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좋은 어린이 책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권혁준(아동문학평론가, 공주교육대학교 교수)
건방이는 이 시대 초딩들이라면 한번쯤 꿈꾸어보는 로망의 인물이다. 가난한 할머니와 살다가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고아원으로 들어갈 처지가 된 건방이는 우연한 기회에 무술의 대가 오방도사를 만나 무술수련을 받으면서 자신이 무술에 뛰어난 자질이 있음을 알게 된다. 무술의 절대 강자가 된 초등학생 건방이는 학교의 일짱이 싸움을 걸어오면 어떻게 대처를 할까. 불량 고딩이 초딩을 괴롭힐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야기는 독자의 예상을 배반하면서 유쾌하게 전개된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정말로 재미있고, 실실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솜씨가 정말 대단하다.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초등학생 둘이 골목길에서 핫도그를 먹으며 나누는 이야기. “골목길 같은 데서 혼자 걸어가다가 깡패를 만나잖아? 그럴 때 ‘머니맨 도와줘요!’ 이렇게 세 번 외치면 머니맨이 나타난대. 머니맨은 ‘M’자가 박힌 야구 모자를 쓰고 있는데 싸움을 완전 캡짱 잘한대. 10대 1로도 이긴대”
많은 독자가 이미 알아챘듯이, 머니맨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보던 슈퍼맨이나, 원더우먼, 스파이더맨과 닮아있다. 뛰어난 능력으로 악당을 물리치고 약자를 도와주는 영웅들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머니맨은 그런 틀에 박힌 인물들과는 달라서 매력과 개성이 넘친다. 비싼 핸드폰을 뺏길 뻔한 초등학생을 구해준 다음 머니맨이 읊조리는 대사는 저절로 웃음이 나게 한다.
“초딩은 500원, 중딩은 600원, 고딩은 700원인데, 고딩 세 놈이니까 2100원, 7시가 지났으니까 야간 할증료 100원씩 추가해서 합이 2400원이야.” 머니맨은 날쌔고 무공이 뛰어나지만 체구가 작은 초등학생이다. 깡패를 물리쳐주고 요금을 받는 머니맨은 아무 대가 없이 약자를 보호해주던 지난 시대의 영웅과는 다르다. 곤경에 처한 시민을 구해주고 합리적인 대가를 받는 영웅이 지금 우리 시대에는 더 공감을 이끌어낼지 모르겠다.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명랑 무협동화이다. 성인 무협소설에서 보던 스토리 구조, 절대 무공의 사부와 비술을 전수 받으려고 경쟁하는 제자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작품이 이런 관습적인 이야기 공식을 채용했다고 해서 뻔한 서사로 전개될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전통적인 무협소설의 주인공들은 속세에서 떠난 절대 순수의 공간에서 무술을 수련하고 정신을 연마할 수 있었지만 현대의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오방도사와 건방이는 자본주의의 삶의 방식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스승 오방도사는 고기반찬만 밝히며 배가 부르면 행복해지고, 제자 건방이는 곤경에 처한 아이들을 구해주는 알바로 돈을 저축하는 현실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렇지만 이런 모습이 이들의 진면목은 아니다.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천진난만하던 오방도사가 사실은 정신적 경지가 드높은 무술인임이 드러나며, 건방이도 순수하기 이를 데 없는 초딩임을 알게 된다. 현대 자본주의 세계의 삶의 방식과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모순이 빚어내는 아이러니컬한 상황도 이 작품을 읽는 즐거움의 하나이다.
어린이문학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당신들은 스토리텔링의 즐거움, 벗어남의 즐거움, 공식의 즐거움과 그것을 배반하는 즐거움, 말놀이의 즐거움 등을 마음껏 누리게 될 것이다.
전문가가 선택한 8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