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카세론
캐서린 피셔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성장을 금지함으로써 쇠퇴를 금지한다. 야망을 금지함으로써 좌절을 금한다.

이들 각각은 서로의 뒤틀린 모습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시간을 금지한다.

지금부터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카세론>>은 출간되자마자 FOX 2000과 ‘엑스맨’을 제작한 휴 잭맨의 시드프로덕션이 판권을 사들여 영화화에 착수한 판타지소설이다. 주인공 ‘핀’역은 이미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늑대인간 ‘제이콥’과 테일러 로트너로 낙점됐다. 그래서 호기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소설을 상상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은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여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며 읽어야햇기 때문인데, 소설의 구성과 배경 모든 것이 판타스틱한 경험을 하게 해 주는 소설이다. 우선 인카세론이라는 감옥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범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실험체이다. 인카세론은 대단히 복잡하고 지성을 가진 시스템으로 감옥안에 있는 모든 것을 통제한다. 매분마다 벽이 모양을 바꾸고 새로운 형태로 일그러지고 기울어지고 평평하게 변하고 붉은 별의 모양을 한 눈이 항상 감시하고 있다. 어디든 존재하고 어디든지 붉은 눈이 있는 곳 , 바로 그곳이 인카세론이다.

 

 

여기서 연상되는 영화가 바로 큐브였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곳,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실험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배경은 <<인카세론>>이라는 감옥은 미래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상과학영화와 같은 느낌을 주지만 , 또 다른 실존의 세상, 그곳은 18세기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차원의 세상이다. 미래와 과거라는 두 차원이 존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이들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크리스털 열쇠이다.

주인공 핀은 과거의 기억을 읽은 채 인카세론 감옥에서 '갱'의 일원으로 도둑질과 살인을 하지만,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 감옥을 탈출하는 꿈을 꾼다. 순간 순간 기억이 찾아올 때마다 발작이 찾아오는데 이런 핀을 사람들은 별의 예언자로 믿게 된다. 자신의 손목의 문신을 알고 있는 여자 마에스트라에게서 받게 된 크리스털 열쇠로 핀은 자신의 운명을 찾아나서게 되는데...

 

크리스털 열쇠를 가지고 있는 또 한 소녀 클로디아는 인카세론 교도소장의 딸이다. 18세기의 드레스를 입고 왕궁 또한 18세기를 유지하고 있는 사회에서 시아 여왕의 아들과 결혼을 서두르는 아버지 때문에 클로디아는 화가 나는데, 그도 그럴것이 과거 시아여왕의 배다른 아들, 자일스와 약혼한 사이였지만 자일스가 열다섯이 되는 나이에 말에서 떨어져 죽었기 때문이다. 죽은 왕자에게 다른 감정은 없으나, 아버지가 결혼을 서두르는 이유속에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클로디아를 도와주는 개인교수 재러드의 도움을 받아 클로디아는 인카세론 감옥의 크리스털 열쇠를 손에 쥐게 되고 , 또 하나를 가지고 있는 핀과 열쇠로 대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과거 죽었던 왕자 자일스가 핀이라는 것, 클로디아는 인카세론에서 핀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데 문제는 인카세론의 첨단 지능을 가진 감옥이 말을 한다는 것이다 .

 

"나는 인카세론이다. 노인이여. 너라면 당연히 알아야지 나를 만든 것이 사피엔트들이었으니, 나는 너희들의 거대하고, 뛰어나며, 도를 넘어선 무한한 실패작이자, 너희가 받을 징벌이다."

