품격과 독서가 무슨 관계가 있냐고 반문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동차에 어린아이를 혼자 둔 채 파친코를 하러 가거나, 지하철 안에서 누가 보든 말든 아무렇지도 않게 화장을 하지는 않는다. "


지하철 안에서 화장 운운 부분에서... 나는 졸지에 왕무식 무매너 인간이 됐네~

화장하는 모습을 보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할지 거기까지 상상력이 못 미치는 얕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내 생각엔, 

책을 읽고 그렇지 않고의 유무와 상관없이.... 살다보니,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는 게 맞을 법하다. 나도 전에는 지하철 안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 화장을 하는 사람을 보면, 대단히 용감하거나 생각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최근 둘째를 낳은 시점부터일거다. 아침에 에센스와 아이크림까지 바르고 지하철 안에서 혹은 버스 안에서 비비크림과 파우더를 바르고 최종 립스틱까지 해결하는 날들이 허다하다. 이렇게 하니까, 아침 시간 5분이 절약되던데....


이런 화장을 위해서 보통 문가에 서울대입구역부터 신림역까지 개폐될 일이 없는 출입문 쪽에 서서 시커먼 차장 쪽을 바라보고 작업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혹은 어떤 입장에 실제로 처해 보게 되면서 전에는 비난을 금치 못했을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없을 때 길을 가다가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를 쥐잡듯 잡고 뺨을 때리는 엄마를 본 적이 있는데, 세상에 저런 엄마가! 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최근에 인터넷으로 중국 해외 토픽에 식당에서 다섯 살 가량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를 질질 끌고 나와 무차별하게 발차기하면 윽박지르는 애엄마를 카메라에 잡은 뉴스를 보게 되었는데, 몰상식한 엄마를 향한 갖은 육두문자 댓글이 올라와 있더라만, 나는 어쩐지 저 엄마의 심정이 어떤 건지 조금은 이해가 가면서.... 쉽게 돌을 던지기 어려웠다.  ㅠㅠ) 사람이 이렇게 변한다.


물론 그런 행동은 아이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좋은 부모로써의 모습을 절대 아니니 가급적 삼가야 할 훈육 방식이기는 하다만, 해외 토픽 감이라기 보다는 음,,, 어디까지나 충분히 그럴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뭐 뉴스란 그런 것이다. 육아스트레스로 인한 홧병을 가진 개인에 대한 감상 따위는 알바 아닌...
 

책 이야기 하다가 삼천포~~로  

다시 돌아와서.. 

 

내가 또 두번째로 피식 웃음을 흘렸던 부분에 대한 언급할란다.  

책 읽을 시간이 없으면, 시간을 사라는 부분 

직장인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출퇴근 시간이 상당한데, 만원 지하철 버스에 시달리느라 확보가 안 될시, 비용이 들더라도 택시 등을 이용해서 느긋하게 책을 읽으라는 거다. 

 

사람마다 다른 모양인데, 나는 택시나 승용차 버스 등에서 책 읽다보면, 5분도 못되어 토나올 것처럼 속도 머리도 좋지 않은 상태가 되던데...  저혈압인 사람은 그렇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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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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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님의 작품을 하나도 읽은 게 없으니, 노동자와 농민의 현실을 그렸다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말할 순 없을테고,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영혼의 앨범”을 먼저 들여다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일련의 정치 상황이라던지 하는 것과 맞물려 젊은 날 어떤 책을 읽었고 하는 부분(제2부)은 내가 그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작가가 하는 말을 오롯이 다 알아들었던 것은 아니고, 나에게 체화되는 부분도 덜 했지만, 제1부와 2부는 내게 의미가 있었다. ‘작가도 아니고 뭣도 아닌 나도 훗날에 저런 (성격의)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는 책만 보자고 말하는 게 아니다. 일테면 다음과 같은 구절.


소로는 월든에서 “ 필요하다면 강에 다리를 하나 덜 놓고, 그래서 조금 돌아가는 일이 있더라도 그 비용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보다 어두운 무지의 심연 위에 구름다리 하나라도 놓도록 하자.”

를 인용하면서 그는 ‘구름다리’가 비단 ‘책’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 거라고 말한다. 소로는 책을 하나의 언어로 생각했고, 우리가 ‘책’으로 대변되는 하나의 언어에만 몰두하면 다른 언어를 잊어버릴 공산이 크다고 경고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른 언어는 무엇일까?

