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 정말 화가 나! 토이북 보물창고 12
레슬리 패트리셀리 지음,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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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생각하는 세계의 중심에는 항상 자기가 있다. 자신의 생각과 바램이 가장 중요한 세상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자신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어릴 수록 힘도 약하고, 스스로 해낼 솜씨도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 늘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 더욱 화낼 일은 많아진다. 

 


 

화가 나! 정말 화가 나! 
Mad, Mad, MAD
레슬리 패트리셀리 글, 그림 
보물창고 
 

 

원제는 「Mad, Mad, MAD」. 소문자가 섞인 Mad 에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대문자 MAD 가 되었다. 우리 글의 인터넷체로 이야기하면 진지한 강조일 때 '궁서체' 로 쓴다는 느낌이려나. 화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대부분 빨간색을 사용하는 듯 하다. 이 책이 아기들의 '화' 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조금 더 큰 아이들의 '화' 에 대해서는 몰리 뱅의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이 떠오르는데, 그 책에서도 빨간색이 자주 쓰인다. 

 


 

아이들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화를 내보고, 그에 대한 반응을 느끼면서 '화를 내는 방법'과 '화를 다루는 법' 을 배워가는 것 또한 '성장과제' 중의 하나다. 어떤 화는 내봐야 소용이 없고, 어떤 화는 누군가 도와준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이다. 책 속의 아기도 마음껏 화를 낸다. 방바닥에 엎어져도 보고, 큰 소리로 울어도 본다. 엄마, 아빠가 달래도 더 화가 난다.

 


 

책 속 아기는 마음껏 화를 내다가 문득 화를 그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분위기를 눈치챈 엄마가 다가오자 청개구리처럼 다시 발라당 눕긴 하지만. 그 와중에 책 속 엄마의 표정은 참 여유롭다. 슬쩍 담요를 권하기도 하는 여유라니, 난 밤톨군이 어릴 때 같이 동동 발을 굴렀던 것 같다. 지금이라면 아이에게 충분히 화를 다스릴 시간을 줄 수 있으려나. 

 


 

그렇다. 부모가 아이의 화를 늘 달래주려 애쓰게 되면, 아이는 화를 풀기 위해 늘 누군가에게 의존하려 들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아기는 자신만의 방법을 ( 부모의 도움이 슬쩍 있었지만 ) 찾아낸다. 책 속 아기는 드디어 화를 사라지게 한다. '스스로' 해낸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에 '화를 사라지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몇 가지가 간단하게 그려져있다. 우리 아가들은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지 하나씩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전면 책장이 아닌 책꽂이에 꽂아두어도 아기가 어떤 책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책등의 위, 아래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두툼한 보드북 판형의 책등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사소하지만 꽤 도움이 된다는.

 


 

이 귀여운 아기 주인공이 나오는 그림책은  '토이북 보물창고'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는데, 먼저 「빠이빠이 기저귀!」, 「안아 줘! 뽀뽀해 줘!」 , 「안 돼 안 돼! 좋아 좋아!」 가 나와있다. 그리고 이번에 「화가 나! 정말 화가 나!」,  「무서워? 안 무서워!」 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다음 에피소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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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 이해인 수필그림책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47
이해인 지음, 박현주 그림 / 현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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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란 말만 들어도 마음 속에 따뜻한 등불 하나가 켜지는 느낌이라는 이해인 수녀의 수필 그림책을 펼쳤다. COVID19 의 거리두기로 이웃을 자주 만날 수 없는 요즘, 더욱 그리워지는 풍경이랄까. 

 


 

우리 동네 
이해인 수필 그림책
이해인 글, 박현주 그림
현북스 


​1994년 발표된 수필 '우리 동네 작은 이야기' 는 2003년에 수필집 「꽃삽」 에 수록되어 발간되었다. 그림책 「우리 동네」 는 '우리 동네 작은 이야기'  를 아이들의 눈높이의 글로 다듬어 그림책으로 펴낸 작품이다. 


