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 여자, 당신이 기다려 온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1
노엘라 (Noella)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나무[수:]의 신간에 항상 주목할 수밖에 없다. '감성'의 깊은 울림에 대한 기대치를 항상 충족시켜주면서, 또한 그 이상의 기대치를 갖게되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렇게 또,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이란 책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그림이 들릴까? 또한 어찌 음악이 보이는 것일까?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여자, 당신이 기라뎌 온'이란 부제와 새하얀 표지가 눈길을 '확~ '하니 사로잡는다.
 

'노엘라'라는 저자는 어린 시절 바이올린 하나 들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조금은 다르지만 낯선 땅,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했던 어린 시절의 감성이 나와 닮아, 그녀가 말하는 외로움, 홀로 울음을 삼킬 수밖에 없는 그리움과 온전히 스스로 버텨내야 하는 묵직한 삶의 무게에 공감하여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녀에게 음악의 하나의 일상일 것이다. 그 일상에 그림과 글이 더해져 더 풍성하고 알찬 하루하루가 되고 있다는 것을, 예출의 총체가 하나로 어우러져 그녀의 삶, 내실을 살찌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음악과 미술 사이를 넘나들며 그녀가 풀어낸 이야기는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며, 턱없이 부족하던 음악과 미술의 공백을 메워주었다.

 

책을 통해 일련의 명화들을 만나면서 내 삶엔 자그마한 여백이 생겼다. 한결 부드럽고 풍성해지는 감성의 긍정적 효과는 더없이 이를 즐길 수 있도록 끊임없이 유혹하며 끌어당기고 있다. 우연히 그림을 읽어낸 이야기에 매료된 후, 소설(문학) 작품의 이미지가 그림 속에서 되살아나더니, 이번엔 음악과 그림!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세계가 활짝 펼쳐졌다. 그렇게 음악과 그림이 한 권의 책에서 만났다. 음악계와 미술계의 평행 이론을 보는 것 같은 작가들의 면모와 그들을 하나로 묶어 풀어낸 저자 '노엘라'의 내공에 감탄하게 된다.  예술이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상호작용하는 것이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이란 책 속에서 구체화되고, 뗄레야 뗄 수 없는 하나가 되었다. 또한 음악인이 읽어낸 그림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쉬우면서 다채롭고 흥미진진하였다.

 

여러 권의 책을 통해 만나왔던 많은 명화들, 때론 지나치기도 하였던, 같은 그림 속 다양한 이야기들이 두서없이 흩어져 있었다. 그렇게 이미지로만 기억되던 그림들은 더욱 풍성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무장해제되어 있었다. 더 신선한 이야기, 더 충격적이고 명쾌한 이야기들이 한가득 담겨 있다. 또한 그 이야기들은 무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그림 속으로 무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동시에, 어디에 두었는지 찾을 수 없었던 퍼즐 한 조각 한 조각들을 찾아내고, 마침내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쉬잔 발라동'이란 화가가 인상적이었다. 르누아르의 작품 속 사랑스러운 여인(너무도 눈에 익은 그림이었다)과 로트레크의 작품 속 추레한 여인의 그림을 소개하면서 그림 속 여인이 동일인물, 바로 '쉬잔 발라동'이란 이야기는 정신을 번뜩이게 하였다. 더불어 타인에게 보여지는 가공된 모습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참나'의 모습을 그려보게 하였다.

 

화가의 삶과 일련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한 예술가, 아니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삶을 더욱 면밀하게 드려다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한 음악가의 삶과 비유되면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그 삶에 덧붙여진 저자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는 살이 되어 나에게 전이되었다. 위대한 예술가들과 우리 모두가 하나인 느낌은 스스로를 깊이 이해하고 어루만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삶이 더욱 농밀해지며 그 어느때보다 마음이 단단하게 야물어진 느낌이겠다.  음악과 그림으로 풀어낸 저자의 외로움과 상처에 마음을 투영하다보니, 저절로 위로받게 된다. 스스로를 토닥토닥거리며 견디었을 수많은 시간, 때론 스스로를 연극 무대의 배우라 여기며 위로했은 시간들의 실체가 내게 와 닿으며 지난 시간의 상처들이 여과되었다. 

 

순백의 표지는 수많은 그림의 바탕을 이루며, 더욱 빛나는 그림을 완성하듯, 그렇게 우리들의 삶도 빛나고 있음을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 그녀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하며 의지하다보니, 어느새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의 환희에 빠져드는 듯, 손으로 전해지는 야들야들한 감성에 온몸과 마음이 촉촉하고 훈훈해진다. 단연하건대, '지친 마음이 잠시 쉬어가는 멜로디가 흐르는 미술관' 하나가 우리 곁으로 한 걸을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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