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의 쾌변독설
신해철.지승호 지음 / 부엔리브로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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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은 독특한 캐릭터다. '독특하다'라는 형용사엔 많은 함의가 담겨 있다. 88년 대학가요제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신해철은 음악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많은 이슈를 던지는 인물이다. 가수로서의 음악적 완성도와 수준 못지않게 외모와 발언, 행동에 이르기까지 언론과 대중은 밀도있게 그를 조명하고 관찰해왔다. 신해철. 과연 그는 한국 가요계에, 아니 한국 사회에 어떤 아이콘으로 해석될 수 있을까.

  『신해철의 쾌변독설』은 지난 이십여 년간 끊임없이 진화해온 신해철이라는 인물의 현재형을 있는 그대로 담고 있는 책이다. 국내 첫 인터뷰 전문 저널리스트라 불리는 지승호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쓰여진 이 책은 인간 신해철의 음악과 가족, 철학과 이념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들려준다. 제목의 문구대로 신해철은 'ㅈ'과 'ㅆ' 등 한국인 특유의 욕지거리를 이용하며 독설의 독설을 늘어놓는다.

  지승호와 신해철은 칠일 동안 함께 마주 앉아 깊고 다양한 얘기를 주고 받는다. 리더십, 정치, 대중음악, 종교(기독교), 평론, 가족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에서 술안주가 되는 다양한 담론을 관통한다. 신해철 개인의 가치관과 우주를 아는 일도 흥미롭지만, 한국 사회에 만연한 오류와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흥미는 배가된다. 

  신해철이 피력한 음악의 정의가 디테일하면서도 이채롭다. 그는 음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음악은 인생 전체의 반영일 뿐만 아니라 그 한 개인을 포함하고 있는 사회 전체 혹은 세계 전체의 반영이자, 거꾸로 그걸 반사시켜서 세상을 향한 외침이기도 하다'라고. 그의 음악에 유독 사회참여적이며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가사가 많은 이유에 대해 깔끔하게 답변해주는 정의가 아닐까 한다. 사랑타령에만 함몰되어 있는 한국 대중가요의 현실을 목도한다면,  외국 청년들이나 뮤지션들에게 '스탠다드'로 통하고 있는 그의 음악적 정의는 글로벌 한국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방증한다.

  신해철이 주장한 아마추어와 프로에 대한 인식도 자못 솔깃했는데, 평단을 예로 들어 아마추어와 프로의 위치와 역할을 구분화한다. 신해철의 언급대로 아마추어는 아마추어 안에 머물러 있을 때의 미덕이 있다. 또한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눈여겨볼 만한 점도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아마추어가 프로인 척하고, 그 능력과 자질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활개를 허용한다. 비단 평단뿐만 아니라 정계, 재계, 문화계, 스포츠계, 연예계 등 폭넓게 뻗어 있는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의 애매한 구분선과 이에 대한 심각한 '아마추어리즘'은 엄연한 팩트이기에 신해철의 지적을 깊이 공감하게 된다.

  신해철의 이념적 성향 또한 확실한 진보임을 알 수 있다. 이미 그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오픈한 바 있다. 책에서는 체게바라, 러셀, 레닌, 호치민, 마오쩌둥 등의 인물을 트루 리더의 전형으로 소개하며 존경한다고 고백한다. 비서민적 기성에 대한 혁명, 사회 주류적 시각에 대한 비판성 견지를 지지하는 신해철이 보수와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는 인물임을 책을 통해 명확하게 재인지한다. 

