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숲 속 약국 놀이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40
박정완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9월
평점 :
숲 속 약국놀이
박정완 글/그림
37쪽 | 317g | 232*212mm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40
시공주니어
약국 한구석에서 인형과 함께 놀고 있는 여자아이의 모습과 함께 시작되는 그림책.
여자아이는 놀고 있던 약국을 나와 어디론가 갑니다.
꽃그림이 그려져있는 빨간 원피스를 입고 손에는 자그마한 약통을 들고 있습니다.
아이는 중얼거립니다.
오늘은 놀이터에 가야지. 놀이터는 숲 속에 있어. 실개천만 건녀면 초록 숲이야.
첫 작품 《아기 쥐가 잠자러 가요》로 2011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 주목을 받았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주로 동판화와 콜라주 작업으로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아기자기함, 간결한 멋을 표현한 듯 합니다. 펜화를 연상시키는 동판의 섬세한 선, 종이와 천을 이용한 콜라주, 풀밭의 느낌을 담은 금속의 부식 효과, 나비와 풀 등을 부드럽게 채색한 수채 물감 등 동판에 다양한 기법을 혼합해 잔잔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시켰군요.
놀이터로 가는 길에 아이는 토끼와 까마귀를 만납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에는 어떤 친구를 만날지 귀퉁이에 힌트가 있지요.
섬세하게 표현해놓은 그런 그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답니다.
드디어 커다란 나무밑의 숲 속 약국에 도착한 친구들.
음, 아직 친구들은 모르는 듯 하지만 그림을 관찰하던 밤톨군은 다음에 누가 나타날지 꼬리를 보고 알아차렸습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잔잔한 아름다움이 담긴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 작품 역시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인생의 대부분을 약사로 살아온 작가는 약사의 딸로 자란 딸과 생명의 경이로움을 생각하게 해 준 외손녀를 생각하며 작업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주인공 민혜는 그림책의 도입에서 보여준 것처럼 숲 속에서도 동물친구들과 약국놀이를 합니다. 늘 자연스럽게 보고 자라왔던 엄마의 약국 모습을 그대로 모방하면서 말이지요.
바쁜 엄마 아빠의 일상에 참여하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정말 홀로 자라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짠한 마음이 든다는 작가는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흉내 내면서 닮고, 닮으면서 성장한다는 진리를 작품에 담았다고 말합니다.
그나저나 신나게 약국놀이를 하고 있는데 호랑이가 나타났군요. 게다가 모든 약까지 다 먹어버립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 " 빨간 눈을 가진 토끼, 깍깍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까마귀, 붕붕 방귀를 뀌어대는 스컹크, 그리고 덩치만 컸지 소심하고 유약한 호랑이는 어찌 보면 이 시대를 어른들 못지않게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고 출판사 리뷰에서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런 동물들에게 내렸던 민혜의 처방전들은 독자에게 전하는 작가의 메시지일지도 모르겠군요. 다시 한번 읽어보니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민혜와 친구들, 그리고 호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민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렇게 중얼거렸답니다.
" 내일도 놀이터에 가야지. "
:: 독후활동 ::
마침 숲으로 갈 일이 생겼습니다.
집의 구급함을 들고 가고 싶어하는 밤톨군 녀석을 위해 작은 약통을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마침 비어있던 플라스틱 통이 눈에 띄어 활용해보기로 합니다.
집에 있는 약통의 내용물을 꼼꼼히 들여다보고는 자신의 약통에 넣을 것들을 챙기는 밤톨군.
병원놀이 장난감에서 바르는 약과 먹는 약, 체온계를 꺼내오고 밴드를 챙겨옵니다.
알약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약통도 챙겨오네요.
숲 속에서 아픈 친구들을 위해 약을 담습니다. 사탕과 젤리 등의 최고의 약들이 담겨집니다.
집에 있던 구급함을 들고 가서 활동했던 유치원에서의 병원놀이가 생각나네요.
이 때처럼 머리띠도 만들어갈까 했더니 숲속에서는 부끄러울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 그럼, 약통만 꾸며서 가보는 걸 어떨까?
그래서 간단하게 약통을 나타내는 표시를 해주기로 합니다.
빨간 색종이를 오려서 붙여주었죠.
자~ 이제 출발준비가 되었습니다. 숲속으로 놀러가볼까요.
오늘 산책할 산에 도착하였습니다. 산책로의 입구까지도 제법 걸은 터라 우리의 약사님 한마디 하십니다.
" 너무 피곤해서 약을 하나 먹어야 할 것 같아요. " 그러더니 약사님이 직접 약을 꺼내어 드십니다.
다른 환자들에게는 그럼 어떤 약을 주려고??
아무래도 살짝 불안하네요. 약사님이 약을 다 드셔버릴 것 같아요.
아니나 다를까 중간중간 쉬는 곳마다 약으로 기운을 회복하는 밤톨 약사님.
할 수 없이 엄마 환자가 긴급 투입됩니다. 엄마가 나무에 긁혔어요. 치료해주세요.
" 이그, 조심하셔야지요. 소독하고 약 발라야겠어요. 가만히 계세요. "
그리고 개울가에 내려와 자리잡아본 밤톨군의 약통과 그림책.
밤톨군은 새로운 약 조제에 바빠졌습니다.
개울물 약간, 모래 약간, 진흙 약간 넣고 잘 흔들어주면 된답니다.
개울을 왔다갔다 건너며 조마조마 했는데 결국 신발채로 한발을 물에 넣어버린 밤톨군.
엄마가 신발을 급하게 말리는 동안에도 신약제조 연구는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책놀이 핑계로 찾은 숲공원이었는데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쭉쭉 뻗은 나무들에서 풍겨나는 향기, 맑은 공기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했거든요.
아이는 자연 속에서 자신만의 놀이를 찾으며 신나했구요.
그림책 속 민혜의 모습에 오롯이 담겨있는 삶의 속 깊은 이야기.
이를 단순하고 흥미롭게 담아낸 작가의 섬세한 시선이 오늘도 엄마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하루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