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의 힘
"지하 1층입니다."
자동문이 열리고, 내 파란 모닝차로 다가갔다. 차에 타며, ‘맞다. 기름이 별로없지? 어떡하지? 다음까지 버틸까?’ 고민하다가 출근길보다 조금 더 돌아가야 있는 주유소에 당도했다. 조금 더 돌아가야 하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지난번 이 주유소의 불친절한 말투와 가득 주유를 하고 휴지 하나만 달라고 하자, 나를 무슨 도둑으로 보듯이 째려보며, “저희는 그런 거 없습니다”라고 말하던 것이 생각나, 이 불쾌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다. 그래도 근처에 하나밖에 없는 곳이라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더 불쾌한 것이리라. 주유소에 도착하자, 역시나 내 차를 툭툭 두드리며 안내를 하더니, “그만!”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 보라지.
더욱이 “3만원이요~”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차 주유구에는 기름이 이제 막 들어가고 있건만, “계산부터 해드릴게요”하더니, 이미 기름이 다 들어갔다는 계산서가 내 손에 먼저 쥐어진다. 그리고 조금 뒤 주유구 뚜껑도 닫지 않은 채, 다 됐다며 내 차를 두드린다.
물론, 물건을 사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치에 맞는 일이기는 하다. 가게에 물건을 사러 갔다고 가정해 보자. 나는 문방구로 하겠다. 자, 연필, 볼펜을 고르고 돈을 내고 물건을 가져온다. 그렇다. 물건을 고르고, 돈을 지불해야 그 물건을 내 손에 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 보통 주유소에서는 어떠한가. 리터에 해당하는 만큼 기름이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돈을 지불하지 않는가? 왜? 은연중에 이 주유소가 나를 속이고 기름을 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의 눈을 하고 바라보게 되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이고, 실제로 속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가 되리라. 그렇게 분하다. 한마디도 못하다니. 생각하는데, 주유소에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는 저희는 고객님에게 속이지 않는 다는 플랭~카드가 나를 더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게 했다. 이 눔의 주유소.
또 그렇게 다신 가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