“ 나는 내 인생에 넓은 여백을 갖기를 원한다. 어떤 여름날 아침에는 이제 습관이 된 멱을 감은 다음, 해가 잘 드는 문지방에 않아서 해띁녁부터 정오까지 한없이 공상에 잠기곤 했다. 그런 나의 주위에는 소나무ㅡ 호두나무와 옻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으며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고독과 정적이 사방에 펼쳐졌다. 오직 새들만이 곁에서 노래하거나 소리없이 집안을 넘나들었다. 그러다가 해가 서쪽 창문을 비추거나 또는 먼 행길을 달리는 어느 여행자의 마차 소리를 듣고서야 문득 시간이 흘러간 것을 깨달았다. 이런 날에는 나는 밤사이의 옥수수처럼 무럭무럭 자랐다.” - 월든

바로 이것이었다.

  

215~216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은 헤겔의 미학을 계승한 루카치는 근대 시민사회에 대응하는 대서사 양식을 소설로 보았다. 그는 고대 사회에 대서사 양식인 서사시가 고대인의 삶을 선험적 총체성으로 그렸다면, 소설은 근대 부르주아 사회의 개인주의적이고 산문화된 일상을 나타내 준다고 했다.  다시 말해 소설은 자본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인간은 이미 ‘형이상학적 지붕’을 상실했으며, 이제 비가 와도 비를 그을 데가 없는 새로운 운명에 처해진다.

( ... )

책은 쉽지 않다. 나는 이 책을 스무 번도 넘게 뒤적거렸지만, 아직 한번도 통독하지 못했다. 그래도 자신 있게 이 책을 권하는 것은 이 책이야말로 유신독재와 광주 학살의 악몽 속에서 고통 받던 내 젊은 날의 영혼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때 내가 ‘소설의 이론’을 읽으면서 꿈꾸었던 총체성, 삶의 완벽한 총체성은 신자유주의와 닷컴의 압도적인 공세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정녕 꿈을 꾸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일까.


223쪽 7째줄 오타

말하자면 소재주의적 차원에 머물고 있지 있다. -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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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7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6-27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분이신지 찾아보고 다시 왔어요. 일단 보관함으로 보냅니다.

icaru 2007-06-27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다! ㅋㅋ 김남일이라는 이름은 축구선수가 젤 많이 알려져 있죠?
 
작가의 방 - 우리 시대 대표 작가 6인의 책과 서재 이야기
박래부 지음, 안희원 그림, 박신우 사진 / 서해문집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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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도 좋고, 책도 예쁘다. 책 날개에 일러스트레이터의 소개글을 보면, 따뜻하게 전달되는 그림, 진정한 마음이 통하는 일러스트를 그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나와 있는데, 당신 재능 있어요 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6명의 작가의 서재를 내방하고 난 느낌은, 글이 서재를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하는 것. 역으로 말해서 자신의 글의 느낌이 서재의 한 구석에 옹송그리고 있는 것 같다.


단, 김영하는 제외. 자택의 서재를 공개한 것이 아니라, 대학 강단에서 마련해 준 연구실을 공개한 것이니....( 깍쟁이 같다.) 계란판을 문구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이색적이었고, 인터넷 이베이에서 중국 부자들이 버린 고가구 나무 책상을 삼십여만원에 사들였다는 책장이 인상적.


김영하 말하길,

“집에는 소설들이 쭉 있고, 좋아하는 책들 중에 기행과 여행을 주제로별로 다룬 서가가 따로 있죠. 그밖에 ‘암체어 탐험가’라는 거 있잖아요. 절대로 실제 모험은 하지 않고 책으로만 즐기는 안락의자 탐험가 말이죠. 그들이 볼 만한 남극 탐험, 에베레스트산악 문화 같은 책들이 좋아해서 좀 있죠. 그 밖에는 화집과 잡다한 책들입니다. ”

흠, 집에 상당히 많은 책들이 있다는 얘기다. 독자들이 볼 순 없어도... (우리집엔 금송아지 있는데--;; )



강은교 님의 허무주의 가득한 시를 즐겼던 때가 내게도 분명 있었는데, 지금은 가물가물..

아무튼 박래부 기자(저자)와 이 시인 사이에는 친분이 있어서 그랬겠지만, 맨처음 시작 문장 “착한 사람은 그 집이나 방도 아름다울 것 같다.”라는 문장이 왜 자꾸 거슬릴까.

