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기억
류주연 지음 / 채륜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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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것을 보는 것만큼이나 세상에 아프고 힘든 것이 있을까. 나에겐 없을 것 같다. 그 이유에서 나는 나의 가족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픈 것이 세상에서 가장 두렵다. 어쩌면 나의 죽음보다도, 나의 고통보다도 더 아픈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인생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픈 것, 혹은 그들을 보내는 시간은 반드시 온다. 삶이 있다면 고통이 있고 죽음이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본 경험이 있지만, 겪을 때마다 익숙해지기는 커녕 더 아픈 것 같다. 마치 아픈 상처를 더 후벼 파는 것처럼 말이다. 


류주연의 <딸의 기억>은 암 투병하는 엄마를 살리고 싶은 저자의 고백을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사실 이 고백은 살고자 하는 발버둥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를 살리고, 엄마를 살리고, 혹시라도 글을 읽고 눈물 흘렸을 당신을 살리고. 가능하면 모두가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덮은 나 역시 저자가 이 책을 소개할 때 말했던 것처럼, <딸의 기억>이 많은 이들을 살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괜찮다는 음절의 사이

2장: 투병의 역설

3장: 함부로 하는 동정

4장: 개화와 직면한다는 것 


"그때 함부로 하는 동정 따위가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 얼마나 힘이 없는지를 깨달았으므로 나는 오늘도 쓴다. 솔직하고, 담담하고, 아무렇지 않게. 나는 이렇게 살았노라, 하고. 누군가 나를 불쌍하다 생각하게 될지라도." P.138


-나는 이 책에서 "함부로 하는 동정" 이란 제목을 가진 3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 역시 누군가를 함부로 불쌍하게 여기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TV 속에서 만난 투병하는 분들이나 어렵게 살고 계신 분들을 볼 때마다 '불쌍하다' 라며 그들을 도울 생각부터 했다. 그 마음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불쌍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가 도와야 한다라는 생각보다는 그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으니, 그들이 더 잘 살 수 있게 내가 도와야겠다 라는 생각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꽤나 이성적인 사람이어서 감성적인 것에 쉽게 흔들리지 않지만, '동정심'만큼은 그 어떤 감정보다도 크게 느끼는 사람으로서 나의 동정이 함부로 하는 동정이 아녔는지 돌이켜본다. 그들 역시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었음을. 그들을 동정하는 대신 존중하는 것이 옳은 것이었음을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이 글을 마친다.


-

이 책은 우리가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 혹은 이미 마주한 -- 슬픔에 대한 책이다. 따라서 눈물은 덤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소리 없이 찾아오는 슬픔보다는,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는 슬픔을 마주 하는 게 덜 슬프지 않을까. 이 역시 나의 간절한 바람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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