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 - 명작 영화의 촬영지로 떠나는 세계여행 여행이 좋다
세라 백스터 지음, 에이미 그라임스 그림, 최지원 옮김 / 올댓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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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에 같은 저자의 <신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를 읽었었는데 그 이후로도 좋다 시리즈가 몇 권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는 영화가 좋다 편이 나와서 읽어보았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 촬영장소를 목표로 여행지를 선택하기도 한다. 아니면 그냥 여행을 하다가도 우연히 영화를 촬영한 장소를 만나면 아무리 평범한 장소라도 영화 속 장소는 어딘지 특별해 보인다.


   저자는 총 25편의 잘 알려진 영화를 선정하여 영화가 촬영된 장소로 독자를 안내한다. 재미있는 점은 영화 속에서는 바로 주변이거나 건물의 안과 밖으로 설정된 곳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멀리 떨어진 어떤 장소이거나 건물의 외관을 찍은 곳과 건물의 내부로 소개된 곳이 다른 장소였던 곳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영화를 한창 촬영하는 중에 날이 따뜻해져 눈이 녹아버려 어쩔 수 없이 장소를 바꾸어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이번 시리즈는 장소도 장소지만 영화와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간간히 곁들여 있어 신화보다 더 흥미로웠다. 특히 이미 보았던 영화인 경우 일러스트만으로도 영화의 장면을 떠올릴 수 있었던 점이 매력적이었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있어서 반가웠다. <신화가 좋다>에서도 단군 신화를 품은 강화도 마니산이 포함되어 있어 신선했는데, 한국을 애정하는 저자가 아닐지 과한 생각도 해본다.


   전 시리즈에서 아쉽다고 생각했던 일러스트가 이번에는 매력적으로 생각되었다. 처음에는 일러스트보다 사진이나 사실화가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의 분위기에는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일러스트가 더 잘 어울려 보였다. 25편의 영화 중 아직 보지 못한 영화도 몇 편 있었는데, 구독 OTT에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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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와 프랑스혁명 - 베르사유와 프랑스혁명 츠바이크 선집 3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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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테판 츠바이크가 진정한 스토리텔러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역사서에서도 이런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될 줄이야.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의 공주였다가 15세에 프랑스 왕세자비가 되고 이후 루이16세의 왕비가 된 후 기요틴에서 최후를 맞이한 마리 앙투아네트. 아마도 역사 속에서 가장 유명한 왕비가 아닐까. 오스트리아나 프랑스에서는 그녀를 어떻게 평가할 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철저히 제3자에게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다.


   잘못이 없지는 않으나 너무 과도하게 역사 속에서 죄인 취급을 받아 온 마리 앙투아네트가 저자는 가엾어보였을까. 저자는 오랫동안 오스트리아 문서 보관소에서 공개 금지로 되어있던 편지 및 사료들을 발굴해 마리 앙투아네트의 생애를 재조명했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저자의 필력이 돋보인다. 그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실은 비극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 평범한 인물이었다고 말한다.


아주 보통의 인물이 자신을 압도하는 거대한 운명에 빠져들었을 때도 비극은 생겨난다

                                                                             - 프롤로그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어머니였던 오스트리아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가 그녀를 프랑스로 정략결혼의 대상으로 보낸 후 편지를 통해 당부 또 당부를 했던 건 엄마로서의 직감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걱정이 결국은 현실이 되었다는 걸 못보고 죽어서 그나마 다행이랄까. 솔직히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 어떤 말로도 스스로를 변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백성들이 무거운 세금과 압제 그리고 지독한 가난으로 고통받을 때 과도한 사치와 개인의 향락을 위해서 국고를 탕진하고 왕비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백성에 대한 관심을 외면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혁명을 핑계삼아 그녀를 희생양으로 기어이 단두대에 올린 이들 역시 용서받기 힘들다(그들 역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마리 앙투아네트가 알았다면 뭐라고 했을까). 특히 아홉살짜리 아들에 대한 근친상간 죄목이라니, 혁명을 주도하던 로베스피에르조차 이 어이없는 죄목에 분노했다고 하니 자유, 평등, 박애를 부르짖던 혁명 정신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나라를 위한 정략결혼의 대상으로 낯선 나라에 보내졌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오스트리아는 끝내 모른체했다. 한 때는 프랑스 왕비였던 그녀를 프랑스는 단두대에 보내고 시신조차 묻어주지 않았다. 이 두 나라는 지금 그녀를 어떻게 기억할까. 저자가 아무리 고증을 철저히 하였다고 해도 저자의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사견이 어느 정도 들어갔을 지 우리는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적어도 그녀의 운명이 굳이 단두대에서 끝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 베르사이유 궁전의 예절에 따르면 서열이 낮은 부인은 자기보다 서열이 더 높은 여성에게 절대 먼저 말을 걸 수 없었다고 한다. 높은 지위의 여성이 말을 걸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당시 프랑스 여성 중 가장 서열이 높았던 이는 아직 왕세자비 신분이었던 마리 앙투아네트. 루이15세의 애첩인 뒤바리 부인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기를 그렇게 기다렸건만 마리 앙투아네트는 계속 그녀를 무시했는데 이것이 시할아버지이던 루이15세를 화나게 해서 오스트리아가 폴란드 분할에 동의한 날강도 짓을 문제 삼아 전쟁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엄마인 마리아 테레지아가 기겁을 해서 '그저 안녕하세요 한마디 하는 게' 뭐 그리 불쾌한 일인지 물을 정도. 정월 초하루 국왕을 위한 신년 하례에서 서열에 따라 왕세자비 앞을 지나가는데 드디어 뒤바리 부인이 왕세자비 앞에 서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늘은 베르사유에 사람들이 많네요".. 프랑스어로 이 일곱단어로 인해 오스트리아는 프랑스로부터 폴란드 분할에 대한 무언의 동의를 얻었다고 하니 참으로 엄청난 위력을 가진 일곱단어가 아닐 수 없다. 허허..정작 마리 앙투아네트를 미워해야 할 사람들은 폴란드인일 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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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경성을 누비다 - 식민지 조선이 만난 모던의 풍경
김기철 지음 / 시공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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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물을 볼 때면 등장하는 풍경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근대라고 표현하는 시대를 상징하는 사물들이나 장소, 옷차림 등이 그것인데 비단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이 아니라 근대는 사람들의 인식과 사고 역시 한 발 성장하고 깨우침을 얻는 시대이기도 했다. 일본이 흔히 일제 강점기를 옹호하면서 하는 말이 자기네들이 조선의 근대화를 앞당겼다고 하는데, 웃기는 말이다. 누가 누구를 지배하지 않아도 시대는 변하고 발전하기 마련이며 누구에 의해 강제로 심겨진 근대화 의식은 편향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당시 신문에 실렸던 기사를 중심으로 경성의 풍경을 재현해 낸 작품이다. 일상의 풍경부터 시작하여 모던 걸, 모던 보이라 불리우던 사람들의 모습, 유행하던 핫템들, 마구 쏟아져 들어오던 새로운 문물과 새로운 사상에 대한 엇갈린 반응, 근대화가 드리운 그림자, 그리고 '모던과 식민의 경계'에서 자신의 운명을 넘어선 도전까지 시대의 다양한 모습들을 책 한 권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 어느 때보다 음식배달이 성행하고 있는 지금인데 1920년대 경성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물론 당시에는 오토바이 대신 자전거였지만 주로 배달했던 음식은 설렁탕, 국밥, 냉면, 중국음식이었다니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다. 게다가 날이 안좋아 길이 미끄러워 넘어지기라도 하면 그 모든 걸 배달하는 이들이 책임져야 했다는 점, 그래서 경성의 라이더들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동맹파업까지 했다니 100년 전 사람들도 그렇게 시대를 살아냈구나라는 생각에 뭔가 뭉클했다.


