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가 어렵다. 글이 눈 밖에 나가 있다. 그래도 도서관봉사활동은 다니는데...
노랑색 표지의 봄날의 소설에 웬 '나뭇잎이 마르고', 주인공들의 서로 엇갈린 마음만 있다.
'from the clouds to the resistance' 는 지우고 싶은 기억들은 오히려 마음에 새겨져 여전히 괴롭히고 있다. '은의 세계'는 늘 곁에 있는 죽음이 나의 문제로 온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오빠의 죽음은 은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한 해 사이에, 아니 몇 달 사이에, 엄청 달라지신 아버지, 길을 헤매고, 엉뚱한 말씀을 하시고, 용돈의 행방을 모르시는, 그리하여, 당신이 갈 때가 가까웠다 밝히시며 준비하라고 자식들에게 일일이 전화주셨다. 90년이란 세월을 이제야 조금 실감했다. 아직 내게는 지금 내 나이보다 젊은 아버지로 계시는데, 타인의 부모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면서 준비해야 한다느니 어쩌구 그러한 말들을 잘도 했는데... 며칠 사이 일어난 일이다.
마음을 비집고 들어온 아버지 생각, 그 분의 삶을 생각하니, 불쌍하다... 아직도 죽음은 내게 별개다. 인식되기 전에 딴짓하고 멍때리고 애써 피한다...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장례 매뉴얼, 박스를 열면 일목요연하게 적혀있다. 수의와 사진도 세트처럼 있다. 당신의 상태를 알려줘서 감사하니.
132쪽, 함께 살아가던 사람들이 예고도 없이, 또는 천천히 노쇠하여,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목격할 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빠지게 되는데, (중략) 언젠가 이 세계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 죽음에 대해 상상한다는 것. 때로는 아주 먼 일처럼 여겨지지만 부지불식간에 우리에게 침투하는 그 불가해한 세계, (중략) 계속 무서워하면서 조금 익숙해질 때까지. 아마 죽음도 그런 종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