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에 걸어와 씻고 밥을 먹고, 7시쯤이 되면 ‘sbs 사랑만할래’라는 일일 드라마를 시청한다. 거기에는 샛별이라는 미혼모와 그녀의 딸 수아가 등장한다. 몇 회 동안 수아가 배가 살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복선으로 그날은 복막염에 걸려 입원 및 수술을 해야하는 수아의 모습이 그려졌다. 맹장이 곪아서 복막염에 걸리도록 왜 말을 하지 않았느냐는 샛별의 물음과 수아의 반응이 나의 미래로 다가왔다. 아직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감기 하나에도 병원비가 많이 나가 샛별은 수아에게 아프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왔더란다. 그에 수아는 아파도 참고 참고 또 참았던 것이다. 그 장면이 왜 나의 미래로 다가왔을까.
우리의 앞에 많은 민영화가 기다리고 있다. 철도민영화, 의료민영화. 모든 공과금도 언제가는 민영화가 되겠지. 윗선에서 하고자하면, 언제가는 우리들의 감당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이니까. 곧 내가, 그리고 내 가족이 아파도 병원 문턱 한번 밟기 어려워지는 시기가 오겠지. 감기에 걸려도, 어쩌면 한달치 월급을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날이 오겠지. 그런 생각들이 나에게 다가오자, 상큼한 사랑을 느끼려고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