「나 때문에」, 「비밀이야」 등의 그림책을 지은 박현주 작가의 그림은 우리 주변의 일상적 모습과 함께 이웃들의 따스한 표정을 잘 포착하여 그려낸다. 글의 배경이 1990~2000년대 초반의 모습인지라 동네의 정경을 어떻게 표현해야했을지 고심한 흔적들도 보인다. 전봇대에 고무줄을 매어놓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에 나온 것 같은 사진관의 모습,  지금의 가방과는 다른 옛날 집배원 가방 등 그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깨알 재미요소들이 있다. ( 책 속에서 직접 찾아보시길 )


동네의 우체국과 주민센터 직원들, 수녀원으로 종종 배달하러 오는 집배원 아저씨, 동네 구두점 아저씨.. 이해인 수녀가 바라보는 주변 이웃들의 모습은 모두 따뜻하고 정겹다. 


동네 가까이의 바닷가에 있는 이동 가게의 주인 아주머니도 마찬가지다. 여러 종류의 조가비를 이용해 앙증맞은 장식품을 만들어 파는데, 아주머니의 순박한 모습이 좋아서 산책 나갈 때마다 이동 가게에 들린다고 했다. 그리고 이 가게에서 산 장식품은 또 다른 이웃들에게 선물로 전해진다.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은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줍니다.
그래서 나는 그분들을 늘 고마움 속에 기억합니다."

 

소설가 박완서 님은 수녀님의 글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 수녀님의 수필을 읽는다는 것은 수녀님과 함께 들꽃이 피어나는 숨결에 귀 기울이는 기쁨이고, 보잘것없어 뵈는 사람들 속에서 위대함을 발견하는 놀라움이다. "
- 박완서


 



 

동네의 모습은 서로 다르더라도 그 속에 속한 사람들 속에 흐르는 정은 어느 곳이나 비슷할 것이다. '이 그림책을 읽는 이들의 마음에도 우리 동네 이웃을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새롭게 싹트고 예쁘게 자랄 수 있기를 기도'하는 이해인 수녀의 바램이 더욱 와닿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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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게이징 - 2021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Wow 그래픽노블
젠 왕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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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게이징 
Stargazing
젠 왕 지음 
Wow 그래픽노블
보물창고 

 

 

문득 제목을 보고 '스타게이징' 이 어떤 뜻이 있을까 궁금해져서 찾아보았다. 세가지 의미가 있다. 이 뜻들 중에 책 속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을까. 

 

 


 

 

크리스틴은 교회에서 문이라는 여자아이를 알게된다. 주변의 아이들은 문이 '사람을 패고 다닌다' 며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엄마와 단 둘이서 살고 있는 문이 크리스틴의 별채에 묵게 되며 둘은 가까워진다. 

 

 

문은 케이팝을 좋아한다. 크리스틴의 부모님은 학예회에서 크리스틴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길 바란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다른 애들이 더 잘 할거라며 자신없어 한다. 그러자 문은 함께 '커버댄스' 를 하자고 권유한다. 케이팝 뮤직비디오처럼 댄스팀을 구성하자고 말이다. 크리스틴은 문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간다. 

 


 


문은 크리스틴과 달리 중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고, 발톱에 매니큐어도 바를 수 있다. 문을 따라서 한번 발라봤다가 아빠에게 꾸중을 듣고야 만 크리스틴. 

 


 

이야기의 후반부, 문은 뇌종양이 발견되어 수술을 하게 된다. 문의 엄마는 크리스틴에게 수술 전에 민에게 응원을 해 줄 수 있냐고 부탁하지만 크리스틴은 피하고야 만다. 여러 미묘한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크리스틴의 표정. 죄책감, 질투 등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너무나도 괴롭다. 그런 크리스틴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는 디저트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그리고 디저트를 먹으며 아빠와의 대화 중에 눌러왔던 감정이 터져버린다. 