 

<<데몰리션 맨>>에서는 범죄를 모두 없앤 평화로운 도시에서 과거 범죄자였던 웨슬리 스나입스가 2032년 냉동상태에서 깨어나게 되면서 평화로운 도시를 파괴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범죄란 것이 공존하지 않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나약할 대로 나약하여 있는 상태였고 금지된 단어는 넘쳐나는 , 예를 들어 섹스나 욕같은 말을 꺼내는 순간 벽에서 영락없이 금지, 경고의 맨트가 날리는 미래사회를 보여주었는데 <<인카세론>>은 특이하게도 미래와 정체된 과거 속에 사는 사람들의 공존의 모습이다. 범죄가 없는 사회를 꿈꾸며 인카세론이라는 감옥을 만들고 사람들은 18세기의 정체된 삶에 살면서 완벽한 사회를 꿈꾼다는 것이 어쩌면 인간의 평등에 어긋나는 권력지배층의 이기적인 욕망이 결국은 이런 아이러니한 미래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한편으로는 영화 <<큐브>>에서 보여주는 첨단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는 존재와 싸워야 하는 인간의 공포와 교도소장과 왕족들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기 위한 두 주인공들의 가슴 떨리는 긴장감이 볼만했던 소설이다. 놀라운 판타지세계<인카세론>> 영화는 정말 말할 것도 없이 엄청난 스케일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러니 세계사 - 역사의 운명은 우연과 타이밍이 만든다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의 운명은 우연과 타이밍이 만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아이러니 세계사>를 다 읽고 느낀 것은 역사의 진실의 유무를 떠나 우리는 기록된 역사를 진실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역사를 봐도 그렇고 기존의 역사관이 승자의 기록이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면 그 이면에 숨겨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역사는 아마도 무궁무진 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승자는 바로 남성중심의 역사관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아주 충실하게 이 두가지 조건을 충족시킨채 흘러와 역사가 되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나 <아이러니 세계사>를 읽으면서 깔깔거리다가도 , 무릎을 탁 치며 놀라웠다가도 숨겨진 역사속의 아이러니함에 의아함의 연속으로 읽은 것 같다. 그리고 왠지 사람마음이란 게 뒷담화나 야사에 더 끌리는 것이 인지상정( 나만 그런가?)이 아닐까?

 

역사책에는 미켈란젤로가 그린 그림의 영광만을 말해주지만 , <아이러니 세계사>는 다르다 . ㅋ~사실 그림의 영광 이면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시대적 상황이나 사회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중세시대에는 그림이 권력과 결탁한 예술의 의미가 더 강했기때문에 교황의 권위와 바티칸의 위상까지 추락했던 혼돈의 시기에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 미켈란젤로에게 벽화를 의뢰하지만, 미켈란젤로가 모든 출연진들을 올누드로 그린다고 하자 반대가 심하였다. 이에 총대를 메고 반대를 표명한 남자 치아지오 다 체제나에게 미켈란젤로는 확실한 보복을 하는데 ..지옥도 대장으로 치아지오를 그려넣었다. ^^

 

과학자의 난제를 한방에 해결한 아내의 "요리해 버려" 라든지, 카사노바가 바람둥이 이전에 꽤 나름대로 유식했으며 책도 쓴 적이 있으며, 왕의 곁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사실과 법학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고, 성직에도 입문하여 하나님의 종으로 살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명상의 시간을 위해서인지 게을러서인지 늦잠을 자는 습관이 있었던 데카르트가 이 낮잠으로 인해서 죽게 된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지만 손에서시가를 놓지 않았던 처칠의 시가사랑으로 말년에 그는 불행했다는 사실, 과학 연구에 매진하느라 자신의 건강도 돌보지 않았던 퀴리부인이 하필이면 '사랑'때문에 나라의 영광인 노벨화학상을 받고도 전 국민에게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는 것도 아이러니하지만, 반바지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애국 소녀 잔다르크가 화형당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

 

중세 시대, 성을 지을 때 꼭 필요했던 재료가 바로 '처녀의 뼈" 였다는 사실은 어안을 벙벙하게 만든다. 처녀로 죽은 여자의 뼈를 백골이 말려서 성벽 사이사이에 박아 넣으면 그 성은 천하무적의 성이 된다고 믿었다. 당시에는 이 믿음이 절대진리여서 성이 함락되면 그 처녀가 처녀가 아니었다고 .....ㅠ.ㅠ 예나 지금이나 처녀에 대한 집착이란...... 대학살과 공포정치로 많은 사람을 죽인 학살자이자 폭군으로 유명한 스탈린은 암살을 두려워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만들었고, 혹시 모를 경호원들의 배신을 걱정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생활하게 되는데 이 공간이 오히려 스탈린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스탈린과 버금가는 독재자가 바로 니콜라의 차우셰스쿠. 차우셰스쿠가 인구=국력이라는 공식을 들고 나와 루마니아를 생지옥으로 만들게 했는데 중요한 것은 그의 인구정책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루마니아 혁명을 일으키게 되면서 사형 당한다.

