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 인생의 굽이길에서 공자를 만나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1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나이 이제 불혹이다. 불혹의 사전적 의미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지만 내가 느낀 불혹은 그만큼 세상의 유혹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자신의 중심이 없으면 그만큼 살기 힘들다는 뜻이리라...., 요즘 들어 인문학을 많이 읽다보니 인터넷 서점에서 인터뷰 제의가 들어왔다. 인문학을 읽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냐는 질문이었는데 준비없이 질문을 받아 그저 인문학이 주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배우는 느낌이 좋아 자꾸 인문학을 읽는다고 대답했던 적이 있었다. 사전에 질문내용을 알았더라면 조금 더 멋지게 말할 걸 하는 후회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책에 인문학에 대한 멋진 표현이 있다. 인문학은 나를 돌아보고 또 나를 주위 세계 속에 집어넣어보고, 세계에서 발생하는 병리 현상의 원인을 찾아들어가게 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변하게 되고 그것은 내가 인격적으로 성숙된다는 것만이 아니라 나와 세계를 관련짓고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전에 나의 세계에 없던 이웃의 문제가 나의 문제이자 우리 모두의 문제로 다가오게 된다. 공자는 이를 '박시제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공()이 말하였다. "만일 백성들에게 널리 은혜를 베풀고 많은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 어질다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 말하였다. "어찌 어질 뿐이겠느냐? 반드시 성인일 것이다. 요순도 그와 같이 못함을 걱정하였다. 무릇 어진 사람은 자기가 서고자 하는 곳에 남을 세우고, 자기가 도달하려고 하는 데에 남을 도달하게 한다. 가까운 나를 살펴 남을 비추어 보는 것이야말로 인()을 행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인문학을 읽는 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일이관지 때문이다.

일이관지란 말은 먼저 위령공편에, 공자가 말하였다. "사()야, 너는 내가 많이 배워서 그것을 모두 기억하는 줄로 아느냐?" 자공이 대답하기를, "그렇습니다. 아닌가요?" 공자가 "아니다. 나는 하나로 꿸 뿐이다."라고 하였다.

사람은 기억만이 아니라 앎에도 실천에도 필름이 끊어지는 현상이 생긴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 어떤 부분은 이해가 되지만 어떤 부분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앎이 책과 영화 전체를 꿰뚫지 못하고 군데군데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이다. 사실 전에 문학만 읽었을때는 잘 몰랐던 것들이 인문학을 읽으면서 치우침 없이 일이관지할 수 있을 때가 있다. 사실 배움이란 것이 나도 늦깍이로 인문을 접하였지만 다산 정약용이 평생을 배움하라는 말씀이 조금씩 깨달아질 때가 있다. 그것이 아마도 공자의 일이관지와 일맥상통하는 뜻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서는 공자의 삶보다는 공자의 말을 통해서 두 가지를 살펴본다. 공자의 말을 통해서 '나'자신이 품격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덕목을 알아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자가 어떤 덕목을 발휘했기에 주위 사람들과 목표를 함께하며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자가 말한 '수기안인修己安人' 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나를 닦고, 나를 깨끗히 하고, 내가 덕을 갖추고, 통치를 해야 국민들을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 나를 닦지 않고, 그저 통치하려고만 하려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으며 나를 수양해야 덕치를 할 수 있고, 그래야 나라가 안정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자의 책을 많이 읽어봤지만 이 책은 조금더 공자의 이야기를 무척 다가가기 쉽게 설명하고 있고 저자의 스토리텔링이 탁월하다. 재미도 있고 철학의 깊은 맛도 있다.

우선 원문을 설명하면서 입문, 승당, 입실, 여언의 단계를 설정해서 빠른 걸음으로 진행하면서도 정확하며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도록 했다. 입문은 해당 구절의 현대적인 맥락을 소개하고, 승당은 논어의 원문을 독음과 변역을 곁들여서 제시하며 입실은 논어 원문에 나오는 한자어의 뜻과 원문 맥락을 풀이하고, 여언은 논어를 현대 관점에서 되새겨볼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현대 관점에서 설명하는 논어구절에서는 시사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논어구절이 더 쉽게 이해가는 듯 하고 공자에게 쉽게 다가가고 싶은 철학서를 만나고 싶다면 매우 적합한 철학서이다. 내가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은 아무 주제의식 없이 나이가 드는 사람과 주제의식이 있고 자기주도적 삶의 모습을 사는 사람과는 천지차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끔 나는 아이들이 부러울 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엄마의 잔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다.나이가 드니 이제 아무도 내게 잔소리 하지 않는다. 그것이 가끔 서러울 때가 있다. 그것은 다른 말로 아무도 충고해줄 수 없는 나이 마흔에는 자기주도적 삶이 완성이 되어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나이 마흔에 만난 논어는 엄마의 잔소리처럼 정겨우면서도 자기주도적 삶이 주는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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