 

 

아빠는 사실 문이 바뀌기를 바라는 거죠. 
아빠는 모든 사람이 완벽하길 바라니까요!
특히 내가 완벽하기를요!
나도 완벽해지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솔직히 나는 문처럼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p192, 크리스틴

 


 

 


문이 발작을 하고 쓰러진 것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는 크리스틴에게 건네는 아빠의 따뜻한 조언. ( 크리스틴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게 된 사건은 책 속에서 확인해보시길. )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더라도
그걸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그래서 더 좋은 일을 할 수는 있어.

 

크리스틴은 용기를 내 문을 찾아간다. 문은 왜 수술 전에 보러 오지 않냐고 묻는다. 크리스틴은 솔직히 대답한다. 

 

 

모두 널 좋아하고, 나는 절대 해 볼 수도 없는 것들을 전부 다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널 별로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만들면 우리는 비슷해질거라고.
그런 너는 내 친구로 계속 있어 줄 거라고...

 

 

자신의 환상이 뇌종양 때문이라고 생각한 문은 좌절하지만, 크리스틴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손을 내민다.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는 참 건강하고 멋진 관계다. 

 

" 하지만 우리는 똑같아 "

 

책의 이야기는 허구지만 소재는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다. 작가는 주인공 문 린 처럼 뇌의 시각 담당 부분 위에 발생한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별과 여러 형상들을 보곤 했는데, 이를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아무에게도 자신의 증상을 말하지 않았다고. 책 속의 문이 '스타게이징( 현실적이지 않은 생각에 빠짐 )' 한 것도 뇌종양 때문이었을까. 

 

 

크리스틴과 문처럼 대만과 중국 출신의 이민자 부모와 그들이 낳은 미국 태생 아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자랐던 작가는, ' 특정 집단 사람들과 비슷할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자랄 수록, 자신의 다름을 나타내는 방식에 집착하게 되었다.' 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 감정들을 편하게 되돌아 볼 수 있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다는 것도.

 

문은 학예회에 나갈 수는 없었지만, 객석에서 친구들의 커버댄스 공연을 본다. 댄스팀의 이름은 '스타게이징 뮤즈'. 책의 제목과 연결되면서, 이 친구들은 서로가 서로를 '스타게이징(스타를 쫓아다님)' 했던 것이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늘어가고 있는 요즘,  아시아계 미국인의 이야기에 더욱 관심이 간다.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수용하고, 서로를 편하게 인정할 수 있는 날은 언제 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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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용해졌어요
에두아르다 리마 지음, 정희경 옮김 / 봄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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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용해졌어요 
O PROTESTO 
에두아르다 리마(Eduarda Lima) 지음 
봄나무 

 

원제는 「O PROTESTO」, 뜻을 찾아보면 '항의' 라는 뜻이다. 책을 펼치면 이야기는 새 한마리가 노래를 멈춘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모든 일은 새 한 마리가 노래를 멈추면서 시작' 된다. 이 새는 왜 노래를 멈추게 된 것일까. 


새 뿐만이랴, 이제 곤충도 날아다니지 않고 닭들도 울지 않으며 젖소들도 더이상 우유를 만들지 않는다. 노랑 계열을 배제하고, 붉은색, 푸른색, 청녹색의 톤을 주로 사용한 판화 느낌의 일러스트는 본문 텍스트와 함께 하면서 더욱 건조해지고 우울한 느낌을 강조하는 듯 하다. 

 

 

책장을 넘겨가다보면 텍스트에는 나와있지 않아도, 동물과 곤충들의 '항의'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장치들이 가득하다. 곤충들이 사는 터전의 배경에는 비행기가 살충제를 뿌리고 있고, 닭들은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 에서처럼 환경이 좋지 않은 양계장에서 키워지고 있다. 젖소들 또한 마찬가지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이 동물들은 왜 그런걸까?' 라고 슬쩍 질문을 던지고, 그림에서 스스로 눈치채기를 조용히 기다려주면 좋을 듯 하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 책이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아챈다. 



 

 

우리 인간이 지구에 미친 영향들은 다양하다. 벌목되어 훼손된 삼림, 오염된 바다와 그 속에 사는 생물들의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 그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있고 제목처럼 '조용'하다. 그러나 그들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일테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에 인간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책 속의 아이들도 조용히 동참한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ForFuture)' 해시태그와 관련된 기후관련 등교거부 운동이 스치듯 언급되어 있다.  아이들과 그레타 툰베리에 관한 책을 함께 읽어도 좋을 듯 하다. 