 

이외에도 아이러니한 역사는 많다. 역사를 읽는 이유는 역사가 주는 교훈으로 어리석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는 데 있다. 역사속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자고자대하는 것은 패망의 길이라는 말도 있듯이, 가벼워보이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아이러니 세계사이다. 2006년 베스트셀러가 됐던 ‘엽기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대중역사서의 새 전형을 보여준 저자는 이후 역사 속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들을 꾸준히 소개해왔다. 이른바 승자의 기록이거나 당대 정치권력이 인정한 사실의 기록으로만 역사가 유통되는 것에 반기를 들기 위해서다. 결국 역사란 다양한 시각에서 그 이면의 맥락과 함께 해석하고 받아들여야지만 온전한 교훈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6장으로 엮어서 나온 이 책의 각 장마다 가지고 있는 뜻 또한 그런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게 해준다.

1장“상상력을 가로막는 것은 언제나 대중의 상식이다."

2장 “누구나 인생은 서툴다, 천재도 영웅도”

3장 “신념과 운명은 동전의 양면이다”

4장 “과하면 넘치게 마련이다”

5장 “게임에는 오직 승자가 있을 뿐이다”

6장 “운은 우연과 타이밍이 만든다”

가벼워보이지만 , 절대 가볍지 않으며, 재미로 보나 역사로 보나 아주 재미있는 <<아이러니 세계사>>이다. 과거 딱딱한 역사책을 읽은 역사와는 다르게 이해하기 쉬운 대화체와 사투리는 역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기발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박정희를 용서했는가 - ‘동굴’ 속의 권력 ‘더러운 전쟁’
김재홍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교사에서 일제의 장교로,패전 일본군 장교에서 광복군으로, 조선경비대 장교에서 군내 남로단 프락치로, 남로당 프락치에서 반공주의자로 변신하며 끝내 살아남아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18년 일인독재 철권통치를 일삼다가 심복의 총탄에 맞아 비명에 가다."

 

 

어느 한국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전이다.

격동하는 현대사를 가진 한국에서 유신정권은 독재정권과 동의어이다. 우리나라의 현대사는 식민통치 35년과 박정희로부터 비롯된 군정체제 32년을 합하여 모두 권위주의에 굴종하는 신민문화가 만연한 현대정치사이다. 최근 이명박정권의 수많은 압박과 위협에도 편찬하게 된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자랑스럽게 이름을 올린 것으로 박정희의 친일은 일단락 되었지만, 청산되지 않은 유신의 잔재는 언제 쯤 이루어질지 책을 읽으면서도 고민이 되는 사안이다. 더군다나 박정희의 유신체제를 그대로 승계한 박근혜 의원이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지금에서는 다소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으나, 예나 지금이나 국민의 알권리에서 국민들의 깨어있는 의식이 필요한 때란 생각이 든다. 우리의 지금 또한 유신 정권 못지 않게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그리고 양심의 자유를 구속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웅사관의 대부격인 헤겔에 의하면 영웅이란 일상생활의 인식범위를 넘어서지 못하는 보통사람이나 전체 대중까지도 유린할 수 있는 역사적이고 성스러운 명분을 가진 인물을 영웅이라고 한다. 그리고 각 시대는 그 조건에 적합한 영웅을 갖는다고 한다. 박정희의 수많은 기행과 행적들 중에서 그래도 박정희를 옹호하는 이유는 '경제 성장의 공적'이라는 프레임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증거는 정권의 안정화를 꾀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끌어올리는 매력적인 지배 수단인 것이 분명하기에 경제 성장이라는 프레임에 갖힌 국민은 스스로의 힘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었음에도 자신의 몫을 찾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저자는 박정희를 저격한 김재규를 보는 두가지 시선중에 어떤 것이 옳은 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지만 , 김재규의 법정녹취록을 근거로 하여 법무사와 변호사의 질의 답을 실어놓으며 당시 심정을 그대로 반영한 김재규의 변론과 법원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여 실었다. 박정희와 동향이자 동문이었던 김재규은 "더이상의 국민 희생을 박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희생시킬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방탕과 사생활의 문란이 극에 달아 권력자가 연류된 섹스스캔들의 연장선이 된 "정인숙 피살사건"은 박정희의 문란한 사생활의 최고봉을 보여주는 예이다. 게다가 박정희의 여자를 구해오는 ' 채홍사 '일을 했던 박선호의 진술로 인해 박정희의 문란한 사생활이 폭로되자 김재규는 법정에서 제지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인다. 김재규의 이런 모습은 자유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서 혁명은 하였으나 박정희에 대하여서는 존칭을 법정에서 깍듯이하며 자신이 끊임없이 독재체제를 민주체제로 바꿀 것을 조언하였지만 끝내 독재를 고집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혁명의 길을 가게 된 것이라는 의연함과 신의를 지키는 모습으로서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다.

