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3월 마지막 주목신간을 옮겨 적는다. 매번 좋은 책들은 많은 것 같은데 어두운 눈이 늘 말썽이다.
그럼에도, 이 어두운 눈에도 보이는 책이 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처음 주목하는 신간은
최정우<사유의 악보―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이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에서 시리즈물로 출간하는 하이브리드 총서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이 하이브리드 총서의 첫 번째 책이다. 하이브리드 총서는 국내 학자들의 집필서로만 구성된다고 하는데, 한국 인문학의 새로운 장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작곡가, 비평가, 기타리스트라는 이력이 최정우를 소개하는 단어들이다. '람혼'이라는 필명으로 쓰여진 그의 글들을 읽었었는데, 내가 그것을 다 이해해서가 아니라 독특한 사유를 읽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유익했던 경험이 있다. 공식적으로 처음 발표되는 책이며, 근대와 근대 이후, 그리고 그 이후를 사유하는 비평에세이라고 하니 읽어보기도 전에 두근두근하다. 
 


두 번째 주목신간은
네스토르 가르시아 칸클리니<혼종문화-근대성 넘나들기 전략>이다. 몇 편의 리포트에서 그의 주장들이 인용된 것을 읽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고맙게도 출판사 그린비가 트랜스라틴 총서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출간하였다.(나는 이렇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출판사가 너무 고마운 것이라~) 
이 책에서의 혼종성은 라틴아메리카 근대의 문화적 맥락을 설명하는데 사용된다. 라틴아메리카의 근대는 전통과 근대, 민족과 민족, 계급과 계급이 뒤섞이며 복합적인 문화현실을 만든다. 이 복합적 현실을 지시하기 위해 저자가 사용하는 개념이 ‘혼종성’이다. 여튼 서구와 다른 근대를 경험했던 우리의 기억과 그 기억이 만들어낸 현재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비교문헌이 되리라 짐작된다.
  


세 번째 주목신간은
폴 호큰,에이머리 로빈스,헌터 로빈스가 공저한 <자연자본주의>다. 저자들이 워낙 유명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여튼 내용이 알찬(?)것으로 소문이 나있다. 소개된 책의 내용을 옮겨보면_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미래의 전망과 그 미래로 가는 노정의 시나리오를 이 책에 엮었다. 자연자본주의’의 원칙은 네 가지다. 첫째, 자원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일 것. 둘째, 모든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을 닫음으로써 쓰레기(낭비)가 아예 생기지 않게 만들되, 그 모범을 생물계에서 찾을 것(생물모방). 셋째, 재화의 제조와 소비에 집중하는 경제를 넘어 소비자들이 실제 원하는 서비스 자체를 공급하는 경제를 구축할 것. 넷째, 자연 자본을 덜 파괴하는 것을 넘어 복원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 지속가능한 발전이 꼭 필요한지 잘 모르겠으나 여튼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네 번째 주목신간은 
조슈어 아바바넬, 제프 스위머가 쓴 <당신은 혼자가 아니예요- 원제:A Field Guide to Household Bugs>다.
가정용 곤충이라니! 짐작할 수 있고, 짐작 이상의 내용들이 들어 있을 것 같아 혼자 신났다. 책에 소개된 제프와 조시의 말을 전하자면 이렇다.  "우리 베개와 이불에도, 속눈썹에도, 소파와 마루청에도, 부엌 찬장에도, 그리고 심지어는 우리 바지 안에도 벌레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건, 글쎄 그것은 우리가 그저 참아 넘길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다. 우리는 이런 불길한 사실들을 마음속에 갖고 있기보다는 이 책에 넘기는 게 더 편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짐을 벗은 것에 감사하고, 또 그 짐을 여러분에게 넘긴 것을 미리 사죄한다"
어쩐지 혼자 있어도 늘 누군가 함께 있는 것처럼 찝찝하더라니~
 


마지막 주목신간이다.
정민,이종묵선생님을 비롯한 인문학자 27인의 글을 엮은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젊은 인문학자 27인의 종횡무진 문화읽기>다.
'문헌과해석'이라는 공부모임에서 전공과 관련없이 함께 공부하는 분들의 글이 이렇게 책으로 엮인 것이라 알고 있다. 좋은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여하간, 눈도 즐겁고 마음도 풀어질 글 들이 눈에 띈다. 김동준,윤진영,사진실,정병설의 글이 궁금하고, '성학십도'와 관련한 글도 개인적으로 유익할 것으로 보인다.  