  사실 이러한 인터뷰식의 담론집이 가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이에 대한 역설적인 단점도 있다. 저자 자신이 직접 쓴 글은 일방적인 전달이기에 '객관화'를 비보증한다. 하지만 질문자와 답변자가 분리되어 생각과 논지를 끌어내다 보면, 요컨대 질문자(인터뷰어)의 역할과 자질에 따라서 훨씬 더 풍성하고 균형있는 담론화의 구현이 가능하다. 인터뷰어 지승호에게 아쉬웠던 것은 신해철에 대해 지나치게 칭찬코드, 공감코드로만 일관했다는 점이다. 포지티브는 자신이 직접 논지를 펴고, 네거티브는 각종 미디어의 편린을 발췌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우리시대 전문 인터뷰어라는 지승호의 존재감에 적잖이 실망을 했다. 신해철이라는 아이콘이 갖는 양면성을 인식했다면, 보다 객관적으로 호오의 관점을 분리하여 인터뷰하는 게 더욱 용기있고 균형있는 책의 완성을 이끌지 않았을까 한다.

  사실 신해철 만큼 극렬 팬과 강성 안티로 대극적인 관심을 받는 연예인도 드물다. 어떨 때는 감동적인 음악과 소름 돋는 가사로 팬들의 마음을 빼앗아가고, 어떨 때는 지나친 독설과 괴이한 행동으로 불편함을 전달한다. 아름다운 음악 <날아라 병아리>를 만들고 부른 사람과 대마초, 간통죄의 합법화를 설파하는 사람이 동일인이라면, 그 양면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일은 응당 흥미있는 일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신해철의 쾌변독설』은 한국사회의 모순과 오류에 대한 담론화를 통해 인간 신해철이라는 독특한 아이콘의 스펙트럼을 살펴볼 수 있는 흥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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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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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최고의 여류작가 공지영의 존재성은 어떤 것일까. 공지영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독자들은 그녀의 문장에 열광하고 환호하며 가슴을 두근거린다. 그녀는 분명 신경숙과 다르고, 은희경과 차별되며, 정이현과 구분된다. 출간되는 책마다 히트, 라는 공지영신드롬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작년 여덟 번째 장편소설인 『즐거운 나의 집』을 통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개했던 소설가 공지영이 이번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솔직하고 담백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고 왔다. 그녀의 신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공지영이 자신의 친딸 위녕에게 전하는 편지를 담은 산문집이다. 책 속에는 유명한 작가로 살아가는 엄마의 딸을 향한 사랑과 관심이 충만하게 넘쳐흐르고 있다.

  세 번의 이혼과 아버지가 각기 다른 세 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여자 공지영.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비전형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그녀의 가족은 보다 다양하고 특별한 소통의 전제에서 존재할지 모른다. 고통과 슬픔, 다양성과 결핍의 빈도가 다른 가정에 비해 비교우위로 점철되는 두 모녀 사이의 소통은 지독한 미안함과 이해심, 그리고 여느 모녀와는 다른 차원의 사랑을 함의하고 있어 특별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낸다.

  공지영의 편지 구성이 자못 특이하다. 그녀는 아프면서 성숙한 자신의 과거를 곱씹으며 삶과 우주의 통찰을 늘어놓는다. 더욱이 각 편지마다 공지영 자신이 읽은 책들의 명문구를 인용하면서 딸을 향한 사랑의 아포리즘을 완성시킨다. 그리고 각 편지의 맺음마다 수영을 하려고 하지만 계속 미루는 형편없는 자신의 <현재>적 삶을 토로한다. 하지만 이 토로는 딸에게 전하는 자신의 거시적인 메시지와 통합되는 특별한 의미를 상징한다.

  공지영은 있는 그대로의 '자아'로 살 것을 딸에게 주문한다. 닐 기유메트 신부의 단편집 《내 발의 등불》에 있는 짧은 천사 이야기를 소개하며 인간의 다양성 안에 내재된 신의 확고한 의지를 들려준다. 어떤 눈송이도 똑같이 생긴 것이 없고 나뭇잎이나 모래알도 두 개가 결코 똑같지 않은 이유, 그리고 그것을 통해 명징하게 빛나는 '나'라는 존재의 신비함과 숭고함에 대해서 말이다. 창조된 모든 것은 하나의 '원본'으로 실존하게 한 신의 창조성에 대해 다음의 멋난 명문장으로 독자를 압도한다.

