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공책 - 부끄럽고 아름다운
서경옥 지음, 이수지 그림 / 시골생활(도솔)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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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생활의 정겨움과 '엄마'라는 포근함에 쉽게 책을 집어들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소박한 삶의 모습, 시골생활의 바지런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또한 옛것의 아름다움이 절로 묻어나오는 책이었다. 참으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삶이 담겨있다.  부끄럽지만 아름답다는 '엄마의 공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은근한 기대감과 함께 내 엄마의 공책을 들추는 듯한 묘한 느낌이 교차하는 책이다. 옛스러운 재봉틀과 항아리, 골무의 색그림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지만, 책 속에는 더 많은 그림들로, 색연필, 크레파스의 정겨움이 한 가득한 딸(이수지)의 그림이 참으로 따스하다.  

 

책을 후트루~ 들쳐보면서, 참으로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책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그림책' 때문이었다. 차례를 보기 전에 그림책을 보면서 '참 이상스런 편집이구나' 싶었다. 그 이상함이란 낯설음이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다가 들었던 많은 아쉬움이 저자의 딸 '이수지'의 그림책을 통해 많이 해소되었다. 즉 엄마의 이야기를 읽다가, 남편의 찢어진 바지에 놓았던 에델바이스 자수, 딸의 책을 자수로 옮겼던 바다와 소녀, 그리고 손주에게 만들어진 헝겊조각이불, 저자의 보물 반닫이들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였지만, 내가 상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들이 그림책 속에 놓아있어, 너무도 포근하고 따스하게 다가왔다.

 

별스런 삶의 이야기가 오롯이 정성스레 씌여있다. 참으로 따스하고 정겨움이 가득한 책이었다. 병든 시어머니를 시작으로, 자신의 친정어머니, 그리고 이젠 친정엄마가 된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딸, 남편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새와 개(래시)들의 이야기, 요리 이야기, 바느질, 가야금, 음악회 이야기 등등 참으로 여유롭고, 즐거운 삶의 이야기가 한 가득이다.

찢어진 바지에 수를 놓아달라는 남편의 이야기, 밥 다 해 놨다는 남편의 이야기, 오토바이 타고 함께 여행하자는 남편의 이야기 등은 참으로 부럽다고 해야할까? 남편 자랑이라 해야할까? 내가 결혼을 하고, 함께 늙어간다면, 이들 두 부부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딸이 보고 싶어 찾아간 미국에서 미술관을 관람하려다 생긴 일, 그 일로 인해 딸이 전시회를 열게 된 이야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우연같은 이야기속, 애뜻함이 가득 묻어 있는 이야기가 있다. 더불어 엄마의 이야기, 엄마의 엄마 이야기, 엄마가 된 딸 이야기, 딸의 엄마 이야기, 계속되는 엄마의 이야기는 나의 할머니, 외할머니를 생각나게 하면서, 내 기억 속에 묻혀 있던 고향 시골 마을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되었다.

 

참으로 열심히 사는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나의 엄마도 역시 지금도 열과 성의를 다해 삶을 살아내고 있으시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듯한 나의 모습을 또 반성하면서, 가야금을 배우고, 판소리를 배우고, 동양자수를 배우고, 제빵기계를 충동구매하며, 빵을 굽는 이야기 등등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배우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아'라는 소제목에서 느낄 수 있지만서도~ 곳곳에서 그녀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나, '배움의 열정'이란 단어를 가슴에 새겨보았다. 또한 옛것의 소중함, 자연스러운 것에 대한 정취 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참으로 따스한 책 <엄마의 공책>이었다. 참으로 여운이 오래가는 책, 아랫목에서 할머니가 옛이야기 들려 주는 듯한 포근함이 한 가득한 책이다.

 

 

 그러다가 내가 살고 싶었던 바깥세상은 나와 동떨어져 있는 바깥이 아니라 바로 이 자리라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헤매고 방황하던 '이게 아닌데'가 아니라 '바로 이게 그것'이라고 말이야. 어딘가로 가고 싶은 것,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을 세상 밖이라고 늘 동경했지만 이제야 내가 서 있는 바로 이곳이 세상 밖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주부로 살며 감당하기 어려웠던 일들, 그러나 감당해야만 했을 때 회피하려는 마음의 표현이 세상 밖으로 사라지고 싶은 욕구로 전이된 것은 아닐까? (엄마의 세계 中 208-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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