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논으로 오세요.
여정은 글, 김명길 그림
28쪽 | 230*295mm
길벗어린이
어느새 수은주가 제법 내려가버린 요즈음,
개구리들도 슬슬 겨울잠을 준비할 이 계절에 개구리 책을 꺼내들었습니다.
동식물의 생태와 자연 체험 활동을 잘 버무려놓은 새로운 형식의 생태 그림책이랍니다.
대부분의 생태 그림책들은 어떤 동식물의 한살이를 다루거나 도감 형식으로 진행이 되곤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개구리논이라는 서식지에서 아이들이 동식물을 만나고 관찰하는 상황을 중심에 두고,
개구리를 비롯한 생물들의 생태적 특징은 그 상황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알려준답니다.
본문 글 외에 어린이 시점의 관찰 일지를 이렇게 따로 넣어
읽는 어린이들이 직접 관찰하여 기록하는 듯하게 현장감이 살아있고 쉽게 공감하게 되는 듯 합니다.
" 코딱지 " 라는 애칭의 '류창희' 선생님.
이 책을 감수하신 분으로 사람들에게 동물, 식물과 친구가 되는 법을 알려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랍니다.
이 선생님과 아이들이 어느 봄, 개울에서 나온 산개구리들을 개구리 논으로 옮겨주는 장면으로부터 책을 시작됩니다.
개구리들이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그 알이 부화하여 올챙이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아이들.
아이들은 집에 가져가서 키워보고도 싶지만 늘 관찰을 하다보니
이곳만큼 올챙이들에게 좋은 곳이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오히려 올챙이를 잡아가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올챙이를 지키고 싶은 마음을 적어두고 있네요.
그러고 보니 어느 여름,
( 나중에 놔주기는 했지만 ) 밤톨군과 잡아보았던 올챙이들에게 조금 미안해집니다.
그 녀석들은 다들 안전하게 개구리로 성장했을까요.
자연관찰이라는 구실로 생명을 너무 가볍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개골개골', '뿌구구국 뿌구구국', 논두렁에 나란히 서서 개구리 소리를 흉내내며
개구리들의 음악회를 감상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저절로 흐믓한 미소가 지어지게 되네요.
아이들은 글 뿐만 아니라 관찰일지에 그림까지 그립니다.
그저 다 같은 올챙이가 아니었네요. 종류별로 올챙이들의 모양새가 조금씩 틀립니다.
머리가 약간 네모지고 눈이 더 밖으로 튀어나오면 청개구리 올챙이, 줄무늬가 뚜렷한 것은 참개구리 올챙이인가 봅니다.
개구리의 천적인 뱀도 관찰할 기회를 잡았네요. 능구렁이라고 합니다.
" 아이들은 뱀이 무서운데도 더 잘 보려고 기웃기웃 합니다. "
올챙이도 천적이 많죠.
소중히 키워내고 싶은 올챙이들이 잠자리 애벌레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아이들.
그러나 올챙이도, 잠자리 애벌레도 자연속에서 모두 소중한 생물임을 자연스레 깨달아갑니다.
" 잘 모르겠지만, 같이 살 수 있다면 같이 사는게 맞는 것 같다. " 라고 적어둡니다.
드디어 산개구리 올챙이들이 개구리가 되었습니다.
개구리들이 아이들 발소리에 놀라 물속으로 퐁당퐁당 뛰어드는 모습.
뒷다리를 쭉쭉 뻗는 모습이 사실감있게 그려져 있어 그림 속에서 뛰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아이들은 두손을 모으고 조그만 목소리로 빕니다.
" 개구리들아, 힘내! "
그리고 아이는 이제 산개구리를 만나면 인사를 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자연과 교감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 것이죠.
아이는 "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 " 라고 적습니다.
책 끝 부분에 "코딱지가 만든 개구리 달력"을 넣어 양서류의 생활사를 알 수 있게 했습니다.
'개구리 달력' 에 따르면 지금, 10월은 '개구리가 겨울잠을 자러 가는 달' 이군요.
으음.. 8월은 '사람들이 참개구리 뒷다리를 구워 먹는 달',
11월은 '개구리들이 겨울잠 자다가 사람들에게 잡아먹히는 달"
12월은 '살아남은 개구리들이 후유 한숨 돌리는 달' 이라고도 적혀 있습니다.
그저 웃기에는 뜨끔한 일침이 숨겨져 있는 듯 하죠.
개구리 논은 코딱지 선생님이 청계산 근처에 직접 만들었던 논이랍니다.
산개구리들이 차에 깔려죽지 않도록 '개구리 이동통로' 도 만들고
논주인에게 논을 빌려 '개구리 아빠' 로 개구리 논을 보호해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2007' 년 봄에 논 주인이 개구리 논을 흙으로 메워버려 이제는 없어졌다고 합니다.
대신 주변 작은 웅덩이들에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네요.
찾아보니 그 이야기들은 이 곳에서 남아있는 듯 합니다.
자연생태연구소 마당 : http://ecomadang.com/main.htm
그리고 '청계산 개구리논' 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시면 이전의 체험기들을 보실 수 있더라구요.
개구리논이 없어진 것이 정말 아쉽지만,
그래도 자연에 대한 소중함의 교훈이 책으로 남아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어 다행이구나 싶기도 한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