 

카이사르의 야심을 눈치챈 브루투스로 비견되어 지기도 하는 김재규, 과거 역사에서는 그를 두고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또 하나의 쿠데타 기도자로 보기도 하지만, 김재규가 법정에 서서 보인 행동과 진술은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혁명가의 모습으로 비쳐졌다. (적어도 내 눈에는 ...) 그러나 유신체제는 무너졌을 지라도 유신체제를 그대로 이어받은 전두환에 의해 김재규외 5명은 사형집행되었고 다시 또 우리나라는 정권탈환의 내란에 휘말리게 되는 역사를 볼 때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민주주의란 의미가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남기고 있다 . 더군다나 박정희의 후예인 신군부집단이 김재규를 군사법정에 세워 단순살해범으로 처형한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일 뿐더러 역사적으로도 부당한 처사임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또한 책에는 고 김지태 씨가 세운 부일장학회를 5.16쿠데타 세력이 박정희의 지시에 따라 헌납이라는 미명 아래 강탈하여 강제로 사유재산을 헌납 받고는 풀어준 사실을 김지태 씨가 쿠데타 자금 요구를 응하지 않은 데 대한 정치보복으로 빼았은 사실을 기록해 놓았는데 이것이 바로 정수장학회이다. 이것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박근혜의원이 이사장직으로 있으면서 대기업의 CEO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아 최근 논란이 되고 있으며 , 이 사실에 박근혜는 물론 사실과 다르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렇게 친일의 잔재는 그대로 승계되어 왔다. 유신정권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날때 태어나 기억하는 것은 늘 빗자루를 들고 새마을 운동을 한다면서 동네를 쓸은 기억밖에 없는 나로서는 이 책이 무척이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역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흘러가고 있고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언제쯤 이 친일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영원히 청산되지 않을 문제인지도 모르지만, 어쨋든 아이러니한 것은 오늘 뉴스에 박근혜 의원이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대체, 사랑 - 심리학자 곽금주, 사랑을 묻고 사랑을 말하다
곽금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책표지 그림을 보자마자 그냥 무조건 읽고 싶었던 책이다. 샤갈의 <<생일>> 인데 그림이 참 재미있지만, 이만큼 사랑에 대한 감정을 잘 표현해 준 그림도 없을 것 같다. 샤갈의 아내 벨라의 생일에 꽃을 들고 찾아가 화병에 꽂는 그 잠깐을 참지 못해 공중부양을 해서라도 키스를 하고 있는 남자. 나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이런 사랑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던가 ? 하며 부러움으로 바라보곤 한다.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열렬한 사랑이 일수도 있지만 , 나는 그저 사랑을 생각하면 담담해지고는 한다. 아마도 젊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중년이 되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만났을 때는 사랑을 노래하기에는 지독하게 가난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니체에 따르면,사랑은 조각가의 돌에 대한 태도에서 유추할 수 있다.돌을 사랑하는 조각가가 돌을 본 순간 위대한 형상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망치로 내려쳐서 그 속에 있는 것을 드러내는 순간, 그것은 생성이고 창조이다. 또한 그것이 사랑의 잔혹함이고,그 사랑으로 구원이 이루어진다.뜯어 고치는 것,거기서 사랑의 가장 좋은 형태인 우정이 시작된다라고 했듯이 우리의 사랑도 이렇듯 가장 절박한 사랑이었다가, 때로는 가장 위로와 힘이 되는 우정으로 , 니체식 사랑으로 그렇게 만난 것 같다. 스무 살에 만난 우리는 사랑과 우정의 복합체라는 이름으로 만나 지금까지 그런 사랑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열렬한 연애를 한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많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십년을 같이 살고 있는 남편에게 불만은 없다. 늘 한결같고 변함없고 다정하고 , 이제는 점점 아들처럼 챙겨줘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제외하고, 점점 젊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는 거 외에는 아주 퍼펙트한 남편이다.