50여평 아파트 내부 구석구석을 찍었는데, 화장실로 들어가는 복도 한켠에 쌓아 올린 두루마리 화장지가 퍽 사람내음 나는 것이,,,

강은교 님의 서재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쓸쓸한 느낌이 나는 것도 같고, 나이보다 귀여우신 것도 같다. 시를 쓰려는 혹은 쓰는 독자들에겐 꺼리들을 안겨 줄 그의 서재.


공지영 씨 서재는 볼 만한 소품이 많다. 고급스러운 목재 가구, 앤틱 스탠드. 뭐랄까 세련되었다는 개념은 아닌 것 같구, 참으로 있어 보이는(?) 서재였다. 서가에는 내가 읽었던 말랑말랑 류(해문사 추리물 시리즈나 스노우캣 권윤주 씨의 책들, 스키너의 심리 상자(이건 말랑말랑은 아닌가 -.-) )의 책들도 더러 보여서 친근하다.


김용택 시인의 신랄하고도 비장한 어투로 고향에 대한 실망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그 안타까움이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정신적으로 기댈 데가 없으니까 시도 잘 안 써진다니, “시인의 내면을 불모지로 만드는 것은 시대적 불행”이기도 하다는 박래부 기자의 말에 공감했다.


“시골에 사람들이 찾아와서 머물 만한 관광지가 없어. 여기 머물려면 강원도로 가지. 그런데 관리나 정치인들은 돈을 남기려고 하지. 시골 농업 정책은 아무것도 없어. 이 나라는 오직 관광 개발을 하는 토건 국가야. 온갖 도로와 뚝 공사를 하고, 온갖 집을 다 지어.”


신경숙 씨의 서재는 파격과 미적 센스가 공존하는 내실 있는 서재였달까. 리빙센스나 행복이 가득한 집 같은 잡지에서 본 것 같은 멋지고 내밀한 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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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6-1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은 참 다양하게도 읽으십니다. 이제는 알라딘 서재를 넘어 작가들의 서재를 보시고....ㅎㅎ
참, 오타 : 화장식 -> 화장실

홍수맘 2007-06-1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처럼 알라딘 서재를 넘어 작가들의 서재들도 잠깐 둘러보고 싶어져요. ^ ^.

icaru 2007-06-1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 신고 고맙슴다 ~
오늘 저녁에 2.0오픈 때문에 일시 중지 된다기에... 부랴부랴.. 작성해봤슴다~ .. 이런 류의 책을 원체 좋아해요.. 남 사생활 들여다 보는 류...말이죠. ㅋㅋ

홍수맘 님~ 이 책은 박래부 기자가 인터뷰해서 글을 쓰고, 한 사람은 사진을 한 사람은 일러스트를 해서 세 사람이 만든 책인디... 작업이 썩 잘 이루어진 듯.. 책이 이뽀요~ 저는 도.되려..... 홍수맘 님 책장 구경하구 싶슴다~

2007-06-14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5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편집자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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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제 교정 교열의 훈련 단계를 지난 편집자에게 기획이나, 디자인을 비롯, 홍보나 시장 조사 분석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편집 업무를 넘어선 업무들에 대한 조언을 해 주는 책이다. 자신의 미흡한(결코 미흡하지 않아요..정은숙님!!)  출판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하려 한다는 배려가 잘 드러나 있고 말이다.


'분투기'라는 표현에서 일의 고단함을 알 수 있다. 정은숙은  편집일에 대해 때로는 ‘이런 신나는 일을 해오다니’ 하고 스스로 흥에 겨워 하다가도, ‘이 일이 나를 미치게 할 거야’라며 그 스트레스를 힘겨워했다고. (하긴 어떤 일이라고 어렵지 않을까만.)

 

"출판사에 근무하다 보면 단순히 업무량이 많다거나 혹은 대우가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 이상으로 존재의 결핍감을 느끼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내부 충전이 없는 상태에서 많이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럴 때 쉴 수 없다면 방법적으로 곧장 전직을 생각하게 된다. 좀더 다른 환경에서 새롭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곳 저곳을 전전하기 전에,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나름의 방법들을 알음알음 강구하는 것이 좋겠단 말씸...

