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
조병국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를 알게 된 것은 어느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 화면에서 찰라였다. 그런데 '뭐지?'하면서 순간 포착의 여운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손가락이 먼저 반응하였다. 아이와 할머니가 눈을 맞추며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던 것일까? 아니면 '할머니'란 말 속 애잔함과 따사로움이 밀려들었던 것일까? 사실 무엇이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책 소개를 꼼꼼히 읽어본 후, 이렇게 손에 쥐었다. 책을 읽는 내내, 눈시울을 붉히며, 누가 볼새라, 떨어지는 눈물을 쓸어닦으며, 책에 푹 빠져버렸다. 글쎄, 책 속의 사연 하나하나마다 안타까움, 그 절실함과 간절함에 동화된 것인지, 아니면 지금 현실에 안주하며, 무의미한 듯 살고 있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었는지 연신 뜨거운 눈물에 복잡한 심정이 교차하며, 진한 감동에 '행복'이란 것을 맛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조병국' 할머니 의사는 자신의 50년 의료 생활을 담아냈다. 아니, 의료 생활 자체가 아닌, 의료생활에서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 특히 아이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길 인생의 위대함 이전에 생명에 대한 숭고함을 담고 있으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낮추며 자신의 기억을 더듬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욱 가슴을 떨리게 또는 아리게 하였다. 입양아들의 많은 사연들과 기적같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젠 돌이 되는 조카와 날마다 생활하다보니, 늘 가까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때론 힘들다며 투정도 부리는 내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아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이의 성장을 눈으로 확인할 때면, 조병국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가슴 아팠다. 하지만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하나하나 보듬으며,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대한 어머니'를 발견하다. 또한 다사로운 할머니의 손길을 느끼게 되었다. 내 주변의 소소한 것들까지 빛을 발하며,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을 지니게 하는 많은 이야기 듣다보니, 어찌 시간이 흘러간지 모르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하나를 꼽는다면,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힘들다고 아이들과 동반자살하는 이들에 대해 자살이 아닌 살인이라며 일침을 가하면서도,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일깨워주었던 이야기다. 엄마는 두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기차에 뛰어들었지만 기적처럼 아이는 살아났다. 다만, 두 다리를 잃게 된 아이가 미국으로 입양을 가고, 학교를 다니고, 양부모는 정글짐에 올라타고 롤러스케이트까지 탈 정도로 성장한 아이의 사진의 보내주었다는 사연이다. 정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우리들에게 생의 경이로움, 삶의 무한한 가능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삶이 아이를 선택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내주는 이유는 이렇게 환히 웃을 내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81쪽)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는 진한 감동을 선사하면서, 각 자의 삶 속에서 나름의 행복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작은 목소리로 '소중한 사람아, 행복하라'라고 속삭이듯 이야기한다. 그런데 큰 울림이 되어 전해지면서 온몸이 떨려온다. 

뭔지 모를 허탈감, 좌절감에 속수무책이라면,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를 손에 쥐기 바란다. 버거운 삶 속에서도 두 주먹 불끈 쥐고,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도록, 작은 것 하나에도 소중함을 느끼며 앞으로 한 발 한 발 내디딜 수 있도록 좋은 안내자를 만날 수 있게 될것이다. 삶의 등불같은 할머니 한 분이 만나, 희망을 뿌려진 구석구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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