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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언제 와? ㅣ 햇살 그림책 (행복한 꼬리연)
김수정 글, 지현경 그림 / 꿈꾸는꼬리연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 언제 와?
김수정 글 / 지현경 그림
꿈꾸는 꼬리연
책을 받아서 아이에게 읽어주기 전에 먼저 훑어본 순간
이 이야기는 우리 가족의 과거의 모습이랑 똑같네!
피식 웃다가 저도 모르게 다소 서글픈 웃음이 남습니다.
아이와 함께 살겠다는 계획으로 맡아 길러주시던 시부모님께 아이를 데리고 왔으나
프로젝트 오픈을 앞둔 터라 막상 회사 퇴직이 한달 정도 미뤄졌었습니다.
그동안 밤톨군 아빠가 익숙치 않은 육아로 좀 고생을 해야했었죠.
아이의 하원을 책임져야 했고, 아이의 저녁밥을 챙겨줘야 했으며
아이와 놀고, 그리고 재워야했죠.
새로운 환경에 익숙치 않은 아이도, 육아란 것을 해본 적이 없던 아빠도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며 발만 동동 구르던 엄마도.. 참 힘든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밤톨군 아빠는 엄마가 미리 만들어두었던 아이 반찬으로 아이 밥을 챙기고
자신의 저녁은 김치 하나로 버텨야했다며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그때는 아이에게 간단식( 음.. 예를 들면 반조리 음식을 활용하거나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 등의 배달식 )을
먹여도 되겠다는 생각을 둘다 하지 못했거든요.
시어머님이 곱게 전통입맛으로 키워주신 아이인지라 그대로 지켜주고 싶어
쉬운 햄이나 소시지 같은 반찬은 쳐다보지도 않았을 때였습니다.
( 지금은.............. )
책 속의 엄마는 뭔가 예쁘게 단장을 하고 있습니다.
오랫만의 즐거운 외출인 듯 합니다.
아이들과 아빠는 엄마의 화장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 우리는 엄마만 보는데
엄마는 거울만 봐요 "
아홉 시에 돌아온다며 손을 흔들며 외출하는 엄마.
( 근데 오랫만의 외출이신 듯 한데 귀가시간이 너무 이른거 아닌가요? ^^;; )
이제 우리는 아빠의 고군분투기를 만나게 됩니다.
책을 읽어주셨는데 등장인물의 목소리가 모두 똑같습니다.
아빠만의 몸놀이로 멋지게 놀아주시는 모습이나 이내 지친 모습이시군요.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시는데 아이들의 장난에 이마에 "못난 주름"이 생기고야 맙니다.
이쯤되면 슬슬 멘붕 수준이실텐데요.
어찌어찌 놀이터에 나왔으나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계신 아빠.
결국 서로 다투다 동생이 코피를 흘리고 마는군요.
항상은 아니더라도 적당한 타이밍에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려야하는 것을 모르셨군요.
놀이터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아빠의 뒷모습이 왜이리 축~ 쳐져 보이나요.
아이들을 힘들게 씻겨 ( 씻기는 것도 무사히 넘어가지 않습니다 )
간신히 뉘어놓고 화장실에서 결국 전화하는 아빠.
" 여보, 언제와 "
소곤소곤 말해도 다~~ 들려요.
함께 누워 엄마를 불러보기로 합니다.
아빠 목소리가 제일 컸다는군요!!
그리고 엄마가 귀가하자 뛰어간 아빠와 아이들.
드디어 아이들의 얼굴에 편안한 웃음이 떠오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이웃님이 엄마시라면
아이의 아빠의 모습과 겹쳐지시는 부분이 있으시려나요?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잠자리에서 계속 " 엄마 언제와 " 를 외치는 아이를 안타까워하며
늦은 시간 아이의 손을 잡고 제가 내리는 버스 정류장 앞에 나란히 앉아있던 그 모습.
그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벌떡 일어나 엄마가 내리는 지 보던 그 모습.
마중나온 부자(父子) 의 모습이 반갑다가도
애타게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눈망울이 멀리서부터 눈에 밟혔던 그 시간이 말이죠.
그래도 그 시간이 있었기에 아빠와 아이는 서로 매우 친밀해졌으니
힘들었던 만큼 얻은 것도 많았던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시간을 떠올려서일까요..
밤톨군도 저도 이 책에 마냥 유쾌하게 웃을 수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확실히 말해줄 수 있는 한가지가 있죠.
앞으로도 엄마가 종종 이렇게 외출할 일이 있어도
언제나 엄마는 밤톨군 곁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요.
마지막 페이지의 환한 웃음과 함께 귀가한 엄마의 모습에, 안겨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밤톨군도 제 품으로 파고들며 안도하는 이유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