  나는 너 없이도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지만 만일 그랬다면 세계는 내 눈에 영원히 불완전한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p. 42>

  또한 무엇이 되느냐의 삶 보다는 어떻게 사느냐의 삶을 살 것을 주문한다. 산도르 마라이의 《어느 시인의 고백》으로부터 '언제나 전 생애로 대답하는' 원리를 발췌하여 딸에게 전달한다. 인생을 잠시 스치는 수많은 대극적 순간들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닌, 언제나 <전 생애>로 대답하는 삶을 강조하는 것이다. 일생을 한 순간으로 압축하여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의 초월적 인식, 그것이야말로 천 년을 하루처럼 여기는 신의 절대성에 호흡하는 삶이자, '행복'이라는 산물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거시적 인생관의 원동임을 공지영은 딸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리라.

  너는 누구냐? 너는 진정 무엇을 원했느냐? 너는 어디에서 신의를 지켰고, 어디에서 신의를 지키지 않았느냐? 너는 어디에서 용감했고, 어디에서 비겁했느냐? 세상은 이런 질문들을 던지지.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누구나 대답을 한다네. 솔직하고 안하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결국 전 생애로 대답한다는 것일세.   <p. 165>

  또한 공지영은 작가로 살아가는 자신의 고뇌와 아픔을 털어놓기도 한다. 본래 시인 지망생이었지만 시는 천재들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고 시를 포기했다는 소설가 공지영. 모든 예술에는 천재가 있지만, 유독 천재가 없는 장르가 있는데 그게 바로 '소설'이라고 말하는 소설가 공지영. 두꺼운 종이들을 다 글자로 채워 넣어야 하는 손가락의 끈질김과 엉덩이의 힘, 요컨대 '소설'의 완성은 시간과 체력과 고통과 인내로 채워질 수밖에 없음을 고백하는 소설가 공지영에게서 겸손한 작가의 고뇌와 번민을 읽을 수 있다. 

  작가는 신을, 신의 창조를 닮으려고 한 불경의 죄 때문에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p. 153>

  에필로그는 딸 위녕의 답장을 배치했다. 엄마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가혹할 정도로 요구한 것이 딱 하나 있음을 위녕은 밝히고 있다. 그것은 '현재를 살아라, 언제나 깨어있어라.'라는 시간의 숭고한 정신과 책임이 담겨있는 말 한마디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라고 말하는 대신, 하루하루를 죽을 힘을 다해 살아가라고 하는 엄마의 유일한 조언. 그 말은 위녕의 가슴속에 강렬히 각인된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야 할 남은 생애의 두려움의 농도를 희석시키는 근원적 힘이 될 것임을 위녕은 고백하고 있다.
  당신이 수없이 상처입고 방황하고 실패한 저를 언제나 응원할 것을 알고 있어서 저는 별로 두렵지 않습니다.   <p. 250>

  딸을 향한 공지영의 편지는 앞으로 살았던 날보다 살아야 할 날이 많은 딸에게 결국 <현재>적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전하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매 편지가 끝날 때마다 자신의 '수영' 얘기를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이유도 결국 딸에게 시간의 숭고함에 대해 전하려는 내밀함의 목소리리라. 이미 지나가 버린 정지된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아직 손에 잡을 수 없는 상상의 미래에 경도되지 말며, 내 힘과 의지가 유일하게 발현될 수 있는 현재적 시간에 대한 최선과 숭고의 삶. 그것이 이 한 권의 산문집을 통해 공지영이 딸에게 전하려는 응원 메시지의 본질이다.

  좋은 시는, 좋은 문학작품은, 아니 좋은 예술은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한다. 잠시 멍청하게 만들고 잠시 망연하게 만들고, 마치 큰 징이 울리는 것처럼 우리 존재를 존재로서 온전히 느끼는 순간의 시간을 허용한다. 