 

이 책은 먼저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들의 심리와 사랑에 빠진 여자들의 속내에 대한 이야기를 심리학적인 관점과 동시에 영화나 소설속에 등장한 사랑이야기와 비교하여 사랑을 말해준다. 영화나 소설 속 주인공의 심리와 사랑의 조합은 다소 무거운 이야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저자의 설명은 의외로 쉽게 ,풋풋하게 다가온다. 결혼한 사람은 부부관계에 대한 이야기에서 공감할 수 있는 심리를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연애할 때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 솔직하고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이었는데 심리학에서는 사랑의 종류를 규정지은 삼각형이론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 부분을 설명해주면서 영화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 의 해리와 샐리에 대해 심리비교를 해주는데 이성이지만 우정과 같은 사이였던 해리와 샐리가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 바로 이 친밀감, 열정, 결심을 모두 갖춘 사랑의 삼각형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이름이 '성숙한 사랑'이다. 성숙한 사랑을 하는 커플은 서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이해하고 있고, 성적 끌림도 있으며, 오래 사랑하겠다는 결심도 있다. 이 세가지 사랑의 조건이 균형잡힌 삼각형을 만들어낼 때 우리는 가장 행복한 사랑에 빠지며, 그 삼각형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 행복해진다. 예전에 연애를 잘하는 ,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한마디로 '밀고 당기기'를 잘해서인지 남자가 끊이지 않은 친구가 있었다. 근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걸 '밀당'이라고 부르면서 밀당하는 사람이 이제는 젤 싫다면서 '밀당하면 죽여버릴거야" 하는 개그가 있는 거 보면 확실히 사랑도 이제는 디지털이구나 싶다. 사실 밀당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삼각형의 사랑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침밀, 열정, 결심의 삼각형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 후에 찾아오는 것은 이별이 아닐까 ?

 

사람이란 단어의 모양은 사랑이라는 말을 닮아 있고,

살아간다는 단어의 모양은 사랑한다는 말을 닮아 있다.

사람은 사랑으로 이루어진 존재고, 살아간다는 건 사랑하는 일이며,

사랑한다는 건 결국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저자는 진화심리학의 관점을 토대로 하여 사랑의 심리를 말해주는데 사랑에 대한 남여의 시각이 많이 다른 이유는 여자는 한 달에 한 번만 난자가 배란되고, 일 년에 아기를 한 번 밖에 낳을 수 없기 때문에 상대를 신중하게 고르게 되는 이유이고 남자는 기간에 관계없이 정자가 생산되기 때문에 여자보다는 덜 신중한 이유로 성적 가치관에 차이가 나면서 싸우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런 생물학적으로 서로 다름을 인지하는 것으로 사랑을 하라고 조언해주는 것이다. 남여의 차이는 이렇게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나지만 남자보다 여자가 유독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여자의 관계지향적인 면때문인데 외로움이 심각해지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외로움이 나쁜 것이 아니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가면서 몸에 꼭 맞게 만들어가 그 외로움을 평화롭고 단단한 고독이라는 성숙으로 완성시키면 더 삶이 여유로와질 것이라고 한다.