 

2년 전부터 이  책에 대한 감상 혹은 기록 몇 자를 쓸 수 있기를 고대하며 책등을 쪼물락거렸으나, 어쩐 일인지 이 책을 키보드 옆에 펼쳐 놓고, 모니터 앞에 앉아 있을려면, 매번 이 책이 유독 나에게 내뿜는 아우라에 포로가 되어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말을 고르다가 에이 말자, 해버린다.  (이 책이 말하는 편집자에 딱 드러맞는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나는(지금부터 완전 변할거다 라는 강한 의지를 담은 뜻은 아니다 에고..) 편집자가 아니라 그냥 직장인에 가까웠다. 그저 주어진 일만을 시간 내에 할 뿐, 그 이상으로 하고 있는 일의 분야에 대해 탐구를 해 본다는 엄두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 내 경험치를 가지고 일을 추진하는 것에 슬슬 한계가 오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직업인으로서 정체성이라는 게 과연 있기나 한 거냐 라는 한심한 물음을 갖게 될 적마다 찾아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책으로 등극하였다.  

 

정은숙이 말하는


준비된 기획 편집자를 위한 4개명

 

첫째, 세상과 삶의 여러 가지 양태에 대해 왕성한 탐구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세상과 인생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은 결코 성공적인 기획을 할 수가 없다. 이것은 편집자의 성격이 외향적이냐 내향적이냐의 질문과 무관하다. 밖으로 표출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가 하니라 영혼의 심저에 세상에 대한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탐구 정신이 없는 편집자, 기획자는 그저 직장인일 따름이다.


둘째, 지혜로워야 한다. 이 때의 지혜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는 성격이 다르다. 편집자의 지혜는 타인의 두뇌를 잘 빌릴 줄 알아야 한다. 저자, 회사 내부인사, 제작협력업체, 외부 홍보매체 관련자들과의 관계에서 그들의 두뇌를 빌려서 좋은 조건을 만들어가며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때로는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그에 합당한 예의를 갖춰 청구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예의 중의 으뜸은 겸손이다. 편집자가 만능일 수는 없다. 특히 지적인 세계에서 이런 존재는 없다. 타인의 능력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편집자는 지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열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열정은 자신의 무지를 상쇄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바짝 자신의 편으로 옮겨 앉게 하는 거의 유이한 방법이다. 자신조차 설득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상대방에게 동참해 달라고 호소할 수 있을까. 탐구정신 왕성하고 지혜로운 사람도 열정적이지 않으면 일을 성사시킬 수가 없다.


넷째, 감동의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 감동 마케터는 그냥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감동 그 자체를 파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편집자는 책을 팔아야 생존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더욱더 감동을 팔아야 한다. 편집자가 팔아야 할 것은 책이라는 상품이 아니라 ‘저자’고, ‘주제’고 ‘오브제’다. 이도저도 자신이 없으면 오히려 책을 판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낫다. 감동을 팔려면 책을 만든 자신이 먼저 그 책에 감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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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05-1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오래전에 사 놓고 여태 못 읽고 있어요...>.<;;

진달래 2007-05-15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지 관심가는 책인데... 읽어야 할 때가 됐네요. ^^
...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책으로 등극...
서평 잘 봤습니다. ^^

히피드림~ 2007-05-15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카루님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겠어요. 특히 내부충전이 없는 상태에서 많이 소모된다는 건 요즘의 저랑 비슷하네요 -_-

하늘바람 2007-05-16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담아갈게요

icaru 2007-05-16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세상에 읽을 책들이 으찌나 많은지요~ 재밌는 것부텀 읽으시고요~ 한 번 잡음, 이 책도 얼른 읽게 되실 거예요.

진달래 님! 반가워요 ^^ ... 이 분야에서 또 이 만큼 많은 내공이 담긴 책도 드물더라구요.

아-- 펑크 님 할말 있어요~ 서재로 쓩---

하늘바람 님... 도움이 되신다면 제가 기쁘것슴다~ 태은이는 잘 자라죠?

hanicare 2007-05-16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랑 그대로 두기랑...읽으면서 전 결코 편집자가 못되었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icaru 2007-05-1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오기~ 서재에 붉 밝히고 조붓한 독서의 시간을 갖고 계신 하니케어 님..
이 책...흠..그랬군요. 저도 편집일을 하고 있는 게 참 희한해 죽겠습니다. ㅋ ㅋ
신입 시절엔 이상한 병을 달고 살았어요. 탈모증 비슷한 땜빵...그리고 결막염.. 직업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거라는 아주 자명하고도 흔한 진단을 의사샘께서 내리시고...

2007-05-16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