  공지영의 말이다. 실로 전율이 느껴지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힘 있는 활자는 독자에게 잠시 정지할 것을 요구한다. 사유와 곱씹음, 앎과 도전, 공감과 희열을 허용하는 그 짧은 순간을 통해 독자는 '책 읽기'라는 위대한 작업에 대한 보람과 희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공지영의 이 멋진 문장은 공지영 자신의 작품을 수식하는 적확한 '형용사'가 된다. 

  읽으면서 수없이 <정지>할 수밖에 없었던 공지영의 산문을 살포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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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2010-05-1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세요..전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책이던데요...
그저 그냥 딸에게 쓴 편지나 또는 글을 춮판했어야 했는지..
저도 공지영씨 좋아하고 책도 많이 봤지만..
이 책은 영~~ 가슴에 와닿지 않았어요.. 진짜 그냥 잘 만들어서 딸에게나 주시지..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 엄마와 아이가 서로 마주하며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기록
오소희 지음 / 큰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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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독자는 어떤 함수관계로 표현될 수 있을까. 나는 작가와 독자와의 관계를 공급자와 수요자라는 기계적인 관계로 설정하는 것에 대해 거부한다. 활자를 수단으로 <소통>하며 <교감>하는 관계, 가 가장 본질적이며 내포적인 작가와 독자 사이의 방정식이 아닐까 한다. 책 속에는 글쓴이의 지식과 지혜, 경험과 고백, 철학과 우주가 충만히 담겨 있다. 작가의 문자화 된 우주를 만나고 소통하며 교감하는 것, 작가의 머리로 잠시 생각해보는 것, 내가 아닌 너가 되어 보다 넓고 깊게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작가와의 호흡, 곧 독서의 본질적 의미이다.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터키를 여행했던 이야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로 처음 만난 여행작가 오소희는 내게 특별한 작가다. 세계적인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와 더불어 나에게 전작의 필수불가피함을 안겨준 작가이기 때문이다. 두 권의 여행기를 통해 그녀와 교감하면서 이미 열렬한 팬이 되어 있다. 등단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한 여성 여행작가의 존재감이 어떤 것이기에 어찌 이토록 젊은 리뷰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걸까. 답을 얻는 데에는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삶의 철학과 내 독서관이 완전히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를 통해 여행작가로서의 위치를 확실하게 굳힌 오소희는 세 번째 작품으로 여행수기가 아닌 '아들 이야기'를 선택한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 마주하며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기록, 이라는 부제를 전면에 배치한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는 아들 중빈과의 훈훈하면서도 감동적인 소통의 세계를 담고 있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 주고 받는 질문과 답변들 속에는 사랑과 진심, 웃음과 감동, 엉뚱함과 여유가 오롯이 내재되어 있다.  

  책은 크게 두 가지 파트로 구분된다. '아이가 자란다'와 '엄마가 자란다'의 두 파트로 구분한 의도를 쉽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아이를 기르는 것은 곧바로 부모 자신이 <길러지는> 것과의 동의어로 대체될 수 있으리라. 아이를 기르는 부모의 렌즈는 어떨 때는 현미경으로, 또 어떨 때는 망원렌즈로 초점을 수시로 바꿔가며 아이를 관찰하고 조망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기존에 알지 못했고, 인식하지 못했던 우주 원리의 사각지대를 포착한다. 그렇기에 아이를 기르는 것이 곧 우주를 배우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통합될 수밖에 없음을 작가 오소희는 말하고 싶었으리라. 

