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유희경 지음 / 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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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유희경 지음

 

시인이 쓴 에세이를 좋아한다. 음악이 글자로 나타난다면 이렇지 않을까?싶다. 시인은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이 문장으로도 시처럼 나타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아침의 서점을 묘사하는 것이 그렇다.

[아침 서점에는 아무 소리도 없다. 아무 소리도 없는 중에 나는 잠시 서서 귀기울이기를 좋아한다. 아침 빛은 늘 선하며 조금은 어둑하고 시집들은 모여 서서 가만한 중이다. 내가 들으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오직 책만이, 책으로 가득한 공간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스러운 고요. 그럴 때면 이곳은 나의 서점이 아니고, 나는 어떤 곤한 잠을 깨울까 두려운 이방인이 된다.]

 

나는 이런 은유와 흘러들어가는 말들에 매료된다. [우연함과 느닷없이 마침내 무엇이 되는 것] 나는 마침내 무엇이 되었다. 시는 노래가사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여 리듬과 음정을 가지고 다가온다.

 

[주저하듯 책장 앞에 머물렀던 시간들]. 서점에 서서 책장의 책들을 볼 때의 마음이 그렇다. 무언가에 쫒기듯 주인의 시선을 등으로 받아내면서. 나는 주저하듯 이가 아닌 온전하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시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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