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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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문학으로 나타나는 것임을 한 작가의 산문에서 느꼈다. 발췌 문장에서처럼 아버지가 소를 팔아 하나밖에 없는 자식의 등록금으로 대주었던 그 마음이 문학으로 표현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작가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소설의 꼭지가 되듯, 문학은 우리 삶을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다.

 

세상이 들려준 이야기를 받아 적는 것만으로도 소설이 되는 비장하게 희극적인 삶을 삭제할 수 없는 나로서는 여전히, 문학은 소다. (22페이지)

 

소설가의 산문은 삶의 궤적이다. 작가가 느끼는 문학에 대한 생각과 열정도 어쩌면 삶의 또다른 표현이 아닌가. 산문에서 보이는 작가의 기억은 그가 쓰는 소설의 근간이다. 그의 문학의 뿌리가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가를 비로소 느낄 수 있다. 그저 진중한 글을 쓰는 작가로 기억되는 손홍규의 산문은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산문의 시작부터 가슴을 찡하게 울렸다.

 

시골의 버거운 삶은 주로 소가 있느냐 없느냐에서 나타나는데, 자식들 대학 등록금이 필요할 때마다 소 한 마리 씩을 팔았다는 이야기는 묘한 울림을 준다. 소를 팔아 학자금을 대주었고, 그 학자금으로 공부를 하고 오늘의 작가가 있는 것처럼 '문학은 소다' 라고 말하는 첫 편의 산문에서부터 나는 그저 작가의 글이 좋아졌다.

 

 

가까운 가족을 보내고 난 후의 감정들은 사실 표현하기가 막막하다. 그 슬픔을, 그 아픔을 작가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표현하겠나.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다. 말하는 것과 글로 읽는 것의 차이가 있듯, 작가가 경험한 고모의 장례식에서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게 했다. 고모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사촌 형제들의 마음을, 그저 엽전 한 잎을 놓고 갈라진 목소리로 그게 외쳤던 고모부의 외침에서 막막함을 보았다. 그 광경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것이다.

 

산문을 보면, 작가의 아버지와 어머니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사고를 당해 손가락 끝부분이 잘린 아버지, 팔 한쪽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애틋함. 1톤 트럭을 사서 장에 다니며 물건을 팔았던 아버지의 고단함을 느끼는 자식으로서의 애틋함에 나도 몰래 콧날이 시큰해졌다. 그동안 여러번 절망하였을 아버지가 사고로 팔이 다쳤을때 수술실 앞에서 손을 내민 장면에서 어떤 희망을 보았다. 다 알지 못하는 부모님의 삶을 알아가며 그는 소설을 쓸 것이었다.

 

사실 나는 절망을 말하고 싶다. 절망한 사람을 말하고 싶다. 절망한 사람 가운데 정말 절망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를 말하고 싶다. 멀쩡하게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사랑을 나누는 사람인데 깊이 절망한 사람이기도 하다는 걸 말하고 싶다. (75페이지) 

 

그동안 내가 읽었던 그의 소설과 산문이 비로소 접점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그가 느꼈던 삶의 여러 모습들이 진중하고도 묵직한 문장을 만들어 내었다. 그가 쓴 문장들에서 나는 그의 다른 작품들을 상상한다. 상처 투성이의 아이를 입양했던 터키인의 이야기를 그렸던 『이슬람 정육점』 같은 따뜻한 이야기가 어디서 왔는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문학은 그가 포기해버린 꿈을 일깨워 줘야 한다. 그가 차마 선택하지 못하고 가슴 한쪽에 숨겨둔 꿈을 꺼낼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야 한다. 결코 이룰 수 없지만 결코 포기할 수도 없는 꿈에 말을 건네야 한다.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계에서는 인간의 존재 또한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다. 인간은 꿈을 꾸어서 인간이기 때문이다. 꿈을 꾸지 못하는 인간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91페이지)

 

문장들이 좋다. 그가 말하는 문학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과 책과 독서에 얽힌 이야기가 좋다. 가볍게 말하는 듯 하지만 전혀 가볍지 않다. 일상을 말하는 문장들에서도 진중함이 있다. 함부로 읽어내서는 안되는, 그가 하고자 하는 말에 귀기울여 진다. 그가 언급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은 마음 깊숙한 곳에 두었던 감정들의 발화였음을 느끼게 된다.

 

밤이 되면 더욱 그렇다. 창문을 열면 밤이 내 작은 방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창문을 닫으면 밤 속에 고립된다. 나는 밤에 포위된 채 헛된 고뇌를 되풀이한다. 문학 말고 다른 가능성이 없는 시간, 밤은 우울하다. (141페이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부모님을 사랑함에도 생전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함께 많은 여행을 다닐 것을 후회해 보지만 생전에 계시지 않음을 안타까워할 뿐이다. 작가는 말한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손을 내밀라고. 그때 하지 않으면 안되는 말이 있는 것임을 말했다.

 

작가가 말하는 고향과 자식으로서 바라보는 부모님들에 대한 생각, 혹은 함께 자랐던 사촌 형제들에 대한 애틋함이 스며있는 글이었다. 소설을 쓴 작가로서 바라보는 일상과 그것에서 오는 깊은 고뇌와 통찰을 엿볼 수 있는 글이었다. 그의 작품을 읽어본 건 고작 두세 편의 소설일 뿐이지만, 산문은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매혹적인 문장들, 깊은 생각들에서 오는 작가의 기억의 저편. 그것들이 그의 문학의 근간이었음을 밝혔다. 나이가 들수록 몸을 다치는 것보다 마음을 다치는 것이 더 아픈 법이다. 그럴 때 우리의 마음을 달래 줄 것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그때 받았던 부모님의 애정과 애틋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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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31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eeze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올해 좋은 이야기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가 지나고 이제 내일이면 2019년이 시작되는데,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들 가득한 시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따뜻한 연말과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reeze 2019-01-07 17:0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인사가 늦어습니다.
서니데이님이 해주신 모든 말씀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18-12-31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7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