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독의 다른 말, 사랑

 

임지연, 조여정, 송승헌의 파격 멜로 신으로 관심을 모았던 영화 인간중독.

엑스트라였던 조여정, 임지연과 송승헌의 3번의 베드신.

사람들은 얼마나 야한가에 초점을 두었지만, 내가 본 인간중독은 다르다.

그리고 송승헌의 촌스럽고 변함없는 연기. 나는 그 연기에 중점을 두었다.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도 나는 송승헌의 그 촌스런 연기와 판에 박힌듯한 스토리에 중점을 두었었다.

투박하고, 꾸미지 못하는 그.

나는 거기에서 흥미를 느끼고, 감동을 느꼈다.

“숨을 못 쉬겠어”라며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쏘고 죽음을 시도하는 그에게서

그의 연기와 같다고 느꼈다.

거짓이 없을 것 같은 촌스러움.

그 촌스러움에 사랑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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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에 걸어와 씻고 밥을 먹고, 7시쯤이 되면 ‘sbs 사랑만할래’라는 일일 드라마를 시청한다. 거기에는 샛별이라는 미혼모와 그녀의 딸 수아가 등장한다. 몇 회 동안 수아가 배가 살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복선으로 그날은 복막염에 걸려 입원 및 수술을 해야하는 수아의 모습이 그려졌다. 맹장이 곪아서 복막염에 걸리도록 왜 말을 하지 않았느냐는 샛별의 물음과 수아의 반응이 나의 미래로 다가왔다. 아직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감기 하나에도 병원비가 많이 나가 샛별은 수아에게 아프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왔더란다. 그에 수아는 아파도 참고 참고 또 참았던 것이다. 그 장면이 왜 나의 미래로 다가왔을까.

우리의 앞에 많은 민영화가 기다리고 있다. 철도민영화, 의료민영화. 모든 공과금도 언제가는 민영화가 되겠지. 윗선에서 하고자하면, 언제가는 우리들의 감당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이니까. 곧 내가, 그리고 내 가족이 아파도 병원 문턱 한번 밟기 어려워지는 시기가 오겠지. 감기에 걸려도, 어쩌면 한달치 월급을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날이 오겠지. 그런 생각들이 나에게 다가오자, 상큼한 사랑을 느끼려고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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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고 운전경력 4년차.

오늘도 여전히 차 깜빡이를 키고 옆 차선으로 들어갈라치면 저 뒤 아주 멀리에서 천천히 오던 차도 미친듯한 파워 엔진을 가동시킴은 물론이려니와 클랙션까지 울려가며 혹여 그 사이 내가 들어올까 하는 염려의 소리가 나한테도 들리는 듯이 내 차의 오른쪽 부분을 쌩하니 앞질러 지나간다. 역시, 대부분의 차들은 옆 차선의 차가 깜빡이를 키고 들어올라치면, 폭주족이 된다.

반면, 분명히 들어올 수 없는 옆 차선이 깜빡이도 켜지 않은 채 내 차 앞으로 비집고 들어오거나 들어와서 깜빡이를 켜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일들을 운전을 하면서 당하다보니, 옆 차선이 깜빡이를 키면 무한한 파워가 가동되는 것이리라. 라고 이해라는 것을 해보려 한다. 이해라는 것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점잖기로 유명한 이곳의 운전예절이 날이 갈수록 터프해지기만 하고, 어느새 내 마음 한 켠에도, 오늘은 절대 비켜주지 않겠어. 하는 마음이 들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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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원에서 근무한다. 나의 첫 직장이 병원이었으며, 그렇게 일해 나간지 9년차가 되간다. 물론 한 병원에서 근무를 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곳으로 옮겨도 내가 근무하는 곳은 병원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태어난 곳도 병원 비스무리 한 곳이었다. 나는 어느 군의 리에 있는 작은 조산원에서 태어났는데, 내 나이 때 만해도 시골 사람들은 집에서 애를 낳기도 했단다. 그리고 조산원에서 태어나기도 하고... 이후 조산원이 점차 사라지고 산부인과에서 산모들이 아이를 낳는 것이 보편화 되어갔다. 그러고 보니, 모두의 고향이 병원이 되어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얼마전 계약직의 내부 무기계약직 변환을 위해 지원서를 다시 쓰라는 문자를 받고, 회사 내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작성해 나가는데, 자기소개서가 있었다. 출생 및 가족관련하여 쓰라는데 쓰다 보니 말이 꼬이고, 글이 꼬이고 내 마음도 꼬이기 시작했다. 뭐야? 난 병원에서 태어나서, 병원에서 일하는 거야? 이러다가 나중에 죽을 때도 병원에서 죽는 거 아니야?. 그게 뭐? 라고 말하면 그래그래. 정도 이기는 하다만, 왠지, 아파서 오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병원에서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보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물론 병원은 건강해지기 위해 아픈 곳을 치료하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지만, 아픈 곳이 병원에만 가면 모두 낫는 것만은 아니고, 아프지 않은 사람도 수많은 환자들로 인해 마치 나도 환자가 될 것만 같은 곳임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지원서를 쓰다보니, 이래도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정 이곳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인가? 내가 자식을 낳는다면 또 병원에서 출생하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백두산이나 한라산 등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애를 낳을 수도 없는 일이지 않은가? 이런... 무슨 의미 없는 자기소개서 하나 쓰는데 한 시간 가량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가. 이게 뭐라고. 하면서 내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고야 말았다.

탁. 두 줄, 세줄, 짤막하게 쓰고,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고 9년을 달려온 내 길에게 느낌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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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의 힘

 

"지하 1층입니다."

 자동문이 열리고, 내 파란 모닝차로 다가갔다. 차에 타며, ‘맞다. 기름이 별로없지? 어떡하지? 다음까지 버틸까?’ 고민하다가 출근길보다 조금 더 돌아가야 있는 주유소에 당도했다. 조금 더 돌아가야 하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지난번 이 주유소의 불친절한 말투와 가득 주유를 하고 휴지 하나만 달라고 하자, 나를 무슨 도둑으로 보듯이 째려보며, “저희는 그런 거 없습니다”라고 말하던 것이 생각나, 이 불쾌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다. 그래도 근처에 하나밖에 없는 곳이라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더 불쾌한 것이리라. 주유소에 도착하자, 역시나 내 차를 툭툭 두드리며 안내를 하더니, “그만!”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 보라지.

더욱이 “3만원이요~”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차 주유구에는 기름이 이제 막 들어가고 있건만, “계산부터 해드릴게요”하더니, 이미 기름이 다 들어갔다는 계산서가 내 손에 먼저 쥐어진다. 그리고 조금 뒤 주유구 뚜껑도 닫지 않은 채, 다 됐다며 내 차를 두드린다.

물론, 물건을 사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치에 맞는 일이기는 하다. 가게에 물건을 사러 갔다고 가정해 보자. 나는 문방구로 하겠다. 자, 연필, 볼펜을 고르고 돈을 내고 물건을 가져온다. 그렇다. 물건을 고르고, 돈을 지불해야 그 물건을 내 손에 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 보통 주유소에서는 어떠한가. 리터에 해당하는 만큼 기름이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돈을 지불하지 않는가? 왜? 은연중에 이 주유소가 나를 속이고 기름을 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의 눈을 하고 바라보게 되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이고, 실제로 속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가 되리라. 그렇게 분하다. 한마디도 못하다니. 생각하는데, 주유소에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는 저희는 고객님에게 속이지 않는 다는 플랭~카드가 나를 더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게 했다. 이 눔의 주유소.

또 그렇게 다신 가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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