  책 속에서 그녀가 정의한 가족의 의미가 십분 공감된다. 세상 다른 사람과는 기분 좋게 나눌 수 없는 것을 부끄러움 없이 나눌 수 있고 망설임 없이 함께 할 수 있는 우리. 은밀한 것이 오픈되고 부끄러운 것이 유머가 되는 우리. 무의미함을 견디고, 서로 함부로 할퀸 상처를 견디고, 익숙한 권태를 견디고, 반복이라는 이름의 노동을 견뎌내며 완성되는 우리. 마음껏 발가벗고 춤을 추고, 동시에 코를 파고, 같은 음식을 먹고 비슷한 방귀 냄새를 퍼뜨리는 우리. 바로 그 <우리>는 <가족>이라는 위대한 이름으로 명명된다. 그녀에게는 말이다. 아니 이 세상의 수많은 행복한 <우리>들에게까지도. 

  책의 마지막은 작가의 동네 어귀 자장면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겨울이의 이야기로 끝맺음을 한다. 천지분간을 못 하는 아기강아지로 겨울에 처음 동네에 나타나서 이름이 겨울이로 불리우는 강아지다. 어미가 되리라고 아무도 생각지 못한 때에 새끼를 여덟 마리나 출산한다. 새끼를 낳기 전과 낳은 후의 겨울이는 외연과 내면 모두에서 정확히 구분된다. 야윈 얼굴, 하지만 성숙하고 의연한 모습, 그리고 강한 책임감. 그 숭고함을 목도하며 암컷(여성)의 위대함에 대해 새삼 곱씹는 작가의 고백에 나도 모르게 겸허한 생각과 마음이 머리와 가슴속에서 일렁인다. 새끼를 잉태하고 보호하며, 사랑이라는 지독한 책임감으로 무장한 위대한 여성성은 비단 인간들뿐만 아니라 지구상 모든 암컷들에게 내재된 찬란한 태양이리라. 

  여성은 참으로 위대한 종족임을 근자에 많이 깨닫고 있다. 여성성의 위대함의 극치는 '모성'이라는 신적인 사랑, 즉 아가페의 현현을 통해 더욱 찬란하게 완성된다. 오소희의 활자가 아름답고 가슴뭉클한 이유는 바로 '모성애'라는 심원한 아가페적 사랑을 보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그녀의 책은 여행수기나 자녀육아집이라기보다 고결한 <러브 스토리>에 가깝다.  

  부모는 자식에게 반드시 유산을 물려준다고 한다.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또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 어떤 형태로든지 말이다. 지식보단 지혜를, 외면보단 중심을, 사변보단 경험을, 물질보단 인간을, 비본질보단 본질을, 경쟁보단 관용을, 나보단 우리를 사유하고 성찰하며 자라나는 중빈이의 앞날을 축복한다. 그리고 나는 예견한다. 이 사회를 짊어질 훌륭한 동량으로 서있을 중빈이의 미래를. 어쩌면 그 미래는 엄마의 위대한 유산을 담보로 하기에 더욱 명징하게 성취될 것이다. 난 그리 믿는다. 

  이 한 권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사랑의 이름으로 또 다른 우주를 만나길 갈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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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넥션 - 너를 치유하고 나를 치유한다
에릭 펄 지음, 이병렬 옮김 / 북스넛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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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병을 치유하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의사가 가장 대접받는 직업이 될 수밖에 없음은 '치유'에 대한 인간들의 갈망이 담겨 있는 이유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것이 인간의 신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것을 학습하고 연구하며 질병과 싸우는 의사들의 노력과 수고는 존경이요, 매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겠다. 

  병을 치유키 위한 인간의 몸부림을 신께서도 익히 이해하고 계신 듯하다. 기독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3년 간의 공생애를 통해 가장 많이 행한 이적이 인간의 병을 치유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소경의 눈을 뜨게 하고, 앉은뱅이를 일어서게 하며, 죽은 사람을 살리는 예수의 병고침 능력을 신약성서에서는 수없이 소개하고 있다. 더욱이 이를 '신유(癒)의 은사'라 명명하며 그의 제자들과 후손들에게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병 고침. 그것은 기적 중에 기적이다. 