 

지극히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이 느끼는 사랑에 대한 감정들,우리는 사랑일까? 내 사랑은 어떤 종류일까? 나를 정말 사랑하는 걸까? 왜 남자는 싸우는 도중에 "나중에 얘기하자"라고 하는 걸까? 등을 저자 자신의 사랑의 경험과 친숙한 이야기들로 심리분석을 해주기 때문에 재미도 있고 이해도 쉬운 심리학 관점의 사랑이야기이다. 남편이 너무 오래 내 삶에 스며들어 내 사랑은 이미 우정보다 더한 깊은 신뢰로 굳혀져 있다.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가장 행복하고 잘한 것은 한사람만 사랑하고 결혼한 것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배우자에 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나는 미혼인 젊은 여성들에게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냐고 질문하곤 하는데 대부분이 배우자에 대해 막연함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여성들이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성공하길 원하고 잘 살기 위해 꿈을 꾸듯이 배우자도 꿈으로 이루어진다. <<도대체 , 사랑>> 그래도 사랑을 모르겠으나 사랑이야기는 참 재미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하라 - 황광우와 함께 읽는 동서양 인문고전 40
황광우 지음 / 생각정원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날 같은 날씨에 가까운 동물원에 간만에 식구들과 나들이를 했다. 날씨가 좋다고 생각한 것은 비단 우리식구만이 아닌지라 동물원에는 인파가 넘쳐났다. 간만의 외출에 즐거운 마음도 잠시 조금씩 보이는 사람들의 이기심에 점점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이를 찍느라고 통로를 막고 놀이기구 앞에 서 있는 아버지,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고 가는 다정한 연인들, 회전목마가 돌아가기 시작하는데도 앉지 않고 사진 찍는 모습, 어디에서도 남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모습들 속에 불편한 마음을 끌어안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우울함 그 자체였다.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전에는 생각지도 않던 그런 모습들을 보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한 편으로는 도시사람들이 모두 저렇게 다 이기적인 모습일까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신문에 나는 사회면은 이해할 수 없는 사건과 사고가 넘쳐나고 대선이다 뭐다해서 정치권은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 안에 어디에서 설 자리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일반인들이다. 경제는 불안하고 국가는 힘을 잃어가고 사회는 혼란한데 어느 한 곳 위로받을 곳이 없다. 시국탓인지는 모르나 ,<<철학하라>>를 읽으면서 내내 불편했던 마음들이 위안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불확실한 사회에서 그나마 '나'를 찾게 되는 방법은 철학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인간의 존재와 사유는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철학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의 존재와 동시성을 가진다.

 

1부 동양편의 부제는 ' 나를 찾다' 이다.

맹자는 "사람의 본성은 나면서 곧 그 소박함을 떠나고 그 소질을 떠나게 마련이니 잃어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때문에 사람의 본성은 악하다."라고 말했지만 순자는 인간의 본성이 악하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의 본성은 생물학적인 것이라기 보다 사회적인 것이므로 인간 본성의 원래 고유한 그 무엇을 주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문제는 편향성이다 .하나의 가치에만 매몰되어 그 뒷면의 다른 하나를 보지 못하는 편향성은 넓게 볼 수 없는 것이다.이어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책을 택한 정약용이 <목민심서>에 담으려 했던 괴로운 현실의 데자뷰, 순자의 성악설을 직접적으로 계승한 한비자의 냉혹한 현실주의 , 삶 속에서 느낀 처절한 고통, 갈등과 방황 그리고 그 모두를 극복하여 고결한 목적으로 승화시키려는 피나는 노력, 이런 것들이 녹아있는 사마천의 <사기>를 두고 저자는 <<사기>>는 그냥 역사책이 아니라 인간을 탐구하는 책이라고 한다.

