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시작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했다면, 우리는 누가 살인범일지 궁금함에 책을 놓지 못하게 된다. 누가 죽였을까? 무엇 때문에? 그 이유를 알아가고자 아무리 지루하게 여기질지라도 소설의 마지막 권까지 파고들게 된다. 도나 타트의 이 소설이 그랬다. 전작 『황금 방울새』만큼의 흡입력을 기대했지만 그만큼의 재미는 주지 못했다. 다만 누가 로빈을 죽였을까, 이게 궁금할 뿐이었다.

 

소설은 끝까지 로빈을 누가 죽였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소설 속 주인공이 로빈의 살인범이라고 여겼던 사람이 죽이지 않았다는 거. 마지막에 가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괴로워하는 부분이 있을 뿐이다. 이걸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두 권의 소설을 읽으며 과연 그가 죽였는가를 끝없이 묻고 또 물었다. 해리엇이 살인범을 찾아주기를, 끝까지 살인범을 찾고 소설이 끝나겠지라는 희망을 안고 있었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소설의 결말이 궁금함에도 마지막장을 열지 못했다. 기꺼이 남겨두리라. 끝까지 읽을 때까지 호기심을 억누르리라.

 

다른 한편으로 이게 소설의 묘미 아닌가 싶었다. 모든 사건의 해결이 독자가 바라는대로 흘러간다면 우리는 소설 읽는 재미를 잃을지도 모른다. 독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을 주었을 때에야 비로소 소설의 전체를 흝어보고 생각한다. 오래도록 소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역시 작가다. 소설적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도 작가, 소설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소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인터넷 검색창을 두드리게 하는 역할도 작가가 한다.

 

미시시피주의 어느 마을, 가족 모임이 한창인 저녁, 로빈이 나무에 목매달아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때 마당에는 네 살의 앨리슨과 태어난지 몇개월 되지 않은 해리엇이 있었을 뿐이었다. 가족 모임 답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먹고 마시느라 아이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로빈이 죽고 12년이 지났다. 아빠는 답답한 도시를 떠나 다른 곳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고, 엄마는 로빈을 잃은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해 침대 밖을 나오지 않는다. 열두 살이 된 해리엇은 누가 오빠를 죽였는가에 대해 천착한다.

 

 

아기였던 자신보다 네 살을 더 먹었던 언니 앨리슨에게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보라고 한다. 하지만 앨리슨 역시 아기였을 뿐인데 제대로 된 기억이 있을리 없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 이디 할머니와 이모할머니들 사이에서 친구 힐리가 있을 뿐이었다. 해리엇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지 않았다. 그저 마을의 골칫거리인 래틀리프 형제에게 눈을 돌렸을 뿐이었다. 나쁜 일을 일삼고 다니는 그들이 오빠를 죽였을 것만 같았다. 해리엇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어린 아이의 눈에 왜 그가 살인범으로 비춰졌을지 의문스럽지만,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 해리엇은 그가 살인범이라고 확신한다. 이후 그의 자취를 뒤쫓는다. 그의 형제들이 있는 곳을 훔쳐보고 따라다니며 그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찾는다. 물론 힐리와 함께 말이다. 

 

다르게보면 열두 살의 어린아이일 뿐인데 해리엇이 하는 행동들은 스무살 이상의 나이 못지 않다. 스스로 그들의 행적을 뒤쫓고, 뱀 상자를 뒤져 그들에게 해를 입혔다. 해리엇이 어린아이로 보이는 장면은 따로 있었다. 해리엇이 태어나기 전부터 집을 돌보았던 가정부 아이다가 그 주인공이다. 아픈 엄마 때문에 해리엇은 엄마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아이다를 엄마처럼 따랐다. 그녀가 해준 바삭거리는 침대보, 냄새, 적은 돈을 받고 일하고 있었던 아이다를 엄마가 해고 했을때의 감정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유년 시절의 감정, 엄마처럼 모든 것을 의지했던 아이다의 빈 자리가 컸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이 아니다. 물론 오빠 로빈을 살해했다고 여긴 살인범을 쫓기는 하지만 어린아이의 생각일 뿐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오빠의 살인범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로빈을 죽인 살인범이 누구인지 밝히지 못하고, 해리엇의 아픈 모습을 담았다.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리비 이모 할머니의 죽음과 누군가를 죽일 뻔했던 자신의 행동들. 그 두려움에서 도망치고자 그토록 싫어하는 캠프를 떠났었다. 오빠의 살인범을 뒤쫒는다는 명분하게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았을 뿐이었다.

 

 

해리엇의 지독한 성장통이었다. 해리엇은 오빠의 살인범을 찾는다는 일념하에 십대의 그 시절을 치열하게 살았다. 그녀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렀지만 이 또한 삶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작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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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9-22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reeze님, 추석인사 드립니다.
오늘은 연휴 첫 날이었는데,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가족과 함께 즐겁고 좋은 추석 명절 보내세요 .^^

Breeze 2018-10-05 22:30   좋아요 1 | URL
댓글이 늦었습니다. 추석은 잘 보내셨지요? 몇년전부터 우리집에서 명절을 지내니 부담감 백배랍니다. 철없이 놀던 싱글일때가 그리워지는 시점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