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당일, 집에서 차례 지내고 아버님 산소로 성묘 가는 길, 정말 끔찍하게 막혔다. 성묘하고 갈 시댁이 따로 없는 나는 자연히 경기도 친정으로. 친정 가는 길 또한 끔찍하게 막혔다. 나는 거의 비몽 사몽 자다 깨다 하고, 계속 운전하는 남편이 아이의 말 상대까지 하느라 애썼다.
-친정에 가니 차례도 안 지내는 엄마께서 차례준비한 우리집보다 음식을 더 많이 준비를 해놓으셨다. 원래 음식을 자주 해드시는 분도 아니고, 오히려 귀찮아 하시는 분이라 추석때도 큰집에서 주시는 송편으로 때우고 따로 집에서 만드시도 않으시는 우리 엄마인데, 기독교식으로 추도예배만 간단히 드리는 큰집 덕에 차례 음식이니 제사 음식 무경험 상태인 내가 결혼하고서 명절때랑 시부모님 제사때 낑낑대며 음식 준비하는 것을 보신 이후로는 설때와 추석때 저렇게 음식을 장만하신다. 그리고 우리 식구 가면 푸짐하게 차려 놓으신다. 고마우신 엄마...
-이번 주 내내 학교엘 안 가는 아이 때문에, 할수 없이 아이를 친정에 두고 왔다. 토요일에 남편이 데려 오기로 하고서. 여름에 더 오랜 기간, 집을 떠나서도 있었길래 걱정을 안 했는데, 조금 아까 아이가 엉엉 울면서 전화를 했다. 엄마 보고 싶다고. 남편이 집에 도착하자 마자 내일 준비를 해야한다며 일터로 향하고 안그래도 아이 생각 하고 있는데 엉엉 울면서 전화를 하다니, 녀석.
-나도 내일 준비를 해야겠기에 겨우 노트북을 펴고 CD도 틀었다. 이선희의 CD가 꽂혀져 있었다. 거칠 것 없는 목소리가 썰렁한 방 공기를 가르고, 내 마음도 가르며 지나간다.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무엇을 생각하세요...' 그래, 그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그때가 좋은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