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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바람이 불고 있다. 다빈치의 후폭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출판사의 광고전과 더불어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는 선전효과가 더해져 올 여름을 휘어잡고 있다.
대부분 신간코너에서 오래전에 사라졌거나 한 철 지나버린 책들만 보다 모처럼 최신 유행의 책을 집어 들었다. 가끔은 ‘베스트셀러’ 목록 속의 세태 흐름에 무작정 동참해 보는 것도 남다른 재미를 준다. (물론 미디어와 군중심리에 의해 조작된 ‘반짝스타’도 상당하지만 말이다.)
작년 여름, 프랑스에서 폭염을 피해 마신 하이네켄의 알싸한 취기로 루브르박물관을 헤맸던 기억이 난다. 미로같이 다가왔던 긴 회랑과 높은 벽의 궁전, 그곳을 가득 매우고 있던 명장의 작품과 이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
박물관의 기억과 함께 <다빈치 코드>를 읽는다. <모나리자>와 <밀로의 비너스>를 찾던 발자국 소리를 따라 책장 속을 걸어간다. 순간 한국의 골방이 아니라 루브르박물관 중앙, <승리의 날개> 밑에 서 있는 듯 하다.
짧게 이어지는 단락과 빠른 전개는 이야기의 긴박함,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그래서 어쨌다는데?” 라며 친구의 응답을 다그치듯 책장을 넘긴다.
랭던(기호학자)과 소피(소니에르의 손녀)는 살해된 소니에르(루브르박물관장)가 남긴 이상한 메시지를 아나그램(철자의 위치를 바꿔서 새 단어를 만드는 것)을 통해 하나씩 풀어나간다. 곧, 이 메시지가 다빈치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 그림 속에 숨겨진 은유와 상징, 기독교의 역사와 성배의 진실을 향해 위험한 길을 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장면들은 두 뼘 남짓한 책을 와이드스크린에서 보는 서스펜스 영화처럼 느끼게 한다. 나는 결정적인 순간의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천천히 마지막 장을 펼친다.
미로와 같은 수수께끼의 터널을 지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한 랭던과 소피.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와 성배의 정체!
소설이긴 하지만 <다빈치 코드>는 작가의 상상력과 함께 논리적이고 탄탄한 구성으로 허무맹랑한 공상이 아닌 실재했던 역사를 보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저 댄 브라운(저자)의 능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과 가설, 그리고 상상력을 조합하여 이렇게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까.
그가 기독교에서 말하는 우리 인류를 창조한 ‘그’처럼 느껴진다.
“다빈치와 함께 지난 2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비밀의 공모자가 된 기분”이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가슴속의 보물하나를 넣어둔 기분이다.
어서 이 보물, <다빈치 코드>를 친구들에게 떠벌리며(?), 선물하고픈 생각이 간절하다.
PS:
이 글을 적고 다른 사람의 <다빈치 코드>에 대한 느낌을 찾아본다.
좋았다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다는 사람이 극과 극을 달린다.
전자는 빠른 전개와 논리적인 구성에 점수를 줬을 테고,
후자는 베스트셀러 통속성과 할리우드 영화식의 가벼움에 비중을 뒀을 것이다.
하지만 ‘재밌다’라는 부분만은 대부분 인정한다.
그렇다면 나는 책 표면의 재미로 그 통속성과 가벼움을 놓쳐버렸단 말인가?
^^;
이런 오락가락하는 모호한 생각들 때문에 느낌을 쓰고, 느낌을 읽는 게 아닐까...
(www.freei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