  『리커넥션』은 마치 예수가 신비한 능력으로 병을 고치는 것과 같이 기존의 의학적 방법을 초월하여 인간의 병을 치유하는 저자 에릭 펄의 경험담이다. L.A.에서 가장 유명한 카이로프랙틱 전문병원을 그만두고 우주 에너지와의 재연결이라는 개념의 '리커넥션'을 통한 치유사의 길을 걷게 되는 에릭 펄은 자신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신비하고 경이적인 치유를 체험한다. 자신의 치유 능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론화하며, 독자에게 그 방법까지 설명하는 이 책은 그 진실성 여부를 떠나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저자는 환자들과의 채널링(영적 주파수를 맞추어 원하는 영들과 교신하는 것)을 통하여 공통적인 여섯 개의 문장을 발견한다.
  1. 우리가 여기 온 것은 당신이 하던 일을 계속하라고 말해 주기 위해서이다.
  2. 당신이 하는 일은 지구에 빛과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다.
  3. 당신이 하는 일은 DNA 사슬을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4. 당신이 하는 일은 DNA 끈을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5. 당신이 마스터라는 것을 아아야 한다.
  6. 당신의 명성 때문에 우리가 왔다.


  마치 외계인과의 대화 암호를 해독한 것처럼 보이는 이해할 수 없는 여섯 개의 문장을 통하여 저자는 자신의 치유 능력이 고차원적이며 우주적인 에너지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설파한다. 다시 말해 저자는 인간의 몸과 우주 에너지와의 재연결을 통하여 치유와 회복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믿기는가? 

  책을 읽다 보면 기존의 상식과 통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반복된다. 하지만 소설이 아닌 자신의 경험과 체험을 토대로 얘기한 '실화'이기에, 무엇보다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11차원의 우주, 끈이론 등등 현대 물리학의 다양한 이슈들까지 자세하게 거론하며 부연하고 있어 솔깃하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특별한 병고침의 능력을 지닌 자들이 적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를 담임하는 어느 목사님이 해외 선교지에서 기적같이 병을 고치는 장면을 볼 때면 소름이 돋는다. 또한 교회 내에서 일반 신도들 가운데서도 신유(癒)로 특별히 '기도빨' 잘 받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의 경우 종교적인 의미를 부각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치유 능력의 원동력이 자신에게서 발현하는 것이 아니라 고차원적이고 우주적인 어떤 존재에 기인한다는 것을 서두에 언급하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 너를 치유하고 동시에 나를 치유하는 '리커넥션'의 발현. 그것이 실재하는 사실이라면 그 내재적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어느 누구나 치유사가 될 수 있음을 언급하며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치유 방법론을 제시한다. 치유를 하기 위한 진료실의 환경 구성과 에너지의 실재를 인식하고 손을 활성하는 법, 그리고 환자의 다양한 반응들과 그에 따른 대처에 이르는 내용들을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반신반의하며 읽어 내려갔지만, 누구나 선뜻 신뢰할 수 없는 민감한 내용을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한 저자의 신념과 용기는 대단한 듯 보인다. 

  이미 메스컴을 통하여 저자의 기적같은 치유 능력이 공개되었다고 하니 책의 내용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을 성싶다. 나는 현실주의자다. 그러면서 기적을 믿는다. 또한 인간의 잠재력을 신뢰한다. 하지만 이 모든 철학은 내가 믿고 있는 신의 실재 아래서 조합되고 완성된다. 그렇기에 저자의 '리커넥션' 치유 능력은 과히 신기하면서도, 더욱 과히 관심이 없다. 
 

우리가 지금껏 상상한 것 중에 우리의 능력을 뛰어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직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우리를 뛰어넘을 뿐이다. - 테오도로 로작(Theodore Rozak)   <p.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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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 마케팅 - 21세기 새로운 마케팅 전략
김승용 지음 / 머니플러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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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케팅 부서가 기업 전체는 아니지만, 기업 전체는 마케팅 부서가 되어야 한다." 