   당시 신문에 새로운 유행어를 소개하기도 했다는데 재미있었다. 모뽀(모던 뽀이)처럼 줄임말을 쓰기도 했고 태업을 뜻하는 사보타쥬 같은 단어를 나쁜 버릇을 가진 남편을 길들이기 위해 아침에 깨워주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을 빗대어서도 쓰인 것도 재치있게 생각되었다. 한가지 씁쓸한 점은 외래어의 대부분이 일본을 통해서 소개되다 보니 일본어 발음에 준하여 만들어졌다는 것. 단순한 용어 뿐만 아니라 외국의 문학작품 역시 일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다 보니 심지어 오역된 부분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러한 일상생활의 가벼운 풍경부터 여성해방이나 노동운동 같은 의식의 근대화가 가져온 시대적 반응도 알 수 있다. 심지어 근대화를 추구한다는 일부 지식인들조차도 여성해방이나 노동운동의 영역에서는 굉장히 보수적이기도 했고 여성의 정체성을 여전히 남성의 필요에 따른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했다는 점이 서구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근대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이를 이용하는 형태도 모두 달랐다. 어떤 이들은 단지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울 뿐이었고 어떤 이들은 자신이 배우고 알게 된 것을 다른 이들을 위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사용하고자 했다. 굳이 독립운동까지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가해진 부당함에 항의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의지였다. 변화된 시대를 살아가고자 했던 의지. 앞으로 100년 뒤를 살아가는 후손들이 우리 시대를 되돌아 볼 때, 그런 의지를 보게 될까.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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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권의 세계 일주
데이비드 댐로쉬 지음, 서민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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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 너무 좋음. 기대 만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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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강의 작은 서점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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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지금은 거의 오프라인 서점을 가지 않는데, 물론 사는 곳 근처에 서점이 없기도 하지만 나름 핫하다는 독립서점이나 뭐 이런데 가봐도 편안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차라리 맘에 드는 카페에 자리잡고 책을 읽는 것이 훨씬 좋다. 그래서인지 이런 '서점'을 소재로 하는 책이 나오면 어딘지 부러운 마음에 읽어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지금도 진짜 이런 서점이 있을까 싶다는 것.


   이야기는 뭐 충분히 짐작가능하고 평범하다. 스웨덴에서 자신만의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샬로테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남편을 사고로 잃고 일에만 몰두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이모 사라가 자신에게 런던에 있는 리버사이드 드라이브 서점을 유산으로 남겨주었다는 소식을 받는다. 물론 샬로테의 삶의 터전은 스웨덴이라 런던에서 서점을 운영할 생각은 없지만 유산을 받은 이상 그걸 처리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사라 이모의 변호사는 샬로테가 직접 런던에 와서 자신을 만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런던에 입성. 그런데 서점은 적자운영 상태라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고 서점 직원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적응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돌아가신 엄마는 이모에 대해 왜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까. 이쯤에서 무언가 출생의 비밀이 있을거라고 독자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좀 뻔한 스토리이기는 하지만 책의 분위기는 매력적이다. 서점을 묘사할 때 떠오르는 먼지 풀풀 나고 손때 탄 책장의 모습이랄지 런던의 거리 모습에 익숙한 나로서는 런던의 풍경을 묘사할 때 떠오르는 추억같은 것이 시간을 감싸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달까. 과거에 사라 이모가 어떻게 서점을 운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있었더라면 이야기가 좀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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