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박정희를 용서했는가 - ‘동굴’ 속의 권력 ‘더러운 전쟁’
김재홍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교사에서 일제의 장교로,패전 일본군 장교에서 광복군으로, 조선경비대 장교에서 군내 남로단 프락치로, 남로당 프락치에서 반공주의자로 변신하며 끝내 살아남아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18년 일인독재 철권통치를 일삼다가 심복의 총탄에 맞아 비명에 가다."

 

 

어느 한국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전이다.

격동하는 현대사를 가진 한국에서 유신정권은 독재정권과 동의어이다. 우리나라의 현대사는 식민통치 35년과 박정희로부터 비롯된 군정체제 32년을 합하여 모두 권위주의에 굴종하는 신민문화가 만연한 현대정치사이다. 최근 이명박정권의 수많은 압박과 위협에도 편찬하게 된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자랑스럽게 이름을 올린 것으로 박정희의 친일은 일단락 되었지만, 청산되지 않은 유신의 잔재는 언제 쯤 이루어질지 책을 읽으면서도 고민이 되는 사안이다. 더군다나 박정희의 유신체제를 그대로 승계한 박근혜 의원이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지금에서는 다소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으나, 예나 지금이나 국민의 알권리에서 국민들의 깨어있는 의식이 필요한 때란 생각이 든다. 우리의 지금 또한 유신 정권 못지 않게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그리고 양심의 자유를 구속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웅사관의 대부격인 헤겔에 의하면 영웅이란 일상생활의 인식범위를 넘어서지 못하는 보통사람이나 전체 대중까지도 유린할 수 있는 역사적이고 성스러운 명분을 가진 인물을 영웅이라고 한다. 그리고 각 시대는 그 조건에 적합한 영웅을 갖는다고 한다. 박정희의 수많은 기행과 행적들 중에서 그래도 박정희를 옹호하는 이유는 '경제 성장의 공적'이라는 프레임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증거는 정권의 안정화를 꾀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끌어올리는 매력적인 지배 수단인 것이 분명하기에 경제 성장이라는 프레임에 갖힌 국민은 스스로의 힘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었음에도 자신의 몫을 찾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저자는 박정희를 저격한 김재규를 보는 두가지 시선중에 어떤 것이 옳은 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지만 , 김재규의 법정녹취록을 근거로 하여 법무사와 변호사의 질의 답을 실어놓으며 당시 심정을 그대로 반영한 김재규의 변론과 법원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여 실었다. 박정희와 동향이자 동문이었던 김재규은 "더이상의 국민 희생을 박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희생시킬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방탕과 사생활의 문란이 극에 달아 권력자가 연류된 섹스스캔들의 연장선이 된 "정인숙 피살사건"은 박정희의 문란한 사생활의 최고봉을 보여주는 예이다. 게다가 박정희의 여자를 구해오는 ' 채홍사 '일을 했던 박선호의 진술로 인해 박정희의 문란한 사생활이 폭로되자 김재규는 법정에서 제지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인다. 김재규의 이런 모습은 자유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서 혁명은 하였으나 박정희에 대하여서는 존칭을 법정에서 깍듯이하며 자신이 끊임없이 독재체제를 민주체제로 바꿀 것을 조언하였지만 끝내 독재를 고집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혁명의 길을 가게 된 것이라는 의연함과 신의를 지키는 모습으로서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다.

 

카이사르의 야심을 눈치챈 브루투스로 비견되어 지기도 하는 김재규, 과거 역사에서는 그를 두고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또 하나의 쿠데타 기도자로 보기도 하지만, 김재규가 법정에 서서 보인 행동과 진술은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혁명가의 모습으로 비쳐졌다. (적어도 내 눈에는 ...) 그러나 유신체제는 무너졌을 지라도 유신체제를 그대로 이어받은 전두환에 의해 김재규외 5명은 사형집행되었고 다시 또 우리나라는 정권탈환의 내란에 휘말리게 되는 역사를 볼 때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민주주의란 의미가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남기고 있다 . 더군다나 박정희의 후예인 신군부집단이 김재규를 군사법정에 세워 단순살해범으로 처형한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일 뿐더러 역사적으로도 부당한 처사임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또한 책에는 고 김지태 씨가 세운 부일장학회를 5.16쿠데타 세력이 박정희의 지시에 따라 헌납이라는 미명 아래 강탈하여 강제로 사유재산을 헌납 받고는 풀어준 사실을 김지태 씨가 쿠데타 자금 요구를 응하지 않은 데 대한 정치보복으로 빼았은 사실을 기록해 놓았는데 이것이 바로 정수장학회이다. 이것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박근혜의원이 이사장직으로 있으면서 대기업의 CEO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아 최근 논란이 되고 있으며 , 이 사실에 박근혜는 물론 사실과 다르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렇게 친일의 잔재는 그대로 승계되어 왔다. 유신정권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날때 태어나 기억하는 것은 늘 빗자루를 들고 새마을 운동을 한다면서 동네를 쓸은 기억밖에 없는 나로서는 이 책이 무척이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역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흘러가고 있고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언제쯤 이 친일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영원히 청산되지 않을 문제인지도 모르지만, 어쨋든 아이러니한 것은 오늘 뉴스에 박근혜 의원이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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