 


 

 

이 모든 일을 시작한 새가 왜 노래를 멈추게 되었는지는 이야기의 끝에 이르러서야 밝혀진다. 노래를 '안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의 차이라고 할까. ( 정확한 이유는 책 속에서 확인하시길. ) 어떻게 보면 의도하지 않았던 '항의' 였을지 모르지만, 그 작은 영향은 지구 곳곳으로 퍼져갔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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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찬이 텅빈이 철학하는 아이 18
크리스티나 벨레모 지음, 리우나 비라르디 그림, 엄혜숙 옮김 / 이마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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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일러스트의 그림책이다. 이마주 출판사의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의 한 권인 이 책은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물음에 대한 답을 명사와 함께 찾아가는 그림동화' 라고 설명되어 있다. 책의 뒷부분에 명사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는 형식이다. 이 책은 번역가이자 아동문학가인 엄혜숙씨가 해설을 맡았다. 

 



꽉찬이 텅빈이 
PIENO VUOTO 
크리스티나 벨레모 글, 리우나 비라르디 그림
철학하는 아이 - 18
이마주 

 

꽉찬이와 텅빈이는 서로 마주보고 있다. 흰 배경을 뒤로 한 검은 실루엣의 꽉찬이와, 검은 배경을 뒤로 한 흰 실루엣의 텅빈이가 서로가 누군지 묻고 인사를 나눈 뒤, 서로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왼쪽과 오른쪽 페이지에 꽉찬이와 텅빈이가 함께 나오는 어떤 장면들은, 책의 제본선을 사이에 두고 데칼코마니처럼 서로의 실루엣이 겹쳐진다. 배경에서 누군가를 오려낸 듯한 느낌이기도 하다. 

 


 

'모든 걸 가졌다'고 자랑하는 꽉찬이에게 '잃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응수하는 텅빈이. '외롭지 않다'는 꽉찬이에게 '언제나 자유롭다'고 대답하는 텅빈이. 대화를 나누다보니 둘은 꽉 찬 게 어떤 것인지, 텅빈 게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진다. 

 

서로 너무나 다른, 어찌보면 양면적인 두 사람은 서로 합쳐보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꽉찬이가 텅빈이를 채우면 텅빈이는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장면에서는 슬쩍 쉘 실버스타인의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 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가 제 짝을 찾아 완전해진 동그라미가 되었지만 너무 빠르게 구르다가 꽃을 만나도 향기조차 맡지 못하고, 나비를 만났지만 무동도 태워 주지 못하고, 노래도 부르지 못하던 그 장면. 무조건 합친다고 온전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말이다.

 

결국 꽉찬이와 텅빈이는 자신의 조각을 서로에게 나눠주기로 한다. '텅빈이 조각을 지닌 꽉찬이'와 '꽉찬이 조각을 지닌 텅빈이'는 "네 자신과 지금은 네가 된 내 작은 조각을 잘 돌보아 주렴" 이라고 말하며 작별인사를 나눈다. 어떻게 조각을 나눴는지, 조각을 나눈 뒤 꽉찬이와 텅빈이가 느낀 것들은 어떤 것인지는 책 속에서 확인해보시길.

 


 

 

무엇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났지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지.

 

작가는 '전쟁과 평화', '남자와 여자', '백인과 흑인', '행복과 불행' 등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세상에 살아오면서, 양면적인 두 존재는 정말 완전한 반대일까 궁금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이마주의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에는 좋은 책들이 많은데, 문고형 판본으로 쉽게 펼쳐지지 않는 무선제본( 혹은 떡제본? ) 형식이다보니 그림을 온전히 즐기기 어려운 책들이 좀 있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원서처럼 하드커버로 사철제본양식 버전도 나오면 펼쳐서 감상하기에도 참 좋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 ( 개인적인 호불호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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