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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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지음

 

내가 심리학을 전공하고 그런 글들을 쓸 거 같은지, 글을 쓰는 나를 보며 이 책을 이야기한 사람이 여럿있다. 모두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이들의 추천이었지만. 나는 열린 귀로 살기로 했다. 너는 나보다 낮은 사람이라며 조언을 조언으로 듣지 않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팔랑귀를 가지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리는 것도 안좋기는 하지만.

그런저런 이유로 샀다.

 

이 책은 감정부전장애를 가지고 있는 저자가 상담을 받은 내용을 녹음하여 녹취록을 풀 듯이 쓴 책이다. 보통 심리치료 책은 상담자가 내담자를 보고 정리하여 책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역으로 내담자가 정신과 의사의 동의를 얻어 상담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내용은 장애명처럼 종일 비관적이다.

 

나도 한동안 상담을 받았었다. 내가 어찌할 수 없게 무너질 것 같은 신호가 와서 궁여지책으로 찾았는데, 나도 상담을 받은 내용을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만 했지, 이렇게 실제로 하지는 못했다. 상담의 내용도 다 누군가를 욕하고 나는 잘났다는 내용이었다. 상담자도 나보다 숙련이 덜 된 사람으로 상담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앉아서 듣기만 했다. 그러다가 나보고 회사를 어서 휴직하라는 식의 답변을 했다. 그만하고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는 내편인 척 가장한 채 회사 편에 선 사람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감정부전장애를 더 없이 표현한 이 문장이 들어온다.

오늘 하루가 완벽한 하루까진 아닐지라도 괜찮은 하루일 수 있다는 믿음,

하루 종일 우울하다가도 아주 사소한 일로 한 번 웃을 수 있는 게 삶이라는 믿음.

 

집에 있을 때는 내 일을 하지 못한다고 핑계대지 말자. 아이들이 매체를 봐야만 내 일을 할 수 있다고 핑계 대지 말자. 아이들이 잘 때 이렇게 잠시라도 서재에 와서 글을 쓸 수 있는데 그걸 하지 않은 건 나다. 시간을 정해 그 시간만큼은 내 시간으로 활용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은 것도 나다. 자꾸만 나태해지는 나를 다독이지 못한 것도 나다. 그러니 핑계는 그쯤이면 됐다.

 

책을 평가하기 이전에 자꾸만 나를 평가하게 된다. 쓰레기라고 욕하는 정작 내가 쓰레기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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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가격
가쿠타 미쓰요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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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가격

가쿠타 미쓰요

 

영수증으로 행복의 가격을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페지. 예를들어 175천원. sjsj 가디건. 이라고 하면 옷에 대한 이야기, 어디에 갔는가. 나는 어떤 것들을 사는가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저 글감의 소재가 될 뿐이다.

저자는 자신의 성격을 중심으로 자신의 일상을 물건 구매와 연결하여 이야기한다. 매일 소비하는 나로서는 이런 이야기 30편 정도는 쓸 수 있겠다.

 

[술렁이면서도 묘한 고요함이 지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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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
이춘수 외 지음, 강맑실 엮음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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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

이춘수 외

 

생각을 담는 집

[책방을 구실 삼아 나는 이곳에서 괜찮아지고 있고, 이곳을 다녀간 누군가도 괜찮아지고. 그래서 우리들 마음은 새까만 씨앗이 내년 봄 더욱 많은 꽃으로 피어나는 것처럼 환하게 피어나겠지.]

 

반달서림

[5년 뒤, 10년 뒤에도 책방 하는 나를 보고 싶다.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 이야기보다 책 이야기를 하면서, 진짜 사람을 만나면서 사는 나를 보고 싶다.

셈을 제대로 못 하면 바로 취급당하는 세상에서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책이 좋으면 혼자 읽으면 그만인데 잠을 못 자면서, 배도 곯아가면서 이 일을 왜 하는 걸까.]

 

진주문고

[애정과 기대를 받고 세상에 태어나 평범한 생로병사 단계를 거치지 못하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책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여전히 피하고 싶은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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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유희경 지음 / 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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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유희경 지음

 

시인이 쓴 에세이를 좋아한다. 음악이 글자로 나타난다면 이렇지 않을까?싶다. 시인은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이 문장으로도 시처럼 나타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아침의 서점을 묘사하는 것이 그렇다.

[아침 서점에는 아무 소리도 없다. 아무 소리도 없는 중에 나는 잠시 서서 귀기울이기를 좋아한다. 아침 빛은 늘 선하며 조금은 어둑하고 시집들은 모여 서서 가만한 중이다. 내가 들으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오직 책만이, 책으로 가득한 공간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스러운 고요. 그럴 때면 이곳은 나의 서점이 아니고, 나는 어떤 곤한 잠을 깨울까 두려운 이방인이 된다.]

 

나는 이런 은유와 흘러들어가는 말들에 매료된다. [우연함과 느닷없이 마침내 무엇이 되는 것] 나는 마침내 무엇이 되었다. 시는 노래가사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여 리듬과 음정을 가지고 다가온다.

 

[주저하듯 책장 앞에 머물렀던 시간들]. 서점에 서서 책장의 책들을 볼 때의 마음이 그렇다. 무언가에 쫒기듯 주인의 시선을 등으로 받아내면서. 나는 주저하듯 이가 아닌 온전하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시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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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주택 리모델링 - 도심 속 오래된 집의 재발견
전원속의 내집 편집부 지음 / 주택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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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주택 리모델링

 

살아있는 건 늙는다. 집도 늙는다. 마치 살아가는 것 같다.

 

외벽엔 주름 같은 흔적이 크게 남고 여기저기 손 쓸 수 없다. 노후주택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은 힘들다. 좁은 골목의 열악한 공사 환경. 수십년 된 건물을 보수하는 일은 구조 검토에서부터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에 돌입하자마자 들이닥치는 각종 변수는 허탈하게 만든다. 집과 동네가 간직한 시간을 이어가는 일은 오랜 시간을 예고한다.

 

주인이 바뀌더라도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기를 반복하는 짧은 수명의 한국 모습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게 집의 역사가 기록된 노트를 만들어 전해주고 싶다. 나는 이제 이 집의 주인이 되었지만, 언젠가 다른 이가 이 집의 주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건물구조는 벽식 구조와 라멘 구조가 있는데, 내가 구입한 주택은 벽식구조이다. 라멘구조는 기둥을 세우고 있어 벽을 털면 되는데, 벽식구조는 벽 자체가 하중을 받치고 있어 함부로 허물면 안된다. 그리고 내벽에는 세로로 균열이 나 있지만, 외벽에는 큰 균열이 가 있지 않다면 구조 안전상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내부에 세로로 아주 큰 균열이 있어 구조보강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견적을 요청한 업자 모두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내가 오히려 난감하다.

더욱이 시멘트 블록을 쌓아 지은 조적조 주택이다. 시멘트 블록조는 이미 벽체가 약해진 경우가 많아 구조 전체를 보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신축이나 개축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이 글을 읽고 있자니. 내 집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두려워진다. 나는 이 곳을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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