 

내가 주목하는 신간이 신간평가단에게 읽혀질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혹은 그래서 오히려 얼마나 주목하는 일이 자유로운가! :) 여하간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좋은 경험이고, 이렇게 읽고 싶은 책을 정리해 놓으면 언제든 사서 볼 수 있으니 이래저래 내게는 유익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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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3-1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자본주의』담아갑니다. ^ ^

굿바이 2011-03-15 09:57   좋아요 0 | URL
그러셨어요~ 유용했으면 좋겠어요^^

rainmaker_1201 2011-03-14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헉. 결국 최정우씨의 비평집이 추천되는군요.. ^^; 사실 저도 사지 않았다면 당연히 추천했겠지요.ㅎㅎ 이분 블로그를 간혹 기웃거리긴 했지만, 내공은 참 대단하신 분인듯.

굿바이 2011-03-15 10:01   좋아요 0 | URL
사셨군요 :) 저도 서점에서 책 앞부분만 살펴봤는데, 음.... 제대로 읽어낼 자신은 없지만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저자의 공력이 참 무섭기도 하구요.

맥거핀 2011-03-14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유의 악보> 같은 경우는 서점에서 보고 헉..한 책이네요. 잠깐 읽었었는데, 왠지 다른 계로 살짝 정신이 이행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혹 만약 이 책이 선정된다면, 도대체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이번달에는 왠지 좀 쎈 책(?)이 선정될 것 같은 느낌이네요.

굿바이 2011-03-15 10:18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이 책이 선정될 확률은...거의 없지 않을까요? :) 저도 서점에서 보고 좀 엄훠!했습니다. 그런데 읽고 싶은 내용들이 있어서 무모한 도전을 한 번 해볼까 합니다. 그나저나 맥거핀님 추천도서가 궁금해요.

cyrus 2011-03-15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유의 악보>가 끌리지만,, 제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빡쎈 책일거 같아서
제껴두고요,,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고르기가 쉽지 않네요 ^^;;

굿바이 2011-03-15 10:06   좋아요 0 | URL
아이고, 다들 <사유의 악보>에 침만 바르시고 있군요. cyrus님은 충분히 읽으실 수 있을거예요. 뭐 못 알아듣는 건 패스하면 되구요~:) 마지막 선정이라 그런지 저도 고민을 좀 했었는데, 쓰고나니 후련합니다!

람혼 2011-03-15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 책에 과분한 관심을 보여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흥미로운 독서의 시간 선사해드릴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날카로운 질정 또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굿바이 2011-03-16 09:43   좋아요 0 | URL
엄훠, 람혼님 안녕하세요?^^
네, 흥미로운 독서가 되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꽃도둑 2011-03-1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혀~ <사유의 악보> 저자께서 직접 오시고...^^
저는 신간들 죽 훑어보면서 건성으로 봤나봐요. 처음보는 책들이 더러더러 있네요.
특별히 내치고 싶은 책은 없는데 이번에 받은 대칭은 으~~~~~~~~~~~~~~~~~~~~
그림만 보고도 질려버렸네요...ㅡ.ㅡ
잘 읽혀지던가요?....(다른 분들은 어쩐지 모르겠네요..)

굿바이 2011-03-21 09:24   좋아요 0 | URL
<대칭>이 잘 읽혀지냐구요? 그럴리가 있습니까 ㅜㅜ

8기 신간평가단 하면서 읽은 책들은 다 좋았습니다. 다음 번에 어떤 분들이 또 즐거운 평가단이 되실 지 모르겠지만, 다들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herenow 2011-03-18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굿바이님다운 선택이십니다. ^ ^
허걱, 람혼님도 직접 왔다 가셨군요.
신간평가단 서평용으론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아서(람혼님 오해마시길 ^^;)
차마 언급을 못했지만, 인문학 내공이 깊으신 분들은 좋아하실 것 같아요.

람혼 2011-03-21 01:38   좋아요 0 | URL
오해라뇨, 별말씀을요. 오히려 깊은 관심 가져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굿바이 2011-03-21 09:26   좋아요 0 | URL
herenow님이 추천하신 책들은 조만간 개인적으로 읽어볼까 합니다. 다 흥미로운 책들이더군요^^

그나저나 람혼님이 오해하지 않는다고 하시네요 :)
저는 이해가 안되도 한 번 읽어볼까 합니다. 모래알 하나라도 내것이 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