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제주

그녀와 산책하는 낭만제주
임우석 지음 / 링거스그룹 / 2009년 5월

 표지의 맑은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낭만제주>는 기존의 여느 여행과 사뭇 다른 느낌을 갖는다. 제목의 '낭만'이란 단어가 주는 그 풋풋한 느낌과 함께 말이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 부제 '그녀와 산책하는'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관심 밖의 일로 읽은 기억조차 없는 듯하다. 단순히 '낭만제주'라는 네 단어에 동요되었다. 이곳저곳, 아니 제주의 구석구석을 발품팔아 다닌 그 흔적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다는 작은 소망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색다르게 다가온 것은 '그녀'에 대한 이야기였다. 처음 몇장은 별로 '그녀'에 대한 작은 흔적같은 것이라 여기며 읽었다. 제목이 '낭만'아닌가? 하지만 나는 제주보다는 그의 '그녀'에 대한 이야기에 빠졌다. 함께 여행하면서 서로 배려하고, 그녀의 사랑스런 몸짓에 행복이 놓아있는 글을 읽다보니, 어느새 남의 연애이야기를 엿듣는 기분에 취하며, 부러운 시선이 한 가득 머문다.(이 무슨 몹쓸......) 아름다운 제주의 곳곳을 누비며, 산책삼아 여유있게,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남녀의 정겨운 모습이 절로 펼쳐진다.

 

물론 제주를 여러 번 찾으면서, 몇 해에 걸친 그의 기록이 이 책에 담겨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한 제주에 대한 추억도 함께다. 나는 딱 한 번 제주를 가보았다. 그리고 그 제주는 여느 사람들과 같다. 유명관광지에서 판에 박힌 사진들로 가득한 그런 제주의 여행이었다. 다른 말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제주의 숨결을 음미했으면 하는 바람, 제주의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싶다는 열망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기대를 저벌이지 않은 <낭만제주>는 나의 발길이 전혀 머물지 않은 제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바로 우리 삶의 정겨움이 제주의 구석구석에 담아져 있어, 한가로운 주말, 책을 통해 단숨에 제주를 누비고 다녀온 분위기에 취했다. 천천히 이 책을 만나려 했는데(물론 몇장은 천천히 며칠에 걸쳐 읽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훌렁 읽어버렸다. 에구구~ 여행을 천천히 여유있게 즐기고 싶다는 욕망은 절로 가벼린 채, 그의 사진과 이야기를 통해 젠걸음을 재촉했다. 또한 책 속에 가득한 멋진 사진들로 인해 제주에 대한 호기심만 더욱 커졌다. 예쁜 제주의 풍경들이 내 눈에 들어오면서 더욱 제주에 열광하게 만든다. 

 

여행 전문가(?)답게 제주의 일상과 제주의 숨은 곳곳의 비경들을 소개하면서, 줄곧 유명여행지에 대한 그만의 불평을 들을 수가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그만의 자잘한 추억을 듣다보면, 나의 추억과 버물어지면서 또다른 제주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과 함께 제주에 대한 사랑이 함께 잘 조화되어 제주를 더욱 제주답게, 낭만이 가득한 제주로 만들고 있는 <낭만제주>. 처음의 설레임과 함께 몇 번씩 들추게 될 것 같다. 제주는 여행과 함께 사랑이 한 가득 넘치는 곳으로 만드는 <낭만제주>였다.