  20세기 이후, 성공하는 기업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명징하게 드러내는 문장이다. 그렇다. 기업 전체는 마케팅적인 생각과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마케팅적인 개발팀, 마케팅적인 생산팀, 마케팅적인 고객지원팀, 마케팅적인 무역팀 등이 되어야 다양한 입맛과 성향을 지닌 21세기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업으로 서 나갈 수 있다. 마케팅. 그것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마케팅의 방법과 색깔은 다양하게 변화되어왔다. 각 회사마다 다양한 마케팅 방법으로 회사와 제품을 홍보하며 고객과 친구를 맺어왔다. 최근에는 마케팅에서 제휴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이 손을 잡고 협력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자사에 결락된 부분을 경쟁사에게 공급받음으로써 경쟁을 넘어선 협력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제휴 마케팅'이 부각받고 있는 것이다. 

  머니플러스 출판사에서 출간된 『제휴마케팅』은 이러한 근자의 마케팅 변화를 '제휴'라는 아이콘으로 분석한다. 제휴 마케팅은 무엇이며,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의 제휴 현황과 성공 사례, 제휴 마케팅의 미래까지 전망하고 있는 폭넓은 경제·경영도서이다. 더욱이 마케팅 관련 용어와 최근 국내외 기업들의 생동감 있는 움직임을 소개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앞으로의 마케팅은 '정보적·경제적·심리적·질적'인 테크닉이 요구된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작금과 같이 급변화는 사회에서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존재를 위한 불가결한 능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시대가 요구하는 마케팅의 변화를 감지하고, 흐름을 분석하며, 그것을 적용해가는 것은 응당 중요한 일일 것이다. 더욱이 새로운 발상과 전략으로 무장한 마케팅 기법을 함양한 개인과 기업이 성공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지난 20세기까지의 한국 기업들은 지나친 경쟁으로 전투모드적인 기업 경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체제의 도도한 흐름 가운데 국내의 경쟁은 의미가 없음을 자각했고 경쟁의 범위는 글로벌리제이션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과 LG, 포스코와 현대자동차 등은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이런 배경에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과의 상생과 협력이 필요함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다양한 협력과 제휴로 공생의 기업 환경을 만들어가려는 국내 기업들의 노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최근 국내 기업의 동향과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과 국내 유통시장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는 할인점의 PL 사업을 거론한 점이다. 이마트를 위시하여 국내 대형 할인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최근 3대 대형 할인점은 상품개발본부를 창설하여 바이어의 역할을 확대시키며 자체 소싱 능력을 함양해나가고 있다. 이는 제조·유통업체의 역할을 할인점이 직접 대체하는 것이어서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임이 예견된다. 이러한 중요한 국내의 유통시장 이슈를 언급하며 해외 직수입 제휴 마케팅의 강화 측면으로 소개한 점은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다. 

  마케팅 부서에 몸담고 있는 나로서는 마케팅에 협력과 상생의 의미를 부여한 '제휴 마케팅'이라는 문구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컴퓨터 전산용품을 십여 년 동안 제조·판매하고 있는 우리회사는 불변의 경쟁사인 C사와 지난한 경쟁을 진행해오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자사가 우월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C사가 우월한 가운데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한다. 어떨 때는 상대회사를 의식한 나머지 과도한 영업과 지나친 전략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휴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무작정 대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최신 마케팅의 시류임을 인식하여 보다 넓은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동기부여가 회사 내에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기도 한다. 

  개인은 물론, 기업 또한 홀로 서 나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를 맴돌며 GDP 2만 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한국 경제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 개인과 기업과 정부, 모두 변화해야 한다. 이기적 경쟁주의가 아닌, 관용과 협력과 상생과 공존의 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GDP 4만 불에 입성한 서구 선진국들의 경제 발전사(史)가 이를 증명한다. 이 책이 전하는 협력과 마케팅의 융화도 바로 그런 연장선상에 맞닿아 있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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