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그리는 페인트공 쪽빛문고 12
나시키 가호 지음, 데쿠네 이쿠 그림,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마음을 그리는 페인트공! 그림동화책이다. 책을 나누는 기쁨이 커, 동화책에도 자연스렌 눈길이 머문다. 책을 읽은 누군가를 떠올려보면,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머물기 마련이니. 그렇게 마음을 그리는 페인트공이란 이색적인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도, 좀처럼 들리지도 않은 누군가의 마음을 그릴 줄 아는 페인트공의 이야기, 궁금하지 않은가!

 

이미 <서쪽 마녀가 죽었다>라는 독특한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가 '나시키 가호'의 작품 <마음을 그리는 페인트공>은 2002년 작으로 판타니 성장동화다. 하지만 내겐 낯설고 생경하다. 분명 뿌연 안개 속에서 갑작스레 나타났다 사라지는 여인, 그리고 평행이론처럼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고, 죽음을 맞는 이야기 구조라는 판타지가 가미되어 독특하면서도 다소 어렵다는 느낌이었다. 과연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동화책이란 말인가? 살짝 의구심이 들었다. 처음 읽은 것만으론 좀처럼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책소개는 '또렷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철학적인 내용을 환상적인 동화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 위안을 삼아보며, 다시 천천히 곱씹으면 책을 펼쳤다.

 

페인트! 이사오면서 온 집을 직접 페인트칠하고 도배를 한 적이 있다. 그 때의 경험을 되살려보면, 무척이나 고되고 힘든 일이었다. 의욕처럼 쉽게 진척되지도 않고, 또한 그 냄새는? <마음을 그리는 페인트공>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너무 꼼꼼히 한다면 시간을 지체하다보면, 페인트가 흘려내려 뭉치면서 흔적을 남기고, 설렁설렁하기엔 붓질에 힘이 드러가기 마련이다. 단순히 도화지에 그리는 그림과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그런데 <마음을 그리는 페인트공>은 페인트를 천직이라 알고 살아가는 주인공 '싱야'가 있다. 물론 자신의 재능에 회의를 품기도 하지만, '불세출이 페인트공'이었음엔 틀림없었다. 페인트칠로 다른 이들의 마음을 행복으로 물들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때론 페인트칠에 불만을 표하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프랑스로 떠난 아버지는 불의의 사고로 돌아오지 못한 채,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페인트공 '싱야'는 아버지의 자취를 찾아 프랑스로 떠난다. 그리고 배에서 만난 한 여인으로부터 아버지의 유품을 물려받고 돌아온다. 그것은 한 쪽 끝이 다 닳고 해진 붓말이다. 그리고 가게를 열어 페인트일을 시작하고, 다른 이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페인트를 칠하게 되는데, 다시 찾아온 여인!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각과 함께 오렌지빛의 레스토랑이 '위트릴로의 흰색'이 칠해진 간판으로 변하게 되는데

 

흰색이면 흰색이지 뭐? '위트릴로의 흰색'이라고? 묻는 순간 무엇인지 뚜렷하게 설명할 수 없는 희미한 미소를 짓게 된다. 반쯤 졸린 눈을 하고 있는 역삼각형 구조의 인물들, 어리숙함이 묻어나는 그림에서 왠지모른게 진정성이 묻어나오는 것은 작가의 의도 그대로 표출되는 동화적 환상의 세계인 것일까? '위트릴로의 흰색'이 펼쳐지는 순간, 스스로를 갇워두었던 높은 장벽이 일순간 허물어질 것이다. 하늘의 빛이 '하늘색'만이 아닌 것처럼.

우직함으로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았던 페인트공 '싱야'의 이야기는 삶의 희노애락을 온전히 담아내며,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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