 

이렇게 동양사상은 '유기체적 자연관'이다. 유기체는 어느 한 부분의 변화가 전체의 변화를 낳을 수 있고 , 전체의 변화가 모든 부분의 변화를 낳을 수 있는 통일체를 말하는데 동양철학은 모두 유기체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맹자부터 시작하여 순자, 공자, 노자, 이황, 원효 , 그외<중용>과 <주역><목민심서> <성학십도> 모두 바로 인간에 대한 철학적 탐구라는 주제로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논어>에서 "조용히 일을 할 때는 경건한 마음으로 한다." 고 했다. 이것은 이황의 경敬으로써 내몸을 닦는다.라는 것으로 성학십도에 반영했고 자신의 실천사상으로 삼았다. 경하면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으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스스로에 의지하며 스스로의 길을 간다. 이는 바로 자신의 주체를 찾음이다. 주체는 그렇지 않은 곳이 없고 그렇지 않은 때가 없다. 이렇게 동양의 사상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하여 결국은 자아를 찾는 것으로 귀결되는 사상이다. 최근 서양의 기계론적 자연관이 위기를 맞으며 동양의 유기체적 자연관에 주목을 하고 있는 것 또한 불확실한 시대에 자아를 찾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철학이 아닐까 한다.

 

2부 서양편'불확실한 세계를 이해하다.'

동양사상과는 달리 서양의 사상은 신의 존재 증명이 중심이다. 인간은 존재한다. 이는 그 무엇으로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인간을 존재하도록 해주는 존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신이다. 따라서 신은 최고의 존재이다. 신은 세계의 창조자이고 세계는 신의 창조물이라는 것, 이것이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 제 1전제이다. 이렇게 서양철학은 불확실한 세계에서의 진리 추구라는 명제를 가지고 있다 . 데카르트의 복잡하고 형이상학적인 방법, 베이컨의 사상의 대혁신을 위해 주창한 우상의 타파, 니체가 말하는 신의 죽음에서는 영원한 지리, 세상을 지배해야만 하는 절대적인 가치가 사라졌으니 현실에 눈을 돌려 현실에 충실하라는 것까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계에서의 진리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니체의 철학이 무신론적 실존주의라는 하나의 학풍을 만드는데 기폭제 역할을 하면서 짜라투스트라는 신의 죽음을 선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삶은 무의미가 된다는 것을 말하며 현실과 삶에서 의미를 찾아내야 하며 어떤 이론이나 사상이 아니라 바로 삶 속에서, 그 삶을 알기 위해 자신을 초월해서 자신의 모습을 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현 사회에서 살아가는 지혜로 받아들여진다.

 

3부 정치와 과학편은 플라톤의 <국가>,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마키아벨리<군주론>, 루소<사회계약론>은 민주주의의 기초를 제공한 사상으로서 국가와 사회를 움직이는 통치와 사회적 약속을 거시적 안목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갈릴레오, 뉴턴, 다윈,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까지 과학이 세계를 전체로서 온전하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으며 ,과학의 발전이 인류의 딜레마를 이겨내게 해 줄거라는 기대를 하지만, 과학의 세분화는 오히려 세계 전체를 보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끝으로 동서양 인문고전40 을 실은 <<철학하라>>는 마친다.

 

고전을 읽고 나면 마음을 다 잡아 주는 그런 기분이 든다. 많이 접했던 책이지만 처음 읽는 기분으로 읽었다. 사실 고전이 주는 매력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는 것이다. 예전에 내가 공자를 알았지만 공자의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때마다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끼고는 한다. 여기 나와 있는 책중 사마천의 <<사기>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사기를 조금 접하고 나니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 <철학콘서트>처럼 조금은 가벼울 줄 알았는데 조금 더 깊어지고 넓어진 철학콘서트의 연장선이다. 그리고 사상가의 삶을 요약해놓은 tip장도 저자의 세심함이 느껴지고 각 고전들이 가지고 있는 사상의 장단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있어 이 책 한권으로 동서양철학에 관한 지식정도는 남아있을 것 같다. 그러나 고전은 지식으로 남아 있으면 고전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고전을 읽을 때 머릿 속에 불꽃이 이는 경험을 한다면 고전이 주는 새로운 세계에 입문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철학하게 되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던 것 같다 .ㅋㅋ 사회속에서 고독하다거나 마음에 위안이 필요하다거나 한다면 한번쯤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때론 고전이 위로가 되어주기에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