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진명' 결코 낯설지 않은 이름이었다. 그런데 기억이 흐릿하다. 그리곤 이모집에 가서 알았다. 이모의 집에 따끈따근한 신간 <천년의 금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이모는 김진명의 광팬이었다. 이모의 책꽂이에 꽂아있던 김진명의 다른 책들. 그렇게 흐릿한 기억속 익숙했던 이름 '김진명'을 알게되었다. <천년의 금서>를 읽은 소감을 이야기하면서 '역사'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는 이모의 이야기, 천년의 금서를 사기위해 우여곡절 회원가입 이야기 등등 한바탕 요 책을 두고 파란만장(?) 이야기를 펼쳐졌다. 그러잖아도, <한국인에게 역사는 있는가>란 책이 준 혼란, 그리고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속 역사 왜곡 이야기가 하나의 퍼즐처럼 딱딱 맞춰지고 있었다. <천년의 금서> 속에서도, '이병도'박사와 그 제자들이 쥐고 있는 우리 역사학계의 현실을 꼬집고 있었다. 우리가 교과서 속에서 배웠던 많은 역사가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새삼 또다시 분통이 터지는 것은 또 어쩔 수 없는 일일까? 다시 이모의 <천년의 금서>로 돌아가자면, 이모는 이 '금서의 반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모의 집에서 책을 볼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고, 그렇게 몇 달간 벼루고만 있던 책이 드디어 내 수중에 떨어졌다.

 

어느 교수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확정할 수 없지만, 그녀의 죽음은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책(사서삼경)에 목을 매고 죽었다는 기인한 일이 어느 경찰의 눈에 잊혀지지 않으면서, 자살로 종결된 사건을 혼자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ETER의 물리학자 '이정서'에게 사건이 넘져지고,  친구 은원의 실종과 맞물리면서, 어느새 이야기는 우리의 잃어버린 삼천년의 역사를 찾아가는 기이한 여행이 된다. 중국의 정치와 중국의 동북공정, 우리의 고대사를 새롭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 손에 쥔 순간부터, 정신을 놓고 말았다. 이모가 열변을 토하며 이야기하던 실체가 드러나면서, 더욱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물론 최근에 '요하문명'을 알게 되었다. 황하문명과 요하문명을 같은 시대로 책에는 적고 있지만, 내가 아는 한에서는 요하문명이 오히려 빨랐다. 그런 요하문명 속, 곰을 숭상하는 핵심 집단이 나와 우리가 풀어야하는 숙제라는 아나운서의 해설을 듣고, 단군신화 속 곰 토템과 요하문명이 하나의 고리로 섣불리(?) 연결이 되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또한 중국학자 텅타오의 입을 빌려, 우리의 역사학계를 비판하는 이야기도 의미심장하게 기억에 남는다.

 

"기록을 꼭 비교사학으로만 검증하려 하는군요. 한국 학계는 그게 문제예요."

(중략)

"....... 하장주 공정은 아예 비교할 다른 기록이 하나도 없어요. 고대가라는 게 그렇잖아요. 만약 한국학자들에게 하상주 공정을 맡겨두면 모두 부정할 거예요. 그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가르쳐준 실증사학의 포로예요. <단군세기>에 오성집결이 나와 있으면 그것 자체로 굉장한 기록이에요. 그걸 다른 데 기록이 없으니 못 믿게다고 한다면 한국학자들에게 오성집결은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지요." (219-220쪽)

 

<천년의 금서>는 기인한 여교수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여, 우리의 역사학계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그 속에서 우리가 역사를 대해야 할 자세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책의 첫머리를 읽는 순간,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그간 이 책 <천년의 금서>를 두고, 망설였던 내 자신 때문이었다. 살짝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이모의 금서를 내 책인냥 여유를 부렸던 것이, 이렇게 배부르고,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을 줄이야!

한반도사관에 갇힐 수 밖에 없는 눈 먼 우리의 현실이 마냥 개탄스럽지만, 이렇게 흥미롭게 또다른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저자 '김진명'이 있다는 것이 왠지 뿌듯하다. 그의 또다른 이야기, 지금껏 외면했던 그의 이야기들을 섭렵하고 싶다. 아직도 채 가라앉지 않은 열기가 온몸으로 느껴져, 이 밤이 한창 깊고도 멀 것 같다.

 

"나라의 힘이 반드시 경제에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우리의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세웁니다. 우리의 조상을 찾는 일이야말로 자손을 위하는 가장 분명한 길입니다." (324)

책 속의 주인공, 우리의 뿌리을 찾고자 동분서주했던 주인공 '은원'의 마지막말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역사 인식의 첫단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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